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100 챕터

제61화

술집, VIP룸.손리정은 멍한 얼굴로 서은주를 안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는 훤칠한 키에 넓은 어깨, 길게 뻗은 다리, 차갑고 매서운 분위기까지, 이 공간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거칠고 섬뜩한 아우라는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누구세요? 당장 내려놔요. 안 그럼 경찰 부릅니다!” 손리정이 휴대폰을 꺼내며 소리쳤지만, 그녀 뒤에 있던 남자들은 육강민이 뿜어내는 위압감에 눌린 듯,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황급히 도망쳐 버렸다.육강민은 손리정을 보며 묻는다. “그쪽은 누구죠?”“저는 은주 친구예요! 당신이야말로 누구죠?”그는 고개를 숙여, 품에 안긴 서은주를 내려다봤다.“내가 누군지 은주가 말해줄래?”“당신….”술기운에 촉촉해진 눈으로 육강민을 한참 바라보던 서은주는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입을 열었다.“당신 육강민이잖아.”정세그룹 대표?육가희의 작은 아빠?얼이 빠진 손리정은 그만 망부석이 되어버렸다. 육강민은 서은주를 품에 안은 채 손리정 앞을 지나가며 물었다.“은주는 제가 데려갑니다. 데려다 드릴까요?”“아… 아뇨, 괜찮습니다.”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손리정은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었다.“악!”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니었다.헐 대박!자신이 다른 남자도 좀 만나보라 떠들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거물급을 낚았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육강민이 서은주를 안고 뒤쪽 주차장으로 나왔을 때, 공교롭게도 진백현과 마주쳤다.그는 서은주가 여기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이곳에 왔다.혹시 육강민에게 버림이라도 받은 건가 싶은 생각이 스쳤고, 이상하게도 발길이 이곳으로 향하게 되었다.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광경에 진백현은 숨이 턱 막혔다.서은주의 고운 외모와 부드러운 말투는 사내놈들이 환장하는 부분이었다.그런 그녀가 지금 육강민의 품에 쏙 안겨있었으니,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백현은 억지로 미소를 그렸다. “대표님을 여기서 뵙네요.” “도와줘.”“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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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진백현은 분이 풀리지 않아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고 ‘쿵—’소리와 함께 손 마디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위미든.집 문 앞에 도착한 육강민은 서은주를 내려놓았다. 그가 지문 잠금을 누르는 사이, 그 옆에 서 있는 서은주는 몸이 휘청휘청 위태로웠다.“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육강민은 이마를 찌푸리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들어가자.”“싫어.”술기운이 그녀의 배짱을 키운 듯했다.“…뭐라고?”“당신이 뭔데!”서은주는 벽에 등을 기댄 채, 흐느적거리는 몸을 간신히 세웠다.살짝 드러난 목선, 치맛자락 아래 드러난 가녀린 발목, 그리고 술기운에 붉어진 눈망울까지 너무나 위험하고도 유혹적이었다.육강민이 성큼 다가서 낮게 깔린 목소리로 되물었다.“방금 뭐라고?”“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민찬이가 아파서 나도 많이 무서웠다고.”서은주는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미안해.”그녀가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육강민은 몸을 숙여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뜨거운 그의 숨결이 그녀의 뺨을 스치자, 그녀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오늘 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됐어. 나 용서해 줄래?”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입술이 닿았다.키스는 강압적일 만큼 깊고도 뜨거웠고 익숙한 그의 향이 서은주의 전신으로 스며들었다.육강민은 서은주를 삼킬 듯이 축이고 있었다.술기운을 빌어 용기를 얻은 서은주도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녀의 몸은 불붙은 듯 달아올라 길고도 깊은 이 밤을 태워버릴 것만 같았다. 그 어떤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이상할 것 없었지만 육민찬이 아직 병원에 있다는 사실에 육강민은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았다. 결국 그는 거친 숨을 고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얌전히 기다리고 있어.”