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521 - Chapter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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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방주헌은 원래부터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인간이라 가끔은 멍청한 짓을 한다.하지만 방주헌이 단체방에 뿌린 돈봉투를 육강민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챙겼다.주는 돈을 안 받는 게 바보라고 했다.서재에서 책을 보며 시험 준비를 하고 있던 서은주는 육강민이 신이 난 걸 보고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로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어떤 멍청이가 돈봉투를 뿌리고 있거든.”“……”*방주헌은 기분이 째져 그만 비서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차 키는 방주헌에게 있어, 조우리는 차 옆에 쪼그려 앉아 지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늦가을의 찬 바람이 몸을 파고들어, 온몸이 덜덜 떨렸다.전화를 걸어 언제 나올 건지 묻고 싶었지만, 괜히 방해할까 봐 꾹 참았다.이를 악물고 버텼다.‘대표님의 비서가 추위에 떨며 기다리고 있다는 걸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다음 날 아침.강희진은 요란한 쨍그랑 소리에 잠에서 깼다.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탄내가 훅 밀려왔고, 부엌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방주헌은 기침을 콜록이며 프라이팬을 물에 헹구는 중이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강희진이 미간을 찌푸렸다.“아침 만들고 있어요.”아수라장이 된 부엌을 바라보던 강희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요리 중이라고?요리가 아니라 화학 실험 중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온 집안이 연기로 자욱했다.순간, 방주헌과 만나보자고 한 결정을 벌써 후회하기 시작했다.그래도 그럴듯한 비주얼의 팬케이크를 한 접시 내놓으며 말했다.“모양은 좀 그래도, 맛은 괜찮아요.”강희진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잘했네요. 하지만 다음부터는 안 해도 돼요.”“……”방주헌은 울적해졌다.“그럼, 우리한테 전화해서 아침 좀 사 오라고 할까요?”“일단 먼저 샤워부터 해요. 나머지는 제가 할게요.” 강희진은 두통이 밀려왔다.남자 친구를 사귄 게 아니라, 어린애 하나 들인 기분이었다.이제 엄마 역할을 해야 하다니, 한숨이 저절로 났다.방주헌은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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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그들은 강희진이 성격이 좋아 몇 마디 부드럽게 달래면 다시 돌아올 거라 여겼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현관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는 크지 않았지만 있을 건 다 갖춰져 있었고 무엇보다 가구와 인테리어가 심상치 않았다. 그것들은 결코 값싼 물건들이 아니었고 평범한 직원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강희진 씨, 오해였다면 푸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작업실로 다시 돌아와서 디자인 업무에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게다가 올해 ‘동계컵 디자인 공모전’에 출전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생각입니다. 어떠세요?” 이태석이 웃으며 말했다.동계컵 디자인 공모전?그 말을 듣는 순간, 옆에서 줄곧 말이 없던 하늬의 눈이 확 커졌다.그 공모전은 신예 디자이너에게 매우 중요한 기회였고 수상하게 되면 업계에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다만 참가하려면 추천이 필요했고, 명액은 한정되어 있었다.작업실에 단 한 자리만 주어졌고, 올해 추천 대상은 하늬였다.그 자리를 강희진에게 넘기겠다는 말에 하늬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사과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고, 강희진이 다시 디자인에 참여하는 것도 참을 수 있었지만, 공모전 자리만큼은 절대 내줄 수 없었다.그러나 대표가 입을 열었으니, 하늬도 달리 방법이 없었고 억지로 감정을 누르는 수밖에 없었다.강희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미소 지었다.“죄송하지만, 관심 없어요.”마음만 먹으면 강씨 가문 어느 누구에게라도 추천서 한 장 부탁하면 그만이었기에 그 제안은 그녀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강희진의 태도가 이렇게 단호할 줄 몰랐던 이태석은 급히 하늬에게 눈짓을 보냈다.하늬는 마지못해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지난번 일은… 제가 오해했어요. 죄송합니다.”그녀의 말끝에는 여전히 원망이 서려 있었다.“저는 이미 퇴사했고, 지나간 일은 굳이 다시 꺼내고 싶지 않아요. 일부러 사과하러 오실 필요 없습니다.” 강희진이 담담하게 덧붙였다.