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08화

Author: 풍월
구청 마감 시간이 임박해 마음이 조급해진 온유란은 서류 내용을 제대로 살피지도 못한 채, 마지막 페이지로 빠르게 넘겨 서명을 마쳤다.

하이석이 계약서를 수거해 품에 넣고 나서야 두 사람은 함께 구청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퇴근 시간이 다 된 참이라, 창구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혼인신고를 하러 온 다른 커플들은 보이지 않았다.

사위가 조용한 탓에 어딘지 모르게 엄숙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온유란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몸이 굳어졌다.

그 순간, 커다랗고 따뜻한 손이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온기가 그녀의 긴장을 조금씩 녹여주었다.

하이석의 손은 그녀보다 훨씬 커서 온유란의 손을 완전히 포개어 쥘 수 있었다. 그녀가 잔뜩 얼어붙어 있는 걸 눈치챘는지,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면, 날을 미뤄서 다시 와도 괜찮습니다.”

온유란은 성격상 강압적인 태도에는 강하게 버텨도, 이런 다정한 배려에는 유독 마음이 약해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23화

    하이석은 한숨을 내쉬었다.“하이석. 그래 이 엄마가 계속 네게 맞선과 결혼을 재촉하긴 했어. 그렇다고 해도 인생의 큰일은 아무렇게나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야. 결혼하면 너희는 평생을 함께할 거야. 자신만 책임지면 되는 게 아니라, 그 아가씨의 인생까지 짊어져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해.”“엄마, 저도 알아요.”현정민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대화 몇 마디 만에 대략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네가 그 아가씨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아이가 반드시….”그 말은 여기서 멈췄다. 현정민은 온유란을 직접 만나, 성격과 기질을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려 했다.*레스토랑 안.하씨 가문은 사람을 전부 물린 참이라, 온유란을 제외한 주변에는 모두 하씨 가문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이 노골적으로 바라보진 않아도, 온유란은 모두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 덕분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긴장했다.“사모님, 오셨습니까!”그 소리에 온유란은 급히 일어섰다.잠시 후, 현정민과 하이석이 등장했다.현정민은 그저 예전 하씨 집안 연회에서 잠깐 본 적이 있을 뿐이었다.사람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미인이었지만, 그날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오늘은 민낯에 입술만 살짝 물들인 상태였다.진정한 아름다움은 피부가 아닌 뼈대에서 나오는 법. 온유란은 확실히 눈길을 끄는 외모라 같은 여성인 현정님조차 한참을 바라보게 만들 정도였다.“현정민 여사님, 안녕하세요.”온유란이 공손히 인사했다.“앉으세요.”현정민이 웃으며 말했다.하이석은 익숙한 듯 온유란 옆에 앉았다.눈길이 테이블 위의 보온병에 머물렀다.“안에 뭐 있어요?”“어제 밤 하이석 씨가 술을 많이 마셔서, 숙취로 힘들까 봐, 해장에 좋다는 다시마 국을 집에서 끓여 가져왔어요.”온유란이 보온병을 열자, 향긋한 다시마 국 냄새가 퍼졌다.그녀가 현정민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아침은 드셨어요? 드셔보실래요?”현정민은 즉시 주변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 몇 개의 그릇을 가져오게 했다.하이석은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22화

    하이석이 목을 가볍게 정리했다.“바람피우는 걸 잡으러 온 게 아니예요.”“그럼 뭐예요?”“우리 엄마가 저와 당신 잡으러 온 거예요.”온유란은 예상치 못했다. 강 건너 불구경인 줄 알았는데, 그 불이 자신한테 붙었을 줄이야.“우리 엄마가 당신 보고 싶어 해요. 준비가 안 됐으면, 다음에 다시 시간 잡아도 괜찮아요.”하이석은 상대를 강제로 몰아붙이지 않는 점에서 온유란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저는 준비한 것도 없고, 화장도 안 했어요.”온유란은 집에 다녀오길 잘했다며 안도했다. 전날 입었던 옷은 두 사람 손길에 이미 엉망이 되어버렸다.“괜찮아요. 화장 안 해도 충분히 예뻐요.”온유란은 꼭 처음 시댁 인사를 가는 새색시가 된 기분이었다.곧 하이석 집안에서 출입구를 지키던 사람들은 철수했고, 온유란은 보온병을 들고 하이석이 알려준 대로 호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하이석은 그녀를 데리러 가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막았다.온유란이 오기 전, 묻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현정민은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다듬고, 옷을 정리했다.“말해 봐, 그 여자한테 돈 주고 가짜 결혼 꾸민 거야?”“아니거든요.”“그럼 약점이라도 잡은 거야? 아니면 협박? 세상 사람들이 우리 하씨 가문이 얼마나 무섭다고 말하든 난 상관 안해. 그런데 이런 비도덕적인 짓은 하면 안 되지.”“어머니 눈에는 제가 도둑 같아요?”“거짓말 안 했다고 말할 수 있어?”거짓말이라고 해야 할까?현정민은 콧방귀를 뀌며,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봐, 그럴 줄 알았어!’“자, 가자. 조식 먹으러.”현정민은 옷을 마무리하고 하이석을 바라보며 물었다.“오늘 내 옷차림 괜찮아? 너무 막 입었나?”그녀는 급히 나오느라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괜찮아요.”“괜찮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현정민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며느리는 처음 보는 거라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아참, 정신없이 들이닥치느라 이름도 못 물었네.”“온유란이에요.”“아, 온유란.”현정민은 이름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21화