아직 식지 않은 열기 속에서 조금씩 정신이 든 서은주는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기 바빴다.휴대폰을 키자, 손리정의 안부 문자가 와 있었다. 서은주가 전화를 걸었고 손리정 특유의 텐션이 터졌다.“헐,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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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서은주는 그날 밤 꿀잠을 잤다.다음 날, 약간의 숙취로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그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준비해 병원으로 향했다.“이모!”육민찬이 그녀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너 당분간은 자극적인 거 못 먹어. 그래서 죽 끓여 왔어.”“흠...”작은 입을 삐죽 내밀며,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얼른 나으면, 너 먹고 싶은 거 다 해줄게. 지금은 좀 참아.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만들었으니, 체면을 봐서라도 먹어줄 거지?”“이모가 힘들게 요리했으니까, 내가 특별히 먹어준다.”향긋한 흰죽에 식감 좋은 청경채, 잘게 썬 무장아찌, 그리고 귀여운 모양의 찐빵까지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육강민은 마음이 묘하게 따뜻해졌다.서은주가 조심스럽게 그의 손에도 죽을 건넸다.옆에 서 있던 육지성은 그만 감동해 눈물을 흘릴 뻔했다.이게 바로 완벽한 식구의 모습이 아닌가?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육가희가 나타나며 공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손에는 아침 식사와 영양제가 잔뜩 들려있었다.서은주를 본 순간, 그녀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민찬이 아프다고 해서 들렀어요.”육가희는 육민찬 앞에 놓인 도시락을 힐끔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아픈 애한테 이런 걸 먹인다고요? 제가 강성에서 제일 유명한 가게에서 포장해 왔어요.”육가희는 서은주가 준비한 도시락을 버리려는 듯 손을 뻗었다.하지만 그 손끝이 닿기도 전에 육강민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육가희 요즘 아주 대담해졌네?”“네?”“민찬이가 왜 이렇게 됐지?”“그건 서은주가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어제 민찬이한테 뭘 먹였지?”“그건 민찬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애가 원하는 건 끝도 없는데 다 들어줄 수는 있고? 어른이 정도를 지켜줘야지.”그는 죽을 천천히 저으며, 마치 일상적인 이야기라도 하듯 덧붙였다.“그리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위미든에도 오지 말고.”육가희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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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내가 없을 때, 그 누구한테도 문 열어주지 말라고 했지?”“민찬이를 데리러 왔는데 제가 막을 명분이 없었어요.”서은주와 육강민의 관계는 애매했기에 육민찬을 만나러 온 육가희를 막을 자격도 없었다. “민찬이 말로는, 가희가 너한테 모질게 굴고 어깨까지 밀쳤다던데. 왜 말 안 한 거야?”어젯밤 병원에 돌아온 그는 아들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서은주는 그것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제가 강민 씨를 꼬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절 미워하고 있으니, 오늘 또 당신한테 혼난 탓에, 분명 그 화살이 다시 제 쪽으로 돌아올 거예요.”서은주는 문득 무언가 깨달은 듯 멈칫했다.“아까 혼낸 게...설마…”“저 대신 분풀이해 준 거예요?”“요리도 해주고, 민찬이까지 돌보느라 고생하는데 네가 가만히 당하도록 놔둘 것 같아?”육강민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췄다.“내가 있으니, 아무도 너 못 건드려.” “나랑 있는데도 상처받는 건 싫다.”서은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왜? 네 편 들어줬는데 싫어?”그녀의 마음은 복잡하게 일렁였다. 이 남자 욕심난다. 정말 너무 좋다.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빠져들지 말자고 다짐해도 심장이 멋대로 두근거린다.여자를 위해 기꺼이 나서는 남자를 어느 누가 싫어하겠는가!그녀는 이미 미친 듯이 그에게 끌리고 있었다. 서은주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좋죠.”육강민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마치 길들여진 새끼 고양이를 다루듯 너무나도 부드러운 손길이었다.육강민은 다시 한번 가벼운 키스를 남기며 속삭였다.“어제 그렇게 마셨는데, 머리 안 아파?”“조금요.”“그럼, 푹 쉬어. 너 괜찮아지면, 어제 못한 거마저 해야지.”그의 목소리는 귓가를 스치며 불을 지르는 바람에 서은주는 몸이 또다시 달아올랐다.서은주가 새빨간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왔고, 육민찬은 둘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아빠, 화장실에서 뭐 했어요?”