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321 - Chapter 330

380 Chapters

제321화

연희가 그럴 성격은 아니었다.하지만 사춘기가 오면 또 어떻게 반항할지 모르는 일이었다.그 모습을 상상한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앞에서 운전하던 조민규도 따라 웃었다.권지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연희 성격, 너랑 많이 닮았어.""당연하지, 내 딸인데."연희는 허설아처럼 겉으론 부드러워 보여도 자기 의견이 뚜렷하고 고집이 있어서 한번 마음을 먹으면 쉽게 바꾸지 않는 성격이었다. 박희수랑 같이 나가서 장난감을 고를 때도 연희는 하나를 고르면 다른 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런 부분이 허설아랑 꼭 닮아 있었다. 권지헌이 허설아의 손을 꼭 쥐었다.부디 자신도 허설아가 다시는 바꾸지 않을 그런 선택지가 되기를 바랐다. ─집에 돌아온 뒤, 허설아는 허민정에게 자기 생각을 전했다.허민정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여기 있는 게 좀 불편하기는 해, 너희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잖아. 그런데 희수 씨가 연희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아끼는 건 말할 것도 없어." 고개를 숙이고 뜨개질을 하는 허민정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처음엔 너무 오냐오냐 키우는 게 아닐까 싶어서 걱정되는 마음에 여기서 지켜보려고 한 거였어. 그런데 지헌이 부모님이 연희를 혼낼 때는 혼 내시더라."사랑이란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낌없는 사랑 안에서도 제대로 된 가르침을 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쉽지 않은 일이었다."아침에 연희가 밥 먹을 때 혼자 젓가락을 쥐려다가 놓쳐서 바닥에 떨어뜨리고 화를 냈거든. 희수 씨가 연희한테 젓가락도 아파한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하더라.""지헌이 아버지도 희수 씨한테 왜 혼내냐고 하는 대신 자기도 젓가락을 떨어뜨리면서 아이고 젓가락 아프겠다라고 하는 거야."노부부가 죽이 척척 맞게 연기하며 연희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게 했다.허민정도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흐뭇해졌다.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 연희가 허민정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큰곰 할머니랑 권 할아버지 좀 바보 같지 않아요? 젓가락이 어떻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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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권정열과 진하윤 부부가 권씨 집안에 엄청난 망신을 준 건 사실이었다.며느리가 직접 판을 짜서 아들이 불륜을 저지르도록 유도하고 그 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했다.때맞춰 상대 아가씨의 약혼자에게도 연락해 도시 전체를 들쑤셔놓았다.권호성은 진하윤이 속셈이 많고 지독하다는 이유로 다시는 권지혁과 권서진을 만나지 못하게 했다. 권 할머니와 권정열까지 함께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지됐다.권씨 집안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한 것이다. 권지혁이 지금 부모님을 보러 가고 싶다는 얘기를 꺼낸 건 곧 진하윤의 생일이 다가온 것도 있었다.권지혁은 머뭇거리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권씨 집안 도련님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씁쓸한 웃음만 남아 있었다."요즘 엄마가 자꾸 꿈에 나오는데 더 이상 보러 오지 않으면 죽겠다고 해. 그 꿈 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불안한데 서진이도 같은 꿈을 꿨대. 형, 가서 얼굴만 보고 금방 돌아올게."할아버지가 안 된다고 해도 권지헌이 허락해 주면 보러 갈 수가 있었다.다만 이렇게 하면 권지헌을 완전히 권호성과 맞서게 하는 셈이었다. 권지헌을 곤란하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권지혁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권지헌이 옆에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습관적으로 담배를 찾으려 손을 들었다가 이제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는 게 떠올랐다. 손을 들어 미간을 꾹 눌렀다."다녀와, 서둘러 돌아오지 않아도 돼. 가는 김에 삼촌이랑 작은 엄마와 좀 같이 있다가 와.""정말이야? 형!"권지헌이 이어 대꾸했다. "할아버지한테 숨길 수도 없으니까 숨길 필요 없어."권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들뜬 마음으로 뭘 챙겨갈지 상의하러 권서진에게 달려갔다. 마당에 하나둘 밝게 켜진 조명이 방 안으로 비치며 바닥을 차갑게 물들였다.권지헌이 눈을 내리깔고 창밖의 불빛을 바라봤다.세상에 켜진 수많은 불빛 중에 영원히 권지헌을 위해 켜둔 불빛이 생겼다.