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601 - Chapter 610

628 Chapters

제601화

그날, 육지성은 차를 가지러 먼저 나갔다.육강민이 막 룸을 나서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 남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뭐 하시는 거예요? 오지 마세요.”여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오빠가 좀 예뻐해 주려는 건데 왜 이렇게 겁먹은 거야?”남자는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계속 이러시면 소리 지를 거예요!”“이따가 오빠가 천국이 뭔지 제대로 느끼게 해줄 테니, 그때 마음껏 질러.”술에 취한 남자가 여자를 희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육강민은 이런 상황을 혐오했다.하지만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모퉁이에서 한 여자가 급하게 튀어나와 육강민 바로 앞에까지 달려왔다. 그러고는 그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매달렸다.“저, 저기요… 살려주세요!”여자는 옷차림이 흐트러져 있었고, 어깨가 훤히 드러나 가슴이 희미하게 비쳐 보였다.헝클어진 머리와 눈물에 젖은 얼굴의 그녀는 이내 눈앞의 사람을 알아보고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한 표정이었다.“대, 대표님?”육강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얼굴을 확인했다.정지연이었다.뒤늦게 쫓아 나온 취객은 사람이 있는 걸 보고 겁을 먹은 듯, 그대로 돌아서 도망쳤다.“대표님…”정지연은 눈가를 붉히며 한껏 억울한 얼굴로 그의 품에 안기려 했다.하지만 육강민은 자신의 옷을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단번에 떼어냈다.“대표님.”“남이 내 몸을 함부로 건드리는 거, 싫어합니다.”“그게…”잠시 멈칫하던 정지연이 말을 이었다.“여기서 뵐 줄은 몰랐어요. 너무 무서워서…”육강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그 시선은 사람을 꿰뚫어 보듯 날카로웠다.여자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옷깃을 여몄지만, 찢어진 옷은 드러난 몸을 완전히 가리지 못했고 가리려 할수록 오히려 더 유혹적이었다.“왜 그렇게 보세요…?”여자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혔다.육강민은 화제를 돌렸다.“뭐 생각나는 거라도 있습니까?”“아니요.”“예고 같은 데 가서 한 번 알아봐요.”“…그게 무슨 뜻이죠?”여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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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교통사고가 난 지도 이미 한참 지났다.그녀가 계속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육강민은 그저 우연이라고 넘겼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여자는 또다시 나타났다.성세 그룹까지 찾아오고, 희롱을 당할 뻔한 순간, 공교롭게도 육강민과 마주쳤다.세상에 우연은 있을 수 있다.하지만 우연이 지나치게 겹치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라고 할 수 없었다.이 여자는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하고 있다.그의 과거를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자주 들르는 미팅 장소까지 꿰고 있다면, 아마 예전부터 알던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육강민이 집에 돌아왔을 때, 서은주는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있었다.육수린은 막 졸음이 오던 참이었는데, 아빠를 보자마자 금세 눈이 반짝이더니 작은 손을 흔들며 안아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낮에 잠을 많이 잔 탓인지, 밤이 되면 유난히 더 보챘다. 아빠를 워낙 좋아해서, 늘 육강민의 품에 안기려 했고, 서은주는 예전엔 그 모습이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자신이 고생해서 낳은 아이인데, 정작 아빠만 찾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아이가 아빠에게 붙어 있으면 그녀는 편하게 쉴 수 있었으니까.아이를 재운 뒤, 육강민은 방으로 돌아왔다.서은주는 막 샤워를 마치고 머리까지 말린 상태였다.뒤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귓가를 지분거리기 시작했다.“그만 좀 해요, 간지럽다고요.”서은주는 몸을 피하려 했지만, 육강민이 허리를 감아 다시 품 안에 가뒀고, 그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어디가? 내가 긁어줄게.”“내일 리정이랑 같이 공부하기로 해서 일찍 자야 해요.”두 사람은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기로 약속해 둔 상태였다.“그래, 자자.”그의 뜨겁게 달아오른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로 떨어졌다.피부에 스치는 뜨거운 감각에 그녀의 몸은 힘이 풀려버리다가 다시 가늘게 떨리기를 반복했다.