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로는 경성의 하씨 가문 사람들은 다들 덩치도 크고 험악하다던데. 사람도 서슴없이 죽일 것처럼 생겼다고 하더라고.”“유란아, 그런 사람이랑 정말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겠어? 원래 돈 많은 집일수록 며느리 보는 눈도 까다롭잖아. 지금은 사귀고 있다지만, 나중에 그 집안에서 정말 널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는 있을까?”“그러게. 나중에 헤어지기라도 하면 남자친구 다시 만나기도 쉽지 않겠네.”*온유란은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지 않고, 어색하게 웃으며 모르는 척 넘어갔다.“아, 맞다. 너 경성에서 유명한 의사를 의가족으로 모셨다며? 그럼 나중에 우리도 경성 가서 병원 갈 일 있으면 너 통해서 바로 진료받을 수 있는 거야?”“지난번에 우리 아들 데리고 경성 가서 진료받으려는데 전문의 예약 잡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앞으로는 너랑 아는 사이니까 훨씬 편해지겠네.”온유란은 애초에 알고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문병하러 온 게 아니라 다른 속셈이 있다는 것을.동네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에야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돌아온 뒤에도 방문객은 끊이지 않았다.도정숙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모시기 위해 이것저것 챙길 일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불쑥불쑥 찾아오는 이웃들까지 상대하자니 몸도 마음도 지쳐 갔다.밤이 되어 침대에 누우면 자꾸 하이석 생각이 났다.예전에는 함께 잘 때, 그가 안아 주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체온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그래도 같은 이불을 덮고 있으면 늘 따뜻했다.그런데 지금은 혼자 누워 있으니 이불 속이 좀처럼 데워지지 않는 것만 같았다.그날 밤, 온유란은 침대에 누워 하이석과 통화를 하다가 문득 마음 가는 대로 말했다.“하이석 씨…”“응?”“보고 싶어요.”하이석은 잠시 말을 잃었다.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전화는 급하게 끊겨 버렸다.아마 그녀가 부끄러웠던 모양이었다.*온유란은 마을의 닭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새벽 네 시였다.아직 잠이 덜 깬 상태였지만, 화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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