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371 - Chapter 380

380 Chapters

제371화

그래서 아예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모든 출품 회사들이 전시할 주얼리를 블라인드로 제출하는 방식이었다."그래도 담당자들이 카탈로그는 다 보내줬어. 궁금하면 나한테 뇌물부터 줘.""그렇게까지 알고 싶지 않아."허설아가 웃으며 권지헌 무릎에 앉아 권율 그룹 이전 주얼리 박람회 카탈로그를 넘겼다."출품작들이 정말 훌륭하네.""이 카탈로그는 서진이한테도 있어. 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너희 디자인은 충분히 우세에 있어. 다만 주얼리 디자인은 세공 기술도 중요해."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주얼리 장인 선생님들 몇 분한테 연락을 해놨는데 다들 관심 있어하셔."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탈피 시리즈가 새 회사의 첫 작품이다 보니 든든하게 받쳐줄 만한 게 부족하다는 것이었다.허설아와 권서진 모두 권율 그룹 이름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탈피하려면 원래의 껍질을 깨고 나와야 나비가 될 수 있었다.권지헌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허설아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기회를 주는 것뿐이었다.권지헌이 허설아 목에 입술을 맞추려는 순간, 문 앞으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허설아가 벌떡 일어나더니 달려가서 문을 꼭 닫았다.권지헌이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집에서 너한테 뽀뽀도 못 해?""권지헌,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허설아가 얼굴을 붉히며 방금 연희가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분명히 저번에 네가 문을 안 닫아서 연희가 본 거야!"자기 잘못인 걸 아는 권지헌은 씩 웃으며 허설아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내가 문 닫는 걸 잊어서 그랬나 봐. 연희는 아직 어리니까 괜찮아.""어리기 때문에 더 보면 안 되는 거야. 그 나이에 이해할 수 없는 정보들을 접하고 네가 나를 잡아먹는 줄 알더라."권지헌이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너 잡아먹고 싶긴 해, 어젯밤처럼."어젯밤 영화 보다가 얼마나 낯 뜨거운 일이 있었는지 허설아는 떠올리기도 싫었다.허설아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연희가 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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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권지민이 허설아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한 번 쭉 훑었다.이내 시선을 거두긴 했지만 감탄 섞인 놀란 눈빛은 한참 동안 가시지 않았다.권지헌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여자일까 궁금하긴 했다.권지헌 같은 사람은 어떤 여자가 마음에 들었을까? 어릴 때부터 권지헌은 집안에서 맏이였다.대저택 안에 또래 아이들이 그렇게 많아도 매번 게임할 때면 대장은 언제나 권지헌이었다.권지민은 왜 그런지 늘 궁금했다.솔직히 권지민은 권지헌만큼 머리가 좋지 않았다. 권호성이 무슨 요구를 하면 권지헌은 아무도 생각 못 한 방식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했다.심지어 전혀 다른 해결 방법을 내놓기까지 했다.대저택 아이들 전부 권지헌 뒤를 따라다니며 그의 말을 따랐다.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친형제 권지호조차 권지헌 말을 철석같이 따랐다. 권정우가 밥을 먹으면서 권지헌에게 말했다."할아버지가 지민이 권율 그룹에 출근하라고 하니 네가 잘 챙기면서 가르쳐.""그럴 필요 없어요. 