일부러 건드리는 걸 알면서도 서은주는 버텨낼 수가 없었다.온몸의 신경이 하나씩 무너져 내리는 느낌에 시야는 점점 흐릿해졌고, 오직 육강민의 얼굴만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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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눈에 들어온 기사 제목은 ‘미인의 눈물에 육강민 대표, 다정한 위로를 건네.’그리고 사진 한 장이 함께 붙어 있었다.육강민과 한 여자가 마주 서 있었다.여자가 그의 옷을 움켜쥐고 있었는데, 촬영 각도 때문인지 둘 사이가 꽤나 친밀해 보였다.무엇보다 선명하게 찍힌 그 여자는 서은주와 너무도 닮은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그 순간, 서은주는 단번에 과거로 끌려갔다.양이나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거세게 되살아났다.‘그 여자를 선택한 이유, 결국 그 눈 때문 아니에요?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의 대체품이라는 거 알고는 있을까요? 오빠가 그 여자를 눈여겨본 것도, 그 눈이 오빠 마음속 그 사람이랑 닮아서잖아요!’그 후, 그녀와 육강민은 참 많은 일들을 겪었고 ‘눈’, ‘대체품’과 같은 단어들은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덮어두게 되었다.이 일에 대해, 강정한도 서은주와 얘기 한 적이 있었다.어떤 것들은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게 나을 때도 있다고 강정한이 말했다.중요한 건 육강민 마음속에 그 사람이 도대체 누구냔 말이다.이 여자의 등장으로 겨우 가라 앉았던 감정들이 다시 북받쳤다.1년 전 이맘때, 서은주는 양이나를 통해 ‘눈’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알게 되었다.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는 것만 같아 목이 바짝 말라왔다.“은주야?”손리정이 그녀 옆으로 와 앉았다.“요즘 지성 씨도 다시 출근해서 계속 대표님 옆에 붙어 있잖아. 기사에서처럼 그런 일은 아닐 거야.”“알아.”서은주는 한때 시력을 잃었었고, 육강민은 정체를 숨겨가며 그녀 곁을 지켰다.육강민이 그녀와 함께하는 이유가 꼭 이 눈동자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서은주도 믿고 있었다. 다시 함께하게 한 뒤로 두 사람은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다.그런데 사진 속 여자의 모습을 본 순간, 그녀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육강민이었다. 서은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비상구로 향했다.“여보세요?”“기사 봤어?”“네.”“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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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도서관 근처 카페.서은주 일행이 자리에 앉자마자, 주변의 시선이 단번에 쏠렸다.재벌가 스캔들은 누구나 좋아하는 이야기다.게다가 한 달 전, 육씨 가문의 성대한 결혼식은 아직도 사람들 기억에 선명했다.설마 결혼하자마자, 육강민이 바람이라도 난 건가?이렇게 직접 찾아올 정도면, 보통 여자는 아닐 게 분명했다.지금 그 여자를 무시해 버린다면, 다음엔 집에까지 찾아올지도 모른다. “뭐 마실래요?”서은주가 맞은편 여자를 훑어보며 물었다.“물이면 됩니다.”정지연은 옅게 웃었다.가느다란 몸매는 바람만 스쳐도 쓰러질 듯했다.외모는 서은주와 닮아 있었지만 한껏 위축된 어깨에 시선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그 모습이 서은주는 너무 웃겼다.찾아올 배짱은 있으면서, 정작 눈도 못 마주치는 것은 너무 모순적이었다.게다가 정지연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묘하게 어색했다.얼굴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움직임도 너무 뻣뻣했다.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까지 들었다.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서은주 옆에 앉은 손리정은 육지성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임신한 뒤로, 육지성은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에게 연락을 보내며 몸 상태를 확인하곤 했다.[난 컨디션 괜찮은데, 은주는 좀 별로일 것 같아요.]육지성:[왜?][당신 대표님이 사고 쳤잖아요. 방금 기사 뜬 것도 모자라 그 여자가 은주까지 찾아왔어요.]육지성:[대표님은 절대 바람 같은 거 안 피운다고 꼭 전해줘. 내가 매일 붙어 다녀서 대표님이 하루에 화장실 몇 번 가는지, 안에서 얼마나 있는지도 다 안다니까.]육지성은 육강민이 서은주에게 설명을 마친 줄도 모르고 괜한 오해가 생길까 봐, 급히 해명부터 늘어놓았다.[지금 어디야? 위치 찍어줘.]손리정은 위치를 보내고, 그 메시지를 서은주에게 보여줬다.서은주는 담담히 웃었다.잠시 후, 직원이 마실 것을 올리자, 맞은편에 앉은 정지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저는 정지연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뵙게 돼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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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정지연의 얼굴빛은 점점 어두워졌다.