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บทที่ 301 - บทที่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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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권호성이 이 말을 들었다면 기절초풍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묘지에 도착했다.오늘 바닥까지 끌리는 원피스에 가느다란 힐까지 신은 허설아는 계단을 힘겹게 올랐다. 권지헌이 허설아의 손을 잡고 나란히 계단을 올랐다.연동근 묘비를 찾아간 두 사람은 혼인신고서를 비석 앞에 내려놓았다.나뭇가지 사이로 빛이 비석 위에 내려앉았다. 차가운 비석 위에 연동근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정장 차림의 아저씨 사진도 붙어 있어서 허설아와 권지헌의 혼인신고 현장을 함께 보는 것 같았다.생의 마지막 순간에 연동근은 살이 다 빠진 채 가죽만 남아 있어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도 허설아 눈에는 늘 제일 멋진 남자였다.권지헌이 한쪽 무릎을 꿇고 손수건으로 비석 위 먼지를 조심스럽게 닦아냈다.허설아가 비석을 보며 물었다."전에 여기 온 적 있지?"연동근 비석 앞에 꽃 한 다발이 놓여 있었고 비석 위 먼지도 옆 비석보다 훨씬 적었다. 잡초도 깔끔하게 뽑혀 있었는데 옆에 있는 연환이의 작은 강아지 비석까지 같이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허설아도, 허민정도 최근에는 한 번도 온 적 없었다. 그러니 왔었던 사람은 권지헌뿐일 것이다.물론 추측이었다.권지헌이 짧게 답했다."아저씨한테 부탁하러 왔었어. 보물 같은 딸을 나한테 시집보내달라고.""은석이가 죽어라 들이대라고 하더라,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나?""그러면서도 네가 귀찮아할까 봐 두려웠어."매달리는 게 소용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허설아가 질려버릴까 봐 두려웠다.그렇다고 허설아 인생에서 사라진 동안 잊혀질까 봐 두려웠다.허설아가 후회할까 봐, 차갑게 돌아설까 봐 걱정이 됐다. 한 여자 때문에 이렇게 마음 졸인 건 권지헌 인생에서 처음이었다.그래서 술병 하나 들고 연동근 묘지를 몇 번 찾아왔었다. 사진 속 모습과 권지헌이 찾아본 과거 자료들을 보면 연동근이 정말 다정한 어른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직원이 아프면 회사 대표로 문병을 갔다가 고생하는 걸 보고 눈물을 흘렸다.나중에 사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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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묘지를 떠나 차에 탄 허설아가 조민규를 보며 말했다."회사로 데려다주세요. 오늘 업무 일정이 남아서요."조민규는 원래도 허설아와 잘 아는 사이였다. 권지헌의 신혼 사모님으로 대하는 것보다 허설아로 대하는 게 좀 더 편했다. "신혼에 출근이에요? 지금 회사는 신혼 휴가도 없어요? 아니면 그냥 권율 그룹으로 복귀하시죠!"허설아가 권율 그룹으로 돌아온다면.조민규는 상상만 해도 신났다. '대표님이 데이트를 더 많이 하겠다고 얼마나 많은 휴가를 주실까?'조민규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며 벅차올랐다.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지금 제가 대표인데 신혼 휴가가 웬 말이에요.""게다가 지헌 씨가 권율 그룹에서 버는 돈의 일부가 이미 제 것이기도 하고요."조민규가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허설아가 전에 일하던 걸 떠올려보면 앞으로 워커홀릭이 될 게 뻔히 보였다. 허설아와 편하게 지내던 사이인 조민규는 참지 못하고 모처럼 짓궂게 한마디 했다. "캠퍼스 커플이 아니었으면 대표님도 한 분과 결혼까지 가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권율 그룹에서 일한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조민규는 권지헌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솔직히 말해 연애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무실에서 권지헌한테 줄기차게 어필하는 여직원들한테 권지헌은 이런 말만 할 뿐이었다. "이럴 시간에 일에 집중하면 나한테서 얻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얻을 겁니다."단숨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조민규가 우연히 허설아를 안고 있는 권지헌을 본 게 아니었으면 냉정하고 금욕적인 얼굴을 한 권지헌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길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허설아도 잠깐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권지헌이 입원해 있는 동안 충분히 시간이 있었다.자기 결심이 진지하다는 걸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결혼이라는 건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사랑 하나만 가지고 결정되는 게 아니었다. 