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341 - Chapter 350

754 Chapters

제341화

게임 출시야말로 오늘 제일 중요한 임무였다.허설아가 나선 건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였다.자기 자신과 서풍 그리고 권율 그룹을 위해, 밤낮없이 쏟아부은 노력과 고생했던 시간을 위해, 그리고 권지헌을 위한 권리였다. 서풍이 등장하자 현장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어졌다.권지헌이 마이크를 집어 들고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탁자 위 생수병 뚜껑을 열어 허설아 앞에 내려놓았다.허설아 쪽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마치 늘 해오던 일처럼 자연스러웠다."권리 침해에 대한 대응은 여기까지고요. 이제부터가 이번에 저희가 출시할 게임의 핵심 내용입니다."게임 출시 발표회를 권지헌이 직접 할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게임 방식, 스토리, 그림체, 성우 소개까지 전부 권지헌이 직접 진행했다.허설아가 아직 무대 위에 앉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권율 그룹 게임 발표회는 기대 이상으로 훨씬 성공적이었다.발표회가 끝나자 게임 다운로드 수는 이미 백만을 넘겼다.권율 그룹 주가도 따라 상승했다.권정우가 주가를 보며 핸드폰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흐뭇하게 말했다."지헌이 게임이 이렇게 전망이 좋아?"박희수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권정우가 깜짝 놀라며 다가가 박희수 이마를 짚었다."어디 아파? 왜 울어? 어디 불편하면 병원 가야지, 아니면 내가 의사 부를까?"걱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박희수가 눈을 흘겼다."방금 지헌이네 라이브 보고 있었는데 처음에 사람들이 설아한테 욕을 퍼붓는 데 화가 나서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설아가 진짜 나타난 거야.""그러면 좋은 일이지, 설아가 지헌이 아내로서 발표회에 간 게 왜?"박희수 자신도 왜 이러는지 몰랐다.나이가 들어서 눈물이 헤퍼진 건지도 몰랐다.허설아가 공개한 영상을 본 순간 한 여자가 자라온 십 년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짠했다.권정우가 점잔을 빼며 말했다."별것도 아닌 걸로 울긴 왜 울어!"핸드폰 들고 자리를 떴던 권정우가 잠시 후 다시 돌아와 차분하게 말했다. "그만 울어. 몸도 아직 다 안 나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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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안초희가 콧소리를 내며 손을 뻗어 허설아 허리를 한번 더듬더니 눈썹을 추켜올렸다."잠깐, 아직 우리한테 숨기는 거 없어?"다음에 허설아가 또 무슨 말을 꺼내면 두 사람이 먼저 놀라 쓰러질 것 같았다.허설아는 눈가에 웃음기를 가득 머금고 손을 들어 반지를 보여줬다."내년 5월쯤에 결혼식에 와줘. 축의금은 필요 없고 와서 밥 한 끼 먹어."안초희가 허설아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며 말했다."다이아가 좀 작은데? 남편이 좀 깍쟁이 아냐?""내가 직접 산 거야. 3, 4년 전에 샀는데 그때는 너무 티 내기 싫어서 좀 작은 거 샀지."권지헌이 더 큰 다이아 반지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허설아가 거절했다.반지라는 건 의미가 제일 중요했다.다이아 크기는 가장 중요한 게 아니었다.안초희가 말끝을 길게 늘이며 들떠서 물었다."혹시 김지유가 예전에 얘기했던 대학 때 설아 씨를 엄청 좋아했다던 남자친구야? 두 사람 다시 만난 거야? 그럼 연희도……""맞아. 연희도 그 사람 아이야. 우리 이미 혼인신고 했고 식은 일단 5월로 생각하고 있는데 날짜가 정해지면 다시 연락할게."김아림도 덩달아 기뻐했다."우리 이미 결혼한 게 너무 아쉽네, 아니면 신부 들러리라도 해줬을 텐데!"그때 안초희가 말했다."그럼 나 이혼할까?"허설아가 다급하게 말했다."……그렇게까진 안 해도 돼."연회장 안, 권지헌이 저 멀리에서 허설아를 향해 손짓했다."