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331 - Chapter 340

380 Chapters

제331화

"아이고, 당연히 가야죠. 지헌아, 할아버지가 요즘 몸이 안 좋으시다던데 어떻게 된 거야?"권지헌이 차분하게 말했다."제가 화나게 해서요."주영훈이 탄식하며 몸을 뒤로 젖혔다가 연륜이 느껴지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권지헌을 한참 바라봤다.이내 다시 자리를 고쳐 앉고 돋보기를 쓰며 모니터 속 머리 아픈 대학원생 논문들로 눈길을 돌렸다."네 할아버지가 나한테 와서 좀 봐달라고 연락이 왔는데 내가 바빠서 양은석 원장이 다녀왔어. 그냥 감기래.""그 양반도 참, 양 원장은 심장외과고 나는 소아과인데 감기를 어떻게 보란 거야."권호성이 전화로 했던 말을 떠올리던 주영훈이 눈을 흘겼다.권지헌 와이프가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어이구. 염치도 좋아.' 권지헌이 이렇게 잘돼서 권씨 집안의 아직 희망이 있으니 망정이지. 집안에 있는 나머지 사고뭉치들 같았으면 권호성이 팔팔하게 버틸 수나 있었을까?주영훈은 수많은 사람들을 봐왔었고 권호성이 점찍어 두었던 송원영도 본 적 있었다.이 동네 아이들치고 어릴 때 주영훈한테서 진료 받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 송원영은 순하고 얌전했는데 성깔이라고는 없는 인형 같아서 권지헌이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었다.허설아는 딱 봐도 자기 주관이 있는 사람이었다.기품 있는 분위기에 얼굴도 예쁘장한데 눈빛엔 고집과 야망도 있었다. 무엇보다 권지헌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이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주영훈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가 또 찾거든 그냥 무시해. 아, 설아 씨 노트 다 읽었는데. 새로 쓰는 논문 감사의 말 부분에 설아 씨 이름 적을 생각이에요." 주영훈 수준의 논문이라면 수상은 당연한 일이었다.원장님이 직접 쓰는 논문 감사의 말이 이름을 올린다니 허설아는 왠지 과분하게 느껴졌다. "노트 몇 권 드린 것뿐인데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돼요.""겨우 감사의 말인데요 뭐, 제1저자를 주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사양해요!"주영훈의 말에 오히려 거절하기 쑥쓰러워져서 웃으며 받아들였다.두 사람은 주영훈 사
Read more

제332화

이 한 쌍의 반지는 다이아가 제일 크거나 제일 비싼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허설아와 권지헌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고 특별한 반지였다. 허설아가 고개를 숙여 반지를 내려다봤다.사이즈가 딱 맞았다.예전에 살 때는 지금보다 좀 통통해서 반지가 손가락에 꽉 낄 정도였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꽉 끼는 반지를 결국 산 것이다. 그랬던 반지가 지금은 딱 맞았다.이 반지를 살 때 허설아는 우연히 지나가던 쇼핑몰 쇼윈도에서 본 커플링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였다. 가격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고 박스만 바꾸면 권지헌이 얼마 짜리인지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그때는 그냥 커플링을 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결혼이라는 먼 미래까지 생각한 건 아니었다.그런데 과거에 날려 보낸 종이비행기가 돌고 돌아 결국 손 안으로 날아온 셈이었다.캠퍼스에는 학생들이 많았다.스쿠터를 탄 남학생들이 뒤에 여학생을 태우고 캠퍼스 안을 누볐다. 야간 자율학습 가거나 도서관 자리 맡으러 가거나 택배 찾으러 가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던 허설아도 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데 몇 년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운명에 떠밀려 한순간도 멈출 틈이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세상 물정 모르던 풋풋한 대학생에서 지금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커리어우먼이 되기까지 겨우 3년 남짓이었다.권지헌이 불쑥 말했다."예전에 네 택배 다 내가 가져다준 거야.""응?"건영대 캠퍼스는 아주 넓었는데 택배 수령 장소는 학교 밖 뒷골목에 있었다.매번 택배를 받으려면 기숙사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도 이십 분이 걸렸다.택배 찾아주는 알바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한 번에 천 원에서 오천 원 사이였다.허설아도 종종 택배를 찾아주는 알바생들을 이용했다. 보통 기숙사 건물 아래에 갖다 놓으면 허설아가 직접 가져가는 방식이었다.허설아가 놀란 눈으로 권지헌을 바라보며 코트를 잡아당겼다."네가 갖다준 거야?""응. 처음에 네가 찾은 사람이 우리 기숙사 룸메이트였는
Read more