권지혁도 자신의 불빛을 찾아가려는데 형으로서 발목 잡을 생각은 없었다.-허준 그룹.주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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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권서진은 자리에서 휙 일어나 허설아 뒤로 달려가 어깨까지 주무르기 시작했다."그래서 언니가 주얼리 회사 한다는 거 알고 여기서 일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려둔 디자인 시안이 엄청 많거든요!""한번 가져와 봐요."솔직히 허설아도, 권서진도 시안들을 진짜로 쓸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냥 쓸 만한 정도가 아니라 허설아가 감탄을 내뱉을 정도였다."디자인에 재능이 있네요. 도안을 실력 있는 세공 장인한테 맡겨서 디테일을 살리면 판매량이 좋을 것 같아요.""진짜요? 그냥 그려본 건데……"권서진은 컴퓨터 화면 속 시안들을 바라보며 자신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권씨 집안의 유일한 딸인데다 셋째 아들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늘 주목받지 못했다.권씨 집안의 하늘이 무너져도 권지헌 하나면 충분했다. 권서진의 어려서부터 정략결혼만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운명이 정해진 것 같았다. 장 보듯이 봐줄 만하고 집안도 좋고 권씨 집안과 걸맞으면서 집안에 도움이 될만한 남자를 골라 시집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모의 과거 때문에 수없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권씨 집안 사람에게 감히 면전에서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뒤에서는 꽤 말이 많았다.허설아가 시안을 들여다보다가 딱 잘라 말했다."이걸로 가요. 판매량이 좋으면 수익 배분해 줄게요.""진짜요? 진짜 제 디자인으로 가는 거예요? 언니, 다시 잘 생각해 봐요."권서진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허설아를 바라봤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기색과 기쁨이 눈에 가득했다.직접 디자인한 주얼리가 실제로 제작되어 세상에 전시될 수도 있다니."더 생각할 거 없어요. 나를 사로잡은 디자인이면 다른 사람들도 사로잡을 수 있어요. 휴가도 승인해 줄게요."권서진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허설아 사무실을 나갔다.모니터 속 시안들을 바라보던 허설아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권서진은 자신의 주얼리 디자인 재능과 감각을 완전히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미술을 전공한 허설아는 디자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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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송민우는 자기가 한 말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권씨 집안은 규모도 크고 세력도 막강해서 이 정도 돈은 돈도 아니었다. 게다가 송원영과 권지헌의 혼담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송씨 집안 내부에서는 다들 알고 있었다.송원영이 손을 떨면서도 화를 꾹 참았다."권지헌은 이미 결혼했어, 알고 있어? 나는 처음부터 그 사람과 정략결혼 하고 싶지 않았어!"권지헌이 결혼했다는 건 송민우도 몰랐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개의치 않았다."괜찮아, 누나. 권씨 집안에 남자가 세 명 더 있잖아. 셋째네 아들 빼고도 둘 더 있는 데서 누나가 고르면 되지.""송민우!"송원영은 송민우가 이렇게 뻔뻔한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송민우가 귀를 후비며 말했다. "왜 이래? 권율 그룹에서도 아무 말 안 하는데 누나가 왜 나한테 난리야?" "게임 데이터 어디서 구했어?"송민우의 눈을 또르르 굴렸다. "허설아인지 뭔지 하는 사람한테서 받았어.""증거는?"송민우가 혀를 끌끌 찼다. "증거가 있어도 줄 수 없지. 누나, 나도 신뢰를 지키는 사람이야."게임 표절할 때는 왜 그 신뢰가 없었을까? 송원영이 분한 눈빛으로 송민우를 노려봤다."권율 그룹에서 이미 조사 중이야. 이번 일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 진실은 결국 드러나는 법이니까 일이 커질 대로 커지면 나도 너 못 지켜줘. "말을 마친 송원영은 그대로 송민우 회사를 나섰다. 송원영이 떠나자 태연하던 송민우의 마음이 갑자기 불안해졌다.휴대폰을 열어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용건 없으면 전화하지 말라고 했잖아.""묻고 싶은 게 있어. 전에 네가 허설아인지 뭔지한테 다 뒤집어씌우면 권율 그룹이 우리 안 건드린다고 했잖아. 권율 그룹이 설마 그렇게 멍청하겠어?""뭐가 겁나서 그래? 지금 당장 급한 건 서풍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거야. 팔로워가 워낙 어마어마하잖아. 