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351 - Chapter 360

380 Chapters

제351화

권정우가 얼른 권호성 심기를 달래며 능글맞게 말했다."그럴 리가요, 지헌이는 아버지가 키우신 거잖아요. 성격도 다 아버지 닮은 거예요.""너……"권호성이 한마디 하려는데 권정우가 먼저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허설아에게 건넸다."자, 할아버지가 주시는 거야."허설아가 봉투를 받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할아버지."권호성도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할아버지라는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다.권정우가 허설아를 향해 눈짓했다. 원래 이렇게 고집이 센 성격이라는 뜻이었다. 권호성은 허설아가 못마땅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티 내지는 않았다.오늘은 자기 생신이었기에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수는 없었다.사실 권호성도 몇 마디 쏘아붙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권호성도 허설아가 딱히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게다가 더 깊이 빠진 건 아마 손자인 권지헌일 것이다.권지헌 시선은 단 한 번도 허설아를 떠난 적이 없었다.권호성이 속으로 못났다고 욕했다.집사가 허리를 숙이며 얘기했다. "어르신, 식사 자리 준비가 됐습니다.""그래, 가자. 지헌아, 네 마누라 데리고 사람들한테 인사 좀 시켜."권지헌이 허설아를 여기까지 데려온 건 이 바닥 사람들에게 자기 여자를 공개하겠다는 뜻이었다.권지헌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권지헌은 한시라도 지체할 세라 허설아를 데리고 자리를 옮겼다.권정우가 곁에서 너스레를 떨었다."설아를 마음에 안 들어하실 줄 알았어요.""마음에 안 들지, 얼굴은 말쑥한 게 집안도 별거 없고 지헌이가 결혼해 봐야 아무 이득도 없잖아!"권정우가 웃으며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럼 아버지가 높으신 분 따님이라도 연결해 주셨으면 도움이 됐을 텐데요. 아버지도 그쪽에는 인맥이 없으시잖아요?"쉽게 말하면, 대통령 딸을 소개해 주지 못하냐는 말이었다. 그런 인맥도, 능력도 없으면 조용히 하라는 것이었다. 권호성이 혀를 차며 지팡이로 권정우를 후려치려다 능글맞은 얼굴을 보고
Read more

제352화

어릴 때부터 권지헌은 유독 뛰어났다.학교에서든 대회든, 집안에서 열리는 행사든 언제나 1등이었다.하지만 한씨 집안은 계속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권씨 집안에 손자가 넷이나 있는데 나이도 비슷해서 나중에 누가 두각을 나타낼지 알 수가 없었다.더군다나 그 시절 권씨 집안은 내부 갈등에 스캔들까지 끊이지 않았다.한씨 집안은 권씨 집안도, 권지헌도 좋게 보지 않았다. 한예린의 시선이 권지헌과 허설아의 포개진 손에 꽂혔다. 지금 권지헌은 업계에서 모두가 주목하는 신흥 강자였다.한예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집안 사람들이라면 결혼을 더 많은 이익을 취하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 삼는 게 아니던가.권지헌을 좋아한 지 십 년이었다.십 년 동안 스스로 권지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권지헌이 집안도 평범하고 얼굴만 반반한 데다 아이까지 딸린 여자와 결혼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권씨 집안 사람들 모두 개의치 않는 거야? 주영훈과 양은석의 태도를 보면 권씨 집안은 허설아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방금 한예린이 허설아 집안 배경을 물으려 할 때 박희수가 막아서기도 했다. 그건 집안 배경이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한예린은 속에서 꿈틀거리는 호기심을 꾹 참고 술잔을 들고 단아한 미소를 지으며 권호성에게 다가갔다.먼저 생신 축하 인사를 한 한예린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했다."할아버지, 지헌 오빠가 언제 결혼도 하고 애까지 낳았어요? 저는 아무 소식도 못 들었네요."권호성이 찻잔을 든 손을 살짝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한예린을 힐끗 쳐다봤다.그러고는 옆에 서 있는 권정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권호성이 찻잔 위에 뜬 찻잎을 불어내며 무심하게 말했다."요즘 젊은것들 일을 이 늙은이가 알 게 뭐야.""지헌이가 결혼하 걸 나한테도 알리지 않더구나."한예린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권호성이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예린이 너는 사귀는 사람 있어? 없으면 우리 집
Read more

