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이었다.심장이 마치 높은 곳에서 내던져진 듯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산산조각 난 파편이 가슴 깊숙이 박혀드는 기분이었다.온창섭은 떨리는 손으로 바지를 움켜쥐었다.눈앞이 선명하면서도 흐렸다.그건 온유란이 처음 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직접 만들어 두었던 바지였다.그녀는 마음 한구석에 늘 희망을 품고 있었다. 언젠가는 아버지가 자신을 집으로 데려가 줄 거라고. 그리고 실제로 온창섭은 훗날 그녀를 다시 데려갔다.다만 그 뒤의 일들은, 온유란이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결국 이 바지도 끝내 건네지 못한 채 남아 있었던 것이다.온창섭의 입술이 잘게 떨렸다. 그는 손끝으로 천천히 바지의 결을 쓸어내렸다. 기성품이 아니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촘촘한 바느질 하나하나가, 지금의 그에게는 살을 도려내는 칼날처럼 느껴졌다.툭.눈물이 떨어졌다.온창섭은 갑자기 그 자리에 쪼그려 앉더니, 끝내 참지 못하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가슴을 치고, 제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는 바지를 끌어안은 채 어린아이처럼 울었다.현정민이 말했던 그대로였다.그는 단 한 번도 온유란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실금까지 한 그 처참한 순간에, 온유란은 사람을 시켜 바지를 보내주었다.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회사도, 가정도, 삶도.아내와 자식은 등을 돌렸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체면마저 바닥에 떨어졌다.사람들은 그를 비웃었고, 짐승 같은 인간이라 욕했다.그런데 정작 자신이 버린 딸만이, 끝끝내 그에게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품위를 남겨주었다.그런 아이를 그는 이용할 생각만 했었다.정말 사람이 아니었다.그제야 온창섭은 진심으로 후회했다.하이석은 어두운 복도 안에 서서 그 광경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희미한 조명 아래, 그의 눈빛은 한층 더 깊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이제 와 후회한들 이미 늦었다.*온창섭은 헤이엘을 떠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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