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701 - Chapter 710

767 Chapters

제701화

연주는 아들이 그런 말을 했었다는 걸 전혀 몰랐다.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뭔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육남혁이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그동안… 고생 많았어.”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에 연주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동안 그녀는 너무 오래, 너무 단단히 버티고 있었다.일도 해야 했고, 아이도 키워야 했지만, 과거 일들은 악몽처럼 틈만 나면 꿈속으로 파고들었다.그 일이 터진 뒤 2년 동안은 편히 잠든 밤이 단 하루도 없었다.그럴 때마다 누군가가 와서 그저 한 번 안아주길, 간절히 바랐다.“육남혁…”그녀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우린 정말 어울리지 않아요.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사랑 안 한다?”육남혁이 그녀를 놓으며 물었다.“그런데 우리 아이는 왜 낳았지?”“그땐… 그냥 임신이 돼서…”“지울 수도 있었잖아.”연주는 말문이 막혔다.지울 수 없었다.그 아이는 그녀와 육남혁의 아이였으니까.부모를 잃고, 오빠마저 실종됐을 때, 그녀는 한때 삶을 포기하려 했다.우울과 절망 속에서,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나 봐.”육남혁이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내 눈 보고 그 말 다시 해 봐.”연주는 주먹을 꽉 쥐고 숨을 들이켰다.“육남혁,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덮쳐왔다.거칠고도 강압적인 입맞춤이었다.문 하나 사이에 두고 방음도 안 되는데 아들은 바로 밖에 있었다. 연우진이 두 사람의 입맞춤 소리까지 들을 것만 같아 수치심이 밀려들었다.연주는 민망함에 울먹이며 그를 밀어냈다.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지만, 종아리가 침대에 걸렸다.그대로 둘은 침대 위로 넘어졌다.그녀가 다시 밀어내려 하자, 육남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버둥대는 그녀의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고정했다. 그의 숨결이 거칠게 밀어붙이듯 연주를 감쌌다.숨이 막히는 아찔함에 눈가가 젖어 들 즈음, 그의 입맞춤은 조
Read more

제702화

“아이 낳을 때, 내 생각은 해봤고?”“말 돌리지 마요.”“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짐 챙기고 나랑 집에 가자.”육남혁이 말을 마치며 침실 문을 열었다.문밖에서 꼬마는 여전히 귀를 문에 바짝 붙이고 있었기에, 문이 갑자기 열리자, 작은 몸이 휘청하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육남혁이 재빨리 허리를 굽혀 그를 안아 올렸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의 목에 팔을 감고, 그대로 그의 품에 찰싹 들러붙었다. 그 모습을 본 연주는 마음 한켠이 따뜻하게 저려왔다.집?너무나 포근한 공간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너무 멀게 느껴졌다.그녀의 집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오늘은 아저씨 집에 가서 설 보낼까?” 원래도 연우진을 예뻐했던 육남혁이었지만, 친아들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감정이 더 남달랐다.“진짜요?”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기뻐하다가, 방 안에 있는 엄마를 힐끗 봤다. “연주 씨가 허락해요?”“그럼.”“그럼, 민찬이랑 같이 놀 수 있겠네요! 엄마가 새 장난감 사줬는데, 민찬이랑 함께 놀게요.”“그래.”“아저씨.” 아이는 갑자기 그의 입을 빤히 바라봤다.“왜?”“입에서 피 나요?”“그럴 리가.” 육남혁이 웃었다.연우진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의 입을 보다가,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렀다. 손끝에 붉은 자국이 묻어났다.“어? 피 아니고 립스틱이네요?”방 안에 있던 연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이건 육남혁이 일부러 남긴 것이 분명했다.예전 같으면 키스한 뒤 입가에 묻은 립스틱을 꼭 닦아냈을 사람이, 아이 눈에 띄게 그대로 둔 것이다.정말 못됐다.약점을 잡힌 이상, 어쩔 수 없었다.연우진은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진실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또다시 가출이라도 한다면, 그녀는 감당할 수 없었다.연주는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연우진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귤을 까먹으며, 장난기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날이 추워서 내가 먼저 내려가 차 시동 걸어둘게. 준비하고 내려와.”육
Read more

