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711 - Chapter 720

767 Chapters

제711화

사무실.여학생은 연분홍 모직 코트를 입고 있었다.머리를 하나로 묶고 작은 리본까지 하고 있어 예쁘고 풋풋했다.이미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육남혁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수줍음이 가득했다.“교수님, 저… 저기…”목소리마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아들 손을 잡고 문 옆에 숨어 있던 연주는 안쪽 상황이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무슨 상황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처음 육남혁을 알게 됐을 때부터 그는 수많은 소녀팬들을 거느리고 있었다.눈썹을 살짝 들어 올려 앞에 선 여학생을 바라보던 육남혁은 금세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대학원생이 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괜한 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공부에만 집중해.”여학생도 그 뜻은 알아들었다.그래도 포기 못 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교수님 때문에 대학원까지 온 거예요. 교수님이 받아주지 않을 거란 건 알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고 있다는 것만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이건 교수님 드리려고 산 거예요. 받아주세요.”연주는 아들의 손을 끌고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벌컥 열리고 여학생이 눈시울 붉힌 채 뛰쳐나왔다.두 사람 옆을 스쳐 지나가다 연우진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연주와도 눈이 마주쳤다.여학생은 여전히 눈물만 흘리며 뛰어가 버렸다.“향주 누나네.”연우진이 중얼거렸다.실험실에 자주 오니 당연히 아는 얼굴이었다.“향주…”연주가 작게 이름을 되뇌었다.하… 또 한 명이 저 남자 때문에 상처받았구나.연주가 노크하고 육남혁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육남혁도 살짝 놀란 눈치였다.“아저씨, 밥 먹었어요?”연우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에게 다가가 몸을 기대며 웃었다.“아직.”“엄마가 굳이 도시락 갖다주겠다고 해서요. 전 엄마 혼자 밤길 위험할까 봐 어쩔 수 없이 따라온 거고요.”이 녀석 언제부터 이렇게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던 거지?육남혁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연주를 한번 훑어보고는 도시락을 열어 식사를 시작했다.할 말이 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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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게시글이 올라오자, 학교 커뮤니티가 그대로 뒤집혔다.학생들은 도대체 누가 고고한 교수님의 마음을 꺾었는지,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실험에 참여 중인 학생들은 향주가 육남혁을 좋아하는 것도, 오늘 고백하기로 한 것도 다 알고 있었기에 곧장 둘을 연결 짓는 댓글이 달렸다.[아마 경대 여신이겠지.][학교 공식 여신이니, 교수님도 반할 만하지.][축하 축하!][우리 학교 사제 연애 금지 아니었나?][명확한 금지령은 없잖아.]*학교 게시판은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지만, 연주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아까 그 여학생이 육남혁에게 고백하던 장면만 계속 떠올리고 있었다.원래도 그 남자 주변엔 꽃들이 끊이지 않았다.자신이 곁에 없었던 시간 동안, 마음을 표현했던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연주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생각하지 말자.애써 주의를 돌리려고 휴대폰을 켰고 쇼핑 앱에서 가습기를 검색했다.경성 겨울은 너무 건조했고, 최근 업무가 많아 목을 혹사했더니 목소리까지 조금 쉬어 있었다.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연주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문가에 선 육남혁은 급히 걸어온 듯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고, 품에는 안개꽃으로 장식된 붉은 장미꽃들이 안겨 있었다.강렬하고도 눈부셨다.가슴 한가운데가 이유 없이 크게 흔들리며, 숨결마저 가볍게 어긋났다.놀란 토끼 눈을 한 연우진은 입을 틀어막으며 몰래 엄마의 반응을 살폈다. 육남혁이 꽃을 안고 천천히 다가왔다.“선물이야.”연주는 멍했다.반응할 새도 없이 장미는 이미 그녀 품에 안겼다.붉은 화사함이 그녀를 더 빛나게 했다.그때 연우진이 눈치 있게 벌떡 일어났다.“아저씨, 저는 밖에서 기다릴게요.”폴짝폴짝 뛰어나가던 연우진은 문 닫아주는 센스까지 발휘했다.딸이 엄마의 살뜰한 효도템이라는 말이 꼭 맞는 건 아니었다.연우진의 얼굴에는 ‘딸보다 내가 훨씬 센스 있지’하는 자부심까지 가득했다.