문제는 서은주가 콕 집어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 반박할 수도 없고, 화를 낼 수도 없어 그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수밖에 없었다.손리정은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은주야, 네가 말한 ‘꽃 꺾기’가 이거야?’청순한 척하던 여린 꽃이 이미 버티질 못하고 있었다.서은주는 미소를 띤 채 맞은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정지연 씨,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닐 거예요. 그렇죠?”정지연은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서은주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칼날처럼 무자비했다.그때, 직원이 다가왔다.서은주의 커피가 비어 있는 걸 보고 리필을 권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손리정은 웃으며 정지연을 바라봤다.“정지연 씨, 왜 물도 안 드세요? 혹시 맹물은 입에 안 맞으시나요?”정지연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컵에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아니요, 그냥 목이 안 말라서요.”손리정은 곧장 직원을 향해 말했다.“이분은 여기 시그니처 메뉴 불나방 밀크티로 바꿔주세요. 날씨도 추워서 밀크티가 몸에 좋거든요. 뭔가 어울리는 부분도 있고.”정지연은 어색하게 웃었다.불나방 밀크티?차라리 대놓고 불나방이라 하든가!서은주도 마음에 안 들지만, 그 친구라는 사람도 만만치 않았다.“사실, 제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기억이 많이 흐릿해요.”“차로 친 건 대표님이지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는 건 알아요.”서은주는 아무 말 없이, 그녀가 이어 말하도록 두었다.“기억은 잃었지만… 왠지 모르게, 저랑 대표님 만난 적 있는 것 같아요.” 손리정이 코웃음을 쳤다.“설마 전생에 만났다고 하시려는 건 아니죠?”별 헛소리를 다 하고 있었다. 기억상실도 충분히 막장인데, 특정 인물만 기억난다는 것은 본인 인생에서 엄청 중요한 존재라는 말을 은근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육강민과 어떤 관계라도 있다는 듯한 뉘앙스, 비전문가는 넘어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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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서은주의 시선 아래, 정지연의 몸은 눈에 띄게 굳어 있었다.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동작까지 튀어나오고 말았다.이 여자 이름은 정지연이지만, 외모도, 목소리도 양이나는 아니었다.심지어 헤어스타일도 완전히 달랐다.오직 키만 비슷할 뿐.하지만 결정적인 건 말투였다.‘눈’, ‘대체품’과 같은 단어는 양이나가 서은주에게 꺼낸 적 있는 말이었다.지금 눈앞의 여자가 주는 이 묘한 익숙함은, 바로 양이나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정지연은 어색하게 웃었다.“사모님, 무슨 농담을 하시는 거예요? 제가 양이나랑 닮았다니요? 말도 안 되죠. 저는 오히려 사모님과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데요. 게다가 그런 여자와 같은 부류로 보시는 건 좀 아니죠.”정지연의 무릎 위에 올린 손이 허벅지를 세게 움켜쥐었다.통증으로라도 정신을 붙잡으려는 듯했다. ‘침착해야 해!’서은주 페이스에 말려들면 끝이다.양이나는 이미 평판이 완전히 망가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손리정도 서은주가 갑자기 양이나를 언급한 게 의아했다.양이나와는 직접적인 접점은 많지 않았던 손리정은 예전에 사인 몇 장 부탁한 게 전부였다.그런데 서은주는 눈앞에 이 여자가 양이나를 닮았다고 했다.서은주는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정지연 씨, 왜 이렇게까지 긴장해요? 저와 양이나는 이복자매라서 저랑 닮았다는 건 결국 그 사람과도 닮았다는 거 아니겠어요?”틀린 말은 아니었다.정지연은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그 사람 이미지가 워낙 안 좋아서… 엮이고 싶지 않아서요.”“그럴 수 있겠네요.”서은주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더 할 말 없으면, 저희는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책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눈앞에 앉은 이 여자가 양이나와 분명 관련이 있다는 걸 확신했기에 더 상대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정지연이 급히 일어서더니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대표님께서 저를 도와주셔서 사모님께 점심이라도 대접하고 싶습니다.”“괜찮아요. 마음만 받을게요.”