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Kapitel 281 – Kapitel 290

392 Kapitel

제281화

권지헌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으니까 연희 푹 쉬게 해. 아동 심리 상담도 준비해. 내가 찔릴 때 연희가 봤던 것 같아."연희와 수영이는 수면제를 먹었는데 현서 부모가 약이 너무 비싸서 아깝다고 생각했는지 많이 주지 않았던 모양이었다.중간에 연희가 깨어난 것이다.현서 아버지 손에 든 칼이 권지헌을 향해 날아드는 순간, 연희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불렀다.지헌 삼촌이 아니라 아빠라고 했다.권지헌도 자기가 잘못 본 건지, 잘못 들은 건지 알 수 없었다.아니면 죽기 직전 일어나는 환각인지도 몰랐다.그때 머릿속에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연희를 지켜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연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허설아와 박희수가 얼마나 슬퍼할지 알고 있었다.연희가 태어날 때부터 권지헌은 곁에 없었다. 만회할 기회가 있다면 목숨을 내줘도 아깝지 않았다.심지어 허설아가 예전만큼 자기를 신경 쓰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허설아도 많이 슬퍼할 테니까.권지헌은 이런 말들을 전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목도 아프고 어떻게 꺼내야 할지도 몰랐다.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병실을 나섰다.문을 닫고 문 앞에 서자 자기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병실 문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심장이 동시에 두근거렸다.밤의 병원은 한없이 고요했다. 가끔 지나가는 간호사들이 나직하게 수다를 떨며 말 안 듣는 환자 욕을 하거나 야근을 욕하는 대화들이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구석에서 똑같이 거대한 희열을 품은 두 사람이 있었다.-이틀이 지난 뒤, 병실 안. 허설아가 헐렁한 환자복을 입고 연희를 안은 채 모녀가 함께 수어를 배우고 있었다.연희는 아무 일 없었다.권지헌이 몸을 던져 안아주던 것과 피가 많았다는 것만 기억했다.제일 끔찍한 장면은 보지 못했다.이틀 동안 시간만 나면 연희는 권지헌을 보러 달려갔다.온몸에 호스가 꽂혀 있는 걸 보고는 울음을 터뜨렸다.분주하게 물을 떠다 주고 상처를 후후 불어주기도 했다.그 모습을 보던 박희수는 마음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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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김아림도 세세한 내용까지는 몰랐다."다친 사람이 있어? 그러면 달라질 수도 있어. 돌아가서 다시 물어볼게. 경찰이 찾아오진 않았어?"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찾아왔는데 나도 아는 게 별로 없었어."허설아 입장에서 아는 것이라곤 연희와 안수영이 납치됐고, 현서가 공갈 협박을 했고, 현서 일가족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뿐이었다.민사 사건이라면 현서도 큰 위험은 없을 것이다.게다가 지금은 임산부이니 구속되더라도 불구속 기소나 보석으로 처리될 것이다.경찰이 여러 번 찾아와 허설아와 권지헌의 진술과 현장 CCTV를 토대로 사건 경위를 파악했다.허설아가 실어증이 온 걸 본 사람들 모두 가슴 아파했다.허민정과 박희수 둘 다 전문가를 수소문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다들 자연적으로 회복되길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생긴 증상이니 어느 순간 저절로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허설아 본인은 오히려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무심결에 내뱉는 말이 늘 상처를 주기도 하니 차라리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말을 못 하게 된 뒤로 오히려 그림 아이디어가 풍부해졌다.요즘은 권율 그룹 게임 의뢰를 맡으면서 다른 의뢰는 좀 미뤄둔 참이었다.안초희와 김아림이 돌아간 뒤 허설아는 영감이 솟구쳐 태블릿을 꺼내 들었다. 권율 그룹에서 의뢰한 건 세 장이었다.초안 세 장을 다 완성해서 서풍 계정으로 조민규에게 전송하자마자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연희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외삼촌."허설아가 태블릿을 덮고 바라봤다.연민규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멍한 표정에 언제 갈아입었는지 모를 옷에 얼굴에는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꼴이 말이 아니고 반쯤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간호사가 연희가 아는 사람인 걸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자리를 떴다.아니면 어디선가 굴러온 노숙자인 줄 알았을 것이었다.허설아가 크게 불렀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민규 오빠?"