지민이도 권씨 집안 사람인데 제가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돼요."권정우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저 그냥 형식적으로 권지헌에게 한 말이었다.권정우가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탁 펼치며 한마디 덧붙였다."그렇긴 하지. 너희 할아버지가 아이들은 잘 단련시켰으니까."박희수가 손바닥으로 탁 치며 나무랐다."밥 먹는데 신문은 왜 펼쳐? 내려놔!"권정우도 젊을 때는 성격이 얌전한 편이 아니었다.예전이었으면 분명 박희수와 싸웠을 것이다. 지금은 권지헌도 결혼하고 집에 손자뻘 되는 아이도 생기니 성격이 많이 유해졌는지 그거 허허 웃고 말았다. 신문을 내려놓으려는데 귀퉁이에 있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권정민 감독, 심야에 여자 연예인과 밀회! 두 사람, 달콤한 시간을 함께 보내다!][권씨 집안 둘째, 새로운 안방마님 맞이하나?!][재벌가의 말 못 할 충격적인 비밀!]권정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신문을 다시 펼쳐 내용을 살펴보았다.권지헌이 시선을 내리고 권정우 손에서 신문을 거두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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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우스꽝스러운 꼴이었다.연희가 물컵을 건넸다."할아버지, 물 마셔요. 화내지 마요."컵을 받아 든 권정우는 연희가 제일 좋아하는 별 캐릭터 컵인 걸 보고는 바로 표정이 풀렸다. 순식간에 언제 그랬냐는 듯 화가 싹 가라앉았다."역시 우리 연희가 최고야. 할아버지 연희 컵 안 써도 돼. 할아버지 건 따로 있어."박희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일이야? 둘째가 뭐래?"권정우가 기막히다는 얼굴로 말했다."글쎄 뭐라는 줄 알아? 젊은 여자 연예인이랑 연애 중이니까 축의금 준비하래!""나이가 몇인데 축의금은 무슨!"연예계에는 워낙 황당한 일이 많았다.특히 예술 영화를 찍는 사람들은 낭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그렇더라도 권정민처럼 환갑이 다 된 나이에 스무살 넘게 어린 여자 연예인과 재혼하겠다는 것도 황당한데 심지어 결혼식을 크게 벌이려는 듯했다. 권씨 집안 체면을 완전히 짓밟겠다는 것이었다.박희수가 휴대폰을 확인했다.최근 인터넷은 권정민의 기사로 도배되어 어디를 들어가도 계속 튀어나왔다. 기사를 보던 박희수는 권정민 옆에 있는 젊은 여자 연예인을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었다.하지만 연예계에 관심이 없으니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박희수도 초조해졌다."당장 둘째 불러서 잘 좀 얘기해."권지헌이 침착하게 말했다."할아버지한테 얘기해요."권정우가 망설였다."아버지 몸도 좋지 않으신데 이런 일을 알게 되면 더 화병 나시는 거 아닐까?""오히려 할아버지도 할 일 생기고 좋잖아요. 어차피 삼촌은 할아버지 말만 들으니 아빠가 돌아오라고 불러봤자 소용없어요."권정우는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여전히 불안했다."그래도 직접 가서 아버지와 상의해야겠다." 권정민도 어린애가 아닌데 그 나이에 이런 낯 뜨거운 벌여서 스스로 망신을 사는 건 의미가 없었다. 권정우가 참지 못하고 투덜거렸다."네 삼촌 왜 지호랑 지민이 생각은 안 하는 건지 몰라! 저렇게 어린 여자를 집에 들이면 나중에 지호랑 지민이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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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차가 다시 출발하고 차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조민규가 운전하고 권지헌은 뒷자리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연희의 오늘 유치원 일정이 적혀 있었다. 가까운 미술관에 가서 도자기 빚기 체험을 하고 지난번에 주운 가을 낙엽으로 장식품을 만드는 것이었다.오후 늦게는 체육관에서 삼십 분 동안 활동이 있었다.