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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921 - チャプター 930

975 チャプター

제921화

“술 마셨냐?”하정현이 다가가며 물었다.“네.”“술 마셨으면 방에 들어가서 자. 가서 네 와이프 안고 자라고.”하정현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고백했습니다.”하정현은 아직 잠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그는 곧장 아들 옆에 앉았다.“자, 아빠한테 자세히 말해 봐.”표정이 순식간에 살아났다. 눈썹뼈 위의 깊은 흉터마저 우스꽝스러워 보일 정도였다.온유란은 하이석이 조금 걱정되어 앞채까지 찾아왔다가 거실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하정현이 재촉하듯 물었다.“대답은 안 했습니다. 충분히 생각해 보고 답하라고 했어요.”“왜 그 기회를 놓쳐? 분위기 좋을 때 확실히 밀어붙였어야지.”“급한 상황에서, 혹은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서, 아니면 저를 달래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한 번이라도 제 마음에 답해 준다면 저는 평생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습니다.”밖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온유란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하이석은 언제나 빈틈없이 행동했을 뿐만 아니라 다정하고 세심했다.함께 지내는 동안 그녀는 그의 배려와 진심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마음을 직접 말로 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좋아한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은 결코 같지 않았다.하정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너 말이다. 하필 닮아도 이런 걸 닮냐. 왜 내 지독한 순정을 물려받아 가지고... 사랑이라는 게 늘 달콤하기만 한 건 아니란다.”그러고는 문득 감회에 젖은 듯 말을 이었다.“사실 말이지. 네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엄마랑 나는 네가 혹시 조기 연애라도 할까 봐 걱정했어. 나중에 연애 문제로 고민하면 부모로서 어떻게 이끌어 줘야 하나, 그런 얘기도 많이 했지.”잠시 말을 멈춘 하정현이 피식 웃었다.“그런데 설마 네가 서른이 넘어서야 사랑에 눈을 뜰 줄은 몰랐다.”하이석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밖에 서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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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온유정은 스무 해가 넘도록 공주처럼 떠받들어지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 그녀에게 지금의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이곳저곳 머리를 조아리며 사정을 해야 했고, 잡종이라느니, 아비도 모르는 사생아라느니 하는 모욕까지 감수해야 했다.지금의 그녀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녀야 하는 처지였다.그런데 온유란은 달랐다. 악명 높은 남자의 손바닥 위에서 소중히 보호받고 있었다.그 남자에 대한 소문이 무서우면 무서울수록, 그가 온유란에게 잘해 주는 모습은 더욱 눈에 띄었다.그 극명한 대비가 온유정을 더욱 질투하게 만들었다.그리고 부럽기도 했다.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잘나갈 때는 세상 누구도 자신보다 잘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하지만 정작 자신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남들이 행복하게 사는 꼴조차 견디지 못한다.온유정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온유란은 이미 그렇게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예전에는 한 가족이었으면서, 온유란은 사람들이 자신을 더러운 진창에 내던지도록 내버려 두었다.온유정은 문득 그 남자의 제안을 떠올렸다.어차피 그는 자신에게 정신 감정서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했다.그렇다면...‘온유란, 날 원망하지 마.’온유정은 상대가 누구인지도, 무슨 목적을 가진 사람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목표만큼은 같았다.*온유란은 자신이 누군가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그녀가 하이석과 함께 유주만의 집에 도착했을 때였다.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탄 냄새가 코를 찔렀다.식탁 위에는 새까맣게 탄 정체불명의 음식이 한 접시 놓여 있었다. 도대체 정체가 뭔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유주만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닭볶음이야!”온유란은 어색하게 웃었다.반면, 하이석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그의 요리 실력은 방주헌과 막상막하였다.유주만의 두 손은 평생 수많은 사람을 살려 왔지만, 주방에 들어가 본 적은 거의 없었다. 덕분에 부엌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하이석이 한숨을 내쉬었다.