제703화

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동안에도, 연우진의 입은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엄마, 아저씨랑 사귀는 거예요?”“아니.”“그럼, 키스는 왜 했어요?”“그건… 그냥 사고였어.”연우진이 코웃음을 쳤다.“그 말 같지도 않는 변명을 내가 믿을 것 같아요?”연주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났다. 이 녀석, 대체 어디서 저런 말들을 배워온 거지?차에 올라타자, 아이는 금세 쿨가이 모습으로 돌아갔다. 연주와 함께 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신기한 듯 두리번거렸고, 다리를 달랑달랑 흔드는 걸 보니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반면, 연주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아저씨는 설에 뭐 해요?” 아이가 물었다.“설에 뭐 하는지 몰라?”“해외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북적이지, 설에는 이렇게까지 시끌벅적하지 않거든요. 그리고…”아이가 말끝을 흐리며 엄마를 힐끗 봤다.연주의 집에 일이 터진 것도 하필 설 무렵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설은 기뻐하거나 축하할 만한 명절이 아니었다. *육씨 가문 저택.연주와 연우진 모자가 나타나자, 한주미는 놀라서 주걱을 떨어뜨렸다.일전에 큰아들이 연우진을 데리고 왔을 때부터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번엔 또 무슨 상황인가 싶었고 평소 침착하던 육진국조차 몇 초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박명숙은 연우진을 유난히 예뻐해서, 곧장 불러 곁에 앉히고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죄송해요, 이렇게 또 폐를 끼치게 되었네요.” 연주가 어색하게 말했다.“아니야, 설이니, 사람 많아야 북적북적한 거지.” 한주미는 웃으며 바닥에 떨어진 주걱을 주워들었다.입가엔 웃음을 걸고 있었지만, 살벌한 시선이 큰아들을 향했다.그 눈빛은 ‘너 이리 와.’라고 하고 있었다.지금 당장!육남혁은 연주에게 다가가 낮게 말했다.“잠깐만 앉아 있어. 금방 다녀올게.”순간, 식구들의 시선이 일제히 연주에게 쏠렸다.육강민과 서은주는 이미 상황을 아는 터라 묘하게 웃음을 참고 있었고, 박명숙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저 둘 언제 저렇
Read more

제704화

“두 사람 대체 언제 엮인 거죠?”“엮였다고? 말이 좀 거칠다.” 육진국이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도대체 뭘 낳은 건지 모르겠다니까요. 하나는 제대한다고 내가 폭죽이라도 터뜨릴 만큼 좋아했는데, 웬 애 하나 안고 들어오질 않나. 여자 친구도 없던 놈이 애를 데려오니까, 처음에는 성전환수술이라도 한 줄 알았어요! 혼자 임신해서 낳아온 건가 싶었다니까요! 작은 놈은 그렇다 치고, 큰 놈은 30년 동안 아무 소식 없다가 겨우 움직임이 보이더니, 한 번에 둘을 데려왔잖아요.” 육진국이 웃으며 말했다.“당신, 전에 며느리만 데려오면 다른 건 다 상관없다고 했잖아.”“그건 그렇지만…”“연주가 마음에 안 들어?”“아니요!”“그럼, 우진이가 싫은 거야?”“너무 예쁘죠.”“연주에게 아이가 있는 게 걸려?”한주미는 한숨을 내쉬었다.“같은 여자로서 혼자 애 키우면서도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돼서 마음으로 탄복하고 있어요. 근데… 둘이 이렇게 갑자기 이어진 건 너무 뜬금없지 않아요?”혈연 따졌다면 애초에 육민찬도 친손주처럼 키우지도 않았을 것이다.“나 아까 강민이한테 물어봤어.”“걔한테 뭘 물어요?”“상에 수저 더 놓으라던 게 강민이잖아. 그럼, 뭔가 알고 있다는 거지.” 육진국이 차분히 분석했다.“게다가 남혁이가 사람 데려왔는데도 전혀 놀라지 않더라고.”“그래서 뭐라고 했는데요?”“남혁이 연주랑 사귀냐고 물었지.”“뭐래요?”“아니래.”“뭐라고요?” 한주미가 또다시 흥분했다.“지금 당신 아들 혼자 애 태우는 중이래.”한주미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꼴좋네요!”“……”육남혁 때문에 그동안 그녀의 속을 셀 수없이 뒤집어놓았었다.고개를 빼꼼 내밀어 거실을 보던 한주미는 연주한테 차까지 따라주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남편 옷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누구 수발드는 꼴을 보고 있으니 제 속이 다 시원하네요. 비위 맞추느라 허리가 남아나질 않겠는데요?”육진국은 뭐라 할 말을 잃었다.
Read more

