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591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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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마치 도시 전체가 발 아래 깔린 듯했다.찬란하게 빛나는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육강민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서은주를 가볍게 품속으로 끌어안았다.손끝이 그녀의 잠옷 안으로 스며들어, 허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잘록한 이 허리는 그가 유독 환장하는 부분이었다. 그의 손길이 닿자, 서은주는 숨이 가늘게 떨렸다.“오빠…”“오늘 많이 피곤했지?”“네…”“그럼 가만히 있어.”오늘 밤엔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손길이 천천히 아래로 이어지고, 서은주의 몸은 여지없이 휘어졌다. 호흡이 흐트러지고 눈가가 젖어 들고 시선이 흐릿해졌다.“어때?”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 유혹적이라 심장이 또다시 요동쳤다.오늘은 기분이 좋아 술도 꽤 마신 터라 몸에는 열기가 남아 몸이 달아올랐다.서은주 역시 막 목욕을 마친 뒤라 온몸이 따뜻했다.서로 몸을 맞댄 채 기대 있으니, 그 열기가 더 짙어졌다.촉촉해진 눈, 눈꼬리에 번진 붉은 기운은 막 피어난 복숭아꽃 같았다.청순함 속에 섞인 은근한 요염함이 사람을 마구 홀리고 있었다.“은주야.”“?”“사랑해.”그 한마디에 서은주의 마음이 따뜻함으로 가득 찼다.서은주는 얼굴을 들어 그에게 입을 맞췄다.육강민은 꼼짝 않고 그녀의 키스를 받아들였다.“은주야…”그의 숨결이 귓가를 스치며 낮게 내려앉았다.“이렇게 오래됐는데도, 아직도 늘질 않네.”무슨 뜻인지, 그녀도 알고 있었다.주도권은 항상 그에게 있었다.서은주는 입술을 깨물며 투정 섞인 말투로 답했다.“당신은 엄청 대단한 줄 아나봐요.”“내가 별로라고?”남자라면 참을 수 없는 말이었다.잠옷이 느슨하게 흘러내리자, 추위를 느낀 서은주는 몸을 움츠리며 그의 품속에 파고들었다. 막 목욕을 마친 체온이 그대로 전해지고, 두 사람의 몸이 맞닿자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번졌다.그는 마치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듯했다.결국, 서은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을 토해냈다.“조금만… 천천히… 아앙…”작게 새는 소리는 새끼 고양이 같았다.견디기 힘들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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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기회를 봐서, 육강민은 방주헌을 따로 불러 몇 마디 건넸다.“어젯밤 제대로 못 잔 거야?”“말해 뭐 해!”방주헌이 이를 악물었다.“내가 형을 의리 있는 좋은 친구로 생각했는데 어떻게 나를 버리고 갈 수 있어?”“그런다는 놈이 몰래 이모랑 연애를 해? 난 널 형제라고 생각했는데, 넌 내 머리 위에 오를 생각만 했지. 이러고도 친구냐?”방주헌은 할 말을 잃었다.“어젯밤 어르신께서 뭐라고 했냐? 혹시 괴롭혔어?”그래도 친구로서, 육강민은 걱정은 해줬다.“괴롭힌 건 아닌데…”방주헌이 머리를 긁적였다.“코골이가 너무 심해서 잠을 못 잤어. 그렇다고 깨울 수도 없잖아.”육강민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형, 나 강씨 가문 식구들한테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은데, 정식으로 자리 좀 만들어줘.”방주헌이 비위를 맞추듯 웃으며 부탁했다.결혼식이 끝나면 강씨 가문 사람들은 곧바로 회성으로 돌아갈 테니, 그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언제?”“조만간.”“나 바빠.”“결혼식도 끝났는데 또 뭐가 바빠?”“은주랑 애들 데리고 신혼여행 가야지.”방주헌은 이를 꽉 물었다.‘그래, 당장 꺼져라!’*결혼식 다음 날, 육강민과 서은주는 두 아이를 데리고 해외의 한 섬으로 한 신혼여행을 떠났다.육수린은 모래놀이를 너무 좋아해서, 플라스틱으로 된 작은 삽을 들고 혼자서도 신나게 놀았다.서은주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육강민은 육민찬과 함께 바다에서 서핑을 하고 있었다.선글라스를 쓴 육강민은 서핑보드를 들고 달려 나가더니,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었다.보드 위에 엎드려 파도의 흐름을 살피다가, 타이밍을 잡은 육강민은 단숨에 일어나 허리를 살짝 굽히고 균형을 잡으며 파도를 탔다.키가 큰 육강민은 팔다리도 길었다.바닷물에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 근육 라인이 또렷하게 드러났다.말로 설명할 수 없이 아찔한 매력이었다.햇빛 아래, 몸에 맺힌 물방울이 반짝였다.서은주는 그가 서핑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육민찬도 따라 해보겠다며 작은 보드를 끌어안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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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그 바람에 다음 날, 손리정은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풀려서 결국 하루 종일 침대에서 꼼짝도 못 하고 누워 있었다.