“그냥 얘기 좀 했어.”육강민은 옷을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했다.“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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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서은주가 이순옥을 발견한 순간, 이순옥도 마침 그녀를 보았다.“정말 여기 있었구나.”과일 바구니를 든 이순옥은 마치 성모마냥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예전이라면 그 미소에 마음이 녹았겠지만, 지금은 그저 역겹게 느껴질 뿐이었다. 서진우나 서미진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적의보다 겉으론 다정한 척 뒤통수를 치는 이순옥이 훨씬 더 혐오스러웠다. 사람들은 그녀를 입양한 딸에게 헌신적이라며 좋은 사람이라 칭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망설임 없이 서은주를 희생양으로 내몰았다. 그러고는 뒤늦게 눈물 흘리며 용서해 달라 했다.차라리 서진우가 더 솔직했다. “무슨 일이세요?”서은주는 담담하게 물었다.“네가 걱정돼서 전화했는데 통화가 안 되더구나.”“차단했으니까, 안 되는 게 당연하죠.”“……”이순옥의 미소가 순간 굳었지만, 곧 다시 상냥한 얼굴을 만들어냈다.“전 이만 가볼게요.”서은주는 곧장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었다.이순옥은 과일 바구니를 들고 급히 쫓아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은주야, 아직도 이모한테 화난 거니?”“아뇨.”“그날 미진이가 한 말은 절대 마음에 두지 마. 집에 가서 내가 따끔하게 혼냈고 미진이도 잘못한 거 인정했어. 너 혼자 밖에 있으니 사고라도 날까 봐 진짜 걱정돼서 그래.”정말로 딸을 걱정하는 친정 엄마의 모습이기는 했다.“며칠 뒤에 있는 그 파티에 꼭 와줬으면 좋겠다.”이순옥은 더욱 다정한 목소리로 이어갔다.“그날 네가 너무 급하게 가서 말 못 했는데, 네 부모님 유품이 아직 집에 좀 남아 있어. 가져갈 생각 없는 거니?”서은주는 당장 손을 뿌리치려 했다. 그런데 ‘부모님 유품’이라는 말에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녀 역시 크게 다쳐 병원에 누워 있었기에 그 뒤처리는 모두 서진우 부부가 맡았다.사고 책임은 우리 쪽이라 집까지 팔아 피해자들의 손해를 보상했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제 부모님 유품이 남아 있었다고요?”서은주의 눈동자가 흔들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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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서은주가 무릎 꿇고 술을 따른 일로 진백현에게 파혼당한 뒤, 서씨 가문에서 쫓겨났고 더는 강성에 발붙일 곳이 없어 해외로 떠났다는 억측이 떠돌고 있었다.그래서 서은주가 파티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모두들 흥미를 보였다. 왜냐하면 진백현과 육가희 역시 참석을 확정했기 때문이다.세 사람이 한자리에서 마주친다? 그야말로 볼거리 넘치는 상황일 것이다.평소엔 관심도 없던 서씨 가문의 파티였는데 다들 앞다투어 파티 준비를 했다.육가희는 작은 아빠가 서은주에 보이는 관심은 기껏해야 잠깐의 호기심뿐, 이처럼 격식 있는 공식 만찬에는 동행하지 않을 것이라 단정했다.함께 등장하는 건 곧 관계를 공개하는 일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작은 아빠는 단 한 번도 여자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 서은주 역시 자격 미달이다.육강민이 없는 틈을 타 육가희는 서은주에게 본때를 보여줄 작정이었다. 그녀의 위치를 똑똑히 알게 해줄 것이다.서은주는 그녀가 짓밟을 수 있는 그런 하찮은 존재다.육가희는 서은주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해외에서 특별 주문한 드레스를 준비했다.그들은 서로 다른 세계 사람임을 단단히 못 박을 것이다.“파티에 갈 생각이야?”육강민이 병실에 들어왔을 때, 서은주는 육민찬에게 사과를 깎아 주고 있었다.“네.”“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야?”“부모님 유품이 남아 있다고 해서요.”서은주는 그에게 조금도 숨김이 없었다.육강민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 그녀의 배경은 이미 조사해 둔 그는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그 뒤로 서진우 부부에게 맡겨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 적이 없었다.육강민도 굳이 묻지 않았다.육강민은 서씨 가문의 속셈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그 사람들이 순순히 유품을 넘길 거라고 생각해?”“쉽지 않겠죠.”서은주는 이제 한없이 순진하지 않았다.“내가 도와줘?”서은주가 고개를 갸웃하자, 육강민이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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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달은 기울고 별빛도 흐릿한 밤, 육강민의 숨결이 여름 매미 소리와 뒤섞여 서은주의 귓가를 뜨겁게 파고들었다.