연민규는 허설아의 이상함을 알아채지도 못한 채 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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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아빠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현서 뱃속 아이가 아빠 아이래요."말을 마친 연민규는 힘이 빠진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피비린내 나는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허민정과 허설아는 눈을 마주쳤다.서로의 충격과 허탈함을 금치 못하는 눈빛이었다.그리고 약간의 역겨움까지 곁들여 있었다. 허민정은 제일 먼저 문부터 닫았다. 어쨌든 연민규 집안의 불명예스러운 얘기였다. 문을 닫고 나서야 허민정도 참지 못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잠시 생각하던 허민정은 간호사한테 가서 알코올 솜을 얻어다 연민규에게 건넸다."일단 닦아. 무릎이 다 까졌네."무릎이며 팔꿈치까지 군데군데 전부 까진 자국이 있었다.어떻게 된 건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다행히 허설아는 1인 병실이라 다른 사람이 없었다.연민규는 눈물을 다 쏟아내고 나서야 연희가 따라준 물컵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고개를 젖히고 꿀꺽꿀꺽 마셨다.허민정이 침대 모서리에 앉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나도 네 부모 고소할 생각이야. 그러니 각오하고 있어. 어쩌면 네 아내도 깊이 연루되어 있을 거야."연민규는 한참 멍하니 있더니 잠시 후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정말 실패한 인생이죠?"배우자와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이었다.그런데 그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연중근을 때리긴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허탈하기만 했다.병원 오는 길에도 몇 번이나 넘어져 노숙자로 오해받기도 했다.연민규가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흙먼지가 뒤섞여 얼굴이 범벅이 되었다. "그 돈 때문에 연희와 수영이를 납치하고 수영이를 죽이려 했다는 생각만 하면…… ""그냥 질투하는 줄 알았어요. 내가 수영이한테 잘해주는 게 싫고 안지혜한테 연락하는 게 싫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락도 끊었어요.""그런데 현서도, 부모님도 저를 사랑한 게 아니었어요."결국은 돈이었다.세 사람이야말로 진짜 가족 같았다.눈에는 돈밖에 보이지 않았고 연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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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연민규는 코끝이 시큰거려 울먹이는 소리로 응하고 답했다.코 막힌 소리만 남았다.연희를 볼 때마다 너무 괴로워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이렇게 착한 연희를 현서는 어떻게 납치할 생각을 했을까.연희 팔에는 그날 현서 부모한테 끌려가던 흔적이 아직 빨갛게 남아 있었다.의사는 별문제는 없다고 했다. 다만 연희가 몸이 약해 일반 아이들보다 응고 기능이 떨어져 자국이 사라지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쓰라리고 연희한테 미안했다.손으로 얼굴의 눈물을 세게 훔쳤다.흙먼지와 핏자국, 눈물에 고통까지 전부 한데 뒤섞였다.한참 동안 손을 내리지 못했다.잠시 후 어깨가 다시 들썩이며 처참하게 울었다."설아는 나의 하나뿐인 동생인데……""연희 일도 있고. 현서가 돈이 필요했으면 나한테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연민규는 이해할 수 없었다.돈이 정말로 그렇게 중요한 걸까?양심을 버리고 남을 해칠 정도인 걸까?현서한테 준 돈도 적지 않았고 명품 백이 갖고 싶다면 사줬다.현서는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탐욕 덩어리였다.허설아가 하나뿐인 동생이고, 연희가 하나뿐인 조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다.딸이 없는 연민규한테 연희는 딸이나 다름없었다.연희가 있는 힘껏 연민규 손을 꽉 쥐고 얼굴에 남은 눈물을 닦아줬다."그만 울어요, 외삼촌. 얼굴이 다 이상해졌잖아요.""응, 안 울게."잠시 후 연민규가 손을 내렸다. 눈이 빨개진 채로 연희를 보며 우는 것보다 더 못난 웃음을 지었다.허민정이 의사한테 몸 상태를 확인하고 가라고 했지만 연민규는 거절했다.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그냥 나갔다. 허민정은 그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짠했다.어릴 때부터 크는 걸 봐온 아이였다.허민정과 연동근은 결혼한 뒤, 오랫동안 아이가 없었다.그때 연 씨 집안에는 아이가 연민규 하나뿐이었다.허민정과 연동근이 같이 키운 거나 마찬가지였다.그때만 해도 연중근이 지금처럼 돈에 눈이 멀지 않았다.