서풍이 우리 게임과 함께 작업했다고 말만 해도 권율 그룹 게임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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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역시 될 놈은 어떻게든 된다고 불구경하다가 취업까지 하게 생겼다.일자리도 얻고 일러스트 업계 대가랑 같이 일도 하다니 완전 이득이었다!한편.송민우는 서풍의 당당한 게시물을 보다가 컴퓨터를 쾅 내리쳤다.강지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이제 어떻게 수습해? 이 사람 도대체 뭔데 감히 나랑 정면으로 맞붙어?""열성팬이 저렇게 많으니 그걸 잘 활용해야지. 팬들이 허설아를 공격하게 유도하면 시선도 돌릴 수 있잖아.송민우도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 같았다. 한바탕 팬들을 부추겨 허설아를 향한 악플 공세로 몰아갔다. 허설아가 게임 기밀을 유출해서 서풍이 억울한 피해를 보았다고 팬들이 믿기만 하면 모든 화력이 허설아한테 쏠리겠지. 그러면 송민우 회사의 야비한 짓에는 관심 돌릴 여력도 없을 것이다. ─술집.서은석이 술잔을 들고 권지헌 옆에 앉았다."알아봤는데 그 게임 회사 송민우 회사가 진짜 맞았어. 매일 게임이나 하면서 놀고먹는 송씨 집안 도련님이지.""게임 데이터를 누가 넘겼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송원영은 아니야."권지헌이 서은석을 힐끗 쳐다봤다."그렇게 확신해?""송원영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분명 수많은 지름길이 있는데도 그냥 회사에 성실하게 출근하고 있잖아?"술잔을 통과한 조명이 권지헌의 얼굴에 영롱한 빛 그림자를 만들었다."지름길이라는 게 설마 너 말하는 거야?"서은석이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나는 아닌가?"숨길 생각도 없는 쓸쓸함과 거절당한 뒤의 담담한 체념이 어려 있는 눈빛이었다. "우리는 안 어울리는 거 같대. 사모님보다는 스스로 열심히 일하며 살고 싶다는데 어떡해, 존중해줘야지.""그럼 지금 너희 무슨 사이야?""친구로 지내지, 그냥 애매하게."서은석이 고개를 젖히고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나도 결혼까지 생각한 건 아닌데 걔가 먼저 얘기를 꺼내는데 내가 또 너랑 만나려는 게 결혼 때문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애매하잖아. 누가 이렇게 일찍 결혼하고 싶겠어? 재미없게." 서은석은 처음엔 그냥 연애나 한번 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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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꽃집을 나서는데 코트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권지헌이 한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너머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애들 별장 보내준 거냐?""제가 가라고 했어요."권호성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정말 너 상대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할아버지, 제가 정말 권율 그룹에 미련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권호성은 이해할 수 없었다.권지헌이 지금껏 권율 그룹을 위해 해온 모든 것은 권호성 두 눈으로 직접 봐왔다. 한 건의 거래를 따내기 위해 죽기 살기로 접대를 하던 권지헌이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권율 그룹에 미련이 없다고 단언하고 있었다.권호성은 권지헌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는 자꾸만 말을 거스르고 있었다.권호성은 화가 치밀었다."새로 들인 여자 때문에 그러는 거냐?""저 자신을 위해서예요."차 안에 앉아 있는 권지헌 옆에는 방금 산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백합이 섞여 있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향기가 은은하게 퍼졌다.방금 술집에서 권지헌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정신이 더없이 맑았다. 창밖에는 꽃집 주인 아이가 핑크색 돼지 풍선을 들고 문 앞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전에 연희가 핑크색 돼지 이름이 페파라고 알려준 적이 있었다.남자아이가 풍선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앳된 웃음소리가 꽃집 문 앞 풍경 소리와 함께 울렸다."엄마, 고마워요. 풍선이 너무 좋아요!"여사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타일렀다."천천히 뛰어, 멀리 가지 말고 근처에서만 놀아.""알았어요!"그 모습을 바라보던 권지헌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그래도 딱딱하게 들렸다. "할아버지, 지혁이랑 서진이가 자기 부모도 필요 0없다면 할아버지는 왜 필요하겠어요? 할아버지는 할머니도 버렸으면서 왜 할머니가 낳은 자식들이 필요하고 제가 필요한 거예요?"그 말에 권호성은 말문이 턱 막혔다. 권지헌이 손으로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었다.