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361 - Chapter 370

380 Chapters

제361화

권지헌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학교 선택도 어차피 서로 좋아야지. 연희가 좋다고 하면 보내고, 싫다고 하면 국제학교 보내면 돼.""게다가 연희 엄청 똑똑해, 네가 몰라서 그렇지."건영시에 있는 국제학교 중에 권씨 집안이 투자한 곳도 여러 개였다.권지헌 생각엔 어느 학교든 연희가 원하는 데 보내면 그만이었다.허설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연희 똑똑한 거야 나도 알지. 근데 나는 어릴 때 공부를 별로 안 좋아했거든. 지헌이 너는 어땠는지 모르겠네."냄비에서 김이 피어오르자 서은석이 안경을 벗어 닦으며 끼어들었다."지헌이 어릴 때 공부 엄청 잘했어요. 못 하면 밥을 못 먹으니까 잘 할 수밖에 없었죠. 두 사람 딸은 누굴 닮을지는 모르겠네요."정일우가 새된 소리를 냈다."설아 씨 딸이 지헌이 애야?"서은석이 말했다."그럼 누구 애겠어?"정일우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나는 또 지헌이가…… 어라! 근데 그때 설아 씨가 지헌이 찼던 거 아니에요?"허설아가 네라고 짧게 답하며 이어 말했다."지헌이가 언젠가 나와 헤어질 거라고 해서 난 그걸 받아들인 것뿐인데 왜 다들 내가 찼다고 생각해요?"정일우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농담이죠? 나도 처음엔 지헌이가 설아 씨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워낙에……"정일우는 손을 휘휘 젓기만 할 뿐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허설아는 이해할 수 있었다.권지헌의 집안과 배경을 알고 있었던 정일우는 더더욱 두 사람의 연애가 가벼운 장난일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분명 권지헌이 잠깐 재미 삼아 놀아주다가 미련 없이 떠날 거라고."그런데 설아 씨가 외국에 간 다음에 지헌이가 엄청 힘들어했거든요. 기숙사 건물 아래서 기다리기도 하고 설아 씨 학과에 찾아가기도 하고 조교님한테 가서 설아 씨 가족들 연락처라도 알려달라고 했어요.""그때 내가 설아 씨한테 무슨 일 생긴 거 아니냐고 한마디 했더니 지헌이가 글쎄 당장 울 것 같은 표정이더라고요……"그 시절이 떠오른 정일우는 스스로도 믿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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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허설아가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다 지난 일이에요. 게다가 일우 씨도 딱히 뭐라고 한 건 아니잖아요. 제일 큰 문제는 지헌이 본인이에요, 입이 있어도 말할 줄을 모르니까."입이 있어도 해명할 줄은 모르고두 사람 관계를 부정할 줄밖에 몰랐다.모든 문제의 근원은 권지헌이었다.권지헌도 부정하지 않고 눈을 내리깔며 옆에 있는 허설아를 바라봤다.냄비에서 김이 허설아 뺨 주위로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마치 옅은 안개 속에 서 있는 듯 다정하면서도 새초롬한 모습이었다. 오후에 찬바람 속에서 활시위를 당겨 모두를 놀라게 했던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 싶을 정도였다.이런 모습의 허설아를 볼 때마다 권지헌은 늘 마음이 두근거렸다.예전의 허설아와 비교하면 많이 달랐다.권지헌은 예전처럼 거리낌없이 밝고 화사한 허설아가 좋았다. 매번 허설아가 부드러우면서도 조용히 선을 긋는 순간이면 권지헌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허설아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손바닥을 어루만졌다. "응, 다 내 잘못이야."─저녁 식사 후,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권지헌이 운전해서 돌아가는 길에 허설아에게 말했다."오늘 밤 우리 아파트로 가자. 같이 영화 보고 싶어.""영화?""어젯밤에 휴대폰으로 영화 리뷰 보고 있었잖아. 아파트엔 프로젝터가 있으니까 거기서 보면 연희랑 부모님이 방해할까 걱정 안 해도 되잖아. 내가 다 준비해뒀어."허설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내 휴대폰 몰래 봤어?""몰래 본 게 아니라 네가 소리를 안 껐잖아."허설아는 그림을 그릴 때 무슨 소리든 있는 게 좋았다.사실 허설아 본인도 무슨 리뷰를 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랜덤으로 나오는 걸 틀어놓은 것이다. 그걸 권지헌이 기억하고 있었을 줄이야."알겠어. 그럼 엄마한테 전화해서 연희보고 기다리지 말라고 할게.""연희한테는 내가 얘기했어."허설아는 옆에서 운전하고 있는 권지헌을 쳐다봤다.실제로 얼마 전부터 권지헌 휴대폰에 연희의 스마트 워치가 연동돼 있었다. 부녀가 자주 메시지를 주고 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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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집 안 전체에 보일러가 틀어져 있어 실크 잠옷만 입어도 춥지 않을 정도로 온도가 딱 맞았다.