제333화

마주칠 때마다 권지헌은 마침 도서관 가느라 지나가는 길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호수 정자 쪽 도서관은 대부분 사회과학 서적이었는데 권지헌이 굳이 거기까지 간 건 순전히 딴 목적이 있어서였다."권지헌, 나 기다리려고 일부러 간 거야?""아니.""기다린 게 아니라 보고 싶어서 간 거야.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았으니까."다만 그때 허설아는 권지헌의 그 마음이 소유욕이자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허설아가 권지헌을 바라봤다.권지헌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조각처럼 완벽한 옆모습은 열일곱에 처음 봤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다만 더 성숙해졌고 이건 허설아도 마찬가지였다.지금의 권지헌은 전보다 허설아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이제는 같은 위치에서 서로 당당하게 좋아할 수 있었다.허설아도 마찬가지였다.─다음 날 오전, 김지유가 서류를 들고 허설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감추기 힘든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대표님, 우리 디자인 시안을 보고 나서 관심 없다던 장인 선생님들도 해보겠다고 연락이 왔어요!"디자인 시안은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흔히 쓰이지 않던 요소들이 기가 막히게 조합돼 있었는데 목걸이부터 귀걸이까지 풀 세트에서 어느 하나도 빠지면 안 되는 구성이었다.허설아는 주얼리 세트에 이름을 붙였다.탈피.권서진이 며칠째 자리를 비운 터라 세부 사항은 아직 협의 전이지만 회사 사람들 모두 기대에 차 있었다. 디자인 시안을 본 사람 중에 감탄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권지헌한테도 보여줬더니 권서진한테 이런 재능이 있는 줄 몰랐다는 눈치였다. "연락드려서 구체적인 견적이랑 일정 자세히 확인해. 보름 뒤에 권율 그룹 주얼리 박람회에 출품할 거거든."김지유가 '아~' 하고 말끝을 늘이며 놀리듯 말했다. "대표님이 권율 그룹 자원은 이용하지 않으려는 줄 알았어요."허설아가 웃으며 손을 들고 솔직하게 말했다."그 자원의 반은 내 거야. 내 걸 내가 사용하는 데 뭐가 문제야?"김지유가
Read more

제334화

오후 퇴근 무렵, 창밖은 온통 주황색 노을빛으로 물들었다.온 세상이 저녁노을에 물들고 허설아 사무실 바닥에도 붉은 노을빛이 가득 깔렸다.휴대폰에 메시지가 몇 개 와 있었다.허설아가 휴대폰을 들어 확인해 보니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였다.[허설아 씨 맞죠? 저 안유민이에요. 시간 되면 만나서 얘기 좀 해요.][요즘 힘든 상황인 거 알아요. 어려운 상황 벗어나도록 제가 돈 줄게요.] 허설아는 식은땀이 맺힌 손으로 녹음 기능을 켜고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서너 번 울린 뒤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안유민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허설아 씨, 게임 데이터 유출한 사람이 본인이라고 인정만 하면 육천만 줄게요!"거만하기 짝이 없는 안하무인의 태도였다."안유민이라고 했어요? 그 데이터는 제가 유출한 게 아니에요. 지금 하는 일도 게임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 그 데이터를 왜 훔쳐요."안유민이 코웃음을 쳤다."돈 많이 필요하잖아요? 돈 받고 데이터 팔려고 했을지 누가 알아요? 어머니랑 딸이 몸도 안 좋아서 돈이 필요하다면서요. 육천만 받을 거예요, 말 거예요?"허설아가 차분하게 말했다."하지도 않은 일을 어떻게 인정해요."안유민은 허설아가 금액이 적어서 망설이는 거라고 생각했다.결국 이를 악물고 1억으로 올렸다.이번엔 허설아 쪽에서 오히려 궁금해졌다.안유민 집안이 그렇게 대단하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근거도 없는 자백을 받아내겠다고 저렇게 큰돈을 선뜻 내놓을 수 있다고?허설아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인정할 일 없어요, 끊을게요."허설아는 바로 전화를 끊고 녹음 파일을 권지헌에게 전송했다.권지헌도 아마 주변 직원들 중 이상한 낌새가 있다는 걸 눈치챘겠지만 직원이 워낙 많다 보니 미처 신경 쓰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파일을 보내고 허설아는 다시 공장에서 보내온 견적서를 살펴봤다.허준 그룹 주얼리의 일부는 자체 공장에서 가공하고 일부는 외부 공장에서 반제품을 납품받는 방식으로 할 생각이었다.눈앞에
Read more

