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못 하는 거 맞아,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나 싶네."권지헌이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이렇게 좋은 날, 넌 지금 여기가 아니라 내 침대에 있어야 하거든."허설아는 잠시 멍해졌다.저런 말을 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 걸까?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허설아와 업무 얘기를 하는 줄 알 것이다. 허설아는 얼굴이 확 달아올라 발을 들어 권지헌의 정강이를 살짝 걷어찼다.그런데 권지헌이 정강이를 부여잡고 아예 계단에 털썩 앉아버렸다."일으켜줘, 안 그러면 안 일어나."집 안에서 박희수 목소리가 들렸다."설아야? 왔는데 왜 안 들어와?"허설아는 권지헌이 눈앞에 내민 손을 바라보며 어쩔 수가 없었다.박희수한테 권지헌이 현관 계단에 주저 앉아 버티는 꼴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하는 수 없이 손을 내밀어 권지헌을 일으켰다.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허설아가 피할 틈도 없이 문 뒤에 숨어 있던 유혜원이 폭죽을 터뜨렸다.알록달록한 종이 테이프가 흩날리는 순간, 권지헌이 손을 들어 허설아 앞을 막아선 탓에 정장에도 알록달록한 테이프가 가득 달라붙었다.권지헌이 손을 들어 허설아 눈 앞을 막았다. 정장 위에도 알록달록한 종이가 잔뜩 붙었다.유혜원이 웃으며 말했다."서준이 생일 때 쓰다 남은 건데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이걸로 때웠어요."허설아도 유혜원의 웃음에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괜찮아요, 하나면 충분해요."권지헌은 자기 정장에 붙은 테이프는 아랑곳도 않고 고개를 숙여 허설아 얼굴을 꼼꼼히 닦아줬다.박희수와 허민정이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지었다.모두 자리에 앉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허민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하나 계속 생각하던 게 있어서 같이 얘기해 봤으면 해요."옆에 있는 연희를 바라보는 허민정의 눈빛에 애틋함이 묻어났다. "연희 성을 바꾸는 게 어떨까요."연희 성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 권씨 집안 같은 재벌가라면 자식들 중히 여길 게 분명했다. 성을 바꾸지 않으면 연희는 권지헌의 아이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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