소파에 앉은 허설아는 권지헌이 멜로 영화를 틀어놓은 것을 발견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분위기 있고 감각적이었는데 남녀 주인공이 빛이 가득 드리운 방 안에서 서로 입을 맞추고 있었다.권지헌의 손바닥이 허설아 무릎 위를 타고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방 안에는 언제 향초를 켰는지 불꽃이 타닥타닥 소리내며 타올랐다. 어느새 권지헌의 입술이 손을 대신하며 허벅지를 시작으로 입을 맞추며 올라가다 멈추었다. 허설아가 소파를 잡아봤지만 가죽 소파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낼 뿐 잡을 수 있는 건 없었다."권지헌……"권지헌이 대충 답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코끝이 촉촉해져 있었다."입이 있어도 쓸 줄 모른다고 했잖아. 이렇게 쓰는 건 허설아 씨 마음에 들어?""하지 마……"새끼 고양이 목소리 같은 반항 소리는 영화 대사에 묻혀버렸다.영화 속 남녀가 키스하는 소리와 권지헌의 입술이 허설아의 몸을 탐닉하는 소리가 겹쳐 교향곡을 이루는 것 같았다.허설아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눈앞에서 불꽃이 터지는 것 같았다.한참 후에야 권지헌을 발로 툭 걷어찼다."처음부터 다 계획한 거지?""조금 전 건 아니야. 하지만 지금 이건 진작부터 계획한 게 맞아."허설아가 코웃음을 치자 권지헌이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여보, 다시는 나 버리지 마."길에 버려진 떠돌이 개처럼 너무 억울하다는 목소리였다."말만 이쁘게 하면 나 안 가.""방금처럼 하면 이쁜 말이야? 여보가 아주 만족한 것 같던데."허설아가 손을 뻗어 권지헌 얼굴을 막으며 키스를 피하려 했다.허설아가 싫어할 것 같아서 권지헌도 굳이 억지로 입을 맞추지는 않았다."여보, 평생 사랑해."허설아가 피식 웃었다."침대에서 남자가 하는 말은 못 믿어.""지금은 침대가 아니라 소파인데."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권지헌 이마의 땀이 허설아 목으로 흘러내렸다. 허설아는 몽롱하게 풀린 눈빛으로 여전히 권지헌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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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권서진 얘기가 나오자 미소 짓는 서은석의 눈동자에 도시의 네온사인이 반짝였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어. 서진이가 권씨 집안한테 말 못 하는 일이 있으면 나한테 해결해 달라고 했거든." 당연한 일이라는 듯 자연스러웠다. 송원영은 자기도 모르게 무릎 위를 덮은 치마를 꼭 쥐었다.왜 긴장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내비게이션에서 부드러운 안내음이 흘러나왔다."전방 교차로에서 좌회전입니다."서은석이 핸들을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보통 사람이 휘파람을 불었으면 가볍게 보이기 십상인데 서은석이 부는 휘파람은 어느새 멜로디로 이어졌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피아노곡 선율같았다. "어릴 때 피아노 배웠어요?""아니, 서진이가 배웠지. 어릴 때 억지로 연습할 때면 꼭 같이 있어달라고 했거든. 결국 나도 다 배웠는데 서진이는 손가락 짚는 법도 못 익혔어."어릴 때 얘기를 하다 보니 서은석도 새삼 그 시절이 그리웠다."서진이가 오늘 너희 오빠 체면 제대로 구겨놔서 집에 돌아가면 네가 잔소리 엄청 듣겠다."그래서 서은석이 찍은 내비게이션 목적지는 송원영 아파트였다.송씨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오늘 밤만큼은 재수 없는 인간을 마주하지 않아도 됐다.송원영이 계속 치마를 꽉 쥐고 있는 걸 본 서은석은 신호등에 멈춘 사이 뒷자리에서 담요를 꺼내 다리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차 안 히터 온도도 높였다. "다음엔 이렇게 짧은 치마 입지 마, 날이 춥잖아."다정하고 젠틀하면서도 또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송원영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원래 누구나 다 이렇게 잘 챙겨줘요?""아, 그건 아니지. 정일우 같은 애들이 차에서 춥다고 하면 그냥 얼어 죽으라 하지."송원영은 예전에 누군가한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남자가 여자를 잘 알고 자상하면 어릴 때부터 여자 가족과 함께 살아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이거나, 아니면 사귄 여자가 워낙 많아서 그 경험이 쌓인 것이라고 했다. 송원영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경험이 많든 말든 무슨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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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송민우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이었다."