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남혁은 형언하기 힘든 씁쓸함을 삼켰다.둔탁하게 짓눌리는 통증이 가슴 깊숙이 번졌다.먼저 마음을 준 건 연주였다.하지만 결국 헤어나오지 못할 만큼 깊이 빠진 건, 그 자신이었다.연주는 그보다도 냉정했다.연주가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하자, 한주미도 더 이상 억지로 민찬이 과외를 부탁할 수는 없었다.대신 시간 나면 아이와 자주 놀러 오라고 말했고, 연주는 떠나기 전, 준비해 온 선물을 육씨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나눠주었다.그리고 육남혁에게도 건넸다.“이건 교수님 거예요.”‘교수님’, 지극히 예의 바르지만, 그만큼 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이었다.“고마워요.”“행복하시길 바래요.”그 한마디가, 가슴을 깊게 후벼 팠다.육남혁은 선물을 쥔 채 씁쓸하게 웃었다.그녀 없이 행복을 논할 수는 없었다.자신은 그녀를 마음에 깊이 품고 있는데, 그녀는 그의 마음을 짓밟고 떠나려 한다. 기다린 세월이, 결국은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셈이다.떠나기 전, 연우진은 머뭇거리다가 육남혁에게 다가왔다.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걸, 어린아이도 느끼고 있었다.“아저씨… 안녕히 계세요.”“그래, 잘 가.”육남혁은 아이의 모자를 가지런히 고쳐주었다.“아저씨 안아봐도 돼요?”육남혁은 잠시 멈칫하다가, 몸을 숙여 아이를 가볍게 안아주었다.작은 팔이 조심스럽게 그의 목을 감쌌다.“아저씨, 저 사실 아저씨 좋아요.”“나도 너 좋아.”연주는 시선을 돌렸다.눈꼬리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은주도 묘한 감정을 느꼈다.차에 오른 연우진은, 평소의 쿨한 모습과는 달리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본 연주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눈물이 앞을 막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눈물을 훔치고 백미러를 보니, 육씨 저택은 점점 멀어지다가 끝내 시야에서 사라졌다.그제야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우진아, 뭐 먹고 싶어? 오늘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까?”“엄마…”눈이 빨개진 아이가 되물었다.“우리… 이제 아저씨 못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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