육지성은 그런 그녀를 보며 장난을 쳤다.“역시 운동 부족이네. 마침 나도 시간 있으니까, 내가 운동 좀 시켜줄게.”손리정이 바로 받아쳤다.“침대 위에서 하는 운동도 포함이에요?”육지성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도 여자 친구가 원하는 거라면 어쨌든 들어줘야 하는 법.그는 체력 하나는 넘쳤지만, 정작 손리정은 말만 거창하고 몸은 따라주지 못했다.그렇게 결국 육지성에게 완전히 휘둘리며 꼼짝 못 하게 됐다.서은주는 손리정의 말투에 혹시 육지성이 그녀를 괴롭힌 건가 싶어 메시지를 보냈다.[너희 괜찮아? 싸운 거 아니지?][싸운 건 아니고… 그냥, 너무 잘해서.]그 말에 서은주는 더는 답하지 않았다.*신혼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제일 신난 건 아이들이었다.육민찬은 예전처럼 밝아졌고, 기념품도 잔뜩 사서는 동그리에게 줄 선물은 따로 챙겼다.동그리는 열흘 전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거부 반응이 생겨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예전에는 둘이 자주 영상통화를 했지만 수술 이후로는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다.“엄마, 그리가 내 선물 마음에 들어 할까요?”“그럼.”서은주는 웃으며 말했다.“네 선물 받으면 엄청 기뻐할 거야.”“그럼 몸도 금방 나아지겠죠?”“분명 그럴 거야.”*경성으로 돌아온 서은주는 사 온 선물들을 친구들에게 나눠줬다.반달 사이에 손리정은 얼굴이 한층 통통해진 걸 보고 무심코 물었다.“너 보약이라도 몰래 먹고 있는 거 아니야?”손리정 얼굴이 바로 굳었다.“서은주, 너 변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말이 독해졌어?”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그동안 지성 씨랑 계속 붙어 있었는데 왜 지성 씨는 그대로고 너만 살찐 거지?”“하도 먹여서 그렇지.”손리정은 배를 만지며 말했다.“나 지금 완전 통통돼지 같아.”선물 상자를 열어보던 손리정은 과자를 꺼내 한 번에 반이나 먹어 치웠다.서은주는 놀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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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손리정이 임신했다는 소식에 서은주는 본인 일처럼 더 들떠 있었다.임신 기간에 대한 이런저런 경험담을 잔뜩 알려주고는 육지성과의 앞으로 계획도 물었다.“원래 지성 씨가 준비 좀 해서 강성에 가 우리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리려고 했거든. 근데 부모님이 내가 오가면서 무리할까 봐 걱정된다고, 며칠 뒤에 두 분이 경성으로 올라오시기로 했어.”“나도 두 분 뵌 지 오래됐는데. 오시면 나도 불러줘.”손리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서은주가 이어서 물었다.“결혼식은?”“일단은 연말 전에 간단하게 식만 올리려고.”손리정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지성 씨는 부모님도 안 계시고, 돈도 모으기 쉽지 않잖아. 앞으로 쓸 데도 많고… 결혼식은 최대한 간소하게 할 거야.”손리정은 결혼식에 큰 욕심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쓸데없는 허영심도 없었다.둘은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집을 먼저 마련하자고 계획하고 있었다.서은주는 그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돌아온 서은주는 육강민과 상의했다.육지성은 오랫동안 육강민 곁에서 일해 온 사람이라 두 사람은 이미 단순한 직원과 상사의 관계를 넘어섰다.그가 결혼한다면 육강민이 나서서 도와줄 게 분명했다.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방주헌도 함께 있었다.손리정의 임신 소식을 듣자, 잠시 멈칫하던 방주헌이 자신의 명예 회복 계획을 떠올리더니 마치 서리 맞은 가지처럼 어깨가 힘없이 축 늘어졌다. 그만 뒤처진 느낌이었다. 항상 조용하던 육지성은 은근히 야무지게 할 건 다 하고 있었다.“일 때문에 온 거예요?”서은주는 방주헌이 일 때문에 찾아온 줄 알았다.“아니. 할아버지와 삼촌 일가가 곧 회성으로 돌아가서 그 전에 정식으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다고 우리에게 도움 청하러 온 거야.”육강민이 대신 설명했다.“형수님, 도와주실 거죠?”방주헌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아부했다.“당연하죠.”서은주는 흔쾌히 승낙했다.*이틀 뒤, 방씨 가문에서는 경성 최고급 호텔에 프라이빗 룸을 예약했다.출발을 앞두고 방주헌은 아직도 옷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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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강씨 일가는 이틀 뒤 회성으로 돌아갔고, 강정한과 강희진은 예전처럼 경성에 남았다.서은주는 공항까지 배웅을 나갔다.육수린은 강지택에게 안겨 목을 꼭 끌어안고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점점 강여진을 닮아가는 모습에 손녀를 놓지 못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강씨 사람들을 보내고 사흘 뒤, 손리정의 부모님이 경성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육지성을 꽤 마음에 들어 했고, 결혼 이야기도 순조롭게 진행됐다.