퇴근이 빠른 사람이 연민규 하원을 맡아 집으로 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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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허설아가 짐짓 곤란한 척 말했다."근데 엄마도 엄마 시험을 통과한 적이 없는데?""달라요."연희가 고개를 저으며 연거푸 no를 외치더니 짧고 통통한 손가락을 흔들었다."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이미 엄마는 시험 통과한 거잖아요."유치원 선생님이 엄마가 아이를 이 세상에 데려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말해줬다고 했다.뱃속에 품고 있는 그 순간부터 엄마는 이미 만점을 받은 거라고 말이다. 허설아가 연희를 꼭 끌어안았다.마음이 따뜻해졌다.연희 손을 잡고 권지헌 병실로 갔을 때 박희수와 권정우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권지헌은 등 쪽으로 상처가 집중돼 있었고 관통상도 하나 있어서 당분간 안정이 필요했다.연희가 쪼르르 달려가며 불렀다."큰곰 할머니, 권 할아버지!"두 사람 얼굴에 꿀 먹은 것 같은 웃음이 번졌다.평소에 굳어 있던 권정우 얼굴도 연희를 보자마자 저절로 풀어졌다.다만 할아버지라고 부를 때 앞에 권 자가 없으면 더 좋을 텐데 말이다.손녀가 언제쯤 그냥 할아버지라고 불러줄까.연희를 볼 때마다 권정우는 권지헌을 발로 한 대 걷어차주고 싶었다.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지금껏 데려올 생각도 않고!하지만 또 기운 없는 지금 아들 꼴을 보니 또 안쓰러웠다.권지헌은 허설아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눈을 떼지 않았다.허설아 기분이 다운되어 있고 눈가도 빨갛다는 게 한눈에 보였다.권지헌이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설아야."허설아가 고개를 들고 권지헌을 보며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 말했다."나 괜찮아요."연희가 박희수 무릎에 앉았다. 박희수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손녀 안는 건 문제없었다.연희가 한 말을 듣고 허설아 대신 통역을 자처했다."아까 외삼촌이 왔었어요. 엄마랑 외삼촌이랑 같이 울었고 외할머니가 배웅하러 가셨어요."이번 일을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이 아마 연민규일 것이었다.박희수가 눈빛을 잠깐 흔들렸다."설아 씨,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고개만 끄덕이거나 가로 저으면 되고 말은 안 해도 돼요."허설아가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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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보름 후.허설아는 연희를 데리고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보름 동안 허설아는 권율 그룹에서 의뢰한 그림 세 장을 다 완성했다.권율 그룹 공식 담당자에게 넘겼더니 칭찬이 쏟아졌다.서풍이라는 작가를 하늘 끝까지 띄워줄 기세였다.권율 그룹이 동시에 의뢰한 여러 작가 중 서풍 단가가 제일 비쌌지만 납품 퀄리티도 압도적으로 좋았다.다른 작가들 그림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미술팀에서 처음엔 예산을 서풍 한 명한테 쏟아붓는다고 불만이 많았다.하지만 결과물을 보고 나서는 다들 입을 다물고 감탄의 눈빛만 보냈다.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허설아는 목소리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허준 그룹 최대 주주인 허민정이 직접 법정에 섰다.허설아는 방청석에 앉아 허민정이 차근차근 증거를 하나씩 제시하는 모습을 지켜봤다.처음에는 연중근도 비웃음 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식품 문제 소송, 납치 미수 건 정도로는 자기한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학교에 납품한 식품 기준이 미달이라 해도 실제로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니었다.납치 건도 자기가 직접 가담한 것도 아니었고 돈을 받은 것도 없었다.연희와 안수영, 두 아이도 멀쩡히 살아 있었다.결국 별 탈 없이 끝났으니 허설아가 고소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여유는 허민정이 몇 년 전 일에 대한 증거를 꺼내는 순간 단번에 사라졌다.연중근이 눈을 부릅뜨며 허민정 손에 든 서류 몇 장을 쳐다봤다.이체 확인서?연동근이 죽은 지도 한참 지났는데 저런 게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고?낡은 양옥집을 몇 번이나 뒤졌는데 왜 한 번도 찾지 못했을까!연중근이 당황해하며 외쳤다."허민정이 위조한 겁니다! 인정할 수 없어요!"허민정이 차분하게 말했다."진짜인지 아닌지, 검찰에서 감정하면 금방 알 수 있죠."영수증이나 서류는 조작이 가능할 수 있었다.하지만 실제 이체 기록은 언젠가는 반드시 추적이 됐다.그 돈은 실제로 피해자 가족에게 송금됐었다.다만 나중에 현서가 도와준다는 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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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허설아가 눈물을 훔쳤다.