잠깐 가볼게."안초희와 김아림은 권지헌이 업무 얘기를 하려는 줄 알고 허설아를 보내줬다.허설아와 권지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허설아의 드레스 자락과 권지헌의 넥타이가 공교롭게도 같은 색이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늘 커플룩을 맞춰 입은 줄 알 것 같았다.거기에 권지헌이 손으로 허설아 앞을 가로막으며 협력사 사람들이 와서 술을 권하면 전부 대신 마시며 허설아를 알뜰하게 챙겼다.안초희의 눈꺼풀이 갑자기 파르르 떨렸다.빤히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협력사 사람들이 자리를 뜨자 권지헌의 손이 허설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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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아, 네가 고르는 건 다 상남자 감성이니까. 내가 보러 갈게. 초희 씨 추천하는 브랜드 있어?"더 물어볼 것도 없이 안초희와 김아림은 이미 듣고 싶던 답을 얻은 뒤였다.안초희는 당장이라도 울고 싶은 기분에 허설아를 옆으로 끌어당겼다."저기, 내가 예전에 막 지껄인 말들 있잖아. 그거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평소에 헛소리를 한두 번 한 게 아니었다. 혹시라도 허설아가 그걸 권지헌한테 다 얘기했다면……내일 당장 왼발부터 회사에 들였다는 이유로 잘릴 것 같았다.안초희는 당장 자기 자신을 한 대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망할 놈의 입. 말조심 했어야지.'허설아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걱정 마, 얘기 안 했어."솔직히 권지헌도 여자들이 사적으로 나눈 대화에는 관심도 없었다.전에 허설아도 분명 권지헌과 결혼한다고 말을 했는데 안초희와 김아림이 믿지 않은 것뿐이었다.허설아가 숨기려 한 것도 아니었다.안초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허설아와 권지헌이 자리를 뜨고 나서도 안초희는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매일 같이 출근하던 동료가 어느 순간 그룹 대표의 사모님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안초희가 김아림을 보며 말했다."아림 씨, 자기 남편 TV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고위직 아니야? 그동안 나한테 계속 숨겼던 거야!""무슨 소리야, 우리 남편은 그냥 평범한 형사인데 고위직은 무슨. 선인장이나 닮은 양반이."안초희가 그제야 한숨 돌리려는데 김아림이 말했다."우리 할아버지가 높으신 분이지."안초희는 어안이 벙벙했다. ─권율 그룹을 나서는 차 안, 조민규가 운전 중이었다. "대표님, 송민우가 연행된 뒤에 송씨 집안이 보석금을 내고 빼냈습니다. 지금 송씨 집안 장남인 송민재 씨가 시간이 있으신지 물어보네요." 권지헌이 느긋하게 넥타이를 풀었다."시간 없으니 기다리라고 해요.""알겠습니다."송씨 집안은 삼남매였다. 장남 송민재, 둘째 송원영, 막내 송민우였다.송씨 집안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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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액셀을 콱 밟은 서은석은 이를 악문 채 앞에 있는 신호등을 뚫어지게 바라봤다.휴대폰으로 계속 전화를 거는데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서은석이 탁한 숨을 크게 내뱉었다.평소에는 유유자적한 성격인데 지금은 한껏 예민해졌다.송씨 집안 사람들이 휴대폰을 빼앗아서 못 받는 건지, 아니면 송원영이 일부러 안 받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차가 송씨 저택 앞에 멈췄다.송씨 저택 입구에는 오동나무 숲이 있었다. 하늘 높이 뻗은 나무 아래, 가로등 빛이 희미하게 번졌다.파란 스포츠카가 길가에 세워져 있는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오동나무 아래에서 한 남자가 송원영의 손목을 잡고 강압적인 태도로 말하고 있었다."원영아, 권율 그룹에서 일하면서 민우 일을 전혀 몰랐다는 거야?"