제705화

작년 이맘때만 해도 서은주가 없어서, 육강민은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지냈고, 설날 저녁상도 대충 때우듯 넘어갔다.하지만 올해는 달랐다.가족들이 모두 모였고, 연주 모자까지 함께하니 유난히 더 북적이고 따뜻했다.그 모습에 박명숙은 눈시울을 붉혔다.이 나이가 되면 바라는 건 하나뿐이다.자식과 손주들을 곁에 두고 오손도손 함께 하는 것이다. “증조할머니, 왜 그러세요?”육민찬이 다가가자, 연우진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한 아이가 손수건을 건네고, 다른 아이가 눈물을 닦아주니, 기분이 좋아진 박명숙은 미리 준비해 둔 세뱃돈 봉투를 꺼내 두 아이에게 쥐여줬다.육민찬은 해맑게 웃으며 “고마워요, 증조할머니!” 했지만, 연우진은 조금 어색한 듯 연주를 힐끗 바라봤다.“이건 증조할머니가 주는 거니까 꼭 받아야지.”박명숙이 그의 주머니에 봉투를 넣어주었다.“감사합니다, 증조할머니.”“이건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는 거야.”한주미도 봉투를 꺼내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평소 명절이라고 해도 연우진은 늘 엄마와 둘뿐이었다.육씨 가문은 4대가 함께 살고 있었기에 자연히 더 북적였고,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 연우진은 조금 수줍어했다.그 모습을 본 연주는 마음이 저릿했다.그때,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이 누군가에게 잡혔다.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단단함에 연주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육남혁은 동생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손만은 그녀를 꼭 감싸고 있었다.겉으로는 여전히 점잖은 척하면서 할 건 다 하고 있었다.연주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원래부터 이 남자, 은근히 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괜히 크게 움직였다간 사람들 시선을 끌 것 같아, 결국 그녀는 손을 빼지 못하고 그대로 두었다.가만히 있질 않는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촉이 괜히 간질간질하게 신경을 건드려 불편했다.육강민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눈치챘지만, 모른 척해줬다.그러나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다.육남혁을 차라리 ‘육변태’로 바꾸는 게 낫겠다 싶었다.자기만
Read more