꽃을 품에 안은 연주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오히려 육남혁이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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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다만 어디까지나 교내에서만 도는 이야기였다. 향주는 고백도 거절당해 상처받은 상태였는데 동기들이 드디어 교수님 마음 잡은 거냐는 말들이 쏟아질수록, 향주에게는 모욕만 더 해질 뿐이었다.그런데 육남혁이 장미를 샀다는 말이 퍼지며 자연스레 꽃의 주인이 어쩌면 자신일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하지만 나중에서야 그녀가 아니란 걸 알게 된 주변에서는 은근히 그녀를 비웃기 시작했다.젊고 예쁜 얼굴, 늘씬한 몸매, 학벌까지 다 갖춘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 쳐도 왜 하필 애 딸린 과부냔 말이다.향주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됐다.육씨 가문이라면 어릴 때부터 명문가 아가씨들을 수도 없이 봤을 테고, 눈이 높은 것도 이해는 갔다.차일 것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하지만 왜 하필 애 있는 여자냐고!명문가 자제라면 인정한다.그러나 과부한테 졌다는 사실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생각해 보니, 아이를 교수님에게 맡기곤 했다.어쩌면 아이마저 교수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결혼한 여자들은 성숙하고 노련하다고 했다.분명 남자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한 번 결혼도 해본 여자니까, 침대에서 온갖 교태를 부릴 것이다.그런데 육씨 가문은 일반 명문가가 아니다. 이런 저급한 며느리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 가족들을 끌어들인다면 아주 흥미로운 그림들이 연출될지도 모른다.*같은 시간 교태를 부리고 있는 자는 연주가 아니라, 육남혁이었다.셋은 집에 도착했고, 육남혁은 연우진과 함께 씻으러 들어갔다.욕실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육남혁이 들어온 뒤부터 연우진은 부쩍 응석이 늘었다.원래 옷 입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씻는 것도 혼자서 척척하던 애가 이젠 씻는 것까지 육남혁 손을 타야 했다.그런데도 육남혁은 너무 당연하게 받아줬다.둘은 몰래 소곤소곤 비밀 얘기까지 자주 했다.그 모습을 보는 연주 마음은 복잡했다.연주는 꽃다발 포장지를 벗기고 줄기 끝을 다듬어 조심조심 물병에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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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코피라고?연주는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은 더 빠르게 뛰더니, 코끝을 타고 끈적한 액체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설마 싶어 급히 손으로 만져 보니, 정말 피였다. 허둥지둥 휴지로 닦아내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뒤로 젖히려는데, 뒤통수에 따뜻한 손길이 닿았다.육남혁의 손이었다. 그녀의 뒤통수를 받치며 낮게 말했다.“뒤로 젖히면 안 돼. 피가 목으로 넘어가 기도 막힐 수도 있어. 코 누르고 압박해야 해.”연주는 머릿속이 웅웅 울려서 육남혁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랐다.코를 누른 채 급히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씻었다.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티슈를 뽑아 코를 닦아냈다.“됐어?”육남혁은 욕실 앞에 서 있었다.연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민망했다. 멀쩡하다 갑자기 코피라니, 창피해 죽을 지경이었다.“어디 봐.”그가 다가와 그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살폈다.둘의 시선이 부딪혔다.안경을 벗은 그의 눈은 평소보다 훨씬 깊고 짙었다.그의 손끝이 그녀 뺨을 스쳤다.“다 봤던 건데, 코피까지 흘린 거야?”그에게 얼굴이 붙잡혀 꼼짝할 수 없었던 연주가 버럭했다.“당신 때문 아니거든요. 경성이 너무 건조해서 그래요.”“그래?”위험하게 깔린 목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뒤흔들었다.“볼 게 뭐 있다고.”연주는 그의 손을 떼어내고 욕실을 나가려 했지만, 육남혁이 문을 막은 채로 물러서지 않았다.그렇게 연주는 좁은 공간에 갇혀버렸다.“뭐 하는 거예요?”“볼 게 없어?”안경 벗은 육남혁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마치 족쇄를 벗은 맹수처럼 위험한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었다.“외국에서 더 좋은 거 많이 봤나?”육남혁은 그녀를 집요하게 응시했다.연주는 더 상대하고 싶지 않아 그를 밀치고 나가려 했지만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욕실 문이 닫히고 그녀의 등이 문에 닿았다.다음 순간, 뜨겁고 거친 입맞춤이 아무런 예고 없이 쏟아졌다.