한 세트 승리한 허민정에게 다가가 수어로 말했다."집에 가요. 보름 뒤에 또 재판이잖아요."허민정 몸이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됐다.허민정도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허설아를 보며 웃고 있었다."그래, 집에 가자."-법원을 막 나왔을 때였다.현서가 만나고 싶다며 허설아한테 전화를 걸어왔다. 임산부인 현서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문 앞에 경찰이 지키고 있어서 어디도 갈 수 없는 상태였다.허설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병원 주소를 물었다.권지헌이 입원한 병원이었다. 어차피 가는 길에 들르면 그만이었다. 지금은 말을 할 수 없지만 현서와는 딱히 나눌 말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오래전부터 서로 상극이었다.병원에 도착한 허설아가 병실 앞으로 가자 경찰이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현서는 만삭인 배를 하고 누워 있었다. 머리는 엉클어져 있었고 두 눈은 초점이 없었다.허설아를 보자 오히려 눈빛이 잠깐 빛났다.허설아는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경찰이 말했다."할 말 있으면 해요."현서가 쓸쓸하게 피식 웃었다.눈을 감자 마음속 증오와 원망이 한데 뒤엉켰다."어릴 때, 난 딸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홀대를 받았어.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빠는 금방 아들 낳아줄 여자를 데려왔고.""아주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 먹다 남긴 밥을 먹고 온 가족 빨래를 했어. 그래도 괜찮았어. 적어도 살 수는 있었으니까.""중학교 때는 담임한테 선물할 돈이 없다는 이유로 담임이 반 애들 전체를 이용해서 날 왕따시켰어. 교과서는 찢기고 도시락엔 벌레가 들어가 있었지.""대학에 입학했을 때, 난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건영대 간 학생이었어. 마을에서 차비를 모아줬고 난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등록금이 마련했어."현서가 잠시 멈칫했다."그날부터 난 내 인생이 달라질 거라 생각했어.""그런데 왜 첫날부터 너를 만난 거냐고!"기숙사의 허설아는 반짝반짝 빛이 났고 고생 한번 못 해본 공주님 같았다.그런데 성격마저 좋아서 딱히 흠잡을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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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네가 쓸모없는 거야. 누군가 남자친구를 계속 미행하는 것도 모르고."현서가 차갑게 웃었다.허설아는 정말 몰랐다.하지만 알든 모르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허설아는 고개를 떨구고 휴대폰 케이스 고리에 걸린 휴대폰 키링을 바라봤다. 김지유가 돌려준 것이었다.이것도 아마 권지헌을 미행하다가 주운 거겠지.그때는 미행이든 스토킹이든 권지헌 주변을 맴도는 여자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결국 권지헌 본인의 태도가 제일 중요했다.현서의 눈이 초점을 잃고 멍해졌다. "김지유를 발견한 건 걔가 나랑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였어. 태어날 때부터 환영받지 못했고 대학에 붙어서도 빨대 꽂혀 가족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권지헌을 짝사랑해?”김지유 얘기를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았다. 현서는 하수구에 던져진 걸레 같았다. 얼마나 오래 처박혀 있었는지 온몸에서 쉰내가 나는 것 같았다."허설아, 너 같은 사람은 평생 몰라. 내가 진흙탕 속에서 기어 나오려고 얼마나 발버둥 쳤는지."현서의 창백한 얼굴에는 공허한 시선만 남아 있었다.현서는 천장 조명을 빤히 올려다보며 눈을 최대한 크게 뜨려 노력했다. 밝은 불빛이 눈을 따갑고 불편하게 했다. 허설아가 아무 말도 않는 걸 본 현서가 입술을 적셨다."애초에 내가 꼬시려고 했던 사람은 사실 네 아빠였어."허설아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져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서가 허설아의 반응에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아쉽게도 네 아빠는 나한테 관심이 없었어. 날 그냥 네 동창 정도로만 대했어."허설아도 기억하고 있었다.그 일은 당시 연민규와 연동근이 함께 처리했었다.현서가 분해하며 말했다."네 아빠가 날 혼내고 야단칠 줄 알았어. 우리 부모였으면 그냥 날 패죽였을 거야."그날 오후, 연동근과 연민규는 함께 사건 경위를 파악했다.현서는 그때 그냥 학생이었고 수단도 특별하지 않았기에 IP 주소 하나쯤 추적하는 거 어렵지도 않았다.사건 경위를 다 알게 된 연동근은 현서를 딱 한 마디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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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이렇게 많은 얘기를 다 듣고도 그냥 가버린다고?"