“마음에도 없는 사과라면 더더욱 필요 없고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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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이곳에서 방주헌을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두 사람은 순간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게다가 누가 강희진을 괴롭혔다는 건가!하늬가 이를 악물었다.“아무도 희진 씨를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하시면 안 되죠.”말인즉슨 강희진이 방주헌에게 자기들 험담을 했다는 뜻이었다.그 말에 방주헌은 오히려 웃음이 터졌다.“이 사람은 당신들 얘기 꺼낸 적도 없고, 회사 일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 적 없습니다. 난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만 말하고 있는데요? 어제는 이 사람이 큰 잘못을 했다고 하더니, 오늘은 그저 오해라고 둘러대고 있군요? 가면을 바꿔가면서 사과하고 있는데 무조건 받아줘야 합니까? 꽤나 오만하네요.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면 선을 넘는 겁니까? 내가 보기엔 당신들이 너무 뻔뻔한데요? 물건 들고 당장 꺼지시죠.”“아침부터 재수 없군.”말을 마친 방주헌은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문밖에 남겨진 두 사람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강희진과 방주헌의 관계를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동거 중인 건가?아니면 방주헌이 강희진의 스폰서인가?어떤 관계든, 감히 떠벌릴 수는 없었다.모든 사람에게 방주헌의 여자 친구를 그들이 내쫓았다고 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이태석은 그저 연신 한숨을 내쉬며 체념하는 수밖에 없었다.반면 이를 꽉 깨문 하늬는 좀처럼 분이 풀리지 않았다.문을 닫고 돌아선 방주헌은 강희진을 살폈다.그녀가 혹시라도 마음 상했을까 봐 걱정되었다.“쓸데없는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입은 달렸지만, 뇌가 없어 상대할 가치가 없어요.”강희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조우리가 아침을 가져와 함께 식사를 마친 뒤, 방주헌은 들뜬 얼굴로 출근했다.그 모습에 조우리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오늘따라 대표님이 왜 이렇게 더 바보 같지?*하지만 이후 벌어진 일은 조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늘 숨어서 몰래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고 조우리가 슬쩍 물어봤다.“대표님, 강희진 씨랑 진짜 사귀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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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두 ‘첩보 요원’이 은밀하게 시선을 주고받고 있을 때, 육강민이 어린이집에서 육민찬을 픽업해 돌아왔다.하이석도 함께였다.말끔한 슈트 차림이라 단정하고 세련된 모습이었다.오늘 육강민과 하이석은 우연히 행사장에서 마주쳐서 그 길로 박명숙을 뵈러 육씨 가문에 들른 참이었다.“주헌 삼촌, 이모할머니!” 녀석은 거실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무척 신이 났다.그는 곧바로 방주헌에게 달려가 같이 놀아 달라고 애원했다.예전의 방주헌이라면 아이와 마음껏 놀아주었겠지만, 이제는 이미지 관리가 신경 쓰였는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오늘 삼촌은 좀 바빠. 이제 민찬이도 컸으니 스스로 놀 줄도 알아야지. 가서 진흙 놀이나 하렴.”육민찬은 얼굴이 금세 구겨졌다.방주헌은 슬쩍 하이석을 살펴보았다. 몸짓 하나하나에서 교양과 품위가 배어 나왔다.방주헌은 목을 가다듬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순식간에 ‘자유분방한 방주헌’에서 ‘우아한 방주헌’으로 변신했다.그 모습을 본 육민찬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주헌 삼촌, 오늘 좀 이상해요.”“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방주헌은 일부러 괜히 근엄한 척 덧붙였다.“혹시 오늘 내가 멋져 보여?”“오늘 너무 오버하는 거 같아요.”“……”방주헌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말 그렇게 할 거면 그냥 입 다물지!역시 육남혁이 업어 키운 아이답게, 매서운 혀도 그 사람을 닮았다.“삼촌, 가요, 저랑 같이 놀아요.” 육민찬이 방주헌의 팔을 붙잡고 애교를 부렸다.“숨바꼭질하러 가자고요.”방주헌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육민찬은 또 강희진과 하이석, 그리고 집안의 도우미들까지 불렀다.어차피 그들이 거절하지 못할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육남혁이라면 이런 유치한 게임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고 숙제는 다 했는지만 물어볼 뿐이다. “빨리 숨어요, 이제 숫자 셀 거예요!”육민찬이 손으로 눈을 가리고 백부터 거꾸로 세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흩어져 숨을 곳을 찾았다.강희진은 육씨 가문에 자주 오긴 했지만,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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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방주헌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덮쳐 버렸다.