날이 추워지니 유치원 활동이 전부 실내로 바뀌었다.권지헌이 입을 열었다."조 비서, 나중에 연희 유치원에 연락해서 앞으로 급식 납품업체 바꿔요. 은석이네 식당 중에 유치원과 제일 가까운 데로 찾아봐요. 추가 비용은 내가 낼게요.""알겠습니다, 대표님."권지민의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아까 본 아이는 두세 살쯤 되는 예쁜 여자아이였다.하지만 권지헌은 이제 막 결혼했고 그 아이가 권지헌 아이라고 해도 권지민과 마찬가지로 결혼 전에 생긴 사생아였다.권지헌 아이인지 아닌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권지민이 웃으며 말했다."형, 연희 정말 많이 챙기네요."권지헌이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내 딸인데 당연히 챙겨야지."─점심 무렵.허설아가 안지혜와 만나기로 한 식당에 도착했다.오는 길에 권지헌과 통화하고 식당에 도착해서는 끊었다.밥 먹는 내내 영상 통화를 켜놓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못 할 것 같았다.먼저 와 있던 안지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겼다.안지혜는 저도 모르게 허설아를 위아래로 훑었다.허설아는 타이트하고 목이 높은 터틀넥 니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진주 목걸이까지 함께 매치하니 우아하고 예뻤다.식당에 들어서며 코트를 벗어 팔에 걸치고 안지혜 쪽으로 걸어왔다.타이트한 원피스는 몸매가 정말 좋지 않으면 아무나 입기 힘들었다. 허설아는 입어도 되는 몸매였다.글래머러스한 허설아는 옷을 입는다기보다 옷 라인이 조금이라도 예쁘지 않으면 옷의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버릴 정도였다. 얼굴도 많이 좋아 보였다.마지막으로 봤을 땐 안수영과 연희가 납치당해서 병원에 있을 때였다. 그때와 비교하면 허설아는 얼굴에 혈색이 돌고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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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안지혜가 눈을 감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나한테 사촌 여동생이 있는데 전에 너 같은 회사에 있었어. 혹시 알아? 안유민이라고 하는데."허설아는 잠시 멈칫했다.한창 식사 시간인 식당은 사람들 소리로 왁자지껄했다.오가는 손님들이 허설아와 안지혜 테이블을 지나쳐 갔다."안유민이 언니 사촌 동생이에요?"안지혜가 살짝 망설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친한 사이는 아니야. 이혼하고 나니까 집안의 수치라고 나를 외면했어. 우리 친정 동네는 이혼한 여자는 고향 땅에 발도 못 붙이거든. 부모님 제사 지내러 갔다가 만났어. 당숙네 딸이야.""마을 사람들이 부모님 제사도 못 지내게 하면서 나를 쫓아냈는데 그때 지나가던 안유민이 차에 태워줬어."안유민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를 도와준 사람 뒤에서 나쁜 말 하면 안 되는 건 알아. 그런데 그때 안유민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네 이름이 나왔어.""누구랑 통화하는지는 몰라도 상대가 허설아한테 책임을 다 뒤집어씌우라는 말을 했어."허설아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언제 일이에요?""권율 그룹 게임 공방이 시작되기 전이야."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다 지난 일이에요, 언니. 걱정 안 해도 돼요. 저 다 알고 있어요."안지혜가 고개를 저었다."너한테 말해야 할지 며칠을 고민했어. 내가 잘못 들은 건지 걱정되기도 했고 아무 근거도 없는 데다 앞뒤 정황도 안 맞아서 딱히 증거라고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차 안에서 안지혜는 그냥 동명이인이겠거니 했다.상대도 허설아 이름을 딱 한 번 언급했을 뿐이었다.잘못 들은 것일 수도 있었다.그러다 우연히 권율 그룹 게임 발표회 라이브를 보게 되었다. 그제야 그날 일이 떠올라 사태 전모를 살펴보던 안지혜는 등에 식은땀이 쭉 흘렀다.