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성은 말할수록 자신이 없어졌다.서로 다 알고 있었다.권지헌은 애초에 권호성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던 건 맞았다."알겠어요, 생신엔 집사람 데리고 갈게요. 끊을게요."전화를 끊은 권지헌이 sns를 열어 영상통화를 걸었다.거치대에 고정된 핸드폰에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허설아 눈에 운전석에서 진지하게 운전 중인 권지헌의 옆모습이 들어왔다. "운전 중이면 전화하지 마, 위험하잖아.""괜찮아. 네가 전화 안 해도 이상한 전화가 또 걸려 와."허설아는 권지헌이 말하는 이상한 전화가 권율 그룹 거래처인 줄 알고 영상통화를 끊지 않았다. "설아야, 할아버지가 다음 주에 생신이라 나와 함께 본가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연희는 안 데려가도 돼."권지헌은 아직 어린 연희에게 벌써부터 권호성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허설아가 알겠다며 답했다.─문이 열리자 박희수는 권지헌이 들고 있는 꽃을 한눈에 알아봤다.백합, 장미에 호접란까지 한 아름 탐스러운 꽃다발이었다. 꽃을 건네자 허설아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꽃은 왜 샀어?""지나다가 예뻐서."박희수가 웃었다."전엔 내가 신신당부를 해서야 모처럼 한 번씩 사 오더니 이제는 알아서 사 오네."남자란 센스가 없는 게 아니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센스가 생기는 거였다. 허설아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권지헌을 흘깃 보다가 괜히 변명했다."대학교 때 사귈 때도 꽃을 사준 적 없었어요."권지헌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땐 돈이 없었어."신분을 숨긴 것도 있었지만 정말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연희와 전서준은 카펫 위에 나란히 앉아 블록 놀이를 하고 있었다.권지헌을 보더니 지헌 삼촌이라고 불렀다.허민정이 조금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지헌아, 연희가 아직 어려서 아빠라는 호칭이 잘 와닿지 않나 봐.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박희수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그게 뭐 어때서요? 연희가 부르기 싫으면 안 불러도 돼요. 어차피 지헌이도 어릴 때 나한테 엄마 소리 안 했어요!""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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