강압적이고 집요하게,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들어왔다.입술이 얽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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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육남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썩 만족스러운 답은 아닌 모양이다.이내 고개를 숙여 다시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몸이 바짝 맞닿고 숨결이 얽혔다.비좁은 공간의 공기마저 후끈 달아오른 듯했다.숨 쉴 때마다 너무 뜨거워서 연주의 시야는 조금씩 흐려졌다.그의 손끝이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렸다.스치는 자리마다 전기가 흐르듯 저릿저릿했다.그러다 그의 손끝이 뒤로 돌아가 예민한 곳을 건드리는 순간, 연주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순간 얼굴이 확 붉어졌다.문밖 아들이 들을까 겁이 났다.육남혁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봤다.다정했지만 동시에 집요한 그 눈빛이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는 것 같아, 그에게 속내까지 모조리 들켜버린 것 같았다. 어느새 문밖은 조용해졌다.“왜요.”연주가 얼굴을 돌리자, 육남혁은 웃으며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해 주며 말했다.“많이 말고.”연주는 많이 사랑한다고 했는데도 부족한가 싶었다.“내가 원하는 건, 너한텐 나뿐이라는 말이야.”그 몇 마디에 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육남혁이 먼저 욕실을 나왔다.거실엔 연우진이 내복 차림으로 귤 까먹으며 앉아 있다가 육남혁을 보고, 뒤이어 나온 엄마를 다시 살폈다.“얼른 들어가서 자야지.”연주가 아들을 재촉하자, 꼬마는 슬쩍 엄마의 귓가에 속삭였다.“엄마, 아까 안에서 아저씨랑 뭐 했어요?”“어른 일은 애들이 묻는 거 아냐.”“내가 나타나면 안 됐던 거예요? 내가 방해한 거예요?”“……”연주는 말문이 막혔다.그러자 연우진은 ‘역시 그런 거였구나.’하는 얼굴로 씩 웃어 보였다.*그날 밤 연주는 또 악몽을 꿨다.오빠와 부모님 꿈이었다.연우진은 엄마의 불안한 음성에 이불을 들추고 슬리퍼도 못 신고 황급히 옆방으로 뛰어나갔다.그런데 자신보다 먼저 와 있는 사람이 있었다.육남혁이었다.연주는 그의 옷자락을 꼭 붙잡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눈가엔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그 모습에 육남혁은 가슴이 칼로 베인 듯 저렸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 머리를 쓸어주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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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다음 날 저녁 육강민이 정말 가습기를 들고 찾아왔다.그것도 직접.그런데 연주가 더 놀란 건, 서은주와 육민찬, 그리고 한주미까지 함께 왔다는 사실이었다.하필 육남혁은 학교에 가고 없었다.“뭐해, 얼른 가습기 안으로 들여놔.”한주미가 기사에게 지시했다.가습기뿐 아니라 보양식, 우유, 아이가 좋아할 만한 간식까지 한가득 들고 왔다.“교수님은 학교에 계실 거예요.”연주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한주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육남혁이 있었으면 한주미는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다.교수님?같이 살고 있는데 거리감 느껴지는 호칭에 한주미는 한숨부터 나왔다.답답한 놈!아이들은 방에서 놀고, 한주미는 집을 둘러봤다. 크진 않지만 따뜻하고 아늑하게 정돈된 공간이었다.한주미는 연주가 따라준 차를 마시며 연주를 빤히 바라봤다.육민찬 과외 선생으로 볼 때와 예비 며느리로 보는 시선은 다른 법이었다.연주는 괜히 몸 둘 바를 몰랐다.옆에 앉은 서은주는 고개 숙인 채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어젯밤 육남혁이 전화했을 때, 서은주는 바로 옆에서 두 사람 대화를 죄다 들었고, 둘 사이 진척이 궁금해 가습기 핑계로 방문한 것이다.육민찬은 연우진 보러 가고 싶다고 졸랐고, 그 얘기가 한주미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어 결국 가습기 때문에 육씨 집안 네 식구가 총출동했던 것이다.컵을 들고 있는 연주는 너무나 노골적인 시선 세례를 받고 있어 민망함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그때 한주미가 헛기침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저 잠깐 들러 보기 위함이었기에 슬슬 가려던 참이었다.“남혁이가 잘못했다 싶으면 바로 쫓아내. 절대 봐주지 말고.”연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창밖이 어둑해진 걸 보고 예의상 한마디 건넸다.“시간도 늦었는데 식사라도 하고 가실래요?”한국식 빈말이었다.그런데 한주미가 활짝 웃었다.“그래도 돼?”연주는 순간 멈칫했다.그 모습에 서은주는 웃음 터질 뻔했다.