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71 - 챕터 80

100 챕터

제71화

진백현은 손리정에게 가방으로 두들겨 맞아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 엉망진창이 되어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야! 어디 가! 나 아직 할 말 남았거든?!”손리정은 씩씩거리며 쫓아가려 했지만, 서은주가 그녀를 붙잡았다.“진정 좀 해.”“겁먹고 저렇게 도망갔으면 됐지, 아직도 화가 안 풀려?”손리정은 한숨을 내쉬었다.“나 아까 제대로 실력 발휘 못 한 거 같아.”“……”서은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두 사람은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식사를 마치는 동안에도 손리정은 화가 풀리지 않아, 진백현을 신명 나게 씹었다.가게에서 나와 둘이서 근처를 좀 더 걸었다.드레스는 결국 못 샀지만, 대신 육강민에게 어울릴 만한 넥타이를 세 개 골랐다.아홉 시쯤, 육강민에게서 문자가 왔다[민찬이랑 지금 밖에 있어. 너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카이 광장 근처예요.][15분 뒤 도착.]손리정은 다시 육강민을 보자, 절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와… 저 몸매면 여자들 침 흘리며 자고 싶다. 말 나올 만하지.” “그 입 좀 다물래?”서은주는 어이가 없었다. “이모!”육민찬이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었다.“완전 남편이 아이와 함께 아내 데리러 온 그림이잖아.”그녀는 자차가 있었기에 태워 줄 필요 없었다.서은주는 손리정을 뒤로 한 채 차로 걸어갔다.차에 오르자, 서은주는 웃으며 육민찬에게 물었다.“오늘 저녁은 뭐 먹었어?”“배달!”“……”육강민이 가볍게 헛기침하며 설명했다.“저녁에 갑자기 회의가 잡혔어. 민찬이가 배고플까 봐 배달시켰던 거야.”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이모! 아까 놀이공원 지나가던 중에 아빠가 이번 주말에 놀이공원 갈 거래. 이모도 같이 가!”그날은 서씨 집안의 파티가 있는 날이었다. “아마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아이의 얼굴이 바로 시무룩해졌다.“다음엔 꼭 같이 가. 약속!”은주가 달래보았지만, 육민찬은 삐진 얼굴로 팔짱을 끼고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그 뒤로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그 표정
더 보기

제72화

“진짜?”육민찬은 턱을 살짝 들고, 새초롬하게 물었다.“진짜야.”“그럼, 일단은 용서해 줄게.”“우리 민찬이 정말 대인배네.”“나 완전히 용서한다고는 안 했거든.”육민찬은 다시 고개를 홱 돌리며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오늘 밤, 이모가 동화 읽어주면서 사죄하면 안 될까?”그날 밤, 육민찬은 서은주에게 찰싹 붙어 기어코 그녀와 같이 자겠다며 떼를 쓰는 바람에, 육강민은 혼자 넓은 침대에서 쓸쓸하게 밤을 보내야 했다.다음 날 아침.육지성이 자택에 들렀을 때, 서은주는 육민찬과 장 보러 나갔고, 서재에는 육강민 혼자였다.“알아보라 하신 일은 파악했습니다.”육강민은 계속하라고 눈짓했다.“가희 아가씨 쪽에서 소문을 퍼뜨려 강성의 모든 가게에서 은주 씨를 거절했던 것입니다.”“자기 위치를 잊었나 보군.”육강민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육지성은 그저 머리를 긁적였다.이 같은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걸 보니 서은주에게 진심인 것 같았다.파티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드레스가 없어 손리정은 초조해 죽을 지경이었다.손리정 부모님도 작은 사업을 하고 넉넉한 형편이었지만 그 정도의 인맥은 없는지라 드레스를 구해줄 힘이 없었다. 그에 비해 서은주는 태연했다.파티에 가는 이유도 이목을 끌고 싶은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유품을 찾으러 가는 것이었으니 뭘 입든 상관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아침, 식사를 준비하려고 방문을 열자, 거실 한가운데 드레스가 걸려 있었다.단번에 명품임을 알아볼 수 있는 정교한 바느질과 고급스러운 원단, 아마 장성 전체를 뒤져도 그에 견줄 만한 드레스를 찾기 힘들 것이다.누군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올 때까지 서은주는 그 자리에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막 잠에서 깬 육강민의 숨결, 거친 수염이 그녀의 목선을 아프게 스쳤다.그녀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거렸다.“입어봐.”서은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드레스는 마치 그녀를 위해 맞춘 것처럼 꼭 맞았다. 거울 속의 그녀는 민낯임에도 불구하고 드레스 덕분에 한층 고급스럽고
더 보기