육강민은 일부러 육지성에게 휴가를 내주고, 쉬는 동안에도 월급을 그대로 지급하며예비 장인 장모를 잘 모시라고 했다.경성 곳곳을 안내하며 여행도 시켜드리라고 모든 비용은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했다.손리정 부모가 경성에 올라오자, 서은주도 시간을 내어 뵈러 갔다.강성에 있을 때, 손리정 집에 갈 때마다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었던 고마운 분들이었다.서은주가 평판이 안 좋던 시절에도 편견 없이 대해 주었고, 형편이 나아진 뒤에도 아첨하거나 잘 보이려는 가식이 없었다.서은주는 결혼식에도 그들을 초대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고, 손리정을 통해 축의금과 축하 메세지만 전해왔다.그래서 이번에 육강민과 함께 아이들까지 데리고 인사를 갔는데, 오히려 두 아이에게 선물까지 준비해 둔 걸 보고 서은주는 괜히 더 죄송했다.육강민의 기운이 워낙 강하다 보니 부부는 다소 긴장한 기색이었다.그래서 이후에는 서은주만 아이들을 데리고 따로 찾아가는 경우가 많았다.그날도 마찬가지였다.손리정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육강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데리러 가지 못할 거 같아.”“지성 씨가 데려다줄 거라서 괜찮아요.”“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알았어요. 당신도 적당히 마셔요.”“오늘은 운전해야 해서 안 마셔.”휴가를 받은 육지성은 마음 편히 쉬고 있었지만, 그 빈자리는 고스란히 육강민에게 부담으로 돌아왔다.평소라면 육강민이 눈짓만 해도 육지성이 바로 알아차렸지만, 다른 비서들은 그만큼 능숙하지도, 세심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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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육강민은 변호사에게 연락을 넣었고, 곧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경찰 측에서도 연락이 왔다. 여자가 의식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병실로 들어갔다.그녀가 서은주와 닮은 얼굴을 하고 있긴 했지만, 닮았을 뿐, 결국은 다른 사람이었다.육강민은 원래부터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남에게까지 마음을 쏟고 싶지 않았다.별다른 표정 없이 입을 열려는데 여자가 먼저 말했다.“누구세요? 여긴 어디죠?”목소리가 어딘가 어색했고 약간 쉰 듯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육강민이 미간을 찌푸렸다.옆에 있던 의료진도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의사는 사고 충격이 커서 아직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아가씨,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안 나세요?” 간호사가 물었다.그녀는 바짝 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불안과 공포가 어린 눈으로 조심스레 되물었다.“여기… 병원인가요?”“본인 이름은 기억하세요?”“정지연이요.”“가족 연락처는요?”치료하는 동안, 그녀에게 휴대폰도 없고,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물건도 전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태였다.“기억 안 나요.”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차에 부딪힌 것도 기억 안 나세요?”그녀는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이 허공을 떠돌다 육강민에게 멈췄다.“그쪽이 저를 구해준 건가요?”육강민이 담담히 말했다.“아닙니다.”“그럼…?”“당신이 내 차에 들이받았습니다.”순간 병실 공기가 싸하게 가라앉았다.차가 사람을 치는 건 있어도, 사람이 차를 들이받았다는 말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정지연은 고개를 숙인 채 가볍게 웃었다.그녀의 눈매는 서은주와 더 닮아 있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흡사했다. 그 정도만으로도 육강민의 주의를 끌기엔 충분했다.아내와 너무도 비슷한 얼굴, 한밤중의 사고, 그리고 기억상실.이 모든 게 정말 우연일까?“저기…” 정지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우리… 예전에 만난 적 있지 않나요?”“그랬을 수도 있겠죠.”육강민이 말한 건, 예전에 호텔에서 사람을 착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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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육강민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 한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침실 문을 열자, 서은주는 아직 깨어 있었다.이번 달 말일에 박사 시험이 있어 한창 준비 중이었다.“오늘 왜 이렇게 늦었어요?”