“주방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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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그 방법은 기회를 노려 온유란이 수업을 듣는 장소에 미리 숨어 들어가 기다리는 것이었다.온유란이 다니는 곳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강좌가 운영되는 교육센터였다.그 외에도 각종 학원과 교육기관이 함께 입주해 있어 매일 학생과 강사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수강생들은 모두 성인이었기에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었다.그 틈에 섞여 들어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하이석이 직접 온유란을 데려다주지 않는 날에도 하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가 교육센터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는 반드시 확인했다.다만 다른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대부분 건물 밖에서 대기했다.그리고 그날, 온유란은 평소처럼 수업을 들으러 갔다.예전에 그녀를 짝사랑했던 남학생은 여전히 교실 뒤쪽에 앉아 있었다.그는 온유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디자인 수업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온유란을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그녀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작은 선물 하나를 준비했다. 길었던 짝사랑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마지막 인사 같은 것이었다.하지만 교실 안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에, 민망해서 차마 건네지는 못했다.그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도 결국 기회를 찾지 못했다.온유란은 원래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늦게 교실을 나서는 편이었다.오늘도 마찬가지였다.남학생은 교실 안에 자신과 온유란만 남은 것을 확인하고는 포장된 선물을 한 번 내려다봤다.한참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런데 이미 온유란은 가방을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그는 서둘러 뒤쫓아 나갔다.그 순간, 옆 교실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뛰쳐나왔다. 그리고 온유란의 앞을 가로막았다.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한 탓에 온유란은 아직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과도가 그녀의 목에 들이대어졌다.“움직이지 마!”온유란은 목소리를 듣고 상대를 알아차렸다.“온유정?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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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하이석은 답답한 듯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당겼다.초조함과 짜증이 뒤섞여 있었지만, 그는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어디로 데려갔지?”“옥상입니다.”“난 옥상으로 올라가서 시간을 끌게. 너희는 다른 진입로가 있는지 확인해. 구출할 방법을 찾아.”하씨 가문 사람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육센터 평면도가 손에 들어왔다.옥상은 사방이 트인 공간이었다. 조금만 수상한 움직임이 있어도 금방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다만 옥상 바로 아래층에서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방법이라면 시도해 볼 만했다.*교육센터는 총 8층 건물이었고, 고층이라 바람도 거셌다.초여름이라고는 해도 바람 속에는 여전히 서늘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찬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목에 난 상처가 더욱 따갑게 욱신거렸다.온유란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온유정이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벌였는지.어차피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인데, 대체 무엇을 얻겠다는 걸까.지금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고작 두 걸음. 조금만 잘못되면 함께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사람들은 온유정을 자극할까 두려워했다.결국 성격이 온화한 노교사가 먼저 설득에 나섰다.건물 아래에는 상황을 눈치챈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누군가는 공포에 질려 눈을 크게 떴고, 누군가는 비명을 질렀다.경찰에 신고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다.“학생, 진정하렴.”노교사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그 역시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원하는 게 있으면 말로 하면 되잖니.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도 다치고, 너 자신도 망가져.”“선생님이 뭘 아세요! 제 인생은 이미 망가졌어요!”