가정 배경과 사회적 관계 그리고 상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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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허설아가 피식 웃으며 허리를 굽혀 권지헌 뺨에 입을 쪽 맞췄다.권지헌이 정신 차리기 전에 허설아는 가방을 낚아채고 허준 그룹 대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권지헌이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손으로 자기 뺨을 만졌다. "조 비서, 회사로 가요.""네, 대표님."허설아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앞쪽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허설아를 발견한 비서의 눈이 반짝 빛났다. '대표님 오늘 너무 예쁘시잖아!'긴 코트 아래로 원피스 자락이 살짝 드러났다. 바람이 불어 코트깃이 팔락이면서 드러난 허리 라인이 잡힌 실크 원피스는 관능적이면서도 부드러웠다. 걸을 때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이 도자기 병에 가득 핀 백합 같았다.비서가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달려왔다."대표님! 드디어 오셨어요! 이분들이 저희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오셨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요!"허설아의 비서 도예린은 갓 졸업한 새내기였다. 얼굴에 풋풋함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활기차고 일 처리가 야무진 편이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앞으로 다가간 허설아는 맨 앞에 선 젊은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날 강시우 차를 들이받았던 운전자이자 피해자의 아들, 민지강이었다.허설아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민지강 뒤에 선 사람들도 아무 말 없었다.허설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지난 일은 저도 따지지 않을 테니 여러분도 내려놓으세요. 보상금은 받으셨죠?"민지강 눈이 순식간에 빨개졌다.쿵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더니 허설아에게 이마를 조아리려 했다.허설아가 깜짝 놀라 재빨리 물러서며 사람을 시켜 민지강을 일으켜 세웠다.민지강이 눈이 빨갛게 물든 채 말했다."5년 전에 어머니가 아팠을 때 공장에서 준 돈으로 치료를 받았어요. 당연한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연 대표님이 개인 계좌로 직접 치료비를 내주신 거라는 걸 며칠 전에야 알았어요.""그게 아니었으면 5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거예요.""아버지 보상금도 받긴 했는데 받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공장에서 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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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김지유가 여기 올 줄은 허설아도 몰랐다.하지만 이렇게 왔다는 건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현서가 크게 다친 것도 아니었고 책임을 물으려 해도 지금 본인의 앞가림도 힘든 처지니까."여긴 어떻게 왔어?""일단 들어가도 될까요? 대표님, 제가 반갑지 않은 건 아니죠?"허설아와 김지유는 사실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서로 오해가 있기도 했고 김지유는 원래 내성적인 편이라 자신을 괴롭힌 사람이 허설아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엮이려 하지 않았다.김지유 눈에 허설아는 늘 자기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었으니까.눈앞에 서 있는 발랄한 이 여자를 보자 허설아도 따라 웃었다."들어와. 오늘 출근 안 해?"김지유가 음료수를 허설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저 퇴사했어요. 설아 언니, 혹시 사람 필요해요? 저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그 말에 허설아는 진심으로 놀랐다.김지유는 건영대 출신 인재였고 권율 그룹에서 함께 일하는 동안 능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사람이었다.허설아는 퇴사할 때 권서진한테 자기 자리에 김지유를 추천하기도 했다.그런데 권서진은 허설아가 나가면 자기도 나간다고 했다.권서진이 권율 그룹에 들어간 자체도 송원영이 허설아 앞에서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지켜보라고 권지헌이 붙여둔 것이었다.허설아가 물었다."권율 그룹에서 무슨 일 있었어?""아니요. 조 비서님이 필요하면 회사 법무팀 지원도 받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김아림 언니한테 언니가 가족 사업 인수한다는 얘기 듣고 여기 오고 싶어서 온 거예요."김지유가 허설아 맞은편에 섰다.자그마하고 단아한 인상에 피부는 조금 어두운 편에 고산지대 출신이라 그런지 눈꺼풀 끝이 발그스름했다. "언니, 깊은 산골에서 나온 제가 지금 언니 앞에 서 있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제가 원하는 게 뭔지 똑똑히 알고 있어요. 