    호텔 스위트룸 안.전날 술에 취해 잠들어 있던 하이석은 어머니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반사적으로 옆자리를 더듬었지만 텅 비어 있었고, 이불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분명 꽤 전에 떠난 모양이었다.현정민은 여전히 문 앞에 서 있었다. 한 손은 허리에 얹고, 다소 초조한 표정이었다.“하이석, 방 안 있는 거 다 알아. 조용히 있는다고 해서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지 마. 죽은 척도 하지 말고!”하이석은 방안을 둘러보았다.전날 바닥에 떨어졌던 자신의 옷은 침대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온유란의 모든 옷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그는 눈썹을 찌푸렸다.“어디 간 거야?”“하이석, 너 분명 깼지? 말 안 하면 내가 사람들 데려와서 들이닥칠 거야! 내가 지금 들어가지 않은 건, 너 체면 살려주려고 한 거야. 아니지... 그 멋도 모르는 아가씨의 체면을 살려준 거지. 나중에 내가 불친절해도 탓하지 마.”현정민은 방 안에서 움직임이 느껴지자 이를 악물고 말했다.“정말 들어간다?”“들어오세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 문을 막으라고 신호를 보내고, 스스로 방으로 뛰어들었다.하이석은 이미 일어나 옷을 정리하고, 목 위 단추를 느슨하게 풀어헤친 상태였다. 방금 막 일어난 모습이라 머리도 다소 흐트러져 있어, 평소 우아한 신사와는 달리 자유분방한 기운이 느껴졌다.현정민은 방안을 훑어보다가 2.4미터나 되는 대형 침대에 시선을 멈췄다.그녀가 몸을 숙여 자세히 보자 양쪽 베개에는 눌린 흔적이 남아 있었고 한 올의 긴 머리카락도 발견되었다.현정민은 그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잡아 빛에 비춰 살펴보았다. 불륜 현장을 덮치러 온 사람 모습 그대로였다.베개 냄새까지 맡는 현정민의 모습에 하이석은 한숨을 내쉬었다.‘경찰이 되지 않은 게 아쉬운 실력이네.’“말해 봐, 사람 어디 숨겼어?”현정민이 차갑게 물었다.“떠났어요.”“뭐? 떠났다니?”“믿기지 않으면 찾아보세요.”현정민은 잠시 멍해 있었다. 아침부터 터진 소식에 머리가 복잡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20화

    “괜찮아.”육강민이 웃으며 말했다.“하이석이 사람까지 데려왔잖아. 걔도 이건 숨길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을 거야. 게다가 우리에게 비밀로 해 달라고도 하지 않았고.”서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었다. 순간 그녀 마음속의 죄책감은 사라졌다.육강민 어머니는 아침도 다 먹지 못한 채, 현정민 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정민아, 하이석이 언제 혼인 신고했대?”육강민 같은 젊은 세대는 그녀를 ‘현정민 여사’라 부르지만, 육강민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이름으로 불렀다.“혼인 신고?”현정민은 순간 멍했다.“몰라?”“무슨 말이야?”“하이석이 혼인 신고했어. 어제 방주헌이 청혼한 뒤, 아이들이 함께 식사할 때 아내를 데리고 와서 결혼 증명서까지 보여줬다던데.”육강민 어머니가 한참 말을 이어갔지만, 반대편에서 아무 반응이 없자 조심스레 물었다.“여보세요...? 정민아? 아직 있어?”“지금 주방이야.”“아침 준비하느라?”“어떤 칼을 쓸지 고민 중이거든. 부엌칼로 할지, 도끼로 할지 말이야.”그 대답에 육강민 어머니는 할 말을 잃었다.*현정민은 칼을 들고 집 안을 배회하다가, 결국 운전사 왕 기사를 불렀다.그는 평소 하이석의 전담 운전기사로 일해 여러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아들이 정말 혼인 신고를 했다니, 현정민은 머리가 핑 도는 듯 어지러웠다.그동안 아들이 보내준 결혼 사진은 정말 인터넷 사진이 아니었다는 사실까지 확인되었다.결혼을 서두른 것도 문제였지만, 자기 허락 없이 결혼 증명서까지 받는 건 더 큰 문제였다.자기 아들은 대체 뭐하는 애일까? 도대체 어떻게 이 짧은 시간 안에 결혼 상대를 찾았단 말인가?젠장! 분명 급히 해결한 게 틀림없었다. 좋은 건 배우지 않고, 남들 하는 가짜 결혼만 배웠나? 혼인이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건가?현정민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진짜 사랑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이석이 결혼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무책임하다고 느껴졌다.왕 기사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그녀를 보고 급히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19화