허설아 돌아와!""내가 네 아빠를 꼬셨으면 지금 난 네 새엄마고 내 뱃속 아이가 네 남동생이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지르고 울부짖는 소리가 허설아 등 뒤로 들렸다. 허설아는 병실 문을 닫고 울렁거리는 속을 꾹 진정시켰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흥건했고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경찰이 다가와 걱정스럽게 물었다."허설아 씨, 괜찮으세요?"허설아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지만 공기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냥 가볍게 손을 흔들고 엘리베이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먼저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방금 상황을 다 지켜본 경찰은 더 묻지 않고 허설아를 보내줬다.엘리베이터에 탄 허설아는 위층 버튼을 눌렀다.엘리베이터가 올라갔다.권지헌 병실.조민규가 옆에 서서 최근 며칠간 회사 업무를 착실하게 보고하고 있었다.권지헌이 다쳤다는 소식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알려지면 언론이 매일 병원 아래 진을 칠 게 뻔했다.며칠 동안 권지헌 대신 출근 도장을 찍던 권정우는 조민규한테 매일 같이 물어봤다."지헌이 언제 복귀해?"권정우가 회사를 운영할 그릇이었으면 권호성이 권지헌만 보면 눈을 반짝였을까. 조민규는 웃음을 꾹 참았다.권정우가 처리한 서류들을 전부 챙겨서 병원에 가져왔다.권정우가 대단한 패기로 추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권율 그룹을 한동안 굴러가게 유지하는 건 문제없었다.문을 열고 들어오던 허설아는 조민규를 보고 살짝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에 가서 앉았다.머릿속에 방금 현서가 했던 말들이 맴돌았다.조민규가 언제 나갔는지도 몰랐다.권지헌이 몇 번을 불렀다."설아야."그제야 허설아는 정신을 차리고 권지헌 곁으로 왔다.권지헌이 담담하게 말했다."나 화장실 가고 싶어."허설아가 간병인을 부르려 하자 권지헌이 손목을 잡고 뜨거운 눈으로 바라봤다.허설아는 왠지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요즘 둘이 같이 있어도 말을 못 하는 허설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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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재판이 끝이 났다. 허준 그룹은 가압류가 풀리고 회사는 다시 허설아 손으로 돌아왔다.허설아는 허민정과 의논한 끝에 예전 사옥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자금도 아끼고 새로 갖출 게 없는 것도 좋았다.다만 지금 사는 집이 허준 그룹 사옥까지 거리가 꽤 됐다.매일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게 번거로워서 운전학원을 등록했는데 박희수가 어떻게 알았는지 그날 저녁 바로 차를 한 대 보내왔다.연희와 허설아가 큰일을 무사히 넘긴 걸 축하하는 의미라고 했다.눈에 띄지 않는 무난한 차종과 브랜드라 허설아가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아니었다. 허설아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고 권지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박희수가 차를 보내줬다고 했다. 권지헌이 답장을 보냈다."우리 엄마 마음이니까 받아."허설아가 알겠다고 답장했다.위로 쌓인 대화 내용을 보면 대부분 권지헌이 먼저 보낸 메시지들이었고 허설아는 골라가며 한두 마디 답하는 식이었다.바빠서 못 볼 때는 그냥 무시하는 경우도 있었다.혼인신고를 하기로 했어도 권지헌을 대하는 허설아의 태도는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오히려 더 조용해졌다.권지헌은 몇 번이나 허설아가 그날 결심을 후회하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박희수와 권정우는 아직 두 사람이 결혼할 거라는 걸 몰랐다.알았으면 박희수가 훨씬 더 비싼 차를 보냈겠지.퇴원 당일.권지헌은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혼자 퇴원 수속을 밟고 병원을 나왔다.권율 그룹으로 출근했더니 권정우조차 깜짝 놀랐다."어떻게 퇴원한 거야?""회복이 됐대요. 며칠 뒤에 실 뽑으러 가면 되고요."권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더 입원해 있었으면 네가 힘들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진짜 죽을 뻔했어."회사 일을 처리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권호성을 쫓아내기로 했더니 무슨 말을 해도 안 간다고 죽을 듯이 버티다가 권지헌 혼사에 다시는 끼어들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다시 권씨 집안 본가로 돌아갈 수 있었다.권정우가 슬쩍 말했다."할아버지가 요즘 옛 주주들한테 연락 돌리고 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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