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671 - Chapter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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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1화

육남혁은 연주에게 걸려 온 아이의 전화를 대신 받았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고, 아이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마치 통하기라도 한 듯, 그 일을 연주에게 숨겼다.반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연주는 그저 아이와 함께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한편, 민차가 클럽에서 강희진을 모함하려 한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며칠 사이, 경성에는 두 차례나 눈이 내렸다.그 사건 이후, 경찰은 경성 전역의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며칠간 기습 단속을 벌였다.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면서 금지 물품과 환각제 같은 것들도 상당량 적발됐다는 소문이 돌았다.이 일로 여러 권세가들도 연루되면서 경성 전체가 흉흉해졌다.그래서인지, 민차에 대한 원한도 깊어 갔다.이번 작전에는 경찰뿐 아니라 군 쪽 인력까지 투입됐다는 얘기도 있었다.하지만 자세한 내막은 외부에서 알 길은 없었다.강희진은 줄곧 연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남아, 식사라도 하며 사과하고 싶어 했지만, 연주는 개인적인 일이 있다며 계속 피했다.“연주 언니, 이제 나랑 겸상하지 않으려는 거면 어쩌지? 괜히 사건에 휘말렸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육씨 가문을 찾은 강희진이 한숨을 쉬며 서은주를 바라봤다.“그럴 리가요. 연주 선생님은 그런 분 아니에요.”서은주는 짐을 정리하며 말했다.“그런데 짐은 왜 싸고 있어? 어디 가?”“민찬이가 상 받아왔거든요. ‘전지전능 어린이’로 뽑혔다고, 저희한테 놀러 가야 한다고 졸라서요.”강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육민찬도 방학이겠구나 싶었다.“상 받았으니, 제대로 보상해야지.”“애들 다 하나씩 주는 거예요. 평만 다를 뿐이죠.”강희진이 웃음을 터뜨렸다.“어디로 갈 생각이야?”“스키장 갈까 생각 중이에요. 경성 외곽으로, 2박 3일.”“그럼, 수린이는?”“같이 가요.”“애 둘 데리고 나가면 고생 좀 하겠네.”“아주머니도 같이 가서 괜찮아요.”서은주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리정이도 같이 가고 싶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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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라미현은 몹시도 살갑게 대해주었다.방주헌이 강희진과 함께 들어서자, 얼굴 가득 웃음을 띤 채 계속해서 강희진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그 바람에 오히려 강희진 쪽이 더 쑥스러워졌다.“오늘은 내가 직접 요리할 거니까, 한번 맛 좀 봐.”라미현은 앞치마를 두른 채 주방으로 들어갔다.“어머님, 제가 도와드릴게요.”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던 강희진은 주방으로 들어가 일을 거들었다.평소 과묵한 편인 방석훈은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슬쩍 아들을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너는 얼굴 하나 빼고는 도무지 장점을 못 찾겠는데, 대체 너의 어떤 점이 좋아서 만나는 건지 알 수 없구나.”방주헌이 순간 멈칫했다.“제가 아버지 친아들이 맞긴 해요?”“네 엄마가 널 낳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지 않았으면, 솔직히 친자가 맞는지 의심했을 테지.”“……”“방주헌, 너도 강민이 형제나 이석이 좀 본받아라. 언제까지 그렇게 건들건들 살 거냐. 일도 제대로 하고, 남자답게 책임질 줄도 알아야 강씨 가문에서 너한테 딸을 맡길 거 아니냐!”방주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아버지, 저도 알고 있어요.”요즘 들어 달라진 아들의 변화는 방석훈도 눈에 보였다. 예전처럼 차 얘기만 하던 철없는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강희진을 바라보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그래도 어여쁜 꽃 한 송이가 거름더미에 꽂힌 느낌이란 말이지.”방주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들을 이렇게까지 깎아내리는 부친이 또 있을까?“그래도 거름만도 못한 건 아니야.”방석훈이 덧붙였다.“?”“적어도 코를 찌르는 냄새는 없잖아.”방주헌은 완전히 멘탈이 나갔다.식사 자리에서도 방주헌의 부모님은 강희진에게 아들은 보지 못했던 극진한 태도를 보였다.평소 말수가 적은 아버지조차 계속 음식을 권했고, 반면 방주헌은 철저히 찬밥 신세였다.라미현이 또다시 강희진의 접시에 반찬을 덜어주려 하자, 강희진이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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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경성 근교의 한 스키장.