무엇이든 배울 테니 멍청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아줘요."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하지만 허설아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았다면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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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담임 선생님이 가난도 사생활이라며 나중에 커서 후원자를 방해하지 않게 하려고 양쪽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김지유가 허설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왠지 모르게 허설아 마음을 움직였다. 사무실 창문으로 초겨울 따뜻한 햇살이 바닥에 쏟아졌다. 김지유 눈빛은 마치 산기슭의 어린 양처럼 맑게 빛났다.김지유가 웃으며 눈가 눈물을 훔쳤다."경찰서에서 나와서 고향에 한 번 다녀왔는데 선생님 서류 정리를 도와드리다가 후원자 정보를 보게 됐어요."허설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김지유가 싱긋 웃으며 발신자 이름이 적히지 않은 편지 하나를 꺼냈다."예전에 후원자분한테 썼지만 부치지 못했던 편지예요.""이제 직접 드릴 수 있게 됐네요.""설아 언니, 감사해요."눈물이 편지지 위로 뚝 떨어지며 글씨를 적셔 잉크가 번지기 시작했다. 허설아가 자기도 모르게 아, 소리를 냈다."너 대한산 출신이야?"김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한산에서 왔어요."허설아는 고등학교 때 연동근과 함께 철한선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대한산을 지날 때 그곳 아이들이 절벽 같은 길을 올라 학교에 다니는 걸 보고 연동근한테 후원하고 싶다고 했다.연동근은 웃으며 허락했지만 허설아 용돈으로 후원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당시 허설아한테 그 돈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방 하나 덜 사고 예쁜 레스토랑 한 번 덜 가고 평생 다 쓰지도 못할 화장품 몇 개 덜 사면 됐다.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겠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눈앞의 김지유를 보면서 연동근과 함께 했던 일들이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는 게 느껴졌다.허설아는 지금의 김지유를 보며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그러면 너는 나보다 공부도 더 잘하고 대단한 거야. 편지는 받겠지만 너는 못 받아 줘."김지유도 고집이 셌다."그러면 이렇게 해요. 일자리 하나만 주면 일하면서 생활비도 벌고 시험 준비도 하는 게 어때요? 건영대 법학 대학원에 지원할 생각이거든요.""권율 그룹에서는 공부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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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퇴근도 하기 전에 박희수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에 연희 데리고 권씨 본가에 밥 먹으러 올 수 있냐고 물었다."다른 사람은 없어. 우리 식구들이랑 서진이랑 혜원이뿐이야. 다 아는 사람들이잖아.""할아버지는 안 오시니까 걱정 마."허설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알겠다고 답했다.박희수가 기뻐하며 말했다."그럼 준비시킬게! 연희랑 어머니는 내가 데리러 갈게!"전화기 너머로 권정우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교통사고 났던 게 아직 다 낫지도 않았는데 무슨 소란이야?""내가 갈게!"박희수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이 양반이, 이제 와서 나랑 경쟁하려고?"권정우가 휴대폰을 빼앗고 싱글벙글 웃으며 허설아한테 물었다."설아야, 연희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뭐야?""캐릭터는 왜요? 연희 장난감이 많아서 안 사줘도 돼요."권정우가 장난감이라도 사서 연희 환심을 사려는 줄 알았다.권정우가 허허 웃더니 말했다."그게 아니라 가발 하나 사서 연희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변신하려고!"허설아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하며 달래듯이 말했다."그러실 것 없어요. 연희가 요즘 에그 파티 캐릭터에 푹 빠졌는데 원래 머리카락이 없거든요."있어봤자 가발이었다. 권정우가 알록달록한 가발을 쓰고 어린이집에 연희 데리러 가는 광경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박희수가 한 마디 했다."체면 좀 차려. 기자들한테 찍히기라도 하면 또 권율 그룹에 문제가 생겨서 영감이 정신이 나갔다는 소리나 나와!"권정우는 그제야 잠잠해졌다.하지만 박희수와 같이 데리러 가겠다는 고집은 꺾지 않았다.마지막 재판이 끝난 뒤 연중근은 징역 17년을 선고받았고 정선주 역시 수많은 사건의 공범으로 징역 10년이 내려졌다.현서는 아직 출산 전이라 병원에 있었다.오전에 김지유와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서 생각이 났다.