제73화

손리정의 말에 서은주 그저 잔잔히 웃어넘겼다.육강민이 집을 나서기 전, 서은주는 자신이 직접 고른 넥타이를 매만지며 조용히 “고마워요.”라고 말했다.“말뿐이야?”육강민이 그녀를 가볍게 끌어당겼다.그녀의 허리는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가늘고 느낌이 좋았다.육민찬이 아직 자고 있는 걸 확인한 서은주는 까치발을 들어 그의 뺨에 짧게 입을 맞췄다.하지만 예상보다 큰 ‘쪽’ 소리가 나 버려, 고요한 거실에 울려 퍼졌다.육강민이 낮은 웃음을 흘렸고, 서은주의 얼굴은 새빨개졌다.“오늘 밤에도 적극적이길 바랄게.”그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닿았고, 서은주는 애꿎은 넥타이를 매만질 뿐이었다.“파티에 나랑 같이 가.”육강민의 말에 서은주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도와주겠다고 했잖아.”어리둥절한 그녀의 모습에 육강민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서은주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가기 싫던 파티가, 그 말 한마디로 갑자기 기다려졌다.잠시 후, 육지성이 차로 모시러 왔고, 차 안에서 육강민에게 물었다.“드레스는 잘 맞으셨습니까? 혹시 수선할 필요는 없겠습니까?”“괜찮아.”경제 뉴스를 보던 육강민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근데 오늘 넥타이는…”“왜.”보통 육강민의 옷차림은 비서진들이 챙기는 터라, 육지성은 처음 보는 넥타이가 궁금했을 뿐이다.“잘 어울리십니다.”“은주가 사줬다.”’오늘도 어김없이 달달함 폭격이군요.’그날 밤, 육강민은 늦게까지 술자리를 하고 돌아왔다.육민찬 옆에서 잠들었던 서은주는 문소리에 살짝 깼다.“왔어요?”그녀가 다가가 묻자, 술 냄새가 은은히 풍겼다.“많이 마셨어요?”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은주는 미간을 좁혔다.“상처도 있으면서 담배와 술은 좀 줄여요. 아프면 당신만 힘든 거잖아요.”그녀가 손을 뻗어 넥타이를 풀어주던 순간, 육강민이 몸을 숙여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묵직한 알코올의 향과 함께 뜨거운 숨결이 스쳤다.그의 목
더 보기

제74화

“아이는 어때?”육강민이 조심스레 물었다.서은주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들은 순수하고 꾸밈없다. 가끔 시끄럽더라도, 한 번 마음을 주면 온 마음을 다해 애정을 쏟아주는 존재, 마치 육민찬처럼 말이다. “나와 함께하면, 아이는 가질 수 없을지도 몰라.”“…”서은주의 몸이 굳어 버렸다.그의 곁에 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아이 문제 역시 떠올린 적도 없었다.육강민은 이미 아이가 있었기에 자신의 사랑을 나눠야 할 상황을 원치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자신만의 아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그녀의 침묵에 육강민은 아무 말도 더하지 않았고 셔츠 단추를 풀며 짧게 한마디 했다.“난 씻고 올게.”그날 밤, 두 사람은 한 침대에 누웠지만 서로를 안지 않았다.그러다 밤이 깊어질 무렵, 육강민은 습관처럼 그녀를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그 후 며칠 동안, 서은주는 육민찬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겠다며 육강민을 피했고 같은 침대에 누워도, 그가 먼저 입을 맞추면 형식적으로 응할 뿐이었다. 그러니 육강민 역시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그 역시 요즘은 많이 바빴다.강성에서의 일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두 사람이 따로 시간을 보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육민찬조차 둘 사이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고 있었다.녀석을 씻겨주던 중, 오리 장난감을 손에 꼭 쥔 녀석이 진지하게 물었다.“아빠, 이모랑 싸웠지?”“아니.”“거짓말.”육민찬이 입을 삐죽였다.“요즘 아빠가 나가면 이모는 멍만 때려. 분명 아빠가 괴롭힌 거야.”“진짜 아니야.”그날 밤, 술김에 꺼낸 한마디 후로 둘의 관계는 어딘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왜 이렇게 답답한 거예요?”육민찬은 애꿎은 오리만 만지작거리며 덧붙였다.“오늘 태할머니가 전화 와서 언제 돌아오냐고 물어봤어.”“곧 돌아가.”“그럼…”육민찬이 눈치를 보며 슬쩍 물었다.“이모도 같이 가는 거야?”“이모가 그렇게 좋냐?”녀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걱정스러운 표정을
더 보기