강희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커졌다.좁은 옷장 안, 도망칠 길도 없고,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그저 자신의 영역을 마구 침범하고 있는 그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사귄 시간이 길지 않아 입을 맞춘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방주헌은 금세 요령을 터득한 듯, 키스에 능숙했다.강희진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몸은 순식간에 힘이 풀려버렸다.너무 긴장한 나머지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육민찬의 발소리는 그녀 귓가를 두드리는 듯했다.정신이 아득해지고 심장은 터질 듯이 요동쳤다.옷장 안의 공기는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고 문틈사이로 스며든 한 줄기 빛마저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육민찬은 옷장 문을 열지 않았고 잠시 머물다, 그대로 나가버렸다.웨딩드레스는 결혼식 날 입을 거라며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고 아빠가 미리 엄포를 놓았다. 드레스를 망가뜨리기라도 하면 녀석의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경고했기에 육민찬은 옷장을 뒤지지도 못하고 물러난 것이다.그제야 강희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방주헌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더욱 대담하게 행동했다.몸을 그녀에게 바짝 붙이고는 더욱 저돌적으로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은밀하고도 뜨거운 기류가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옷장 안에서의 시간은 유난히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얼마나 지났을까, 강희진은 얼굴을 그의 어깨에 묻으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미쳤어요? 여기가 어디라고...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요?”“입 맞추고 싶었어요.”방주헌은 워낙 거침없는 사람이라 주변의 시선이나 상황을 재는 법이 없었다.그저 입 맞추고 싶고, 가까이 있고 싶다는 생각만 들 뿐, 어디에 있는지는 안중에도 없었다.먼저 하고 보는 식이다.어떤 결과가 찾아오든,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었다.“당신은 나한테 키스하고 싶지 않았어요?” 방주헌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지만, 강희진은 이를 악물고 대꾸하지 않았다.“당신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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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서은주는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주헌 씨 나이에 연애하고 결혼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요.” “어느 불쌍한 아가씨가 저 녀석한테 찍혔는지 모르겠어.”그 말에 서은주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팔짱을 꼈다.그러면서 한편으론 그의 독설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주헌 씨 꽤 괜찮은 남자예요.”“뭐가 괜찮다는 거지?”“재치 있고 유머 감각도 있잖아요, 겉으로는 장난꾸러기 같지만 중요한 일에는 믿음직하고, 함께 생활하면 재미있을 거예요.”“그런 스타일 좋아해?”육강민의 목소리에 묘하게 질투가 묻어났다.상대가 오래된 친구라는 게 더 우스웠고, 그래서 더 유치하다고 느꼈다.두 아이가 잠든 후, 육강민은 서은주를 괴롭히기 시작했다.이미 정해진 사실인데도 굳이 그녀 입에서 ‘당신이 최고야’라는 말을 들어야만 만족하는 듯했다.실컷 괴롭히고 난 후, 육강민이 서은주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신부 메이크업은 언제 할 거야?”“다음 주로 예약했어요.”“시간 맞으면 같이 가자.”연말이 다가오면서, 모든 회사들이 실적 올리기에 한창이었고 성세 역시 예외는 아니라 육강민은 요즘 무척 바빴다.“예전에 군에서 같이 지냈던 사람들도 결혼식에 초대할 거야.”서은주는 그의 품에 기대어 고개를 끄덕였다.“예전부터 육민찬 보러 오고 싶어 했는데 괜히 말실수할까 봐 일부러 못 오게 했거든.”육강민이 말한 전우들 중에는 육민찬의 친부를 아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서은주에게 입대 당시 일화를 이야기했고, 서은주는 문득 양홍철이 떠올랐다.육강민은 그녀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며칠 전, 양홍철이 자선 활동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어. 부모 없는 고아나 시각장애, 신체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돕고 있다고 했어. 공연도 무료로 하고, 모금 활동도 한다더군.”서은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뒤 자선 행사가 있는데, 같이 갈래?”