송원영이 입술을 깨물며 송민재를 바라봤다."오빠, 내가 회사에 입사했을 때 권율 그룹에서는 나한테 중요한 업무 자체를 맡기지 않았어……""권지헌 씨도 내가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계속 나를 방치했는데 뭘 알 수 있었겠어. 전에 회사 내부 직원 조사할 때도 내가 조사 대상 1순위였어."송원영이 불쌍한 얼굴로 억울해하며 말했다. "민우가 게임 회사 차려서 그 게임 만든 거 알고 찾아가서 물어봤더니 나한테 신경 끄라는 거야."송민재의 안색이 한결 좋아졌다.송민재는 송원영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얌전하고 약간 겁쟁이에 가까울 정도로 무슨 일이든 조심스러워하는 성격이었다. 송원영을 권율 그룹에 보낼 때도 진짜 권지헌의 마음을 사로잡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권지헌이 송원영처럼 성깔도 없고 얌전하기만 한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었다.송민재가 표정을 풀고 송원영의 손목을 놓았다."권지헌이 언제 시간 되는지 좀 알아봐. 셋째 일로 나랑 만나서 얘기 좀 해야 해. 이번 일 절대 시끄러워지면 안 돼, 연말 그룹 감사 때 누군가 물고 늘어지면 이사회에서 민우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송원영이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내려다봤다. 어찌나 급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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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서은석은 송민재보다 키가 머리 하나는 더 컸다.그 말을 들은 서은석은 송민재 손을 옆으로 내쳐버리고는 멍하니 서 있는 송원영을 본인 뒤쪽으로 끌어당겼다. "송민재 씨, 우리 아버지 투자를 받으려고 개처럼 굽실거리며 빌던 거 아직도 기억하는데 본인은 벌써 잊었나 봐? 동원 인터내셔널호텔, 송민재 씨는 전혀 기억이 없어?"서은석 집안은 외식업계에서 입지가 탄탄했고 영상 업계도 주름잡는 거물 중 하나였다. 서은석이 평소에 집안 사업에 관심이 없을 뿐이었다.따지고 보면 서씨 집안과 권씨 집안은 같은 급이었다.송씨 집안이 우러러봐야 하는 존재였다. 서은석 눈에 송씨 집안은 몇 년 사이에야 돈방석에 앉은 근본이라곤 없는 신흥 졸부에 불과했다. 일이 생기면 여자를 앞세워 해결하려는 것도 한심한데 송원영에게 손찌검까지 하다니.서은석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 송민재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데 송원영이 나지막이 불렀다."은석 씨, 나 괜찮아요. 오빠가 너무 마음이 급해서 그런 거예요.""서 대표님 맞죠? 방금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제 말 좀 들어보세요……"서은석이 코웃음을 치고 뒤에 있던 송원영의 손을 잡고 자기 차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차에 타기 전에는 경멸감이 가득한 얼굴로 송민재를 향해 중지를 세웠다. 서은석은 그렇게 송원영을 데리고 자리를 떠버렸다. 감히 가로 막지도 못하던 송민재였지만 송원영이 언제 서은석을 알게 됐는지 알고 싶어서 송원영한테 전화를 걸었다.송원영은 서은석 차에 앉아서 화면에 뜨는 수신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받지 않았다.눈물이 핸드폰 화면 위로 툭하고 떨어지며 시야가 흐려졌다.서은석이 손을 뻗어 걸려 오는 전화들을 끊어버렸다. "받기 싫으면 안 받아도 돼."송원영은 닦아도 닦아도 멈출 줄 모르는 눈물을 계속 닦아냈다. "미안해요, 전화 한 거 몰랐어요."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은석과 아는 사이라는 걸 송민재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송원영은 보이는 것처럼 순진하고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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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송원영을 바라보는 서은석은 골치가 아팠다. 