서은주와 육강민은 정오 무렵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나자, 육수린은 서은주의 어깨에 기대 그대로 잠이 들었고, 육민찬은 들뜬 얼굴로 육강민에게 매달려 스키 타러 가자고 졸랐다.스키장은 산 위에 있어 기온이 낮았다.찬 바람이 몰아치며 얼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지만, 스키를 타러 온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서은주는 호텔 객실 창가에 서서, 시선을 멀리 뻗었다.나뭇가지마다 눈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고, 그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었다.강렬하진 않았지만 은은하게 비집고 나온 햇살에 하늘을 푸르게 물들어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서은주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옷 색으로 부자의 위치를 겨우 가늠했다.육민찬은 아직 스키가 서툴러 계속 넘어졌고 동작도 몹시 엉성했다.육강민은 몇 가지 요령과 기술을 가르쳐준 뒤, 옆에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하지만 아이는 점점 풀이 죽어갔다.또래 아이들이 능숙하게 타는 모습에 짜증이 뒤섞인 모양이다. 남들은 다 되는데, 나만 안 되는 걸까? 다시 한번 넘어졌을 때, 육민찬은 그대로 눈 위에 드러누워 버렸다.아무래도 자신에게는 스키 재능이 없는 것 같았다.육강민은 원래 아이를 마냥 감싸는 성격은 아니었다.스키도 아이가 먼저 가자고 한 것이었다.몇 번 해보지도 않고 금세 낙담하고 포기하려 드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래서 일부러 일으켜 세워주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육민찬도 눈밭에 드러누운 채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때, 몇 번이나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던 한 남자아이가 보드에서 내려선 육민찬 옆에 쪼그려 앉았다.그리고 손으로 그의 얼굴을 톡톡 건드리며 물었다.“Are you ok?”그리고 덧붙였다.“괜찮아?”육민찬은 벌떡 몸을 일으키며, 조금 민망한 듯 말했다.“응, 괜찮아.”아이는 별일 없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보드를 타고 떠나갔다.키는 비슷했지만, 실력은 확연히 달랐다.파란 스키복을 입은 모습이 제법 멋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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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하지만 육민찬은 이제 막 스키를 배우는 중이라 자주 넘어졌고, 그 남자아이는 제법 살뜰하게 챙겨주며 넘어질 때마다 옷에 묻은 눈을 털어주곤 했다.둘은 그렇게 금세 잘 어울려 놀았다.해 질 무렵쯤, 남자아이가 먼저 떠났고, 그제야 육강민이 육민찬을 데리고 돌아왔다.호텔 방에 오자마자, 육민찬은 신이 나서 서은주에게 자랑부터 늘어놓았다.“엄마, 나 친구 생겼어요! 엄청 잘 타고, 영어도 할 줄 알아요!”“그렇게 대단해?”서은주는 스키를 타느라 땀을 많이 흘린 육민찬을 씻겨주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혔다.“엄청 잘해요! 다음에 만나면 엄마한테 소개해 줄게요.”“그 친구 이름은 뭐래?”육민찬이 멈칫했다.이름을 물어보는 걸 깜빡한 것이다.여기 온 사람들 중에는 하루만 머물다가는 이들도 많았다.어쩌면 내일이면 떠나버려,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그렇게 생각하니, 작은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졌고, 저녁도 몇 숟갈 뜨지 않고 풀이 잔뜩 죽어 있었다.다음 날, 서은주와 육강민은 아이들과 함께 케이블카를 타고, 썰매 체험도 하고, 튜브 놀이도 했다.육수린은 하루 종일 방긋방긋 웃으며 무척 즐거워했다.하지만 육민찬은 계속 기운이 없었다.“민찬이, 그 남자아이가 정말 마음에 들었나 보네요.”하루 종일 놀고 방으로 돌아온 서은주가 육강민을 바라봤다.“그 아이 얼굴 기억나요? 호텔에 물어보면 어느 방인지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모자에 고글까지, 게다가 옷도 두껍게 입어서 지금 눈앞에 있어도 못 알아봐.”“못 찾으면 민찬이 계속 속상해할 텐데요.”“애들 마음은 금세 풀려. 아마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육강민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우리도 자자.”서은주는 아직 그 아이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지만, 육강민의 손이 분주해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술을 차지하더니, 그대로 침대에 눕혔다.“수린이 아직 여기 있었어?”아이는 아빠에게 찰싹 달라붙어, 꼭 함께 자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어느새 깊이 잠들어 있었다. 육강민은 아이를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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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밤에는 또 육강민에게 시달렸으니 당해낼 리 없었던 서은주는 다음 날 아침, 예정된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다. 