휴대폰에 집에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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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권호성은 말할수록 자신이 없어졌다.서로 다 알고 있었다.권지헌은 애초에 권호성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던 건 맞았다."알겠어요, 생신엔 집사람 데리고 갈게요. 끊을게요."전화를 끊은 권지헌이 sns를 열어 영상통화를 걸었다.거치대에 고정된 핸드폰에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허설아 눈에 운전석에서 진지하게 운전 중인 권지헌의 옆모습이 들어왔다. "운전 중이면 전화하지 마, 위험하잖아.""괜찮아. 네가 전화 안 해도 이상한 전화가 또 걸려 와."허설아는 권지헌이 말하는 이상한 전화가 권율 그룹 거래처인 줄 알고 영상통화를 끊지 않았다. "설아야, 할아버지가 다음 주에 생신이라 나와 함께 본가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연희는 안 데려가도 돼."권지헌은 아직 어린 연희에게 벌써부터 권호성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허설아가 알겠다며 답했다.─문이 열리자 박희수는 권지헌이 들고 있는 꽃을 한눈에 알아봤다.백합, 장미에 호접란까지 한 아름 탐스러운 꽃다발이었다. 꽃을 건네자 허설아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꽃은 왜 샀어?""지나다가 예뻐서."박희수가 웃었다."전엔 내가 신신당부를 해서야 모처럼 한 번씩 사 오더니 이제는 알아서 사 오네."남자란 센스가 없는 게 아니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센스가 생기는 거였다. 허설아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권지헌을 흘깃 보다가 괜히 변명했다."대학교 때 사귈 때도 꽃을 사준 적 없었어요."권지헌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땐 돈이 없었어."신분을 숨긴 것도 있었지만 정말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연희와 전서준은 카펫 위에 나란히 앉아 블록 놀이를 하고 있었다.권지헌을 보더니 지헌 삼촌이라고 불렀다.허민정이 조금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지헌아, 연희가 아직 어려서 아빠라는 호칭이 잘 와닿지 않나 봐.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박희수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그게 뭐 어때서요? 연희가 부르기 싫으면 안 불러도 돼요. 어차피 지헌이도 어릴 때 나한테 엄마 소리 안 했어요!""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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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현재 권씨 본가는 4층짜리 건물이었다.3층 창문에서는 저 멀리 건영시의 수평선과 아득하게 펼쳐진 고요한 바다가 보였다. 권지헌이 뒤에서 허설아를 감싸안았다. 허설아의 목덜미에 떨어진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달빛이 내려앉은 도자기 같은 흰 피부 위로 유리창에 비친 달빛도 함께 쏟아졌다.바닷물이 서서히 차오르고, 허설아의 뺨이 닿은 창이 입김으로 인해 뿌옇게 변했다. 온몸이 핑크빛으로 물들고 양옆으로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은 어깨 위 붉은 흔적과 함께 어우러져 한겨울에 피어난 매화꽃 같았다.허설아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귓가에 거친 숨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곧 허설아의 숨결과 뒤섞였다.허설아의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창밖 풍경도 보이지 않고 정신이 아득해졌다.간신히 끝이 났을 땐 푸르스름 동이 트고 있었다.손가락 하나 들 기력도 없었던 허설아는 권지헌을 살짝 밀어냈다."앞으로는 그냥 각방 쓰자."계속 이러다가는 남자 귀신한테 음기를 다 빨릴 것 같았다.권지헌은 오히려 조금 전 언제 힘을 썼는지 싶게 생기가 넘쳤다. 허설아는 낮에 출근도 해야 했다.이렇게 밤새 시달리고 나면 무슨 출근을 한단 말인가.권지헌이 건성으로 알겠다고 답했다.허리를 굽혀 허설아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주영훈 원장님이 내일 우리한테 병원에 한번 들리라고 연락 왔어. 연희 약 처방 몇 가지 만들었는데 너더러 어떤 게 좋은지 보래."주영훈은 돌아간 뒤에도 계속 연희 걱정을 했다.태어날 때부터 약하게 태어난 아이라 쉽지 않았다.하지만 권씨 집안이 딸 하나 귀하게 오냐오냐 키우는 건 일도 아니었다.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올려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남자 눈 속에서 부드러운 온기가 물결처럼 번지고 있어 허설아도 그 안에 잠겨버릴 것 같았다.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권지헌의 턱에 맺혀 있었다. 허설아는 손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권지헌의 땀을 닦아줬다."게임에 관해서 내가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해?"