제353화

철없는 투정 같으면서도 딱 적당한 불평어린 말에 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권호성도 따라 웃었다."이 녀석, 내가 너무 오냐오냐 해줬구나! 할아버지가 골라줬으면 당연히 좋은 사람이지. 송씨 집안 장남 송민재, 어때?"권서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송씨 집안과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전에 권지헌과 송원영 사이에 이미 약혼 얘기가 오간 적이 있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반발한 탓에 양쪽 어른들 모두 체면이 구겼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두 집안 모두 더 다루기 쉬운 손자, 손녀한테 눈길을 돌린 것이다.권서진이 당황한 눈빛으로 맞은편에 있는 권지헌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권지헌은 소매를 걷고 옆에 있는 허설아에게 새우 껍질을 벗겨주느라 고개도 들지 않았다. "오후에 식사 자리가 있는데 송민재도 올 거야. 서진이 너도 나랑 같이 가자."권서진이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옆에서 누군가 장난스레 말했다. "서진 양 결혼을 큰 오빠가 이렇게까지 챙겨요?"권지헌이 허설아 접시에 새우를 내려놓고는 천천히 냅킨으로 손을 닦으며 말했다. "하나뿐인 여동생의 혼사인데 당연히 신경 써야죠. 아무나 권씨 집안 사위가 될 수는 없잖아요."권호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권지헌에게 한마디 훈계하려고 했다."화목한 건 좋은 일이지만 선을 지켜야 한다.""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그냥 친구들끼리 모이는 자리예요. 일우와 은석이도 오고 송민재한테도 여동생 데려오라고 했어요. 맞선 자리가 아니라 그냥 친구 사귀는 거죠."이 정도 배려라면 어느 모로 봐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권호성도 트집을 잡을 게 없었다.권지헌이 공용 젓가락으로 권호성 앞에 청경채를 집어주며 위에 있는 마늘을 살짝 걷어냈다."할아버지, 마늘 때문에 야채 안드시는 거 맞죠. 할아버지 탓이 아니에요."말 속에 숨은 뜻을 권호성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권서진이 송민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건 송민재 문제일 테니 권호성이 송씨 집안 앞에서 난처해질 일은 없다는 뜻이었다.가
Read more

제354화

서재 안.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권지헌이 과일 접시에서 자몽 한 조각을 집어 먹었다. 달콤하고 향긋한 자몽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과즙이 터졌다.허설아가 좋아할 것 같았다.아침에 일어날 때 연희와 허민정 모두 기침하는 소리를 들었던 권지헌은 자몽이 좋을 것 같았다.권정우가 몇 번이나 연희가 사실 권지헌 아이라는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권지헌이 직접 말하지 않으니 속마음을 알아채기 어려웠다.혹여나 연희가 권씨 집안 아이라는 걸 알고 권호성이 성씨와 족보를 문제 삼으며 또 직접 데려가서 키우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그건 허설아 부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권정우와 박희수도 살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던 권정우는 권호성이 연희를 권씨 집안 아이가 아니라고 알고 있는 편이 오히려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다만 허설아는 조금 억울한 일이었다.하지만 연희를 위한 일이라면 허설아도 이해할 것이다."아버지, 이미 결혼도 했는데 아버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지헌이한테 이혼하고 아버지 돌아가시면 다시 결혼하라고 할까요?""권정우! 너 애비한테 그따위로 말하는 거야?""아버지, 나이도 있으신데 사당 하나 지어드릴까요? 거기서 중매나 하세요."권호성이 가슴을 쓸어내렸다."뚱딴지같은 소리 집어치워. 이건 동의 못 해! 권지헌, 남들한테 손가락질이나 당하고 싶어?"권지헌이 흔들림없는 목소리로 태연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지금 반대하시는 분은 할아버지 한 분뿐이에요."권호성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손이 떨렸다.권씨 집안 삼대가 한 자리에 있었다.잠시 후, 권호성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네 마누라한테 빨리 아이 낳으라고 해. 남 자식 키우는 건 네 맘이지만 네 자식도 하나 있어야 할 것 아니냐!"결국은 권호성이 물러섰다.권호성도 이제 본인이 늙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권지헌은 이제 권호성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손자와의 정분을 이렇게 날려버릴 정도의 가치가 없었다.권호성이 마지못해 물러
Read more