“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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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책을 안은 서은주는 정지연이란 여자가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이 옷이 어떻게 그녀 손에 들어갔는지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육강민의 옷이 저 여자 손에 들려 있다는 사실과 이미 퍼진 사진까지 더해지면 그것만으로도 연예부 기자들이 길게 써 내려갈 기사 한 편은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두 사람이 아무 관계가 아니어도 있어 보이게끔 만들기 딱 좋았다.“사모님께서 이 옷을 이사님께 대신 전해주시겠어요?”정지연이 미소를 지으며 옷을 내밀었다.서은주는 양손에 책을 들고 있어 받을 수 없었고, 무엇보다 이미 그녀 손을 거친 옷이라 받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옷은 필요 없어요.”서은주는 단호하게 말했다.“사모님, 혹시 화나신 거 아니죠? 그냥 옷일 뿐이고 저랑 대표님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밤새 깨끗하게 세탁해 둔 겁니다.”정지연은 억지로 옷을 그녀에게 쥐여주려 했다.“지금 뭐 하세요? 필요 없다잖아요.”손리정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여자,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서은주는 책을 들고 있어 손이 자유롭지 않았고, 정지연은 그녀 팔을 붙잡은 채 억지로 옷을 밀어 넣으려 했다.서로 밀고 당기는 사이, 손리정이 나서려는데 정지연의 몸이 휘청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그리고 의식을 잃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카페 안이 술렁였다.“어머, 갑자기 쓰러진 거야?”“몰라… 사모님이 밀친 거 아냐?”“그래도 바로 기절까지 한다고? 너무 연약한 거 아니야?”주위의 수군거림이 점점 커졌지만, 서은주는 그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일전에 육강민은 이 여자가 성세 로비에서도 한 번 쓰러진 적이 있다고 했다.그땐 그러려니 했는데, 같은 수를 쓸 줄은 몰랐다.이건 서은주를 걸고 넘어지겠다는 것이다.조잡한 수법이었지만,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주변 사람들의 눈빛이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남편의 옷이 다른 여자 손에 있다면 누구라도 기분이 상할 상황. 서은주가 충분히 화를 낼 법 하다고 여겨졌다.당황한 카페 직원은 119에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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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사람들은 그 장면에 얼어붙었고 말릴 틈도 없이 손리정의 반대편 손이 다시 들렸고 또 한 번 날카로운 소리가 터졌다.정지연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깨어났네요.”손리정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119 부를 필요 없겠어요.”정지연은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지금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저 미친년의 얼굴을 긁어버리고 싶었지만, 그저 뺨을 감싼 채, 억지로라도 연약한 척해야 했다.“저… 제가 왜...”“기절하셨길래, 제가 응급처치 한 거예요.”손리정은 태연하게 말했다.정지연은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뺨을 후려치는 것이 응급처치라고?뺨이 얼얼했고, 눈앞이 번쩍거렸다. 귀에서는 윙윙 소리까지 울렸다.뺨을 감싼 채 겨우 몸을 일으키던 정지연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미친년! 네가 뭔데 나를 쳐? 반드시 이대로 갚아줄게!’이 얼굴에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데, 그녀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것에 손리정이 손을 댄 것이다.“별말씀을요. 전 의대생이라 사람 살리는 게 본업이에요. 근데 정지연 씨, 좀 심각하네요. 누가 밀친 것도 아니고, 머리를 부딪힌 것도 아닌데 갑자기 쓰러지시다니. 주변 사람들 다 놀라잖아요.”손리정은 몇 마디로 서은주를 상황에서 깔끔하게 빼냈다.“아마 교통사고 후유증 같아요. 가끔 머리가 좀 아픈 것 같기도 하고…”정지연은 맞은 뺨이 화끈거려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손리정은 서은주처럼 참고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사실 입을 여는 순간부터 몇 대 때려주고 싶었기에 뺨을 때리고 나니 그나마 좀 속이 풀렸다.“그럼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조용히 계셔야죠. 그러다 또 쓰러지면, 괜히 주변 사람들만 곤란해져요.”그 말에,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정지연의 얼굴은 더 굳어졌지만, 이를 악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바닥에 떨어졌던 옷을 주워 먼지를 털어낸 뒤, 다시 서은주에게 내밀었다.