뜨거운 숨결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서은주는 온몸의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섰고,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에어컨 바람도 방 안의 열기를 조금도 식히지 못했다.방 안 데일 듯한 열기에 그녀의 몸은 폭발 직전이었다. 그러다 매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서은주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온 세상이 조용해졌다.육강민이 그녀의 귓가에 부추겼다.“계속해.”“잠깐만, 화장실 좀…”서은주는 얼굴을 붉힌 채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그의 흔적들을 씻어내고, 얼굴에 물을 끼얹었지만 열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녀가 방으로 돌아왔을 때, 이번엔 육강민이 샤워실로 들어갔다.서은주의 손은 여전히 뜨거웠다.깨끗이 씻었는데도 도무지 식질 않았다.그가 샤워하는 사이, 서은주는 옆방으로 갔다. 육민찬은 깊이 잠들어 있었지만, 자세가 영 엉망이라 이불이 발치까지 밀려 있었고 배가 살짝 드러나 있었다.그녀는 조심히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안방으로 돌아왔다.마침, 그때 샤워를 마친 육강민이 나왔다.허리에 수건만 하나 둘렀고, 젖은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어깨를 타고 물방울이 흘러내렸다.잘 다듬어진 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상처 자국들이 있었지만, 전혀 흉하지 않았다. 평소 차갑고 절제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뜨거움과 자유로움, 무엇보다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침실 조명은 은은하게 가라앉았다.“지난번엔 많이 힘들었어?”그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심장을 어루만진다.“네.”“네가 처음인 줄 몰랐어.”그날 밤, 서은주는 너무 대담했고, 약혼까지 했었다고 했으니, 그녀가 아직 아무 경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이성을 빼앗겨 육강민은 결국 힘 조절에 실패했던 것이다. “알아요.”서은주는 또다시 얼굴을 붉히며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오늘은 자제해볼게.”서은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엔 술에 취해 기억이 흐릿했지만, 오늘은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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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이모는 요즘 너 돌보느라 많이 피곤했지.”육강민은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다.“그럼,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요.”“그래. 아빠랑 나가서 아침 먹자.”부자는 집 근처의 작은 분식집으로 갔다.육민찬은 고기만두를 베어 물며 육강민에게 당부했다. “이모가 깨면 배고플 수 있으니, 조금만 포장해요.”“이모가 그렇게 좋아?”“아빠는 아니에요?”아이의 해맑은 눈동자에, 육강민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서은주는 상냥하고 얌전했다.그녀가 집에 들어온 후 원래 도와주던 도우미도 필요 없어졌다.출근하는 날이면 그의 넥타이를 세심하게 매만져 주고 늘 깔끔하게 청소도 했으며 퇴근하면 따끈한 밥상까지 차렸다.이젠 아들하고도 척척 잘 지낸다.속궁합도 예상외로 잘 맞았다.아내로 제격인 사람이었다. “아빠?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아빠가 별 관심 없는 거면 이모를 큰아빠한테 소개해 주고 싶어요.”육강민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버렸다. 서은주를 형한테?이 녀석이!“아빠에겐 나 같은 귀여운 아들이 있지만 큰아빠는 혼자라서 너무나 불쌍하잖아요.”육민찬은 만두를 꼭꼭 씹으며 덧붙였다.“아빠가 싫은 거면 이모가 행복을 찾는 건 방해하면 안 되잖아요.”“너 병원에 있는 동안 숙제 많이 밀렸지?”“………”“아빠 요즘 한가하거든. 시간 넉넉해서 네 숙제는 제대로 봐 줄 수 있단다.”육민찬의 식욕이 급격히 떨어졌다. 서은주가 깼을 때는 이미 오전 열 시가 훌쩍 넘었다.그녀가 씻고 방에서 나오자, 육민찬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잠꾸러기~ 부끄러워라~”시선이 육강민과 마주치자, 서은주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아침 사다 놨어.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어.”육강민은 아주 태연했다.어젯밤 쉴 틈 없이 그녀를 뜨겁게 안았던 사실은 완전히 숨긴 채 말이다.서은주가 음식을 데우는 동안, 육강민은 자연스럽게 다가와 물었다.“몸은 어때?”“괜찮아요…”“다음엔 온천 가자.”서은주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친구 만나서 쇼핑 좀 해.