제355화

박희수가 감정이 격해진 듯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허설아의 손도 유난히 꽉 잡고 있었고 목이 메어 울먹였다. 젊을 때의 박희수는 너무 나약해서 자기 아이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그래서 권지헌에게는 제대로 된 어린 시절이 없었다. 누구 하나 어린 권지헌을 제대로 돌봐준 사람이 없었다.박희수 마음이 너무 아팠다.허설아는 손이 잡힌 채로 박희수를 달래주었다."어머니, 저도 알아요."권서진도 박희수 팔짱을 끼며 말했다."큰엄마, 우리 엄마가 올해 설에는 집에 돌아오고 싶다고 했어요."박희수의 관심이 금세 권서진에게 쏠렸다."정말이야? 하지만 할아버지가 분명 안 된다고 하실 텐데.""지헌 오빠한테 이미 말했는데 돌아가서 방법 생각해 본대요."권지헌은 권정열과 진하윤이 별장에서 돌아오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나도 나중에 지헌이한테 한번 얘기해볼게."─돌아오는 길.박희수는 권서진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지헌아, 너 진짜 삼촌이랑 작은 엄마 나와서 설 쇠게 할 생각이야?""네. 곧 설이기도 하고 오늘 할아버지 분위기 보니까 삼촌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던데요."권호성이 아무리 오랜 세월 강단 있고 자기 말이 곧 법인 것처럼 살아왔어도 이제 나이가 들어버렸다.늙으면 자식 생각이 나는 법이었다.특히 곁에 없는 자식일수록 그리웠다. 오늘 권서진과 권지혁이 자연스럽게 별장 얘기를 꺼냈을 때 권호성은 몰래 귀를 기울여 엿들으면서도 아닌 척했다. 권지헌이 말했다."하나는, 일단 분위기를 살피는 거예요. 서진이랑 지혁이도 다 커서 몇 년 지나면 결혼해서 권씨 집안을 떠나게 될 텐데 삼촌이랑 작은 엄마도 슬슬 나와서 사람들 만나야죠.""또 하나는 할아버지한테 할 일을 만들어드리는 거예요. 바빠지면 저랑 설아 귀찮게 할 틈이 없을 테니까요."박희수와 권정우도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권정우가 자기 생각을 얘기했다."설아야, 네가 좀 서럽게 됐어."허설아는 고개를 저었다."연희가 지헌 씨 친딸인 걸 안다고 해서 할아버지가 저를 보는 시
Read more

제356화

골프장 옆에 양궁장이 있었다.서은석이 권지헌에게 활 하나를 건네고 자기도 옆에 있는 활을 들어 활 시위를 당겼다. 전광판에 바로 10점이 떴다.권지헌도 활시위를 당기자 한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한 라운드가 끝나자 서은석이 어깨를 주무르며 아직도 뒤에 쭈그리고 있는 송민재를 돌아보았다. 서은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송민재를 쳐다봤다."아직도 안 갔어? 적당히 해. 사과 한 마디로 그냥 넘어갈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송민재 얼굴이 어두워졌다."서 대표님, 우리 다 아는 사이잖아요. 게다가 민우는 제 동생이에요. 대표님 집안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형으로서 모른 척하진 않으셨을 거잖아요."서은석이 입에 담배를 물고 피식 웃었다.담배 끄트머리를 살짝 깨물어 모양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미안하지만 난 외동이라 지헌이한테 물어야겠네. 네 동생들이 이렇게 철없이 행동하면 어떻게 할 거야?"옆에 있던 권지헌이 화살 하나를 쏘고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서은석 담뱃갑에서 담배를 하나 뽑아들었다. 불을 붙이기도 전에 송민재가 굽실거리며 지헌한테 불을 붙여주러 앞으로 다가갔다.권지헌이 피하지 않고 불을 붙이는 사이 실눈을 뜨고 송민재를 바라봤다.한 모금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전부 송민재 얼굴에 내뿜더니 천천히 입을 열고 싸늘하게 말했다."우리 집 애들은 이렇게 멍청하지 않지."권지헌은 한 모금 피운 담배를 비벼 끄고 쓰레기통에 던졌다.서은석이 눈썹을 추켜올렸다."진짜 끊은 거야? 와이프가 진짜 엄하게 관리하나 보네.""와이프가 싫어하거든."허설아 얘기가 나오자 권지헌 얼굴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옅은 미소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려웠다. 권지헌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서은석은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터뜨렸다."아니, 대학 때 왜 갑자기 그렇게 성격이 좋아졌나 싶었더니.""와이프가 성격이 좋거든."권지헌이 실눈을 뜬 채 앞에 있는 과녁을 겨냥하고 화살을 날렸다.송민재는 옆에서 완전히 투명
Read more