“사모님… 이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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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무, 무슨 말씀이세요?”“무슨 의도로 내가 이미 쓰레기통에 버린 옷을 다시 주워 온 겁니까?”쓰레기통?상황을 모르던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봤다.기사에는 눈물 흘리는 미인에게 육강민이 다정하게 위로를 건넸다고 했기에 대부분은 당연히 그가 겉옷을 그녀에게 벗어줬다고 생각했다. 설마 그것이 버려진 옷일 거라고는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게…”육강민이 등장한 순간부터, 정지연은 둘 사이를 망가뜨리려 했던 자신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는 걸 직감했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지?“말하세요. 설명 기다리고 있습니다.”육강민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압도적인 기세에 주변 사람들까지 순간 움찔했다.“옷은 제가 버렸습니다. 호텔 입구였고, 주변에 CCTV에도 찍혔을 텐데 부인하시겠습니까?”육지성이 덧붙였다.정지연은 입술을 깨물었다.“그게 아니라… 워낙 비싸 보여서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것 같아서요. 사모님께 우리 사이도 설명 드릴 겸, 겸사겸사 가져온 거예요.”“우리 사이에 굳이 설명해야 할 무언가가 있었습니까?”육강민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애매하게 말하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아, 아니… 그런 건 없어요.”“없으면 ‘우리’라는 표현도 쓰지 마세요. 나와 그쪽은 애초에 ‘우리’였던 적이 없습니다.”육강민은 한 문장으로 둘 사이를 단칼에 정리해 버렸다.아직도 눈가가 붉게 젖어 있는 정지연은 여전히 가련하고 연약한 눈을 하고 있었다.“도와주셨잖아요… 저는 사모님이 오해하실까 봐…”손리정이 헛기침을 두 번 하더니, 창밖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이대로 계속 있다간 영화 한 편 찍겠어.”서은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밥 먹으러 가자.”육강민은 담담하게 말했다.자신이 버린 옷이 이런 식으로 이용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한 손에 책을 들고, 다른 손은 서은주의 손을 잡은 채 그대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손리정과 육지성도 고장 뒤를 따랐다.“오늘 몸은 좀 어때?”육지성이 조심스럽게 손리정을 부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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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의심되는 단서가 생겼기에 그날 오후 육지성은 바로 조사 결과를 육강민 앞에 가져왔다.“양홍철이 반달 전쯤에 양이나가 실종됐다고 이미 신고를 했습니다. 실종되기 전까지 여러 성형외과를 다녔는데, 일부는 자격증도 없는 미용실도 포함돼 있습니다. 돈도 꽤 쓴 걸로 보입니다.”자료를 훑어보던 육강민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성형 후 사진은?”“시술을 한 군데서 한 게 아니라서 사진은 없습니다.”“양홍철과 약속 잡아.”“알겠습니다.”*한편, 서은주는 점심을 먹고 손리정과 도서관에서 두세 시간 정도 공부를 더 한 뒤, 짐을 챙겨 육민찬을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향했다.“은주야.”손리정이 도서관을 나서며 물었다.“너 진짜 괜찮아?”“안 괜찮을 건 뭔데?”“카페에서 정지연이 육강민이랑 어릴 때 만난 적 있다고 했을 때, 너 좀 이상했어.”솔직하고 털털한 손리정은 마음에 담아둔 말을 숨기긴 힘들었다.그때 서은주는 잘 감추고 있긴 했지만, 오래된 절친은 금세 이상함을 눈치챘고, 계속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그냥 좀 놀라서 그랬어. 너는 나 걱정 말고, 지금은 네 몸부터 잘 챙겨.”서은주는 아직 티도 안 나는 그녀의 배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양이나는 오랫동안 육강민을 좋아해 왔다.그렇다면 분명 뭔가는 알고 있을 것이다.서은주가 아무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강정한이 예전에 했던 말처럼 육강민에게 소중한 사람은 오직 서은주뿐이라고 했다.만약 그녀가 ‘눈’이나 ‘대체품’이라는 말이 계속 신경 쓰였다면 육강민과 다시 시작하지도 않았고 아이 때문에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지도 않았다.마음에 응어리가 남은 채로는 진짜로 상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인생은 길고, 억지로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이 문제는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었지만, 예전처럼 세상이 무너질 것 같지는 않았다.육민찬을 픽업해 집에 돌아오니, 연주는 이미 와 있었다.이 시간에 보는 건 드문 일이었다.거기에 육남혁까지 있었다.“쌤!”책가방을 멘 육민찬이 신나서 달려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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