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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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육가희는 진백현의 팔짱을 낀 채,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드레스를 고르고 있었다.곧 서씨 집안 파티가 예정돼 있었고, 해외에서 맞춘 드레스가 혹시라도 제때 도착하지 않거나 핏이 맞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다른 선택지를 준비하는 중이었다.서은주를 보자, 육가희는 코웃음을 쳤다.“오빠, 우리 가요.”“올해 봄여름 신상도 방금 들어왔는데 한번 보시지 않겠어요?”직원들은 애써 붙잡으려 했다.“여기 고급 브랜드라면서 아무나 와도 되나 봐?”육가희는 노골적으로 조롱했다.“저쪽과 같은 브랜드를 입는 건 내 격이 너무 떨어지지 않겠어?”직원들은 난처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럴듯한 드레스만 걸치면 신분이 바뀌는 줄 아나 봐.”손리정은 당장 달려가 뺨을 후려칠 기세였으나, 서은주는 조용히 그녀를 막았다.“그쪽처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진 않았지만 적어도 약혼남을 꼬시는 저렴한 짓은 하지 않죠.”“뭐!”눈이 뒤집혀버린 육가희가 달려들려 하자, 진백현이 급히 그녀를 막았다. “진정해요.”“여긴 보는 눈이 많아서 그분 귀에 들어가면 곤란해요.”육강민을 언급하자, 육가희는 겨우 분노를 억눌렀다. “서은주, 두고 보자고.”육가희는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고 진백현은 잠시 멈춰 서서 서은주를 바라봤다. 그 시선이 그녀의 목덜미에 남은 붉은 자국들을 스치자, 눈빛이 묘하게 흔들렸다.차에 타자마자 육가희의 분노가 폭발해 버렸다.“백현 씨도 들었죠? 싸구려 주제에 감히 나를 모욕해? 지가 뭔데! 심심풀이, 딱 그 정도일 뿐인데 뭣도 모르고 설치고 있네?!’“쟤는 내가 직접 박살 낼 거예요.”진백현은 그저 건성으로 대답하며 그녀를 달래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자꾸만 서은주의 목에 새겨진 흔적들로 가득 찼다.마치 그날 밤이 아주 격렬했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육가희는 매번 달래줘야 하는 공주님 스타일이었다.진백현은 자연스레 둘을 비교하게 되었다.서은주는 한 번도 피곤하게 군 적 없었고 그저 묵묵히 자기 일을 조용히 하던 사람이었다.예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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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손리정은 서은주가 너무 좋았다.말수가 적고 온화한 성격 때문에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했다.하지만 반면에 손해를 보는 타입이기도 했다.그래서 손리정은 서은주가 좀 제대로 된 남자 만나서, 진백현 같은 쓰레기가 두 번 다시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저 정도 신분의 남자가 나 같은 여자에게 관심이 있을까?”서은주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빠져들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던 손리정이 말했다.“너 육강민 좋아해?”서은주는 부정하지 않았다.“좋으면 계속 만나. 모든 관계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지만 순간을 즐기는 것도 나쁜 거 아니야. 만나다 헤어지고, 결혼 후 이혼도 할 수 있는 거야. 끝까지 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가봐야 아는 거야.”서은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제 어른이기에 자기 마음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지는 거다.식사가 끝나갈 즈음, 서은주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핑계로 계산해버렸다.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가 그녀의 길을 막아섰다.어두운 조명 아래, 진백현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뒤틀린 분노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서은주는 순간 숨이 막혔다.“너, 정말 그 남자랑 잤어? 꽤 격했던 모양이더라.”그의 시선은 노골적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훑었다.서은주는 차갑게 웃었다.“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지?”“너 진짜 육강민과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너 그 남자 제대로 알아? 아이 생모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라. 입단속을 그토록 철저히 하고 애 낳아준 여자한테조차 냉정하게 선 그은 남자야. 그런 인간한테 뭘 바라는 거야?”“그걸 왜 나한테 말해주고 있는데?” 서은주가 되물었다.“신혼집 비밀번호 그대로야. 그때 했던 말, 아직도 유효해. 너만 돌아오면 돼.”서은주는 그저 웃음이 새어 나왔다.“고작 애인 노릇 해라는 거야?”“적어도 네가 몸 붙을 곳은 줄 수 있어. 육강민이 경성으로 돌아가면, 넌 분명 가차 없이 버려질 거야. 그 사람은 네 몸이 탐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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