제706화

가족을 잃은 후, 연주는 설 연휴가 싫었다.아니, 증오했다.명절이면 모두가 웃고 떠들며 행복해하는데 그녀에겐 가족을 잃은 날이었으니까.차라리 진탕 취해버리고 싶었다.꿈속에서라면 가족이 다시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박명숙과 육진국 부부는 그렇게 육남혁이 연주를 번쩍 안아 들고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안는 폼이 제법 능숙했다.게다가 연주가 그의 목을 감는 자세도 너무 자연스러웠다.*육남혁은 연주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손이 비어 있지 않아 불은 켜지 못했고 침대 머리맡수면 등만 문득 켜져 방 한켠을 은은히 밝혔다.그 희미한 불빛 아래, 육남혁은 연주를 천천히 침대에 눕혔다.이불을 끌어다 덮어주려는데, 갑자기 연주가 눈을 떴다.그리고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아무 예고도 없이 육남혁의 몸이 아래로 확 끌려갔다.재빨리 몸을 지탱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그녀를 덮칠 뻔했다.그 힘에 둘 사이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너무 가까워 육남혁은 그녀의 길고 짙은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는 것까지 선명히 볼 수 있었다.촉촉하게 젖은 눈동자가 말없이 그를 올려다봤다.육남혁의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통제되지 않는 감각이 온몸을 들쑤시기 시작했다.“연주야…”육남혁은 자신의 옷을 움켜쥔 그녀의 손을 감싸며 달랬다.“응…?”술에 취한 연주의 눈은 촉촉히 젖어 있었고 눈꼬리는 수줍게 붉었다.애교 섞인 흐린 음성이 그의 이성을 뒤흔들었다.아래층에선 아직 웃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수면등마저 꺼지고 방 안은 어둠에 잠겼다.창으로 스며든 달빛만이 실내를 비췄다.이대로 가다간 오늘 밤 자신이 달빛을 핑계로 짐승이 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착하지, 힘 풀자.”육남혁은 인내하며 달랬다.그런데 연주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당신도… 날 버릴 거예요?”육남혁 눈빛이 흔들렸다.“뭐?”잘못 들은 줄 알고 더 가까이 몸을 숙였다.“아빠… 나 아빠 많이 보고 싶었어요…”“…오빠도 아직 못 찾았고, 엄마 아빠는 잘 지내요?”“
Read more

제707화

자정 종이 울리며 새해가 밝았다.연우진은 육민찬 방에서 자게 되었다.어른들이 나가자마자, 육민찬이 옆 사람을 툭툭 건드렸다.“형, 자요?”“아니.”“보여줄 거 있어요!”“뭔데?”두 꼬마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몰래 소곤거렸다.육민찬이 새로 산 손목시계를 자랑했다.“봐 봐, 야광 시계!”“이거 레이저도 나가. 파란 불 쏘는 기관총 같지 않아? 다다다다다— 비우비우비우!”연우진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꿈틀했다.“…그래.”“멋지죠?”“괜찮네.”“형한테 줄게요.”“왜?”연우진이 의아해했다.육민찬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형이 좋으니까.”“……”육민찬의 저돌적인 고백이 연우진은 살짝 버거웠다.두 아이가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실랑이하는데 문이 열리자, 둘은 즉시 자는 척했다.육남혁이었다.이불을 잘 덮어주고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그는 연우진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아이는 깨어 있었기에 따뜻한 손길이 자기 뺨을 스치는 걸 분명 느꼈다.육남혁은 몸을 숙여 아이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그가 나간 뒤, 연우진은 손으로 입 맞춘 자리를 슬쩍 만져봤다.심장이 쿵쿵 뛰었다.충격과 감동이 한꺼번에 몰려왔다.아이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붉게 달아올랐다.하지만 육남혁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아이들이 잠든 뒤에도 육씨 가문 어른들은 잠들지 않았다.육남혁의 인생 문제를 놓고 즉석 가족회의가 열렸다.서은주는 박명숙 옆에서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한주미가 하루 종일 참았던 질문을 꺼냈다.“남혁아, 연주랑 대체 어떻게 된 거니?”그녀는 큰 아들을 위해 신년 초하루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맞선을 줄줄이 잡아뒀다.그 정성이 전부 물거품이 됐으니, 속이 뒤집힐 만도 했다.육남혁이 담담히 말했다.“얘기하자면 길어요.”“그럼 짧게 해.”“연주와 평생을 하고 싶어요.”한주미는 관자놀이를 눌렀다.곁눈질하니 둘째는 즐거워 죽겠다는 얼굴로 웃고 있고, 남편은 느긋하게 해바라기씨나 까먹고 있었다.한주미는 속이 뒤집혔다.
Read more