솜사탕처럼 성격이 물러서 지나가던 사람도 쥐락펴락할 정도였다. 그래도 또 혼자 말없이 다시 모양을 되찾는 사람이었다.이런 성격은 재벌 2세들 세계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송원영, 넌 꿈이 뭐야?""그러니까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설마 권율 그룹에서 계속 일할 건 아니지?"송원영이 고개를 돌렸다.서은석은 운전 중이었고 내비게이션은 송원영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송원영은 권율 그룹 건물이 있는 지역에 작은 집 하나가 있었다.서은석은 약간 날티나는 인상이었다.약간 긴 머리에 최근에는 끝부분을 빨갛게 염색해서 묶고 다녔다.탄탄한 팔뚝에는 만발한 동백꽃 문신이 새겨져 있었는데 직접 문신하는 법을 배워 새긴 것이었다.헐렁한 셔츠를 안에는 검은 캐시미어 이너를 받쳐 입고 코트는 뒷좌석에 던져두고 있었다.그에 비해 송원영은 전혀 튀지 않는 무난한 원피스에 패딩을 입고 있었다.송원영은 옷차림까지 튀면 안 되는 인생이었다. 그랬다간 말을 안 듣는다거나, 나쁜 물이 들었냐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오직 서은석만이 송원영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봐 주는 사람이었다."모르겠어요. 일단은 권율 그룹에서 일하다가 나중엔 집안 회사로 돌아가게 되겠죠.""집안에서 어떤 자리를 줄 것 같아?""오빠 뜻에 달렸겠죠. 아니면 정략결혼을 시켜서 앞으로 일을 못 하게 할 수도 있고요."왠지 씁쓸하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마치 유자를 먹다가 속껍질을 먹었을 때처럼 확 티 나지는 않지만 은근히 오래 남는 쓴맛 같았다."일 안 하고 싶어?""나도 모르겠어요. 엄마처럼 평생 꽃꽂이하고 요가만 하는 것도 뭐 나쁘지 않아 보여요."거짓말이었다.말을 하는 송원영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눈빛도 생기 없이 초점이 나가 있었다. 그런 삶은 송원영이 바라는 게 아니었다.송원영이 담담하게 말했다."은석 씨, 난 은석 씨나 권 대표님과 달라요.""어릴 때부터 무조건 말 잘 듣고 예의 바르고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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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마지막 오지랖이야, 집에 데려다주는 거."송원영이 눈앞에 있는 것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손가락으로 비닐봉지를 만지작거리며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송원영이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권력을 갖고 싶고 발언권을 갖고 싶었다.그러려면 더 많은 사람을 이용해야 했다.그러나 서은석만큼은 이용할 수가 없었다.좋아하는 사람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술집 안에서 조명이 번쩍거렸다.권지헌이 도착하자 정일우 일행이 인사를 건넸다."지헌아, 뭐 마실래?""술은 됐고 그냥 들른 거야. 와이프가 술 마시지 말래."모두가 멈칫했다."뭐?"권지헌이 손을 내밀어 결혼반지를 보여줬다."결혼했어, 미안."다들 인터넷에서 권지헌이 직접 유부남이라고 했다는 소식을 본 적은 있지만 당사자가 직접 인정하기 전까지는 선뜻 믿기 어려웠다.권지헌이 자연스럽게 반지를 자랑하는 모습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누구랑 결혼한 거야? 왜 전엔 아무 말도 없었어!""그래, 지헌아. 와이프가 술도 못 마시게 해? 간섭이 심하네!"권지헌이 웃으며 말했다."못 마시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마시기 싫은 거야. 이따 와이프가 퇴근하면 운전해서 데리러 가야 되거든."조금 전 허설아가 잠시 공장에 들를 일이 있다고 해서 권지헌도 정일우의 연락을 받고 잠깐 바에 들른 것이었다. 어차피 나온 김에 허설아 데리러 가면 되었다. 서은석이 술을 조금 마시더니 취기가 오른 얼굴로 권지헌을 바라봤다."야, 왜 내가 너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걸까?"권지헌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사실이니까.""