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온유정 역시 두려웠다. 속은 이미 엉망으로 흔들리고 있었다.“일단 칼부터 내려놓을 수 없겠니?”노교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너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해도 가족들을 생각해야지. 가족들이 네 모습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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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태산이 무너져 내린다 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사람.하이석은 그런 사람이었다.반면, 온유정은 이미 다리에 힘이 풀려 있었다.“좋아.”하이석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또 원하는 게 있나? 있다면 지금 다 말해. 내가 들어줄 수 있는지 보지.”“당신이 빼돌린 3천억도 돌려줘요.”“어떻게 주면 되지?”하이석이 곧장 물었다.온유정은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하이석이 이렇게 순순히 응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제 계좌로 보내요.”“그 외에는?”“무릎 꿇고 사과해요. 당신만 아니었으면 우리 집이 이렇게 망가질 일도 없었어!”그동안 침묵하던 온유란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더는 참지 못했다.그녀는 계속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하이석 같은 사람이 어떻게 저런 인간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단 말인가.“움직이지 마!”온유정이 소리쳤다.“한 번만 더 움직이면 네 얼굴을 그어버릴 거야!”“하이석 씨, 전 얼굴 따위 안 필요해요. 그러니까 절대 저 사람한테 무릎 꿇지 마세요!”“온유란!”온유정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진짜 못 할 것 같아?”그러자 하이석이 문득 웃었다.“좋아. 무릎 꿇고 사과하지.”“뭐... 뭐라고요?”온유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이런 조건까지 받아들인다고?대체 그는 온유란을 위해 어디까지 양보할 생각인 걸까? 보통 남자들도 쉽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 자존심과 체면이 걸린 문제니까.하물며 상대는 하이석이었다.그가 무릎을 꿇는다는 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하씨 그룹의 대표였고, 나아가 하씨 가문 전체의 체면이 걸린 일이었다.그런데도 정말로 승낙했다고?온유정의 목소리가 떨렸다.“나머지 두 가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무릎은 지금 당장 꿇어요!”온유란은 양옆으로 늘어진 손을 꽉 움켜쥐었다.“온유정, 대체 왜 이러는 거야?”“마음 아파?”온유정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질투에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하이석만 노려보았다.“경성 사람들은 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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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하이석은 굳이 온유정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만 봐도 충분히 답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온창섭이 왔어. 네 어머니 문제는 그 사람이 결정할 수 있거든. 그러니 직접 와서 이야기하게 하지.”그 무렵 소방대도 현장에 도착했다.건물 아래에는 대형 에어매트가 설치되었고, 경찰은 주변을 통제하며 사람들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안내했다. 구급차 역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이었다.온유정은 곁눈질로 아래를 내려다봤다.원래도 높은 곳을 무서워하던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였다.미쳤다. 정말 미쳐서 이런 짓을 벌인 게 틀림없었다.그때, 온창섭이 헐레벌떡 옥상으로 뛰어 올라왔다.그는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유정아, 일단 유란이를 놔줘. 원하는 게 있으면 다 들어줄게.”“엄마를 풀어 줘요.”“풀어 줄 거야. 이미 변호사한테 연락했고 지금 경찰과 이야기 중이야. 하지만 그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란다!”온창섭은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그러니까 일단 칼부터 내려놓자. 응?”“정말 우리 엄마를 풀어 줄 거예요?”온유정은 믿지 못했다.“정말이야. 유란이만 놔준다면.”온유정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웃음을 터뜨렸다.“결국 아빠한텐 혈연이 제일 중요했던 거네요. 20년 넘게 아빠라고 부르며 살았어도, 제가 친딸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로 모든 게 끝난 거잖아요. 저 병실 밖에서 그렇게 오래 무릎 꿇고 빌었는데도 아빠는 꿈쩍도 안 했어요. 정말 너무하네요. 그렇다면 저랑 온호한테는 조금도 정이 없었던 거예요? 예전에 보여 준 그 사랑은 전부 거짓이었어요?”거센 바람에 머리카락이 마구 흩날렸고 분노로 물든 눈은 새빨갰다.온창섭은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전부 내 잘못이다. 그때 내가 스스로를 제대로 통제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거야. 