큰아들이 연주네로 들어가 산다고 한 뒤로 한주미는 입 험한 큰아들이 여자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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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정월대보름 당일,연주는 일 때문에 바빴고, 육남혁은 연우진을 데리고 본가에 가 저녁을 먹었다. 식사 후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거실에 둘러앉아 과일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그러다 뉴스에 연주의 모습이 비쳤다.국제 비즈니스 행사 현장이었는데 검은색 정장을 입고 외빈 뒤편에 서서 통역을 하고 있었다.예쁘면 카메라도 편애하는 법이라 연주를 많이 잡아줬다.박명숙이 감탄했다.“우리 연주 참 대단하구나. TV에도 나오고.”한주미는 큰아들을 힐끗 봤다.“남혁아, 연주네 들어가 산 지도 꽤 됐는데 진전은 좀 있니?”육남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아니요.”한주미는 답답해 죽겠다는 얼굴로 남편을 흘겨봤다.“당신이 낳은 것 좀 봐요. 평소 입만 살아서 나불대더니만, 정작 중요한 데선 영 맥을 못 추잖아요!”그러자 육진국이 느긋하게 정정했다.“여보, 내가 낳은 게 아니라 우리가 낳았지.”“당신!”늘 그렇듯 부부 싸움 기류가 흐르자, 서은주가 얼른 시어머니 곁으로 다가갔다.“이제 막 같이 살기 시작했잖아요. 이런 건 조급하다고 되는 게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 보시죠.”그제야 한주미가 흡족하게 웃었다.“역시 우리 은주가 말은 참 예쁘게 해. 내가 낳은 자식들이지만 어쩜 하나같이 속만 썩이는지 답이 없다니까.”괜히 불똥 튄 육강민만 어리둥절했다.아니, 형 얘기하던 거 아니었나? 왜 나까지 혼나는 거지?하지만, 그 일은 정말로 그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정월대보름 지나 어린이집도 다시 문을 열었다.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이, 연주는 갑자기 온라인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뉴스에 잠깐 잡힌 몇 초짜리 화면이 캡처돼 온라인에 퍼진 것이다.국제 행사에 동시통역으로 나설 정도면 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고, 예전에 강정한의 보석 브랜드 행사에서도 통역 맡았던 사진까지 찾아냈다.훌륭한 미모에 능력까지 뛰어나니, 네티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육남혁 연구실 학생들도 그제야 연우진 엄마가 정상급 동시통역사라는 걸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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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무슨 일인데 그렇게 허둥대?”육강민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육지성을 봤다.“오늘 아침 청소 아주머니가 후문 앞에서 이걸 발견했습니다.”육지성이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대표님 이름이 적혀 있어서 열어봤는데… 안에 이게 들어 있었습니다.”육강민이 봉투를 열자, 사진 몇 장이 툭 떨어졌다.그런데 전부 형, 육남혁과 연주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그 중 띄엄띄엄 연우진도 보였다.육남혁은 재계 인사도, 연예인도 아니다.사생활을 캐는 파파라치가 붙을 이유도 없고, 연주 역시 잠깐 화제였을 뿐이다.그럼, 이 사진은 누가 찍은 거지?상대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육강민은 불안해졌다.“누가 놓고 간 건지 알아냈고?”육지성이 고개를 저었다.육강민 미간 사이 주름이 깊게 패였다.대체 뭘 노리는 거지?연주가 겪었던 일을 떠올리자,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와 아이가 표적이 된 것이라 판단했다. 그는 즉시 육남혁에게 연락해 각별히 조심하라고 당부했다.“제대로 조사 부탁해.”낮게 깔린 육남혁 목소리는 단호했다.“알았어. 이미 지성이 파고 있는 중이야.”*연씨 가문 사건에 대해 형제는 오래전부터 단순 절도 사건이 아니라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고 보고 있었다.육남혁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까 더 불안했다.다행히 빨리 움직였던 육강민 쪽에서 촬영 기술이 허접해 흘려버린 흔적들을 찾아냈다.그날 바로 육지성이 단서를 확보했고, 용의자 정보를 육남혁 휴대폰으로 보냈다.육남혁은 자신을 이토록 불안에 떨게 했던 자가 자신의 학생이었다는 사실에 조금 어이가 없었다.*향주는 연구실에 불려 왔을 때부터 이미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손발을 어쩔 줄 몰라 했다.“교수님께서 저를 왜…”“기회 줄 테니까 네가 먼저 말해.”향주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저, 저는… 무슨 말씀인지…”육남혁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그럼, 이 사진은 알아보겠지?”육남혁은 사진들을 책상 위에 던졌다.순간 향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향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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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교수에게는 연구팀 구성원을 결정할 권한이 있었지만, 능력 있는 학생을 연구팀에서 제외시킨 일은 당연히 학생들 사이에서 말이 돌 수밖에 없었다.