현서와 김지유는 인생의 출발점이 정말 똑같았다.다만 타고난 본성이 달랐고 그 때문에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지금의 모든 건 현서가 자초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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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권지헌이 허설아 손을 잡았다."못 믿는 게 아니야."허설아가 너무 고생하는 게 싫었던 것이다.허설아도 그 마음을 알고 있었다. 허설아의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내가 진짜 사업할 사람이 아니면 그때 가서 주문 넣어줘도 늦지 않잖아."권지헌이 오히려 발끈했다."누가 너 안 된다고 했어! 넌 당연히 잘할 수 있어."앞좌석에서 조민규가 입을 열었다."대표님, 최근 주주들 쪽에서 게임 여론 문제를 처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허설아와 관련된 건이라 조민규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사모님 명예에도 관련된 사안이라 홍보팀에서 해명 방안을 이미 준비해 뒀습니다."권지헌이 허설아를 바라보며 의견을 물었다."어떻게 생각해?"허설아가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홍보팀 생각대로 해."이미 권율 그룹을 떠난 몸이었고 회사에서 어떻게 처리하든 허설아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설아 휴대폰에 메시지가 왔다.허설아는 차 타면 멀미를 하는 편이라 권지헌은 이동 중엔 핸드폰을 보지 못하게 했다.권씨 본가에 도착해 차가 멈추고 나서야 허설아는 메시지를 확인했다."지헌아, 초희 씨가 요즘 시중에 새로 나온 게임이 있는데 우리 게임이랑 너무 비슷하대. 전에 미술팀에서 표절 논란이 됐던 일러스트들도 썼다고 하네."아까 유출된 자료에는 일러스트가 한 장뿐이었다.그런데 새로 출시된 그 게임에는 표절 일러스트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가 있었다.게임 공식 계정은 해당 일러스트들이 전부 서풍 작품이라며 서풍 계정을 태그까지 했다.댓글 창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서풍이 돈이 되는 건 뭐든 한다는 욕이 가득했다.허설아가 서풍 계정에 로그인해서 방금 출시된 게임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게임 측이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워낙 팔로워가 많으니 여론이 순식간에 서풍 편으로 기울었다.일러스트 표절 여론은 수습이 어렵지 않았다. 허설아는 바로 서풍 계정을 로그아웃했다. 진짜 골치 아픈 건 게임 대사까지 통째로 베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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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어젯밤에 서은석이 송원영이랑 같이 바에 갔거든.""나도 마침 거기 있어서 보게 된 거야. 게임하다가 입 맞추게 된 거니까 뭐 그럴 수도 있지."권서진이 어깨를 으쓱했다.권지혁은 할 말을 잃었다.서은석은 같이 자란 아이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어릴 때부터 서은석 할아버지가 회초리를 들고 뒤쫓는 광경이 눈에 선했다.집 안이 맨날 난리법석이었다.어릴 때 권씨 집안 아이들은 밥 먹을 때도 잠잘 때도 말 한마디 함부로 못 하고 꼿꼿이 앉아 있지 못하고 조금만 자세가 흐트러져도 혼이 나던 반면, 서은석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독수리 같았다.마음 가는 대로 날아다녔다. 권씨 집안 위로 훨훨 날아다니는 서은석을 보며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러워했지만 감히 눈길도 주지 못했다. 서은석은 집안의 룰을 거스르고 틀을 벗어나는 아이였다.권호성이 같이 가르치고 싶어도 권씨 집안 성씨도 아닌 아이를 함부로 단속할 수는 없었다. 가끔 권씨 집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만으로도 서은석은 온몸이 근질거렸다. 권지혁은 어릴 때 서은석이 어떻게 권지헌과 그렇게 친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권지헌과 서은석은 친형제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친했다.처음에 권지헌이 서은석을 시켜 송원영에게 접근하게 했다는 걸 알았을 때에도 권지혁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친구한테도 그렇게 매정하게 굴 수 있나 싶었다.그런데 이제와서 송원영과 서은석이 이어졌다는 말을 들으니 어안이 벙벙했다.혹시 송원영도 서은석의 자유분방함에 끌린 걸까.정원.뜰의 등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조명 아래 철제 아치를 타고 탐스럽게 핀 장미가 담을 빼곡하게 채웠고 시든 꽃은 한 송이도 보이지 않았다.오후에 권정우가 직접 사람들을 거느리고 시든 꽃을 일일이 자른 덕분이었다.처음엔 박희수가 유난스럽다고 웃더니 정작 권정우가 더 유난이었다.사실 권정우도 처음엔 권지헌이 집안이 걸맞는 아가씨를 만나길 바랐다.