제708화

“강민 씨.”서은주가 그를 올려다봤다.“계속해.”그가 낮게 말했다. 그녀의 손끝이 아래로 내려갔다.“이제 됐죠?”“조금 더 조여봐.”“……”서은주는 이를 살짝 깨물었다.육남혁과 연주 사이 이야기가 궁금한 건 사실이었지만 너무 의기양양해진 육강민은 갈수록 더 뻔뻔하게 요구를 늘려갔다.게다가 육강민 성격상 비위 맞춰준다 해서 순순히 말해줄 리도 없었다.육강민은 이미 감동의 소용돌이에 잠겨 있어 아내의 눈빛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정신 차렸을 땐, 어느새 문밖으로 쫓겨나 있었다.찰칵.문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안에서 잠가버린 것이다.새벽 두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괜히 문을 두드렸다가 가족들이 깨면 아내한테 쫓겨난 남자가 되는 건데… 그건 너무 체면 구겼다.결국 육강민은 욕실로 가서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끝내고 나니 잠도 오지 않아 서재에서라도 자려고 문을 여는 순간, 멈칫했다.형이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아버지도 있었다.둘은 바둑을 두고 있었다.두 사람이 동시에 그를 훑어보더니, 육진국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너도 쫓겨났냐?”육강민 입꼬리가 꿈틀했다.한주미는 육남혁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육진국은 대수롭지 않단 듯 새해 첫날부터 친구들이랑 낚시 약속을 잡았다.한주미는 아들이 일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낚시만 하는 남편을 결국 내쫓은 것이다.육남혁은 잠이 안 와 서재에서 책 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왔고,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까지 왔던 것이다.새해 첫날 밤, 부자 셋은 서재에서 밤을 꼬박 새웠다.*연주가 눈을 뜨니, 벌써 오전 열 시가 넘었다.낯선 방을 둘러보는 순간, 어젯밤 일이 하나둘 떠올라 입술을 깨물었다.술 취해서 육씨 가문에서 자다니, 드디어 미쳤구나!대충 정리하고 아래층에 내려오니, 박명숙과 육진국 부부만 있었다.육남혁과 육강민 부부는 아이들 데리고 놀러 나갔다고 했다.연주는 육남혁에게 전화해 위치를 받고 찾아갔다.가보니 각종 놀이시설이 모인 곳이었다.마침 육남혁은 연우진
Read more