제75화

그 시각, 서은주는 손리정과 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이 타이밍에 육강민이랑 싸우면, 파티는 어떡해?”손리정이 걱정스레 물었다.육강민이 서은주와 함께 파티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손리정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몰라.”서은주는 조용히 대답했다.장성에서의 일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육강민이 곧 떠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슬슬 꿈에서 깨야 한다.“됐어.” 손리정이 몸을 돌려 서은주를 보며 말했다.“내가 아는 대학원 선배가 한 명 있는데, 너한테 꼭 필요할 사람이라서 연락처 받아놨어. 박사 지원 준비에도 도움 될 거야.”“고마워.”서은주도 옆으로 몸을 돌렸다.“우리 사이에 낯 간지럽게.”손리정이 바짝 다가와 덧붙였다.“그 선배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고, 게다가 솔로야. 너 육강민이랑 끝나면 한 번 고려해 봐도 돼.”“대머리는 아니지?”서은주가 장난스럽게 물었다.박사는 열에 아홉은 대머리란 말이 있었다.“무슨 소리야. 완전 훈남이거든!”손리정이 새초롬하게 덧붙였다.“내가 체면 다 버리고 겨우 연락한 거라고!’“그렇게 잘생겼는데 왜 네가 안 꼬셔?”“내가 범접하기엔 황송한 존재라.”서은주는 그저 웃어넘겼다.“됐고, 이제 그 육강민 생각 좀 그만하고. 내일은 나랑 쇼핑도 하고, 피부관리도 받고, 전신 스파까지 풀 코스로 가자. 그 남자가 없어도 내일 그 무리들 눈멀게 할 수 있다고! 알았지?”“파티에 갈 건데 제대로 꾸며야지.”손리정의 말에 결국 서은주는 피부 관리도 받고 일부러 헤어스타일까지 손봤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그녀의 분위기에 손리정은 그만 넋을 잃었다.“내가 남자였으면 바로 청혼했다.”그러면서 쉼 없이 셔터를 눌렀다.파티 당일.그날은 주말이었고, 육강민이 육민찬과 놀이공원 가기로 약속한 날이기도 했다.해질 때까지 두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서은주는 연락하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준비를 마친 뒤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이번 파티는 호텔 한 층 전체를 통째로 빌릴 만큼 성대
더 보기

제76화

진백현이 어깨를 감싸며 가볍게 웃었다.“난 가희 씨밖엔 모르잖아요.”“내가 좋은 거예요? 제 배경이 좋은 거예요?”“……”진백현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명문가에 멍청한 자란 없다.육가희 역시 진백현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그 힘으로 그를 통제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서은주의 드레스를 두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서은주 저 드레스 진짜 예쁘네.”“육가희 드레스도 충분히 화려했는데, 서은주 건 더 강렬하네.”“내가 좋아하는 디자이너 신상 느낌인데? 그럼, 거의 8자리 아니야?”“말도 안 돼. 육가희조차 못 빌린 드레스를 서은주가?” 누군가 비웃었다.“아마 짝퉁이겠지.”“……”짝퉁이라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서은주는 평판이 워낙 좋지 않았으니, 짝퉁을 입고 나타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남자들이 하나같이 그녀 쪽을 훔쳐보자, 여자들 눈빛에는 싸늘한 경멸이 번지기 시작했고 허영심 덩어리에 남자를 홀리기만 하는 요부일 뿐이라는 하찮은 시선들이 난무했다.여자들은 누구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마치 가까이하면 자신들의 품격까지 떨어질 것처럼 굴었다.반면 남자들은 계속 다가와 찝쩍거렸지만, 서은주는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서미진은 분노로 온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오늘은 파티는 그녀의 귀국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육가희가 관심을 빼앗아 간 것도 이미 분했는데, 서은주까지 분위기를 몰고 다니고 있다.육강민에게 붙었다고 해서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오랜만이네.”하얀 롱드레스를 입은 서미진이 샴페인 잔을 들고 허리를 실룩거리며 다가왔지만, 서은주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드레스는 어디서 난 거야?”“너랑 상관없지 않을까?”“내가 착해서 한마디만 할게. 이 바닥에서 짝퉁은 너무하지 않아? 너 체면은 그렇다 쳐도 서씨 가문 얼굴은 깎아 먹지 말아야지.”서미진은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였다.“짝퉁을 걸치고 잘도 나타나셨군.”주변에서 곧바로 비웃음이 터졌다.
더 보기