처음부터 큰일도 아니잖아요. 게임 데이터 좀 사서 새 게임 하나 만든 것뿐인데 그 정도로 시끄러울 일이에요?"송민재가 짜증을 냈다."지금 권율 그룹에서 손해 배상하라잖아! 안 하면 감방 보낸다고!"송민우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형, 첫째로 데이터 훔친 건 내가 아니잖아요. 둘째, 나는 게임 주요 개발자도 아니에요. 권지헌이 고소하겠다면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누나가 지금 권율 그룹에 다니잖아요? 안 되면 그냥 누나가 데이터 빼줬다고 둘러대고 나는 몰랐던 일이라고 하면 걔네가 나한테 뭐 어쩌겠어요?"송민재는 잠시 말이 없었다.놀랍게도 진짜 송민우의 제안을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거절했다."안 돼, 원영이가 서 대표랑 잘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그런 오점이 남으면 서씨 집안이 그런 며느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송민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요? 서은석 대표가 목석같은 누나를 좋아한다고요? 근데 생각해 보니까 얼마 전에 술집에서 누나랑 어떤 남자가 같이 있는 거 봤는데 낯이 좀 익었어요.""형, 그거 오히려 더 잘된 거 아니에요? 서 대표랑 권씨 집안은 한 집안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서은석이 권지헌한테 말 한마디만 해주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거 아니에요?"송민재도 같은 생각을 하며 휴대폰을 쳐다봤다."원영이는 어디 있어? 왜 아직도 안 와."문밖에 있는 송원영은 손발이 전율하고 온몸이 심하게 떨렸다.억지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숨을 여러 번 길게 들이쉬고서야 녹음을 끄고 파일을 암호화해서 여러 군데 저장한 뒤 휴대폰을 넣었다.문을 열고 들어가는 송원영은 안색이 창백하고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송민재는 송원영 표정 따위 보이지도 않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서 대표랑 가까이 지내고 있는 거야?"송원영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서 대표는 원래 다 잘해줘.""아니라고? 그럼 왜 네 편을 들어준 거야?""오빠가 나를 때리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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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사무실 문이 열리고 송원영이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 순간 굳어버렸다.송원영은 권서진이 이 회사에서 일한다는 걸 알았지만 회사 대표가 허설아인 줄은 몰랐다.허설아가 송원영을 보며 물었다."어떻게 왔어요? 권율 그룹은요?""오늘 아침에 조 비서님께 퇴사 의견 전달하고 절차 진행 중이에요. 대표님도 제가 퇴사하겠다는 얘기 듣고 아무 말 없이 결재해 주셨어요."조민규도 더 묻지 않았다. 아마 송원영이 권율 그룹에 들어올 때 워낙 눈에 띄었던 게 이유였을 것이었다.다들 송원영은 권지헌과 가까이 지내게 하려고 권씨 집안에서 입사시킨 거라 알고 있었다. 지금 퇴사한다는 건 권지헌과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았거나 집안 회사로 돌아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권지헌도 송원영이 허설아 회사에 면접 보러 올 거라고는 예상 못 했을 것이었다."권율 그룹에서 누가 불편하게 했어요?"송원영이 재빠르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일자리를 바꿔서 마음 편히 일하고 싶어서요. 솔직히 권율 그룹도 송씨 집안 회사도 제가 제대로 일에만 집중할 수가 없거든요."송원영은 사실 업무 능력이 강한 사람이었다.명문대 졸업생에 전공도 마케팅이었고 이력서도 완벽했다.권율 그룹에서도 능력은 인정받았었다.허설아는 솔깃했지만 솔직하게 말했다."원영 씨 스펙으로 우리 회사에 오기엔 아까워요.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라 어려운 점도 많을 거예요.""그런 회사에서도 버텨낼 수 있다면 오히려 제 능력이 입증되는 거 아닌가요? 일이라는 건 쌍방 선택이잖아요. 저는 제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길게 끄는 성격이 아니었던 허설아도 바로 적당한 연봉을 제시했다."수습 기간 두 달이에요. 이번 달은 권율 그룹에서 4대 보험이 처리됐을 테니 다음 달부터 우리 회사에서 4대 보험 가입해 줄게요. 사무실은 도예린 씨가 안내해 줄 거예요.""감사합니다, 대표님."송원영의 퇴사는 권율 그룹에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다.