눈치가 빨랐던 황금자는 두 사람을 깨우지 않았고 조용히 아이들을 데리고 호텔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육민찬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이라 크게 손이 가지 않아 육수린만 신경 쓰면 됐다.호텔 조식은 뷔페식이었다.육민찬은 작은 접시를 들고 한 바퀴 둘러보더니, 구운 토스트 한 장만 집어 들었다.그러다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커피 머신 앞에서 커피를 따르고 있는 사람에게 활짝 웃으며 달려갔다.“연주 쌤!”연주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육민찬을 보고 한참 멍하니 서 있었다.그리고 본능적으로 레스토랑 전체를 둘러봤지만, 황금자가 육수린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있을 뿐,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민찬이가 왜 여기 있어?”“놀러 왔어요!”“누구랑 왔어?”“아빠랑 엄마요. 아직 안 일어나서 아주머니가 깨우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랑 동생 먼저 밥 먹으러 온 거예요.”육민찬은 그녀를 보자, 무척 반가운 듯 들떠 있었다.연주는 막 여기서 자신을 만난 걸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육민찬은 이미 황금자 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연주를 알고 있었던 황금자는 그녀를 보자마자, 얼굴이 확 밝아졌다.“연주 선생님?”연주는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놀러 오셨어요?” 황금자가 웃으며 묻자, 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같이 드시지 않으실래요? 도련님과 아가씨도 곧 일어나실 것 같은데요.”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으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저, 그게…”연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조금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검은 목폴라에 흰 패딩 조끼를 걸친 한 남자아이가 팔짱을 낀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아이는 유난히 잘생겼다.고른 치아와 붉은 입술, 머리도 단정해서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 말캉하고 사랑스러운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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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육강민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연주에게 아이가 있다니, 그럼 형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서은주와 함께 식당으로 내려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연주 옆에 앉아 있는 남자아이였다. 모자가 너무 닮아 있어 황금자가 연주의 아들이라고 했던 것도 이해가 갔다. 다만 분명 어린애인데도 유난히 시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이 애어른 같았다.“일부러 쿨한 척하는 게 오빠랑 많이 닮았네요.”서은주는 작게 농담을 던졌다.육강민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나랑 닮았다고? 전혀 모르겠는데?’그들이 다가가자, 아이는 공손하게 “아저씨, 아줌마”라 부르며 인사했다.“아빠, 엄마! 여기는 우진 형이에요. 연주 쌤 아들이고 저랑 제일 친한 친구예요.”육민찬은 아주 열정적으로 소개를 이어갔다. “전에 저랑 같이 스키 탔던 그 형이에요.”아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던 육강민은 서은주와 함께 음식을 가져와선 자리에 앉았다.커피만 든 육강민은 연주 모자를 가볍게 훑었다.냉정하고 날카로운 사람이었지만, 의도적으로 누그러뜨린 지금도 여전히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눈빛이었다. 연주는 속이 바짝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이건 정말 악연이었다.어쩌다 하필 육씨 가문과 엮인 걸까!“알고 지낸 지 꽤 됐는데, 아이가 있는 건 처음 알았네요.”서은주가 아이를 보며 웃었다. “이름이 뭐야?”“연우진이에요.”육강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성은 엄마를 따랐나?“이름 참 예쁘다. 민찬이가 스키도 잘 타고 영어 실력도 좋다고 너 얘기 많이 했어.”“그 정도는 아니에요.”아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시크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다만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아빠, 아이스하키할 줄 알아요?”육민찬이 육강민을 올려다보며 물었고 육강민은 고개를 저었다.“우진이 형은 할 줄 안대요! 우리 이따 같이 아이스하키 하기로 했어요.”육민찬은 무척 들떠 있었다.마치 이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 꽤 괜찮은 인연이라고 확신하는 듯했다.