제335화

안유민도 허설아가 이렇게까지 철두철미할 줄은 몰랐다.'그렇게 방어할 거면 스파이를 하지 직장은 왜 다닌 거야.'강지연도 허설아가 이렇게 치밀할 줄은 몰랐다."됐어요, 그럼 댓글 알바 좀 사야겠네요. 권율 그룹은 이 사건 어떻게 처리할 거래요?""송민우 대표님 게임 회사를 고소하고 이번 주 안에 권율 그룹 게임 출시할 거예요."강지연이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그러면 그림 그리는 당신 친구한테 게임 화면 많이 그리게 해서 나중에 권율 그룹이 우리 게임 표절했다고 고소하면 되잖아요.""저…… 저도 지금 게임 화면은 어떤 건지 몰라요……"제작팀이 철통방어를 하고 있었다.내용을 안다 해도 휴대폰을 아예 못 들고 들어가게 해서 게임 데이터를 유출할 방법 자체가 없었다.안유민이 직접 본 화면을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강지연이 눈을 흘겼다."됐어요, 안유민 씨는 역시 쓸모없을 줄 알았어요. 발표회에서 따로 깜짝 이벤트 준비할게요."전화를 끊고 휴대폰에 온 메시지를 빤히 바라보던 안유민은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대표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권지헌의 위압적인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요.""대표님, 보고드릴 게 있어요.""말해."책상 앞에 앉은 남자가 고개도 들지 않고 힐끗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안유민은 온몸이 떨렸다.문 앞에 서 있는데 손발이 제멋대로 덜덜 떨려 문틀을 잡고서야 가까스로 버틸 수 있었다. "대표님, 요 며칠 강지연 씨가 허설아 씨를 게임 테이터 유출한 사람으로 몰라고 계속 저한테 연락해 왔어요."권지헌이 고개를 들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안유민을 쳐다보았다."강지연?""네. 전에 저희 회사에서 인턴할 때 연락처를 교환했거든요. 그 후에 같이 만난 적도 있는데 강지연 씨가 회사 자료를 유출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어요."권지헌이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증거는?""강지연 씨랑 그쪽 게임 회사 대표랑 찍은 사진이에요. 그리고 저희가 예전에 주고받은 채팅 기록도 다 회사에 제출할 수 있어요."권지헌이 사진을 훑어봤다.
Read more

제336화

반쪽 얼굴과 목만 찍힌 사진이었다. 허설아는 저도 모르게 두 손가락으로 사진을 확대했다.권지헌 목에는 목줄 주변으로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더 내려가면 손톱자국도 보였다.허설아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사무실에 아무도 없는데도 민망하고 한겨울 날씨에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허설아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왠지 더 티가 나는 것 같았다.급히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메시지를 보냈다."곰돌이 거 빼앗지 말고 옷이나 제대로 입어."잠시 생각하던 허설아가 한마디 더 붙였다."너 이젠 유부남이야, 선을 지켜야지."맨날 이런 걸 보내서 심장 테스트하다니. 게다가 목줄은 권지헌 목에 맞지도 않았다. 곰돌이는 소형견이었기에 목줄도 작은 사이즈였다. 허설아는 의자에 앉아 한 바퀴 빙글 돌았다.결국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들어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액세서리를 몇 개 주문했다.보기만 해도 권지헌이 하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어 손이 근질거리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싶어졌다. 요즘은 회사 일 아니면 그림 작업의 연속이었다.권율 그룹 원고 의뢰를 받은 뒤로는 전에 밀려 있던 원고들만 마무리하고 새 의뢰를 받지 않았다.하나는 시간이 없어서였고 다른 하나는 요즘 통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였다.매일 밤 눈만 감으면 머릿속에 온통 회사 일로 꽉 가득했다.직접 회사를 운영해 보니 우아함 따위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얼리 커팅도 외부 사람들이 보는 것처럼 근사하지 않았다. 공장 안은 부품과 원석 투성이여서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머리에 먼지를 가득 뒤집어쓰곤 했다. 권지헌이 보낸 야시시한 셀카를 보고 난 허설아는 다시 영감이 떠올랐다.얼른 장비를 꺼내 스케치를 하나 그렸다.다 그리고 보니 권율 그룹에서 출시할 게임 속 남자 주인공을 묘하게 닮아 있었다.얼마 전까지 남주 캐릭터를 계속 그려서 익숙해졌는지 손이 기억해 버린 듯했다. 허설아는 그린 김에 그냥 두기로 했다.나중에 게임 출시 때 서풍 계정으로 올리면 되었다.서풍은
Read more