잠깐 망설이던 서은주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육씨 가문 저택을 나선 방주헌과 강희진은 차 뒷좌석에 나란히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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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영화가 시작되자, 공포 영화 특유의 음산한 배경음이 흐르기 시작했다.방주헌은 고개를 숙인 채 팝콘만 쉼 없이 씹어댔고, 소리가 잠잠해질 때까지 버티다가, 그제야 슬쩍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힐끗 봤다.그런데 갑자기, 산발 머리에 눈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가 화면을 가득 채우며 튀어나왔다!“악!”방주헌의 비명소리가 상영관에 울렸고, 손이 덜덜 떨려 팝콘들이 바닥에 우수수 쏟아졌다. 심지어 강희진의 팔에 매달리기까지 했다.강희진: “……”결국 영화가 끝나기 전에 두 사람은 상영관을 빠져나와야 했다.방주헌이 공포 영화를 무서워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강희진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상상도 못 했네요. 주헌 씨가 공포 영화 못 볼 줄이야. 완전 웃겨 죽겠네…… 무서웠으면 미리 말하지, 왜 괜히 센 척한 거예요. 하하하……”너무나 호탕하게 웃고 있는 여자 친구의 모습에 방주헌은 말문이 막혔다.방주헌은 스피드를 즐겼기에 겁쟁이는 아니었다.다만 어떤 공포 영화 속 장면 자체는 별것 아니지만 분위기를 극도로 몰입시키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물체에 심장이 쿵 내려앉아 멀쩡한 사람도 당하다 보면 영혼이 털릴 지경이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자, 방주헌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웃겨요?”“당신이 이렇게 재밌는 사람일 줄 몰랐어요.”“재밌다고요? 그럼, 오늘 밤 집에 가지 말고 내가 마음껏 놀아줄까요?”“……”그 말의 속뜻을 깨달은 강희진은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져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강희진을 집에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조우리가 슬쩍 물었다. “희진 씨가 엄청 무서워했어요? 막 안기던가요?”방주헌은 체면상 밀릴 수 없어 허풍을 지르기 시작했다.“당연하지! 네가 봤어야했는데 그게 아쉽구나. 내가 아주 듬직하게 그녀를 달래줬다니까.”“역시 우리 대표님, 멋지네요.”하지만 방주헌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망했다.오늘 그의 완벽한 이미지는 완전히 깨져버렸다.처음부터 거절할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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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자선 파티에서, 서은주는 예상대로 양홍철을 마주쳤다.그는 예전보다 훨씬 야위었다.오랫동안 연극을 해온 덕분에 관리가 잘 되어, 얼굴에는 젊은 시절의 준수한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여전히 생기 있고 당당했지만, 서은주를 보자 표정이 굳어버렸다.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싶지만,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처음 뵙겠습니다.”그때, 휠체어를 탄 한 소녀가 서은주에게 다가왔다.스무 살을 갓 넘긴 듯한, 단아하고 예쁜 얼굴이었고 휠체어에 앉아 있음에도 미소는 환하게 빛났다.서은주는 그녀를 알지 못했지만,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녕하세요.”“저희를 위해 기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 되시면 저희 고아원을 한 번 방문해 주세요.”서은주는 잠시 말을 잃었다.그때 옆에 서 있던 육강민이 웃으며 대신 말했다.“기회가 되면 꼭 가보죠.”“그럼, 연락처를 교환해도 될까요? 편하신 시간에 언제든 연락 주세요.”휠체어에 앉은 소녀는 매우 들뜬 모습이었다.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뒤, 소녀는 자리를 떠났다.서은주는 의아한 듯 남편을 바라보았다.“어떻게 된 거죠?”육강민은 양홍철을 한 번 바라보았다.“양홍철은 당신 이름으로 자선활동을 하고 있어.”서은주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만찬 도중, 서은주의 시선이 우연히 양홍철과 마주쳤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잠시 망설이던 양홍철도 결국 따라나섰다.호텔 정원은 낙엽으로 가득했고, 가을바람이 쓸쓸하게 불어왔다.외투를 여미던 서은주는 뒤편에서 낙엽을 밟는 바스락 소리에 그가 왔음을 알 수 있었다.양홍철은 그녀를 마주하면 항상 어찌할 바를 몰라 손발이 굳는 느낌이었다.서은주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뒤에도 평판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그 어떠한 보상도 받아들이지 않는 서은주 때문에 양홍철은 그녀의 이름으로 선행을 하려 했던 것이다.서은주는 그를 등진 채 말했다.“굳이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나는……”양홍철은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며 말을 더듬었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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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양이나와 서은주가 자매로 지내길 바라는 마음은 가져 본 적도 없었다.