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허설아한테 연락한 것이다.얘기하고 난 안지혜는 허설아가 때늦게 참견한다거나 괜히 트러블을 만든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되었다. 믿어주지 않거나 쓸데없는 오지랖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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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오후 쯤, 허설아와 함께 사립초 면접을 보러 데리러 가겠다며 권지헌이 전화를 걸어왔다.그런데 김지유가 주얼리 세공 장인을 섭외한 탓에 허설아는 장인과 미팅하러 가야 했기에 권지헌 혼자 연희를 데리고 가라고 했다.마침 유혜원도 전서준을 데리고 가는 길이었다.전에 전서준 개명 신청을 하러 갔더니 이혼 증명서만으로는 안 되고 아이 아빠의 개명 동의 서명까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쪽에 연락하는 것 자체가 귀찮았던 유혜원은 그냥 전서준이 열여덟 살이 되면 직접 개명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사립초에 면접보러 온 학부모와 아이들은 아주 많았다. 번호표를 뽑고 들어갈 차례가 되자 권지헌도 살짝 긴장되었다. 권지헌은 연희를 안고 들어가 의자에 앉혔다.전서준과 유혜원도 함께 들어갔고 두 팀이 같이 면접을 보는 방식이었다.들어가자마자 전서준이 국수가락처럼 유혜원한테 찰싹 들러붙었다. 유혜원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누나 좀 봐봐, 얼마나 얌전하게 앉아 있어."전서준이 입을 삐죽이며 앞에 반듯하게 앉아 있는 연희를 보며 중얼거렸다."누나 아닌데."연희가 누나가 되는 건 싫었다.전서준은 연희 같은 여동생을 갖고 싶었다. 미리 가정환경 자료를 검토한 면접관 선생님이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어린이 이름이 뭐예요? 몇 살이에요?""연희예요. 이번 주말이면 세 살 돼요.""선생님한테 이름 써줄 수 있어요?"권지헌이 막 아직 글씨를 못 쓴다고 하려는 순간, 연희가 펜을 들더니 종이에 자기 이름을 썼다.연필 잡는 모습이 꽤 익숙해 보였다. 선생님이 계속 물었다."연희 어린이, 글 쓰는 건 누가 가르쳐줬어요?""엄마요.""오늘 엄마는 왜 안 오셨어요?"연희는 고개를 들어 권지헌을 한 번 보더니 다시 선생님을 바라봤다."엄마는 일하고 있어요.""그럼 이분이 아빠예요?"연희가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선생님은 몇 가지 질문을 더 했고 연희도 순조롭게 답했다. "학교에서 친구가 괴롭히면 어떻게 할 거예요?""때릴 거예요."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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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앞 골목에 있는 디저트 가게 치즈케이크? 이따가 같이 가서 케이크 사고 엄마 데리러 가자."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면접지의 모든 문항 질문이 끝나자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권지헌과 악수를 나눴다."따님이 정말 우수하네요. 나이에 비해 훨씬 뛰어난 습득력을 보이네요. 평소에 어떻게 가르치셨어요?""다 제 아내 덕분이에요."지난 2년여 동안 연희의 삶에 권지헌은 존재하지 않았다.권지헌은 아빠로서 자격이 없었고 중요한 시간을 통째로 빠져 있었다.허설아가 두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권지헌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전서준의 면접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별 탈 없이 넘어갔다.연희와 비슷한 질문을 했는데 이름 쓰지 못 하고 과학 상식도 좀 부족했지만 어쨌든 통과는 했다.이제 겨우 두 살짜리가 이렇게 많은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질문에 답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선생님이 연희와 권지헌을 한 번 더 바라봤다."