제357화

고백한 여자만 다섯 명이 넘었다.다른 SNS 플랫폼을 보니 같은 지역 성인 방송 스트리머한테 좋아요를 누른 것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았다.권서진은 전부 캡처해서 권호성에게 보냈다.권호성은 딱히 다른 말은 없었다.어차피 나갔으니 만나보는 게 좋겠다는 말만 했다.최소한 체면은 세워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모임에 나온 권서진은 송민재를 보면 볼수록 짜증이 치밀었다."은석 오빠, 나랑 같이 말 타러 가자.""너 먼저 가, 난 좀 있다가 갈게. 너희 새언니랑 같이 가는 건 어때?"권서진이 고개를 돌려 권지헌과 얘기하고 있는 허설아를 봤다.서은석의 말에 눈썹을 씰룩이며 허설아한테 달려가 팔짱을 끼고 같이 말 타러 가자고 졸랐다. 어릴 때 연동근이 허설아한테 적갈색 조랑말 한 마리를 사준 적 있었는데 무척 귀여웠다.말을 탄 지 오래 된 허설아도 좀 흥미가 생겼다."오빠, 나 언니 잠깐 빌려 갔다가 이따 돌려줄게."말을 마친 권서진은 허설아를 끌고 옷 갈아입으러 갔다.서은석이 옆에 있는 송원영을 내려다봤다."너는 안 가?""난 괜찮아요. 권서진 씨나 허설아 씨와 아직 친하지 않아서요.""같이 놀다 보면 친해지지. 서진이한테 잘 챙겨주라고 할게."송원영이 여기 있으면 오히려 불편했다.송민재도 서은석이 몇 번이나 권하니 어차피 송원영이 권서진과 관계를 잘 다져두면 이득이겠다고 생각했다. 송민재는 이를 악문 채 방금 전 겪은 수모를 꾹 참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가봐. 오빠가 돈 줄게."서은석이 송원영을 데리고 권서진과 허설아를 따라갔다."서진아, 원영이 좀 부탁해. 정일우까지 오면 너희 오빠랑 같이 송민재 잘 접대해야 해서."권서진이 송원영 손을 잡아끌며 혀를 차더니 말꼬리를 늘리며 놀리듯 말했다. "원영 씨를 나한테 부탁한다니, 오빠 원영 씨랑 무슨 사이야?"서은석이 손가락으로 권서진 이마를 튕겼다."장난치지 마."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데다 먼 친척이기도 한 서은석과 권서진은 서로 허물이 없었고 사이가 좋았다. 송원영은 그
Read more

제358화

순간 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바람 소리와 말발굽 소리만 나지막이 들렸다.단정하고 깔끔한 갈색 승마복을 입은 허설아는 얼굴에 흩날리는 손으로 넘겼다. 적갈색 말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자 이미 누군가가 꽃다발을 들어 허설아에게 건넸다.허설아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권서진이 소리를 질렀다."언니! 너무 멋있어요!"말을 탄 채로 활을 쏴서 정중앙을 맞히다니, 그 순간 권서진 눈에 허설아는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 그 자체였다. 초원의 풀들도 전부 허설아를 위해 환호하는 것 같았다. 바람 소리가 스치고 권서진 눈도 환하게 빛났다.허설아가 수줍게 웃으며 손에 든 꽃다발을 권서진에게 건넸다."어릴 때 배운 적 있어요. 말 한 마리가 있었는데 초원에 맡겨놓고 키웠거든요. 아버지가 매년 초원에 데리고 가셨고 그때 유목민들한테서 기마 활쏘기를 배웠어요.""이번엔 운이 좋았어요. 정말 오랜만에 말을 타는 거거든요."어쩌면 조금 전 자신 없어하던 권서진의 말이 허설아 마음속에 불을 지폈는지 몰랐다.허설아가 당당하고 시원하게 소리내어 웃었다. "내가 할 수 있으면 서진 씨도 할 수 있어요. 내가 서진 씨 시안 믿으니까 서진 씨도 내 안목 믿어요."그 순간 권서진한테도 허설아의 열정의 불씨가 옮겨 붙은 듯했다. "네! 믿을게요!"옆에서 지켜보던 송원영은 놀란 마음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문득 권지헌이 왜 허설아와 결혼했는지 이해가 되었다.단순히 허설아가 서풍의 재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허설아에게는 항상 넘쳐흐르는 생명력과 눈부시도록 뜨겁게 타오르는 마음이 있었다.권서진이 끌어안은 꽃다발만 봐도 허설아의 진심이 느껴졌다.저렇게 뜨거운 진심에 포위되면 그 누가 빠져들지 않을까.권지헌처럼 차갑고 고고한 사람도 허설아가 쏜 화살에 명중해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남자들이 조금 전 모습을 보고 있었다.권지헌은 목이 타는 것 같았다. 갑자기 허설아와 같이 말을 타러 가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허설아가 말을 타고 달
Read more