    하지만 한밤중이 되자 온유란은 더워서 하이석을 살짝 밀어냈다.이때는 봄이었지만, 여름이 되면 온유란이 그의 체온 때문에 아예 따로 자자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날 밤, 방주헌의 청혼은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생중계로 한 공중제비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청혼 성공에 흥분한 방주헌이 후속 행동으로 공중제비까지 했다며, 분명 강희진과 은밀히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하지만 사실 이날 밤, 방주헌은 허경빈과 함께 있었다.둘은 술에 취해 서로를 끌어안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유치원에서 진흙놀이하던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강희진은 졸린 듯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누워 있었다.결국 모두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고, 해가 떠서야 일어났다.하이석은 전날 술을 많이 마셨고, 다음 날이 주말이라 일찍 일어나지 않았다.반면, 온유란은 일찍 일어나 병원을 다녀왔다.그녀는 도정숙에게 아침을 챙겨줌과 동시에 해장할 음식도 함께 물어보았다.“하이석 씨, 어제 술 많이 마셨어?”도정숙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유란이도 그 사람한테 마음이 있나 보네.”온유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너희가 즐거워 보이니 나도 좋네. 지난 일은 다 잊자, 그 사람은…”도정숙은 상황이 안 맞는 걸 깨닫고 황급히 말을 바꿨다.“해장용으로 다시마 국이라도 끓여줘. 숙취에 좋을 거야.”온유란이 떠나자 유 아주머니가 물었다.“아까 말한 ‘그 사람’은 누구예요?”“이미 지난 일이니 말 안 할 거예요.”도정숙은 웃으며 말했다.“잠깐 햇볕 좀 쬐러 나가요.”그녀는 자신의 병이 수술로도 오래 살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장기간 입원해 있으니, 말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좋아요, 제가 먼저 발 마사지 좀 해드릴게요.”간병인은 굳이 캐묻지 않았다. 도정숙이 병실을 바꾸고 나서 그녀의 월급도 어느정도 올랐다. 하이석이 몰래 올려줬던 것이고 그 덕분에 그녀도 더 성심껏 돌볼 수 있었다.그녀는 온유란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18화

    하이석은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기울여 뜨거운 숨결을 온유란 입술 바로 옆, 귀까지 스며들게 했다.“나 얼마나 좋아해요?”“정, 정말 좋아해요.”온유란의 목소리는 떨리고 낮았다.그 대가로 또 한 번 가벼운 입맞춤이 돌아왔다.이번엔 아까와 달리 부드럽고 다정한 키스였다. 그의 손은 옷자락 아래를 느리게 쓸어내렸고, 손끝이 스칠 때마다 온몸이 저릿해졌다.룸 안 공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서로 얽힌 숨소리와 열기에 방 온도까지 함께 상승하는 듯했고, 온유란은 참지 못한 채 낮은 신음과 함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 하이석 품에 파묻었다.“오늘 즐거웠어요?”“정말 즐거웠어요.”도정숙이 아프고 난 이후로, 이렇게 마음껏 웃고 행복했던 시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하이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머리칼을 살짝 쓸어주었다.“당신이 즐겁다면 저도 즐거워요.”그는 손을 뻗어 머리를 누르며 그녀를 품 안으로 더욱 깊이 끌어안았다.“잠깐만 이렇게 안겨 있어도 돼요?”주변은 숨소리만 들릴 만큼 고요했다. 온유란은 하이석이 자신에게 다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존중받고 있었다.그 마음에 설렘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이겠지.온유란은 살짝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하이석의 몸이 순간 긴장하며 그녀를 그대로 안아 침대로 눕혔다.옷은 벗겨지고, 검은 머리카락만 흰 침대 시트 위에 펼쳐졌다.그녀 몸에는 하이석의 흔적이 남아, 붉게 빛나고 하얀 피부 위에 도드라졌다.이 장면은 어떤 남자에게나 강력한 자극이 될 만한 광경이었다.숨김 없는 감각에 온유란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숨은 헐떡이며 긴장으로 팽팽해졌다.하이석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자신은 그녀를 망가뜨릴 거라고.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온유란은 재빨리 이불을 끌어올리며 본능적으로 물었다.“뭐 하러 가요?”“글쎄요?”“그럼… 제가 도와드릴까요?”말을 마친 순간, 온유란은 하이석 눈빛이 확 달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