아버님, 저희 학교가 최종 선택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 알지만 연희 어린이가 저희 학교에 입학해줬으면 합니다."권지헌도 느낄 수 있었다.또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연희는 여간 똑똑한 게 아니었다. 반응 속도나 집중력도 뛰어났고 성격은 차분하고 내성적이면서도 고집이 있었고 자기 생각이 확실했다.권지헌이 연희를 안으며 말했다."아내랑 잘 상의해 볼게요."유혜원과 전서준도 면접을 마치고 학교를 나섰다."지헌아, 나 다음 학교 면접이 또 있어서 서준이 데리고 먼저 가볼게.""응, 그래."유혜원은 국제학교 몇 군데도 연락해 둔 상태라 한 번에 다 면접을 볼 생각이었다.디저트 가게 골목까지 멀지 않았기에 권지헌은 그냥 연희를 안고 걸어가기로 했다.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권지헌은 자기 머플러를 풀어 연희의 조그만 얼굴을 감싸고 넓은 어깨에 엎드리게 했다.연희가 두 팔로 권지헌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멀지 않은 곳에 거리 스냅을 찍던 사진작가가 우연히 이 순간을 사진에 담았다. 빛과 그림자가 절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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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허설아가 차에 탄 뒤, 권서진은 차 안에서 계속 투덜거렸다."언니, 그 장인 도대체 무슨 심보예요? 우리가 다 여자라서 여자들 일은 안 한다는 게 무슨 논리예요!"허설아는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찾아보니까 이 장인이 전에도 여성 대표가 운영하는 주얼리 브랜드와 작업한 도 있어요. 이번엔 그냥 우리랑 작업하기 싫은 거예요."더 찾아볼수록 허설아는 마음이 싸늘해졌다.예술 하는 사람이 자기만의 추구하는 바가 있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아마 막 시작한 브랜드라 무시하면서 같이 작업해 봤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게 분명했다.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허설아 머릿속에는 이 장인이 탈피 시리즈를 봤을 때 놀라움이 스친 눈빛이 떠올랐다. 허설아 쪽에서 넘긴 건 초안일 뿐이었다.주얼리 세트 중에 아직 보내지 않은 것들도 있어서 몇 가지만 봤는데도 이 장인이 감탄할 만큼 뛰어났다.하지만 이 장인은 이를 악물고 거절했다.권서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같이 작업 안 할 거면 처음부터 연락하지 말았어야죠.""이 장인도 말했잖아요. 처음엔 우리 쪽에 다 여자인 줄 몰랐다고."허설아 회사의 의사 결정층은 전부 여자였다.디자이너는 권서진, 마케팅 팀장은 송원영, 대표와 재무는 허설아와 김지유.게다가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이 장인은 그 점 꽤 못마땅해했다.그래서 작업 거절로 이어진 것이었다.허설아가 옆에 있던 자료를 정리했다."내일 다음 장인 선생님 찾아가 봐요.""알겠어요."차가 한 교차로에서 멈췄다.권지헌이 내려서 제로 슈가 핫 밀크티를 몇 잔 사서 돌아와 허설아에게 건넸다."따뜻한 거 마셔."허설아가 웃으며 빨대를 꽂아 뒷좌석의 권서진과 연희에게도 한 잔씩 나눠줬다.연희 것은 따뜻한 우유였다.연희가 옆에서 두 손으로 우유를 꼭 쥐고 마시는 모습을 보던 권서진은 문득 설레기 시작했다. 나중에 연희가 좀 더 크면 허설아랑 같이 쇼핑도 다닐 수 있었다. 권서진이 감탄하듯 말했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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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허설아는 흔들리지 않았다."한번 시도해 보죠. 심 장인님과 문 장인님 모두 해주시 시에 있으니까 심 장인님이 싫다고 하면 문 장인님 찾아가요."원래 문 장인도 이번에 연락할 리스트에 있었다.다만 솔직히 말하면 심윤산 장인이 문 장인보다 몇 수는 위였다.권서진도 조금 들떴다."좋아요, 그럼 두 분 다 찾아가 보죠! 그래도 다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해요?""