자리에서 일어난 서은주는 그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외투를 받았다.그 순간, 희미하게 풍기는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의사인 그녀는 이런 냄새에 특히 민감했다.“병원 갔었어요?”“응, 내 차를 들이받은 사람 때문에.”그 말에 서은주는 잠시 멍해졌다.사람이 차를 들이받았다고?십여 초쯤 지나서야 상황을 이해했다.“사고 난 거예요?”“응.”“사람을 쳤어요?”“아니, 그쪽이 들이받은 거야.”“그 사람은 어때요? 크게 다친 건 않았어요?”“큰일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육강민은 서은주를 끌어안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오늘 일은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감히 잡히지 않았다.특히 그 여자가 어릴 때 본 적이 있다고 했던 말이 거슬렸다.정말… 본 적이 있나?정지연?그 이름은 전혀 기억에 없었다.육강민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시간도 너무 늦어 서은주는 더 캐묻지 않았다.잠에 든 서은주는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고, 육강민은 그런 그녀를 안은 채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손끝이 그녀의 눈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그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과거의 일은 굳이 파헤치고 싶지 않았다.그 여자가 누구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지금 확실한 건 단 하나,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건 서은주라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서은주는 전날 사고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병문안을 가야 하는지까지 고민했지만, 단순 찰과상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마음을 놓았다.“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마.”육강민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서은주도 고개를 끄덕였다.*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병원 쪽 상황은 육강민이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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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회사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누군가 육강민을 불렀다.“육강민 대표님…”여자의 목소리는 겁먹은 토끼처럼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는 순간, 육강민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저 여자가 왜?옆에 있던 방주헌은 완전히 얼어붙었다.하마터면 욕설을 내뱉을 뻔했다.무슨 상황이지?형수랑 닮아도 너무 닮았는데?육강민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다가온 정지연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두 손으로 옷자락을 꼬물거리는 그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대표님… 저 기억하세요?”“무슨 일입니까?”육강민의 얼굴엔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그런데 옆에 서 있던 방주헌은 완전히 상황에 푹 빠져든 채, 호기심이 폭발한 얼굴로 눈은 쉴 새 없이 두 사람을 오갔다.“저, 퇴원했어요.” 여자가 말했다.“네.”담담하기 짝이 없는 반응이다.“연락드리려고 했는데… 남겨주신 번호가 아니더라고요.”“연결이 안 됐습니까?” 육강민이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정지연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연결은 되는데… 그게… 대표님 번호가 아니더라고요.”“제 번호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요.”차는 당연히 보험처리되고, 육강민에겐 변호사도 따로 있었다.그녀 역시 크게 다친 것도 아니었다.그날 밤, 그가 남긴 번호는 자신의 번호가 아니라 변호사의 연락처였다.방주헌은 팔짱을 낀 채 눈살을 찌푸렸다.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이해가 하나도 안 되는데?“제가 괜히 오해했네요.”여자는 씁쓸하게 웃었다.“사고는 제 변호사에게 연락하시면 됩니다.”육강민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뜨려 했다.그녀는 서은주와 많이 닮았다.외모도, 옷차림도, 마치 일부러 따라 한 것처럼 비슷했다.하지만 그의 ‘은주’와는 전혀 달랐다.서은주는 부드러운 인상을 주지만 결코 여리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스스로를 지탱하는 단단한 자존감이 있었다.