그래서 지금도 계속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고.”“바로잡는다고요?”온유정은 비웃듯 웃었다. 하지만 시선은 온유란에게 향했다.“아빠가 말하는 보상이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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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하이석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주변 사람들 역시 숨소리조차 죽인 채 긴장하고 있었다.하지만 온창섭만은 계속해서 온유정을 설득하며 그녀의 시선을 붙잡아 두려 애썼다.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던 그 순간, 하씨 가문 사람이 뒤쪽에서 재빨리 뛰쳐나갔다.가장 먼저 노린 것은 온유정의 손에 들린 칼이었다.하지만 자칫 온유란까지 다칠 수 있었기에 움직임을 크게 할 수는 없었다.바로 그 찰나, 하이석과 온창섭이 동시에 달려들었다.아래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 역시 옥상 위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보자 일제히 숨을 삼켰다.온유정은 자신이 끝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과도가 빼앗기자 손과 발을 마구 휘두르며 걷어찼다.그리고 도망치려는 온유란을 본 순간,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 남았다.죽더라도 누군가는 함께 끌고 가리라.자신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온유란만 걱정하고 있었다.그렇다면 함께 죽는 편이 낫지 않을까? 어차피 자신은 손해 볼 것도 없으니까.온유정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거칠게 온유란을 향해 달려들었다.뒤에서 붙잡고 있던 하씨 가문 사람들조차 순간 그녀를 놓치고 말았다.온유란은 철제 사다리를 통해 아래로 내려가려던 참이었다.그때, 등 뒤에서 강한 충격이 가해졌다.그러자 온유란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쏠렸다. 그리고 곧장 사다리 아래로 추락했다.주변에서 다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예상했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어느새 하이석이 그녀를 품에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그의 팔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단단하게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두 사람은 함께 사다리에서 굴러 떨어졌다. 녹이 슨 철제 계단에서는 귀를 찢는 듯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왕 기사와 다른 사람들은 미처 손을 쓸 틈조차 없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리면서 하이석의 등이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온유란 역시 충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여기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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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온유란 인질 사건이 워낙 큰 파장을 일으킨 탓에, 그녀가 깨어난 뒤 현정민은 먼저 도정숙에게 전화를 걸어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하라고 했다.그 직후 경찰이 병실로 들어와 진술을 받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은 잠시 밖으로 나갔다.“상태는 어때?”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은 육남혁이었다.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그는 연구실에 있었기에 소식을 바로 듣지 못했다.“형수님은 괜찮아요.”서은주가 대답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방주헌이 또다시 온유정을 욕하기 시작했다.“하이석은?”육강민이 형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낮게 말했다.“등을 심하게 부딪쳤어. 떨어질 때 머리도 다쳤고 아직 의식이 없어. 오른쪽 종아리에는 가벼운 골절도 있고. 지금 유주만 선생님께서 치료 중이야.”육남혁은 미간을 찌푸렸다.“온유정은 미친 건가?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한 거지?”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이상했다. 온유정이 아무리 어리석어도 이런 짓까지 벌일 사람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제 발로 죽을 길을 찾아간 셈이었다.“다리는 부러졌고 지금 치료받고 있어. 정신 상태도 별로 좋지 않다고 하더라.”육남혁이 차갑게 웃었다.“정신 상태가 안 좋아? 그걸 핑계로 처벌을 피하려는 모양이군.”육강민은 고개를 숙인 채 커프스를 천천히 만지작거렸다.“감옥에 보내는 건 오히려 너무 가벼운 처벌 아닐까?”세상에는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온유란이 다시 하이석을 본 것은 그날 밤이었다. 그는 병상에 누운 채 수액을 맞고 있었다.이불 밖으로 드러난 팔에는 시퍼런 멍 자국이 선명했고 오른쪽 종아리에는 깁스가 감겨 있었다.머리를 다친 탓에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언제 깨어날지는 유주만조차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온유란은 병상 곁 보호자 의자에 앉아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켰다.