우리 주얼리를 제일 잘 이해해 주는 장인님을 만날 거라고 믿어요. 두 분 다 거절한다면 그분들이 가장 우리 주얼리에 맞는 분이 아닌 거겠죠."권지헌이 입을 열었다."나 심윤산 장인 연락처 있어."허설아와 권서진이 동시에 권지헌을 쳐다봤다.잠시 후, 허설아가 고개를 저었다."연락처는 나도 있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권지헌이 따라 슬며시 웃었다.심윤산 장인과 세대를 초월한 오랜 친구 사이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허설아와 권서진 모두 자기 힘으로 주얼리 브랜드의 이름을 확실히 알려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어 했다.때문에 권지헌도 굳이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다.두 사람이 자유롭게 날아볼 수 있도록 뒤에서 조용히 할 일만 하면 되었다. -집에 돌아오자 허민정이 허설아의 코트를 받아 걸어주었다."설아야, 지헌아. 저번에 말한 그 집 마음에는 드는데 좀 비싸더라."원래 허설아와 허민정은 건영시에 전액 현금으로 집을 사기로 얘기했었다. 그런데 전액 현금 예산으로 생각했던 금액은 오늘 박희수와 함께 보러 간 집의 최소 계약금 수준밖에 안 됐다.권지헌이 허민정을 안심시켰다."어머님, 돈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설아랑 상의해서 새로 사는 집은 다 연희 명의로 하기로 했어요." 허민정은 허설아와 마찬가지로 선을 분명하게 긋는 사람이었다. 결혼을 했어도 허민정은 허설아가 권씨 집안 돈을 욕심냈다는 소리는 듣게 하기 싫었다. 허민정이 안도하며 말했다."연희 명의로 한다고? 그것도 좋지, 우리 연희 곧 꼬마 부자 되겠네."권정우가 거실에서 말을 보탰다."이미 부자가 됐지요. 이번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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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그 말을 들은 순간, 허설아도 한동안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권정민과 그 여자 사이에 혈연관계는 없었다.하지만 전처의 딸과 사귄다는 건 어느 바닥에서든 너무 충격적이었다.허설아도 눈꺼풀이 몇 번이나 파르르 떨렸다."삼촌은 이 사실을 알고 있어?""알아. 본인이 직접 아버지랑 할아버지한테 말했대."권지헌이 허설아의 목에 얼굴을 묻고 낮게 웃었다.낮게 잠긴 목소리에서 온몸을 감싼 피로감과 나른함이 배어 있었다."자기야. 우리는 그래도 잘 된 거야."권지헌이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가, 삼촌이 딸뻘 되는 여자를 데려올 줄 알았으면 우리한테 뭐라 하지 않았을 거라고 하시더라."허설아는 기가 막혔다.그런 소리를 듣고도 허설아와 박지헌 얘기를 하는 걸 보니 그리 화가 나지 않은 모양이었다.웬만한 풍파는 다 겪어본 사람답게 권호성은 이 정도 일에는 태연했다.그저 미간을 찌푸리고 가슴을 부여잡은 채 권정민과 어린 여자 연예인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내 손을 저으며 썩 꺼지라고 했을 뿐 허락하느니 마느니 하는 말은 입밖에 내지도 않았다.허설아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할아버지가 반대한다는 말 안 하셨어?""할아버지가 삼촌이 가진 권율 그룹 주식을 내놓는 조건으로 결혼식은 허락하겠지만 권씨 집안 사람들은 아무도 참석 안 한다고 하셨어. 아니면 삼촌이 알아서 하되 그 여자 정체는 공개하면 안된대." 정체가 알려지면 권정민한테도 득이 될 게 없었다.지분을 내놓으면서까지 그 여자와 황당한 결혼식을 올릴지 선택은 권정민 본인의 몫이었다.허설아는 권지헌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삼촌이랑 사이 좋았어?""어릴 때는 좋았지. 삼촌이 어깨에 앉히고 촬영장에 데려가서 배우들이 촬영하는 거 구경시켜 주거나 뒤풀이 자리에도 데리고 갔어. 밥이나 얻어먹으라고 간 게 아니라 날 숨 좀 돌리라고 한 거야." 권지헌이 눈을 감았다."어릴 때 공부가 힘들지 않냐며 공부하는 게 좋은지 물어본 사람은 삼촌뿐이었어." 권지헌이 어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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