제359화

허설아가 화살을 쏜 그 순간부터 마음속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허설아를 보지 않으면 꺼지지 않을 불이었다.서은석이 골프공을 하나 쳤다.송민재를 바라보는 눈빛에 약간의 경멸이 담겨 있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만으로도 송민재는 불쾌해졌다.이 사람들 모두 오늘 작정하고 자기를 난처하게 만들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명도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데 여러 명이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송민재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돌아섰다.돌아가는 길에 쓰레기통을 걷어찼는데 특수 소재로 만들어진 건지 놀라울 만큼 딱딱했던 탓에 송민재는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제기랄'.'쓰레기통까지 무시하다니.'초원에서 세 사람이 말을 타고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권지헌이 다가오더니 허설아가 타고 있는 말 고삐를 끌어당겼다."같이 탈래?""마구간에 다른 말도 있잖아, 네 말 타."권지헌의 말은 전에 경마 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한 이력도 있는 검은색 말이었는데 늠름하고 우아하며 혈통도 고귀했다. 허설아가 말을 고를 때 그 말도 허설아를 쳐다보았는데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떠는 모습이 마치 웃는 것만 같았다.권서진이 저 말이 에드워드라고 하는 권지헌 말이라고 알려줬다.권지헌이 허설아 손목을 잡더니 거절할 새도 없이 훌쩍 말에 올라타 버렸다."아니, 너……"권지헌이 휘파람을 불자 적갈색 말이 권지헌의 신호에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허설아의 불만 어린 말은 전부 초원의 거센 바람 속에 흩어졌다.건영시 주변에서 이쪽 산만 복합 훈련장으로 개발되어 있었다. 지형상 천연 초원이 펼쳐져 있어 말이 달리기에도 더없이 자유로웠다.같은 승마라도 권지헌과 허설아는 스타일이 달랐다.허설아는 혹여나 말이 지치거나 다치거나 아니면 자기가 다칠까 신경 쓰며 조심스럽고 여유롭게 타는 편이었다. 반면 권지헌은 거침없고 자유로웠다. 마치 세상이 자기 발 아래 있는 것처럼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마 활쏘기도 할 줄 아는지는 몰랐네.""어릴 때 배운 거야. 나도 다 잊은
Read more

제360화

초원에 겨울바람이 쓸쓸하게 불어와 허설아의 뺨을 시리게 했다. 권지헌이 천천히 말을 몰고 되돌아갔다.두 사람은 벌써 건영시의 겨울을 여러 번 함께 보냈다. 대학에 입학해서부터 졸업할 때까지 서로가 서로의 시간 안에 있었다.허설아가 권지헌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안에 캐시미어 이너 하나만 입고 있어서 따뜻하지도 않고 오히려 바람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힘찬 심장 소리가 허설아 귀에 고스란히 전해졌다.허설아는 앞으로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권지헌과 얼마나 오래 함께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었다. 사람 마음은 변하기 마련이고 시간이 흘러 세상이 바뀌면 언젠가 두 사람도 서로가 미워질지 몰랐다.하지만 그건 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리고 과거에 사로잡혀 권지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지금의 허설아는 깊고 단단하게 자기를 온전히 감싸고 있는 이 순간의 사랑을 믿었다. 권지헌 눈에는 오직 허설아뿐이었다. 허설아도 마찬가지였다.훈련장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정일우가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권지헌이 옆에 있는 허설아를 보며 그러자고 했다.맨 뒤에 서 있던 송원영이 말했다."저는 안 갈게요, 다들 맛있게 드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권서진이 송원영 팔짱을 끼며 말했다. "같이 가요. 어차피 은석 오빠네 식당인데 공짜 밥 안 먹으면 손해죠! 게다가 지금 돌아갔다가 원영 씨 오빠 만나면 얼마나 재수 없어요."송원영은 권서진이 이렇게 직설적인 사람인 줄 몰랐다.송민재가 재수 없다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뭔가 맞는 말 같기도 했다. 하지만 송원영은 감히 할 수 없는 말이었다.송원영이 고개를 숙이고 싱긋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요, 그럼 같이 갈게요."송원영은 딱 봐도 엄격한 가정 교육을 받은 전형적인 얌전한 여자였다. 매사에 일정한 기준에 맞춰 행동하면서 한치도 엇나가면 안 되는 스타일이었다. 송원영과 권서진을 보던 허설아는 문득 연희가 만약 권호성한테 맡겨진다
Read more
PREV
1
...
33343536373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