그러더니 연우진을 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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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하지만 집에 돌아와 보니 형은 집에 없었다. 그는 현재 경대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었고, 학교는 이미 겨울방학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런데 연구해야 할 과제가 있다며 최근에는 학교 근처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었다.그곳은 그가 박사과정 시절 임시로 빌려 살던 집이었는데, 나중에 사들인 곳이어서 일이 바쁠 때면 종종 그곳에서 묵곤 했다.한주미는 코웃음을 쳤다.“저 녀석은 내가 선 자리라도 잡아줄까 봐 일부러 피한 거야!”그러자 육진국이 말했다.“아들 일은 결국 스스로가 알아서 풀어가는 거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것 없어.”“남혁이 성격에 알아서 연애해서 손주라도 안겨줄 거라 기대하는 거예요? 꿈도 꾸지 마요.”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육민찬은 연우진에 대해 말했고, 육씨 가문은 식구들은 연주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다만 연주가 이 일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느낌에 남의 생활에 큰 관심이 없었던 육씨 가문 사람들도 함구하기로 했고 심지어 육남혁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육강민도 굳이 알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괜히 형이 신경 쓰게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연구에 집중하게 두는 편이 나았다.그런데 육민찬은 참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연주에게 전화를 걸어 연우진을 집에 초대했다.“민찬아, 미안해. 우진이는 지금 과외가 있어서 못 가.”연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과외요? 저도 가면 안 돼요?”육민찬이 바로 물었다.“우진이는 해외에 오래 있어서 지금 한국어를 따로 배우는 수업을 듣고 있어. 너는 필요 없잖아.”“아, 그래요?”육민찬은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럼, 다음에 봐야겠네요.”*전화를 끊은 연주가 몸을 돌리자, 아들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맑고 예쁜 눈이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나 한국어 과외 안 다니는데, 왜 거짓말했어요?”아이는 미간을 찌푸렸다.경성에 온 지 오래되지 않아 친구도 많지 않았다. 육민찬과 노는 것을 겉으로는 귀찮아하는 척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꽤 기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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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연우진은 최근 들어 요구사항이 점점 많아졌다.간식을 더 사달라거나, 용돈을 조금 더 달라는 식이었다.연주는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무엇보다 얌전하고 착한 아이라 돈이 생겨도 함부로 쓰는 법이 없어 바빠서 함께 해주지 못하는 만큼, 아이의 요구는 가능한 한 거절하지 않고 들어주려 했다.연주는 밤낮이 따로 없이 바빠서 때로는 가사도우미를 불러 집 청소와 아이의 끼니를 맡기기도 했다.가사도우미도 연우진을 정말 착한 아이라고 칭찬했다.그러나 며칠 뒤, 결국 일이 터져버렸다.그날 연주는 중요한 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고, 이미 밤 여덟 시가 훌쩍 지난 시간이었다. 식탁 위에는 가사도우미가 차려놓은 음식이 그대로 놓여 있었지만 아무도 손대지 않았고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우진이 오늘 저녁 안 먹었어?”연주는 서류 가방을 내려놓고 뻐근한 목을 주물렀다.대답이 없었다.“엄마가 음식 데워줄게, 얼른 나와서 밥 먹어.”집 안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그 순간, 연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 방문을 열었지만, 텅 비어 있었다.그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작은 아파트였기에 집 안을 다 뒤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아이의 저금통은 비어 있었고, 책가방과 캐리어도 사라져 있었다.그리고 아이의 스마트워치는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명백한 가출이었다.늘 얌전했던 아이였기에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머릿속이 하얘진 연주는 누군가에게 머리를 세게 맞은 듯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가사도우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오후 여섯 시 삼십 분쯤 집을 나왔고, 그때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했다.낯선 경성에서 아이가 갈 곳이 어디란 말인가!연주는 경찰에 신고하는 동시에 단지 내 놀이터를 미친 듯이 찾아다녔다.겨울의 경성은 해가 지면 순식간에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몰려왔다.