제77화

서은주는 서씨 가문에서 입양한 딸이었으니,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그런 서은주가 서미진에게 와인을 끼얹다니, 순간, 파티장은 숨소리조차 사라졌다.“서은주, 너 미쳤어?”서미진의 얼굴에는 붉은 와인 자국이 선명했고, 하얀 드레스는 얼룩졌다.평소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그녀에게는 치욕 그 자체였다.“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고 말했잖아?”서은주는 너무나 평온했다.“이건 누가 봐도 고의잖아!”“그래? 그럼 너도 고의였겠네?”서은주가 반문했다.“내가 너 참고 살았던 건, 네 집안이 길러준 은혜 때문이었지만, 이제 뭐 하나 빚진 게 없어서 네 그 못된 버릇까지 봐줄 의무 없어!”놀란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서은주 순해 보이더니 완전 다르네.”“‘빚진 게 없다는 건 무슨 뜻이지?”“근데 솔직히 서미진이 잘못했지. 일부러 은주한테 장난친 거잖아.”“그러게. 자업자득이지 뭐.”서미진의 어깨가 분노로 들썩였다.한편, 손님 접대 중이던 서진우 부부는 이참에 투자도 유치하려고 했는데, 서은주와 서미진이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서진우가 굳은 눈빛으로 물었다.“아빠, 은주가 와인을 내 얼굴에 뿌렸어요!”서미진이 먼저 울분을 터뜨렸다.서진우의 얼굴에 난처함이 번졌다.그는 여전히 서은주를 통해 육강민과 친분을 쌓길 바랐기에 상황이 악화되길 원치 않았다.“은주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아빠?”서진우의 반응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뜬 서미진은 이번엔 이순옥에게 도움을 청했다.“이제 그만하자, 미진아. 파티 곧 시작한다. 오늘 밤의 주인공은 너야.”이순옥은 딸 얼굴을 닦아주며 말했다.사람들 시선이 쏠린 자리에서 더 소란 피우면, 체면만 깎인다는 뜻이기도 했다.하지만 서미진은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라서 참는 법을 모른다.오늘 온 손님들은 모두 금수저 집안,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라 그냥 넘어가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생각
더 보기

제78화

그가 바로 육씨 가문의 둘째 육강민이었다.“저분이 왜 여기까지 오신 거지?”“비율에 분위기까지 완전 말이 안 된다.”“아, 내가 결혼을 너무 일찍 했어, 지금이라도 이혼할 수 있는데?”“서씨 가문이 육강민을 불러낼 정도로 영향력 있었나?”…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다들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무례해 보일까 봐, 멀리서 훔쳐보기만 했다.“어떻게 오신 거예요?”육가희는 놀란 얼굴과 불만스러운 얼굴이 뒤섞여 있었다.평소 육강민은 지인들 모임 말고는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았고 아이 핑계로 대부분의 자리들을 거절해 온 사람이다.그런데 오늘 갑자기 나타난 이유가 혹시…육가희는 차마 이어서 생각하지 못했고, 손톱이 살을 파고들 만큼 주먹을 꽉 쥐었다. “너는 되고, 나는 안 돼?”육강민이 되물었다.“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예상 못 해서요.”육가희는 급히 웃음을 지으며 둘러댔다.육강민의 등장으로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고 서진우 부부는 더 말할 것도 없이 흥분한 얼굴로 달려와 맞이했다. 한편, 서미진은 얼굴에 튄 와인 자국을 신경질적으로 닦아내며 부들부들 떨었다.’이 꼴로 육강민 앞에 어떻게 서라고!’“대표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서진우는 놀람과 긴장으로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초대장을 보내셨더군요.”육강민은 짧게 답하고는 파티장을 둘러보다가 마침내 구석에 서 있는 서은주를 발견했다. “미리 말씀 주셨으면 저희가 직접 맞이했을 텐데요.” 서진우는 잔뜩 자세를 낮추고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서은주는 그런 그의 모습을 난생처음 봤다.집에서는 늘 반말에 명령조고, 누가 봐도 ‘가장’ 행세였다.그런데 지금, 육강민 앞에서는 꼭 꼬리를 흔드는 개 같았다.권력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느껴졌다.서진우가 비굴하게 굽신거려도, 육강민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그저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그의 동선을 따라, 사람들의 시선도 함께 움직였다.그리고 그가 서은주 앞에 멈춰 섰을 때,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어느 누구
더 보기