제337화

권지헌이 옆에 있는 허설아를 쳐다봤다."생각해 둔 거 있어?""아버님 어머님이 날짜 몇 개 골라봐 주시면 골라볼게요. 저는 사실 12월이 좋은데 내년은 너무 늦고 올해는 너무 빠듯해요."12월은 연희가 태어난 달이었다.두 사람이 처음 사귀기 시작했던 달이기도 했다.이미 12월 초였으니 준비할 시간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내년 12월은 권정우나 박희수 모두 너무 늦다고 생각했다.그때 허민정이 말했다."그럼 내년 5월 어때요? 설아 생일이 5월이기도 하고 날씨도 따뜻해서 웨딩드레스도 예쁘게 입을 수 있잖아요."덥지도 춥지도 않아 결혼식 하기에 딱이었다.박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거 좋겠네요. 내가 큰 스님한테 부탁드려서 내년 5월에 좋은 날이 있는지 알아볼게요."허설아가 생각한 결혼식은 너무 거창하지 않게 가족끼리 밥 한 끼 먹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권씨 집안은 결혼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허설아를 서운하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허설아는 서운할 게 없었다. 박희수가 허설아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우리도 아들이 지헌이 하나뿐이잖아. 권씨 집안에서도 처음 올리는 결혼식인데 제대로 안 하면 지헌이 동생들이 나중에 어떻게 마음껏 결혼식을 올리겠어?" 허민정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넌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잘해. 나머지는 나랑 희수 씨가 알아서 할게."권씨 집안 같은 가문에게 결혼식은 사교적 의미도 크다는 걸 허설아도 이해했다.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 허설아가 번거로운 걸 싫어한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마음을 써주는 것도 허설아를 귀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권율 그룹.발표회는 권율 그룹 계열사 호텔 연회장에서 열렸다. 행사장 곳곳에 게임 남자 주인공 입간판이 세워졌고 대형 포스터가 등장하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았고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다.게임 공식 계정 라이브 방송에서도 모든 플레이어들이 포스터를 보며 열광했다. [그림체가 왜 이렇게 서풍이랑 닮았지?
Read more

제338화

팬들이 게임 라이브 방송 댓글 창에서 기를 쓰고 서풍 편을 들었다.서풍이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백엔드는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아 조민규에게 계속 전화를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지금 경호원들이 스스로 서풍이라 주장하는 여자를 끌어내봤자 이미 일이 커진 뒤라 소용이 없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키가 훤칠한 남자가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입장했다.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서풍과 허설아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권지헌이 눈물을 쏟아내는 여자를 훑어보았다."이번 발표회에 저희가 서풍 작가를 초대한 건 맞습니다. 저 사람이 서풍이라면 초대장은 어디 있나요?"권지헌의 한마디에 기자들이 멈칫했다.여자의 얼굴에도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댓글 창은 여전히 수습불가였고 댓글 알바까지 가세하면서 더 혼란스러워졌다.권지헌의 싸늘한 시선이 보냈다. "경호원, 저 사람 통제해."오늘 검은색 코트에 수제 자수 셔츠를 받쳐 입은 잘생긴 권지헌이 반듯하게 서 있는 모습은 뒤에 걸린 포스터 속 게임 남주보다도 더 눈에 띄었다.미간에는 자연스럽게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기자들의 카메라 세례에도 권지헌은 차분하고 단호했다."발표회에 와주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서풍 작가를 현장에 직접 초대했습니다. 여러분도 좋아하는 작가가 사칭 당하고 명예가 훼손되는 건 원치 않으시겠죠. 권율 그룹이 원고료를 지급했는지, 직원이 게임 데이터를 유출했는지 잠시 후 모두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권율 그룹이 서풍을 직접 초대할 줄은 예상 못 했다.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강지연이 핸드폰을 꽉 움켜쥐고 일그러진 얼굴로 옆에 있는 송민우를 바라봤다."서풍이 데뷔 이후로 어떤 플랫폼의 초대도 응하지 않았다고 했잖아. 이번엔 왜 동의한 거야?""내가 어떻게 알아. 권지헌이 거짓말하는 걸 수도 있잖아. 너도 가짜 서풍을 내세울 생각을 했는데 권지헌이라고 못 할 것도 없잖아."강지연이 이를 갈았다."빌어먹을 서풍 같으니,
Read more