양이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지능이 결여된 사람을 보는 듯했다.“네가 인정하든 말든 아무도 신경 안 쓴다. 괜히 네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굴지 마라.”양이나는 화가 치밀었다.그녀는 아버지가 단단이 미쳤다고 생각했다.재산을 서은주에게 넘겨주면서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 애 이름으로 기부까지 하고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건가?참, 대단도 하시네!*서은주의 결정에 대해 육강민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육강민은 언제가 그녀의 모든 선택을 존중했다.그는 사람을 시켜 한동안 양홍철을 지켜보게 한 결과, 무언가를 노리고 접근한 것이 아닌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그는 오랫동안 서은주의 마음속에 걸려 있던 응어리였다.사람도, 일도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서은주는 메이크업 시착에 반나절 가까이 걸려 육강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했다.장소는 어느 한 고급 웨딩 스튜디오였다.육강민은 원래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집으로 부를 생각이었지만, 육수린이 너무 말썽이라 집에서 하게 되면 분명 난장판이 됐을 것이다.강희진이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서은주는 이미 드레스로 갈아입고 눈 화장까지 마친 상태였다.양홍철이 결혼식에 참석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그녀는 조금 놀랐다.강씨 집안은 과거 일을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었고, 자칫 아버지나 오빠가 그를 마주치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었다.하지만 강희진은 별다른 질문 없이 웃으며 말했다.“너무 예쁜데?”“고마워요.”화장을 마치고, 드레스에 맞춰 준비한 주얼리까지 착용하자 서은주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강희진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어 아버지께 보내려 했다.그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서은주에게 물었다.“사진 몇 장 찍어도 될까요? 결혼식 전까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서은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웨딩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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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강희진은 하늬의 수상작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전체적인 디자인은 그녀가 입사 지원 당시 제출한 디자인 도면을 참고했으며, 이어서 참여했던 크리스마스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그렸던 몇 장의 시안을 교묘히 섞어 놓았다.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온몸이 서늘하게 식어갔다.하늬는 이미 디자인계에서 이름이 알려져 있었는데, 그녀의 다자인을 그대로 표절할 줄은 몰랐다.이 사건은 서은주와 얽히면서 순식간에 관심을 넘어 화제가 되었고, 심지어 강씨 가문까지 불똥이 튀고 말았다.서은주가 착용한 주얼리는 분명 주든 소속 디자이너의 작품이었지만, 구체적인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그러나 이미 ‘강씨 가문 표절 의혹’이 일부 의도적인 세력에 의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온라인상에서는 강 씨 가문을 깎아내리는 목소리가 쏟아졌다.[이제 표절까지 하는 걸 보니, 강씨 집안도 이제 끝물인가 보네.][난 예전부터 주든 디자인은 별로 안 예쁘다고 생각했어. 그냥 브랜드 빨 인 거지.][하늬쪽이 훨씬 고급지지 않나?][주든, 뭐 하냐? 숨지 말고 입장 발표하시지? 설마 말도 못 할 정도로 찔리는 거야?]*하늬는 수상을 기뻐하며 드디어 디자인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강씨 가문, 심지어 육씨 가문에까지 번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늬는 머릿속이 하얘졌다.거기에 M 스튜디오에서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사건은 또 한 번 큰 파장을 맞았다.M 스튜디오: [하늬를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 중입니다. 다만, 하늬의 모든 디자인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본인 독립적으로 완성해 온 창착물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희는 어떠한 표정 및 도용 행위도 단호히 반대하며, 강력히 규탄합니다.]직접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입장은 분명했다.하늬의 작품은 창작이고, 표절한 쪽은 주든 이라는 뉘앙스였다.불안과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온 하늬는 일이 커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곧장 대표를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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