입술이 바짝 마른 것을 보고는 면봉에 물을 묻혀 조심스럽게 입술을 적셔 주었다.“유란아, 가서 좀 쉬렴. 이석이를 돌볼 사람은 있으니까.”현정민이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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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온유란은 문득 두려워졌다.하이석이 눈을 떴을 때 자신이 곁에 없을까 봐 걱정됐다.*다음 날이 되자 병문안을 오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육씨 가문 사람들이었다.한주미는 직접 끓인 생선탕까지 챙겨 왔다.원래부터 하이석을 무척 좋아하던 육수린도 엄마에게서 하이석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 작은 아이는 병상 앞으로 다가갔다.“수린아, 삼촌 쉬시는데 방해하면 안 돼.”서은주가 조심스럽게 이르자, 육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괸 채 하이석을 빤히 바라봤다.그러더니 어른 흉내를 내듯 조심조심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만져 보고, 다시 자기 이마도 만져 보았다.잔뜩 의아한 표정이었다.그 모습에 병실 안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간호사가 온유란의 수액을 갈고 상처를 소독하러 오자 육수린은 또 쪼르르 달려갔다.“제가 호 해 드릴게요. 엄마가 호 해 주면 안 아프대요.”온유란은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육수린은 더욱 살갑게 그녀의 곁에 바짝 붙어 앉았다.육민찬과 연우진도 와 있었다.아이들이 있으니 병실 분위기도 한결 생기가 돌았다.방주헌과 허경빈을 비롯한 사람들도 차례로 병문안을 왔다.다만 하이석과 온유란이 쉬어야 한다는 걸 알았기에 대부분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다.그중 서은주는 원래부터 병원에서 유주만에게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틈만 나면 병실에 들르곤 했다.*서은주가 유주만과 함께 정기 회진을 마치고 하이석의 병실로 향하던 길이었다.엘리베이터 안에서 몇 사람과 마주쳤다.꽃다발과 과일, 영양제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누군가 병문안을 온 모양이었다.그중 한 남자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는데, 나이는 많아 봐야 서른 조금 넘은 듯했다.오랫동안 병을 앓아 휠체어 생활을 해 온 탓인지 피부는 창백했지만, 외모는 무척 수려했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을 떠올리게 하는 온화한 분위기마저 풍겼다.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있다니.서은주는 괜히 몇 번 더 쳐다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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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넓은 VIP 병실도 순식간에 비좁게 느껴질 정도였다.온유란이 하이석과 결혼한 뒤로, 하씨 가문 친척들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사람들의 시선에는 저마다 다른 속내가 담겨 있었다.그녀를 유심히 살펴보는 이도 있었고, 값을 매기듯 평가하는 이도 있었다.당연히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하이석에게는 과분한 상대라고 여기는 이도 있었고, 그를 이렇게 다치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마음속으로 탓하는 이도 있었다.다만 하정현 부부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누구도 대놓고 행동하지는 못했다.하지만 몇몇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시를 숨겨 두었고,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유주만이 온유란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정밀검사 받으라고 하지 않았어? 왜 아직도 안 받았어?”실제로 그는 온유란의 전신 검진 일정을 잡아 두었다. 원래는 오후에 받을 예정이었다.“은주 씨, 얼른 데리고 가서 검사부터 받게 하세요.”유주만은 노골적으로 온유란을 병실 밖으로 내보내려는 듯했다.서은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온유란의 팔짱을 끼고 유주만의 사무실로 향했다.십여 분쯤 지났을까. 유주만도 사무실로 돌아왔다.그는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혀를 찼다.“하씨 가문 친척들이라는 사람들이 병문안 온 건지 심문하러 온 건지 모르겠구나. 붙잡고 이것저것 캐묻기만 하더군. 속으로는 이석이가 영영 못 깨어나길 바라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게다.”“하이석 씨가...”온유란의 표정이 굳어지자, 유주만은 손을 내저었다.“걱정 마. 그 녀석이 깨어나는 건 시간문제야.”그러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보아하니 하씨 가문 친척들은 거의 처음 보는 모양이던데.”온유란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씨 가문은 원래 관계가 좀 복잡해.”유주만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이석이 그 녀석은 평소 말이 적어서 그렇지,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한 번도 손해 본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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