제339화

조민규가 슬며시 웃었다."다 사요. 싼 게 있으면 더 많이 사요."가끔은 부정적인 검색어가 긍정적인 검색어보다 효과가 더 좋을 때도 있었다. "알겠습니다!"금세 SNS 실시간 검색어가 권율 그룹 관련 부정적인 기사들로 도배됐다.차 안에 있던 허설아가 휴대폰 화면을 힐끗 보더니 눈썹을 치켜올렸다. '재미있네.'길이 조금 막혔고 호텔 밖에도 기자들이 가득 몰려 있어서 차가 들어가기 힘들었다.조민규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조민규가 대신 비서팀 다른 직원이 마중을 나왔다.허설아를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설아 씨, 여기 어떻게 왔어요?"허설아가 휴대폰을 들어 전자 초대장을 건넸다. "초대받고 왔어요."비서팀 직원은 초대장을 확인하고 허설아와 초대장을 연신 번갈아 봤다.이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허설아가 서풍이었다니!"설, 설아 씨가…… 이쪽으로 오세요!"이문세는 억지로 평정심을 유지하려 가슴을 몇 번 쓸어내리고 나서야 가까스로 프로다운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허설아는 안내를 받아 뒷문을 통해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행사장 안, 기자들은 여전히 날이 선 질문을 쏟아냈다. "이건 권율 그룹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저분이 서풍이 아니라는 근거가 있어요?""작가한테 원고료 미지급이라니 너무 갑질 아닙니까? 대표님, 해명해 주세요!"사칭하던 여자는 여전히 기자들한테 자기 억울함을 늘어놓고 있었다.서풍이 몇 년 전 SNS에서 했던 말까지 들먹였다. 몇 년 전 연동근이 아플 때, 아빠가 많이 편찮으셔서 잠시 의뢰를 중단한다고 말한 적 있었다. 그런데 사칭하는 여자가 지금 그 얘기를 꺼내며 팬들의 공분을 샀다.행사장에 서풍 이름이 적힌 자리가 갑자기 환해졌다. 입구 쪽에 흰 롱 드레스를 입고 단아하게 서 있던 여자가 코트를 벗어 옆에 있던 이문세에게 건넸다.웨이브로 말린 머리카락은 마치 파도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찰랑거렸다. 치맛자락은 몸에 딱 맞게 떨어졌고 행사장 안 에어컨 바람에 드레스가 꽃처럼 나풀거렸다. 피
Read more

제340화

그 순간, 행사장 전체가 조용해졌다.무대 위에서 허설아가 손에 든 마이크를 살짝 고쳐 잡았다.뒤쪽 대형 스크린에는 데뷔 이후 공개 가능한 모든 작업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서풍이 된 지도 어느새 벌써 십 년이 지났네요.""처음엔 그냥 인터넷에 제가 그린 그림을 올리는 거였어요. 그러다 조금씩 제 스타일이 생기고 팬분들도 생겼죠.""십 년 동안 쉼 없이 작업해 와서 업계에서는 저를 소처럼 일한다고 하더라고요."서풍을 오래 팔로우해 온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허설아도 살짝 웃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저는 그림 그리는 걸 정말 좋아해요. 지금껏 곁에 있어 준 모든 분들께도 감사해요. 예전에 SNS에 아빠가 많이 편찮으시다고 올렸을 때 의료 지원이 필요하냐며 개인적으로 연락 주신 분들도 계셨어요.""그런 사랑이 저를 버티게 했는데 그 사랑이 누군가한테 이용당해 저를 겨누는 칼날이 되지 않았으면 해요."무대 아래에 있던 사칭하던 여자는 이미 통제된 상태였다.스크린 속 영상만으로도 허설아가 서풍 본인이라는 걸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서풍이 모든 작업 기록을 남겨뒀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업로드한 그림들은 거의 모두 원본 파일이 남아 있었다. 모든 레이어가 허설아가 직접 그린 것임을 증명했고 어느 것 하나 표절하거나 참고하거나 색을 따온 게 없었다.가끔 영상에 허설아 얼굴이 비치기도 했다.권지헌도 영상을 보고 있었다.초기 영상들은 그림체가 풋풋했고 화면에 비친 옆모습은 아직 통통한 젖살이 남아 있었다.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영상 속 손이었다.처음에는 약간 살이 있던 손이 뒤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졌다.허설아가 서풍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권지헌과 알기 전이었다.허설아의 성장을 이렇게 진지하게 지켜본 건 처음이었다.허설아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사실은 이 영상을 보여드리는 게 좀 망설여졌어요. 초창기 그림들은 저한테 흑역사나 다름없거든요.""그래도 이제 제 가족이 생기고 아이도
Read more
PREV
1
...
3233343536
...
3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