권지헌이 고개를 저으며 허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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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서재에는 밤새 불이 켜져 있었다. ─권율 그룹 건물.권율 그룹의 전통에 의하면 불을 껐다 켜는데 오히려 전기가 더 든다며 건물 조명은 밤새 꺼지는 법이 없었다.권지헌이 회사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카메라 플래시와 마이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질문도 거침없었다."권 대표님, 현재 출시된 연애 게임이 곧 발매 예정인 권율 그룹 게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나요? 상대 회사에서는 권율 그룹 게임이 자신들 게임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인가요?""대표님, 전에 권율 그룹 내부 데이터가 유출됐다고 하셨는데 사실입니까?""대표님, 개인적인 질문 드려도 될까요? 송씨 전자의 따님과 섬 여행을 가신 모습이 찍혔는데 곧 좋은 소식이 있는 겁니까?"기자들마다 권지헌 입에서 뭔가 터뜨릴 답을 들으려 했다.경호원과 비서진이 권지헌 주변을 에워싸며 길을 터주었다.권지헌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차갑게 굳은 얼굴로 멈출 생각없이 지나쳐 가려 했다.그때 한 여기자가 앞으로 비집고 나오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대표님, 게임 데이터를 유출한 사람이 이미 권율 그룹을 퇴사한 전 직원 허설아 씨라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입니까? 권율 그룹에서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실 예정입니까?"로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권지헌 발걸음을 멈추더니 소리가 들리는 여기자 쪽으로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높이 도드라진 눈썹뼈 때문에 시선을 내리 깔 때면 더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허설아 씨가 퇴사할 때는 게임이 지금 버전이 아니었습니다. 기자님 말은 허설아 씨가 힘들게 저희가 폐기한 데이터를 훔쳐 갔다는 뜻이 되겠네요?"현장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권지헌이 넥타이를 가다듬으며 상위 포식자의 기세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저희 게임은 예정대로 출시합니다. 상대 회사가 훔쳐 간 것이 이미 폐기된 버전이라 해도 저희는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겁니다.""발표회에 여러분 모두 참석하시기 바랍니다.""그리고 당연히 폐기된 버전보다는 지금 저희 버전이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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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안초희가 단톡방에 메시지를 가득 전송했다.권지헌이 손을 들어 결혼반지를 클로즈업해 찍도록 한 기사 사진들도 전부 올렸다. [안초희: 대표님이 진짜 결혼하셨어! 신부는 나 아님.][김아림: 초희 씨였으면 대표님이 너무 손해지.] 허설아가 핸드폰을 들었을 때는 둘이 이미 한바탕 주고받으며 떠들고 난 뒤였다.허설아는 사진들을 클릭해 확인했다. 권지헌을 찍은 기자들이 연예부 기자 출신이 아닐까 싶었다.권지헌은 화보를 뚫고 나온 것처럼 사진들이 하나같이 멋졌다. 마치 태생이 탑스타인 것처럼 회사의 조명이며 화분들까지 전부 권지헌을 받쳐주는 것 같았다.그런데 권지헌 뒤에서 일그러진 얼굴이 찍혀버린 조민규를 본 순간 허설아는 피식 웃음이 터졌다.권지헌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기자들이 반지를 더 확실히 찍게 하려고 말이다. 마침 권지헌한테서 메시지가 왔다.어디냐며 지금 데리러 갈 테니 같이 주영훈 원장을 뵈러 가자고 했다.허설아가 답장을 보내고 핸드폰을 내려놓자 김지유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대표님, 원자재 공장은 여러 곳에 연락했는데 주얼리 본체 제작을 맡길 장인분은 못 정했어요."허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스케줄이 되는 장인 선생님들 정보 정리해 줘. 나중에 같이 검토하고 결정할게. 그리고 직원들한테 복귀하라는 연락도 해. 기숙사는 다 준비됐어?""다 준비됐는데 아직은 입주할 직원들 정보를 취합 중이에요. 그나저나 민지강 씨가 요즘 매일 오네요. 화물차 운송도 몇 번 따라다니고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민지강은 그날 허설아를 만난 뒤로 거의 매일 허준 그룹에 드나들었다.공장이 막 이전했을 때 쯤.진주 물량이 막 들어왔을 때 누군가 한밤중에 몰래 훔치러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창고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밤새 지키고 있던 민지강에게 잡힌 것이다. 눈앞에 끌고온 사람을 보고 나서야 허설아는 깨달았다. 민지강은 막 공장을 인수한 허설아가 힘에 부치는 부분이 많을 거라며 걱정한 것이다. 창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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