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인의 시점.“해인 씨, 이번 다회 말인데요, 심예련 씨도 참석하신다고 합니다. 끝나고 셋이서 식사라도 어떠세요? 예련 씨도 해인 씨를 보고 싶어 했거든요. 시간 괜찮으시면요.” 수업 뒷정리를 하고 있던 내게 성시우가 부드럽게 제안해 왔다. “아, 네. 알겠습니다. 괜찮아요, 일정 비워둘게요.” “다행이네요. 에련 씨한테도 전해두겠습니다. 분명 좋아할 거예요.” 예전에 경단련 파티에서 만났던 지방 말차 제조 회사 영애 심예련은, 도시 진출을 노리는 회사 방침 때문에 영업차 도시에 오는 일이 많아지고 있었다. 밝고 사교적인 그녀의 이름을 듣자, 나는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요즘 들어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고, 스스로 밖에 나가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성시우의 교실에 오거나, 집에서 조용히 지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수업 시간 외에는 서 씨 가문 사람들 말고는 대화할 기회조차 사라진 상태였다. '언제까지 이렇게 가라앉아 있을 수는 없어…… 시우 씨에게도 괜한 걱정을 끼치고 있고, 빨리 마음을 다잡아야 해.' 스스로 그렇게 타이르고는 있지만, 그날 이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사이 최준혁의 열애 기사는 세 번이나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중에는 그날 서 씨 가문 우편함에 직접 던져져 있던 사진까지 사용되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향해 보낸 ‘최준혁에게 접근하지 마’라는 경고였다 해도, 집 위치까지 파악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최준혁과 엮이는 건 너무 위험하다. 그걸 눈치챈 건지 최준혁 쪽에서도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정기적으로 아이들과 만나는 날을 만들고 있었지만, 그 수족관에 다녀온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약속이 잡히지 않았다.아이들은 아직 최준혁이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진실을 알게 되는 날이 온다면, 지금의 보도를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예전에 내가 두려워했던 ‘디지털 타투’라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이제는 최준혁에게 내려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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