나중에 생각해 보니 권지헌이 어떤 상대를 데려오든 자기가 관여할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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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감당 못 하는 거 맞아,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나 싶네."권지헌이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이렇게 좋은 날, 넌 지금 여기가 아니라 내 침대에 있어야 하거든."허설아는 잠시 멍해졌다.저런 말을 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 걸까?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허설아와 업무 얘기를 하는 줄 알 것이다. 허설아는 얼굴이 확 달아올라 발을 들어 권지헌의 정강이를 살짝 걷어찼다.그런데 권지헌이 정강이를 부여잡고 아예 계단에 털썩 앉아버렸다."일으켜줘, 안 그러면 안 일어나."집 안에서 박희수 목소리가 들렸다."설아야? 왔는데 왜 안 들어와?"허설아는 권지헌이 눈앞에 내민 손을 바라보며 어쩔 수가 없었다.박희수한테 권지헌이 현관 계단에 주저 앉아 버티는 꼴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하는 수 없이 손을 내밀어 권지헌을 일으켰다.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허설아가 피할 틈도 없이 문 뒤에 숨어 있던 유혜원이 폭죽을 터뜨렸다.알록달록한 종이 테이프가 흩날리는 순간, 권지헌이 손을 들어 허설아 앞을 막아선 탓에 정장에도 알록달록한 테이프가 가득 달라붙었다.권지헌이 손을 들어 허설아 눈 앞을 막았다. 정장 위에도 알록달록한 종이가 잔뜩 붙었다.유혜원이 웃으며 말했다."서준이 생일 때 쓰다 남은 건데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이걸로 때웠어요."허설아도 유혜원의 웃음에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괜찮아요, 하나면 충분해요."권지헌은 자기 정장에 붙은 테이프는 아랑곳도 않고 고개를 숙여 허설아 얼굴을 꼼꼼히 닦아줬다.박희수와 허민정이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지었다.모두 자리에 앉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허민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하나 계속 생각하던 게 있어서 같이 얘기해 봤으면 해요."옆에 있는 연희를 바라보는 허민정의 눈빛에 애틋함이 묻어났다. "연희 성을 바꾸는 게 어떨까요."연희 성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 권씨 집안 같은 재벌가라면 자식들 중히 여길 게 분명했다. 성을 바꾸지 않으면 연희는 권지헌의 아이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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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유혜원이 참지 못하고 전서준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조용히 해."전서준은 억울한 표정이었다."왜 연희는 되고 나는 안 돼요? 그러면 우리 반 선생님 성 따라도 돼요?"유혜원은 이를 악물고 인내심 있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며 꾹 참고 물었다."선생님 성이 뭔데?""방귀 할 때 방이요!"자리에 있던 어른들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유혜원은 결국 못 참고 짝하고 손을 날렸다. '말썽꾸러기 녀석!'유혜원은 어금니를 바득바득 갈았다. "전서준, 주말에 나랑 개명하러 가자. 엄마 성 따르고 이번 생에는 평생 다른 성 꿈도 꾸지 마.""아, 알겠어요."엄마 성도 나쁘지 않았다.요즘 혼자서 젓가락질 연습 중인 연희는 작은 손으로 보조 젓가락을 제법 잘 사용했다. 연희는 옥수수 한 알을 집으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엄마, 왜 이름을 바꾸는 거예요? 나는 내 이름이 좋은데.""좋으면 안 바꿔도 돼. 그런데 어린이집 친구들은 대부분 아빠 성이잖아. 연희는 아빠 성 따르고 싶지 않아?"연희가 권지헌을 바라보며 맑은 눈동자를 또르르 굴리더니 말했다."지헌 삼촌, 삼촌은 아직 내 아빠가 아니에요. 점수표가 있는데 점수 따야 아빠가 될 수 있어요. 점수 못 따면 삼촌이고 점수 깎이면 오빠예요!"권지헌이 순간 멈칫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연희는 웃길 생각이 없었다."권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예요. 테스트를 통과 못 하면 그냥 삼촌이에요!"권정우는 순간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연희는 보면 볼수록 기특했다.어쩜 이렇게 똑똑하고 귀여울 수가 있을까!권정우는 손바닥을 비비며 목소리 톤까지 높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큰곰 할머니는?"연희가 고개를 젓자 양갈래 머리가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렸다.""큰곰 할머니는 괜찮아요. 저 때문에 다치셨잖아요. 큰곰 할머니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박희수는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허설아를 바라보며 눈을 연신 깜빡이며 차오르는 눈물을 참았다."설아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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