제709화

연주는 원래 아들을 픽업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연우진이 너무 즐거워하는 걸 보니, 차마 흐름을 끊을 수 없었다.평소 어른스러운 척하는 아이가 오늘만큼은 또래 아이답게 신나 보였다.저녁까지 다 먹고 나서야, 육남혁이 직접 차로 모자를 데려다주었다.연우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아 차에 오르자마자 곯아떨어졌다.육남혁이 아이를 안고 앞장서고 연주는 장난감을 한가득 들고 뒤를 따랐다.누가 봐도 꼭 한 가족 같았다.연우진을 방에 재워두고 육남혁이 거실로 나오자, 연주가 물 한 잔을 따라 건넸다.“오늘… 고마웠어요.”육남혁이 그녀를 봤다.“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으니, 이 정도는 응당 해야 하는 거지.”연주는 말이 없었다.“우진이한테 우리 관계 언제 말할 거야?”“…아직 정리가 안 됐어요.”“나 여기 와서 살까 하는데.”연주는 멈칫하며 믿기 어렵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아들이랑 같이 있고 싶어서.”아들 핑계를 아주 자연스럽게 갖다 붙였다.“우진이랑 당신 보러 갈 순 있어도 여기 들어와 사는 건 안 돼요.”“그럼, 두 사람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든가.”눈썹을 느긋하게 치켜든 얼굴에 연주는 어이없어졌다.“육남혁…”“초여드레부터 학교 연구 시작해야 해. 일주일 줄게. 내가 여기로 올지, 네가 내 쪽으로 올지. 하나 골라.”한 어머니를 둔 형제, 분위기는 달라도 뼛속 깊은 곳은 서로 닮아 있었다.겉으론 점잖아도 결단을 내린 뒤에 밀어붙이는 건 똑같았다.연주는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육남혁이 돌아간 뒤, 한참 소파에 멍하니 앉아 예전 일을 떠올렸다.연주가 먼저 육남혁을 좋아했다.냉랭한 분위기로 쉽게 곁을 내어주지 않던 남자였지만, 그 고고한 꽃을 자신이 꺾었다고 믿으며 연주는 은근 뿌듯해했었다.그런데 돌이켜보면 갈수록 빠져든 쪽은 오히려 연주였다.그제야 진짜 사냥꾼은 먹잇감인 척 다가온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다.자신이 육남혁을 움직였다고 믿었지만, 실상은 한 걸음 한 걸음 치밀하게 유도된 함정이었다. 판을 쥔 건
Read more

제710화

“어머니, 저 내일부터 학교로 돌아가 과제 연구해야 해요.” 육남혁이 입을 열었다.“또 아파트에서 지낼 거니?”“아뇨.”“그렇지, 그래야지. 네가 워낙 바쁘니 혼자 살면 끼니도 제대로 안 챙길 텐데 집으로 돌아와야지.”한주미가 흐뭇하게 웃었다.그런데 이어진 육남혁 말 한마디에 그 웃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주주네로 갈 거예요.”한주미는 한참 멍하니 있었다.머릿속에서 ‘주주’가 도대체 누구인지 떠올리느라 시간이 좀 걸렸던 것이다.둘이 무슨 사이라고, 벌써 그렇게 다정하게 불러?소름이 쫙 돋았다.너무 닭살이었다.한주미는 더 상대하기 싫다는 듯 손만 휘휘 저었다.아들 둘을 낳았지만, 제대로 된 놈은 하나도 없었다.서은주도 연주 성격상 절대 가볍게 동거 허락할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허락한 건지 궁금했다.육강민에게 물어봤지만, 입을 꾹 다물고 말 안 해줬다.설 연휴가 지나고 육강민은 회사로 복귀했다.서은주의 시험 결과도 나왔다. 필기시험은 통과했고, 면접은 사월 초로 잡혔다. 육남혁도 짐을 정리해 연주 집으로 들어갔다.다만 연구실이 워낙 바빴고, 연주도 출근을 하다 보니, 한 지붕 아래 살아도 얼굴 볼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래서 연주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같이 살게 되면 통제 불가능 사태가 벌어질까 늘 걱정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감당 범위 안에 있었고 적어도 육남혁이 있었기에 연우진이 또다시 집을 뛰쳐나갈 걱정은 없었다.육남혁은 가끔 아이를 실험실에도 데려갔다.연우진은 얌전해서 혼자 책 읽으며 잘 놀았고, 실험실 학생들도 간식 사다 주며 예뻐해서 아주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그날은 연주는 쉬는 날이라, 장 봐 와서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 잔뜩 만들고 있었다.“엄마, 아저씨 오늘 바빠서 저녁 못 먹는대요.”“그럼, 우리 둘이 먹자.”“요즘 아저씨 너무 힘든데 밥도 제대로 못 먹어요. 도시락 싸서 가는 거 어때요?”연우진이 제안했다.솔직히 요즘 이상했다.엄마랑 아저씨가 한집에 사는데, 연애하는 것 같지도 않
Read more
PREV
1
...
6970717273
...
7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