제79화

파티장은 숨조차 멎은 듯 고요했다.육강민은 바닥에 주저앉은 서미진을 흘끗 내려봤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아직도 많이 억울한 모양이군.”“은주도 저하테 와인을 끼얹어서 옷이 이 모양이라고요.”서미진은 끝까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그러자 육강민의 한쪽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그쪽이 먼저 손을 대지 않았나?”서은주를 누구보다 잘 안는 육강민이었기에 절대 먼저 싸움을 걸 사람이 아니란 확신이 있었다.날카로운 그의 눈빛이 단번에 서미진의 속셈을 꿰뚫었다. 제 발 저린 서미진은 그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그건, 잔이 미끄러져서 실수 한 거예요.”그러나 육강민은 불쌍한 척 연기한다고 해서 동정심을 가질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그려졌다“잔 하나 못 들 정도로 사지에 힘이 없나? 아니면 소아마비로 앓고 있나?”독하게 쏘아붙이는 그의 말투에 서미진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믿어주는 이 느낌에 서은주의 마음은 따뜻해졌고 너무나 든든했다. 육강민은 무심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애초에, 감히 비교조차 하지 말았어야지.”서미진은 서은주와 나란히 놓일 자격조차 없다는 말이었다. 평생 서은주를 깔아뭉개고 살던 서미진에게, 이건 거의 인생 첫 타격이었다.사람들은 또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 난리통에도 육강민같은 거물을 만난 서은주가 그저 대단할 뿐이었다. 서진우 부부는 사태를 수습하려고 급히 나섰다.“저희가 잘 타이르도록 할 테니, 노여움을 푸시지요. 해외에서 오래 지낸 탓에 제멋대로 자란 면이 있습니다.”“제멋대로인 것과 교육이 안 된 건 전혀 다른 문제죠.”육강민은 추호도 봐주지 않았다.주변에서 은근한 조롱 섞인 웃음이 새어 나왔다.서미진은 수치심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오늘, 이 파티는 원래 그녀가 주인공이어야 했다.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미진이는 얼른 대표님께 사과드려.”이순옥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죄송
더 보기

제80화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쪽으로 쏠려 있었다.진백현에게 파혼당한 서은주는 지금은 육강민 곁에 서 있었다. 이러다간 전 남자친구의 윗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드라마에도 없는 각본이다.육강민은 무심히 눈썹을 올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이 사람은 내가 술 마시는 걸 싫어해.”서은주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육가희와 진백현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사람들이 다 보고 있잖아요. 제 남자 친구 앞이기도 한데,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육가희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육강민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대신 고개를 돌려 서은주를 바라보았다.“마셔도 돼?”순간,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고, 곳곳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마법을 걸었을까?말투는 완전 아내 눈치 보는 남편 그 자체였다. 게다가 이 말은 육가희의 체면보다 서은주의 한마디가 훨씬 중요하단 뜻이었다.서은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허락이 떨어지자, 육강민은 잔을 들어 올렸다.“그럼, 받도록 하지.”그는 잔을 들어 올렸지만, 그저 입술만 적셨을 뿐이었다. 서은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더 의미심장해졌다. 이 바닥은 원래부터 강자에게 굽신거리고 약자는 무참히 짓밟는 곳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은주를 비웃던 이들은 이제는 예전의 그 모든 일들이 그저 오해였을 수도 있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파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육가희는 갑자기 몸이 불편하다며 진백현과 먼저 자리를 떴고,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을 바닥에 패대기쳤다.“서은주, 꽤 하는데?”“가희야, 진정해.”진백현이 달랬다.“이런 적, 작은 아빠가 여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요!”육가희는 분노로 얼굴이 시뻘개졌다.“서은주는 그냥 잠깐 장난치는 상대지 육씨 가문에 들어오는 건 꿈도 꾸지 말라고 해요!”육가희는 태생부터 금수저의 자부심이 뼛속 깊이 박혀 있다.기분 상하면 떼쓰는 것도 다들 당연히 받아주는 분위기였고, 진백현은 그런 모습도 귀여워 품어줬다.
더 보기
이전
1
...
5678910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