개소리하지 마! 나보다 키 좀 크고 얼굴이 좀 잘생겼을 뿐이잖아. 네 성깔을 누가 감당해!""우리 와이프."서은석이 눈이 휘둥그레진 채 권지헌을 쳐다봤다.잠시 후 손을 휘휘 젓더니 눈을 흘겼다. '진짜 못 해 먹겠네.''결혼 한 번 했다고, 입만 열면 와이프 얘기야.'원래도 짜증 났는데 더 짜증 나버리고 말았다. 서은석이 술병을 들고 권지헌 옆에 앉으며 트림을 했다."너 와이프 데리러 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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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적어도 허설아 입장에서는 그랬다.딴 속셈을 품고 접근하는 남자들에게는 두 번 다시 가까이 올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여러 번 거절했다는 건 가까이 다가올 기회를 여러 번 줬다는 뜻이었다.송원영이 서은석에게 정말 아무 감정이 없었다면 진작에 확실히 선을 그었을 것이었다.서은석도 끈질기게 매달리는 타입이 아니었다.뒷좌석의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건영시의 겨울은 많이 추웠다. 해안가 도시라 기온이 영하에 가까웠고 습하고 차가운 날씨가 이어져 옷을 아무리 껴입어도 소용 없는 것 같았다.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어 입고 있는 옷이 축축해 지는 것 같기도 했다.권지헌이 히터를 적당한 온도에 맞췄다.서은석 집 근처에 차를 세우고 운전석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내려."차 문이 열리자 찬 공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서은석 머릿속도 조금 맑아진 기분이었다. 차가 출발하자 허설아가 백미러를 통해 뒤를 슬쩍 쳐다봤다.서은석은 여전히 길 어귀에 서 있었다.정말 많이 힘들어 보였다. 권지헌이 손을 뻗어 허설아 얼굴을 앞으로 돌렸다."뭘 보고 있어, 나보다 잘생긴 것도 아닌데.""많이 취한 것 같은데 걱정되잖아, 네 친한 친구인데.""집에 연락했으니 데리러 나올 거야."굳이 더 볼 것 없다는 말이었다.허설아는 어이없었다.서은석이 권지헌 친구가 아니었으면 애초에 신경도 안 썼을 것이다. 권씨 본가로 돌아왔을 때는 집 안 불이 전부 꺼져 있었다.연희와 허민정이 권씨 본가에서 지낸 뒤로 전서준과 유혜원도 함께 지내게 되었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집안 식구들은 아홉 시만 되면 전부 잠자리에 들었다. 부엌의 가사 도우미가 두 사람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사모님과 어르신 모두 잠드셨어요. 두 분도 내일 일찍 일어나시라고 하셨어요."내일은 권호성 생일이었다.당연히 성대한 잔치가 열릴 것이다. 권지헌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허설아를 감싸고 위층으로 올라가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생신 잔치는 본가 저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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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허설아는 말문이 막혀 권지헌 가슴팍을 퍽퍽 쳤다."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그럼 넌 자. 나 혼자 해결할게."권지헌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어느새 새 침구로 바뀌어 있었다. 어젯밤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침대 머리맡에는 꽃이 꽂힌 꽃병이 놓여 있었다. 권지헌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한 손으로 서랍을 열었다.예상했던 대로 텅 비어 있었다."우리 엄마가 다 가져갔나 보네."꽃도 박희수가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연꽃과 연밥이었는데 은근히 아이를 재촉하는 것이었다. 서랍 안에 있던 것도 사실 박희수가 가져간 게 아니었다.박희수는 그 정도로 거리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권지헌이 일부러 준비해 두지 않은 것이다.