그녀가 CCTV를 확인하려 했지만, 귀찮아진 경비원은 진짜 실종된 게 아닐 수도 있다며 자신은 권한이 없고 관리소장을 찾거나 경찰을 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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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육남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교수님, 전에 가져다드린 저녁은 교수님 사무실에 놔두었습니다. 제가 데워다 드릴까요?”말을 꺼낸 건 또 다른 여학생이었다.“괜찮아, 일단 실험부터 마무리하지.”여학생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육남혁은 실험실에서 한참 더 머물렀고, 밤 열 시가 가까워서야 자리를 떠났다.서로 눈치를 보던 학생들은 곧 아까 그 여학생에게 시선을 모았다.“교수님 그만 좀 쳐다봐. 교수님은 너한테 관심 없어. 그리고 학교에서는 사제지간에 연애도 금지야.”“신경 꺼.”여학생은 차갑게 말했다.그녀는 자신이 똑똑하고 예쁘다고 자부하고 있었다.그녀에게 다가오는 남학생들도 많았지만, 그녀에겐 전부 유치해 보였다.육남혁은 학교에서 가장 젊은 교수였다.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육씨 가문이라는 배경까지 더해져 성숙하고 우아한 분위기, 전형적인 ‘잘생기고 돈 많은 완벽한 남자’로 많은 여학생들의 이상형이었다.그녀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다만 운이 좋게도 육남혁의 프로젝트팀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육남혁은 무심했다.심지어 첫 만남에서 그녀가 일부러 신경 써서 꾸미고 온 걸 보고 앞으로 실험실 올 때 향수는 뿌리지 말라고 냄새가 너무 강하다고 했다.부끄럽긴 했지만, 오히려 덕분에 육남혁의 기억에 확실히 남을 수 있었다.그것이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그 시각 육남혁은 이미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있었다.흰 가운을 벗고, 다소 지친 표정으로 서 있었다.실험실은 휴대폰 반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학생들이 사다 놓은 저녁이 그대로 식어 있었지만, 그는 식욕이 없었다.휴대폰을 켜자 낯선 번호가 찍혀 있었지만 무시했고, 대신 단체 채팅방을 열었다.그곳에는 육강민이 올린 실종자 정보가 떠 있었다. 이름, 나이와 간단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었다.사진을 본 순간, 그의 동공이 멈췄다.연우진.연주의 아들이 맞았고, 모자가 많이 닮았다.그날 연주의 휴대폰으로 아이의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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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아이는 검은 패딩을 입고 있었고, 노란색 니트 모자를 쓰고 있었다.괜히 시크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아이는 연주 아들 아닌가?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거지?육남혁이 다가가 물었다.“연우진?”“저를 아세요?”그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눈빛에 잠깐 놀라움이 스쳤다.“네 엄마가 지금 널 찾고 있어.”육남혁이 옆을 흘끗 보니 캐리어와 작은 가방이 있었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가출한 거냐?”교수답게 몸에 밴 위압감이 있었다.겉으로 애써 태연한 척해도 결국 어린아이였기에 살짝 기가 죽어 있었다.“여긴 어떻게 찾아온 거야?”“그날 밤… 아저씨가 여기 교수라고 했잖아요. 전화했는데 안 받으셨어요.”육남혁은 휴대폰에 찍혀 있던 낯선 부재중 전화가 떠올랐다. “왜 나를 찾아왔지?”“갈 데가 없어요.”육민찬을 떠올리긴 했지만, 연락처가 없었고 경성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건 육남혁의 번호뿐이었다. 육남혁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꺼냈다.연주에게 전화를 하려는 생각이었다.“엄마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아이는 그 의도를 눈치채고 급히 말했다.“안 돼.” 하지만 육남혁은 단호했다. “지금 엄마가 엄청 걱정하고 있어.”“말해도 되는데… 대신 조건이 있어요.”“나랑 거래하자는 거냐?”육남혁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만만치 않은 아이였다.가출까지 한 걸 보면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다시 도망갈까 봐 일단 달래야겠다는 생각에 육남혁은 말해보라고 했다.“아저씨, 그게...”“말해 봐,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들어줄게.”아이들이라면 보통 육민찬처럼 과자나 장난감 같은 걸 요구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 밖이었다.“며칠만 아저씨 집에서 지낼게요.”육남혁은 잠시 멍해졌다.이대로 집에 돌아갔다가 연주에게 혼날까 봐 피하려는 건가?그는 요즘 연구가 중요한 단계에 들어서서 매우 바빠 아이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연주와 다른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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