반면, 눈앞의 여자는 바람만 불어도 꺾일 듯 가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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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성세 로비 한가운데, 한 여자가 바닥에 누워 있었다.육강민은 그녀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 서 있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 탓에 주변 사람들도 눈치만 보며 지켜보기만 할 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방주헌도 팔짱을 낀 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때 로비 매니저가 다가와 허리를 살짝 굽히며 물었다.“대표님, 저 아가씨… 기절하신 것 같은데요?”“나도 보여.”“이대로 두기보다는, 일단 일으켜 상태를 확인하는 게 어떨까요?”그러자 육강민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내한테서 의학 관련해서 조금 배운 게 있어. 왜 쓰러진 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움직이거나 옮기면 위험해.”그는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여기 있는 사람들, 의료진 아니잖아. 잘못 건드렸다가 2차 손상 생기면 누가 책임질 거야? 괜히 옮겼다가 문제 생기면, 감당할 수 있어?”잠시 뜸을 들이던 육강민이 덧붙였다.“게다가 정신 상태도 온전치 않아 보이니,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바닥에 누워 있던 여자는 그 말에 속이 뒤집혔다.저게 무슨 소리지? 이렇게까지 경계한다고? 그리고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아?여자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기절한 척하는 상황이라 반박도 못 했다.매니저는 미간을 찌푸렸다.대표님이 하시는 말씀은 묘하게 전문적이었다.반면 방주헌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육강민 이 인간… 오늘 왜 이러지? 이게 무슨 신박한 수작이야. 형수가 언제 이런 걸 가르쳤다고.’이대로라면 사람을 그냥 바닥에 눕혀둘 생각인 모양이다.“대표님, 그래도…” 매니저가 난처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이대로 두면, 손님들 보시기에 회사 이미지가 좀…”육강민이 눈썹을 찌푸렸다.“회사 이미지가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가?”“아, 그건 아닙니다!”“로비 CCTV는 정상 작동 중이지?”“네, 정상입니다.”“그럼 119 불러. 그리고 방금 상황 녹화 영상 따로 확보해 두고.”그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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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나도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모르겠어.”“형만 기억난다고 했잖아.” 방주헌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형, 설마 어디서 사고 친 거 아니야? 근데 얼굴이 형수랑 너무 닮아서 나 진짜 순간 벙졌잖아. 형은 그 얼굴을 보고 무슨 느낌이었어?”“불쾌해. 역겨워서 토 나올 거 같아.”사람 얼굴이 비슷할 수야 있지만, 이 ‘정지연’이라는 여자는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아내와 닮은 얼굴을 하고 눈앞에서 계속 얼쩡거리는 자체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어쩌다 엮인 거야?” 방주헌이 물었다.“내 차를 들이받았어.”“그래서?”“차는 멀쩡해.”방주헌은 어이가 없었다.‘차 상태를 묻는 게 아니잖아!’“아까 쓰러질 때, 당연히 잡아줄 줄 알았는데 반응 진짜 빠르던데?”육강민은 피식 웃었다.회사까지 찾아온 시점에서 이미 이상했다.조금만 방심했더라면 그 정체불명의 여자와 얽혀버렸을 것이다.그는 육지성에게 전화를 걸어, ‘정지연’이라는 여자를 조사해 보라고 했다.사진을 본 육지성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성세 로비에서 있었던 일은 회사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라 감히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은 없어 서은주는 아무것도 모른 채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양홍철이 그녀 이름으로 여러 자선 활동을 해온 덕에 서은주는 초청을 받아 고아원을 찾았다.휠체어를 탄 여자아이가 그녀를 안내하며 이곳저곳을 보여주었다.그날은 육민찬도 함께였다.활달한 성격 때문에 육민찬은 금세 아이들과 어울려 뛰어놀았다.서은주 역시 봉사활동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한 아이를 안고 있던 그녀는 시야에 양홍철이 들어왔다.결혼식에도 오지 않았던 양홍철이다.서은주도 그가 왜 참석하지 않았는지, 짐작하고 있었다.“신혼여행 다녀왔다고 들었다.”양홍철은 그녀 앞에만 서면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얼굴이 좋아 보여. 남편이 잘해주나 보구나.”“네.”서은주는 그를 찬찬히 바라봤다.“안색이 별로 좋아 보이진 않네요.”양홍철의 얼굴빛은 창백했고 피곤이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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