몇 번 아무런 피임 조치를 하지 않은 적 있었는데 허설아도 별말이 없었기에 두 사람 모두 암묵적으로 넘겨버린 것이다. 하지만 꽃병 속 연밥을 보니 허설아는 얼굴이 달아올랐다.허설아는 침대에 누워 아랫배를 어루만졌다.군살 하나 없이 매끈했다. 몇 년 전 제왕절개 흉터도 이미 아물어 옅은 자국만 남아 있었다."내가 더 이상 아이를 못 낳으면 아버님, 어머님이 실망하실까?"연희를 낳을 때 의사가 이미 허설아의 몸 상태로는 다시 임신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 외할머니와 아버지가 연달아 세상을 떠났고 허민정도 아팠던 그때 허설아는 매일 울었다. 거의 눈물로 지새우며 제대로 먹는 것도 거의 없었다. 입덧이 심한 데다 태아의 위치도 좋지 않아서 출산 직전까지도 임신한 걸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권지헌이 외투를 벗고 허설아를 품에 안았다."실망 안 해. 앞으로 아이가 없으면 연희 잘 키워서 데릴사위 들이면 되지."말을 마친 권지헌이 한 마디 덧붙였다."있어도 데릴사위 들일 거야."나중에 연희를 다른 집안으로 시집 보내는 모습은 도저히 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전에 권지헌이 개인 계정으로 연희 영상을 올렸는데 이런 댓글이 달린 적 있었다. "이렇게 귀여운 딸이 있으면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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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얘기를 나누는데 앞쪽에서 젊은 여자가 박희수 쪽으로 걸어왔다."희수 이모, 오랜만이에요.""예린이구나? 정말 오랜만이다. 너희 엄마한테서 들었는데 올해 월가에서 잘나가고 있다며?"한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시선이 자꾸 박희수 뒤쪽으로 향했다.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수줍은 눈빛을 보냈다.박희수가 시원시원하게 말했다."지헌아, 이쪽은 한석준 아저씨 딸 예린이야. 너희 어릴 때 같은 어린이집 다녔잖아.""예린아, 이쪽은 지헌이 오빠랑 새언니야."한예린의 표정이 순간 굳어버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허설아를 훑어보았다.몇 번이나 훑었는지 몰랐다. 마치 허설아에게 무슨 특별한 부분이 있는지 찾아내려는 것 같았다.예쁘긴 했지만 세상에 예쁜 여자는 차고 넘쳤다.한예린이 궁금증을 꾹 참은 채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언니는 집안이 어떤 사업해요? 저는 이제 막 귀국해서 아무것도 몰라요."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그냥 작게 사업 하나 해요."박희수가 말을 끊고 한예린을 끌어당겼다. "예린아, 요즘 네 엄마 괜찮아? 지난번에 봤을 때 안색이 별로 안 좋던데.""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희수 이모. 엄마는 괜찮으세요."한예린이 더 물어보려는데 어느새 박희수에게 끌려 저택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남은 질문들은 전부 묻혀버리고 말았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권지헌이 허설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보였다.권지헌이 손을 뻗어 허설아 허리를 감싸 안으며 낮게 말했다."집안은 더울 텐데 코트 벗을래?""괜찮아, 들어가서 보자."허설아는 얇은 캐시미어 코트 안에 몸에 딱 붙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코트 아래로 살짝 드러난 원피스 자락이 걸을 때마다 우아하게 흔들렸다.단정하면서 덥지도 않은 차림이었다. 문을 나서면 차에 탔기에 너무 두껍게 입을 필요도 없었다.검은 캐시미어 이너에 수트 재킷을 걸친 권지헌이 도우미에게 코트를 건네고 허설아를 감싸 안은 채 권호성 쪽으로 걸어갔다.오늘의 주인공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권호성의 시선은 줄곧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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