향주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석박사 통합 과정 직행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그런데 이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고작 사진 몇 장 찍은 게 전부였는데, 그 대가로 미래가 통째로 날아간 셈이었다.게다가 연주가 미혼모라는 건 사실 아닌가!그걸 말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온라인에서 연주를 향한 평가는 죄다 칭찬뿐이었다.예쁘다, 똑똑하다, 우아하다……반면 자신은 학교에서 고개도 들 수 없게 됐다.동기들은 왜 연구팀에서 쫓겨났는지 궁금해했고, 어떤 이들은 학술 비리가 있었던 거 아니냐, 아니면 육남혁을 유혹하려다 실패한 거 아니냐며 수군거렸다.온갖 추측과 험담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한 여자의 신상이 까발려질까 봐, 그녀의 인생을 희생시키는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향주는 육남혁을 좋아했고, 그 사람 때문에 2년을 악착같이 공부해 대학원까지 붙었다.겨우 그의 연구팀에 들어갔는데, 그는 너무도 쉽게 자신을 내쳤다.그녀의 마음도, 노력도, 희생도... 육남혁에겐 아무런 가치도 없는 걸까?*육남혁은 그래도 향주가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해 끝까지 모질게 굴진 않았다.하여 그저 구두 경고로만 마무리했다.일이 커져 기록이 남거나 학교 징계를 받으면, 이후 취업할 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며칠은 조용히 흘러갔다.그날 육남혁은 강의를 마치고 실험실로 돌아가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휴대폰은 사무실에 두고 와서 고작 몇 시간 사이, 인터넷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가장 먼저 소식을 접한 건 방주헌이었다.그는 어느 한 단톡방에 폭로 글 하나를 보게 됐다.[육남혁 교수와 미모의 통역사, 둘 사이에 숨겨진 사연]방주헌은 코웃음 쳤다.뭔 개소리야!하지만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링크를 눌러버렸다.거기에는 육남혁, 연주, 연우진이 함께 찍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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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아이의 친부가 육남혁인지는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었지만, 두 사람이 동거 중이라는 건 사실이었다. 육씨 가문의 장남이라는 신분을 고려하면, 그가 연예인은 아닐지라도 이런 사생활 스캔들은 경성 상류층을 발칵 뒤집기에 충분했다.만약 그 아이가 정말 육남혁의 아들이라면, 새해 첫 특종이었다.설령 아니라 해도, 아이가 있는 여인이 어떻게 육남혁과 동거까지 하고 있는 건지, 육씨 가문에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게다가 싱글맘을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까지 엄청난 화젯거리였다.어느 쪽으로 봐도, 이건 제대로 터진 대형 떡밥이었다.모두가 육씨 가문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던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육씨 본가에서 나온 차량이 병원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했고, 소문에 따르면 한주미가 건강 문제로 입원했다는 것이었다.기자와 누리꾼들은 곧장 추측을 쏟아냈다.[한주미 여사가 아들이 애 딸린 싱글맘이랑 얽혔다는 소식 듣고 충격받아 쓰러진 거 아님?][몰랐던 모양이네. 이제 볼만하겠다.][역시나, 명문가에서 애 있는 여자랑 결혼하는 걸 허락하겠냐고.][전엔 단아하고 예쁜 통역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수완도 보통 아니네. 어떻게 주제도 모르고 육씨 가문에 올라탈 생각을 한 거지?][예전에 강정한 쪽에서도 일했다며? 강정한과도 뭐 있었다던데.]한편, 해외에서 원자재를 구매하던 강정한은 난데없이 연신 재채기를 했다.*기자들은 감히 육씨 가문은 건드리지 못하고, 우르르 연주에게 몰려들었고 어디 있는지 수소문하며 쫓아다녔다.그 시각 연주는 아들을 픽업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오늘 선생님께 칭찬을 받아서 저녁에 맛있는 걸 해줄 생각을 하며 아들의 손을 잡고 막 나오고 있는데 멀리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연주 통역사님 맞으시죠?”연주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맞다, 저 사람이야!”“애도 있네, 진짜 여기 어린이집에 다니는 거였어!”연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카메라를 멘 기자들이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상황을 파악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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