가십거리를 좋아하는 직원들도 이미 권지헌이 결혼했다는 걸 다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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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허설아도 처음에는 조민규가 이렇게 부르는 게 좀 어색했다.그런데 조민규는 허설아가 마음에 안 들어하면 자기가 다음 직장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에 허설아도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만 했다.역시나 조민규가 사모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권지헌 표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허설아도 이 남자의 성격은 잘 알고 있었다. 유치하고 고집스러웠다.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밤을 한 알 집어 먹으니 부드럽고 달콤했다.봉지 안 밤은 전부 껍질이 까져 있었다. 허설아 퇴근을 기다리면서 권지헌이 깐 것이 분명했다. 허설아가 한 알 집어 권지헌 입에 넣어주었다."마지막으로 밤 먹은 게 대학 때였어. 그때도 네가 사줬어.""그때는 네가 껍질 까달라고 한 거 내가 싫다고 했잖아."그래서 차 안에서 껍질을 다 까놓은 거야?허설아는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을 권지헌은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누가 언급하지 않아도 본인이 좀처럼 내려놓지 못했다. 허설아가 실눈을 뜨고 웃으며 몇 알 먹고 배가 부른지 남은 밤을 권지헌에게 건넸다."그럼 이제 잘 보상해 줘.""알았어."허설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내가 요구가 많으면 어떡하려고 생각도 안 하고 이렇게 빨리 답하는 거야? 네 재산 전부 내놓으라고 하면 어쩔 거야?"권지헌이 시선을 내리고 손가락을 잡은 채 만지작거렸다.길게 드리운 속눈썹 아래로 눈가에 그림자가 생겼다."내 모든 재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너랑 연희 거야."허설아가 흥분하며 말했다."이혼해야 받는 거 아니야?""이혼 안 해도 돼. 사별하면 너랑 연희가 더 많이 받을 수 있어."권지헌 명의의 모든 것이 허설아와 연희 것이 될 것이다.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에 허설아는 오히려 마음이 찜찜했다. "그건 됐어. 오래오래 살면서 돈 많이 벌어. 그래야 내가 받는 것도 더 많지."권지헌이 씩 웃었다."우리 설아, 똑똑하네."식당에 도착한 허설아와 권지헌이 자리에 앉았다.주문을 마치고 옆 테이블을 보던 허설아가 권지헌 소매를 잡아당겼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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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송원영은 밥을 먹는 내내 아주 조용했다.식사 내내 들리는 소리라고는 나이프와 포크가 부딪히는 소리뿐이었다.식사를 마치고 송원영이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나 퇴사했어요, 새 직장도 순조롭게 잘 찾았고요. 권율 그룹에 있는 동안 많이 챙겨줘서 고마워요."송원영이 권율 그룹에 있을 때 서은석은 조민규한테 여러 번 인사하곤 했다. 자기 돈까지 써가며 음료수를 쏘기도 했다. 송원영도 오늘 아침 퇴사할 때에야 조민규한테 전해 들었다. "서 대표님한테는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하신 일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다 헛수고가 되지 않겠어요?"그제야 송원영은 자기가 권율 그룹에서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할까 봐 서은석이 조민규한테 여러 번 부탁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송원영은 핸드백을 열고 안에서 작은 벨벳 상자를 꺼내 서은석 앞에 내밀었다."은석 씨한테 주는 선물이에요. 비싼 건 아니지만 몇 달 치 월급은 들었어요."서은석이 상자를 받아 열어보았다.매의 눈을 형상화한 루비 브로치였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브로치는 깃털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섬세했다.이집트 매의 신 호루스였다.서은석이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가 이거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SNS 고정 게시물이 이집트 여행 갔을 때 호루스랑 찍은 사진이더라고요. 그래서 취향에 맞을 것 같아서 샀어요."서은석은 진짜로 마음에 들었다.이리저리 돌려보며 손에서 내려놓지를 못했다."다른 회사 가는 것도 좋지, 새 회사는 어디야?""허설아 대표님 회사요."서은석이 잠깐 멈칫하더니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그 부부랑 계속 얽히네. 퇴사할 줄 미리 알았으면 우리 회사로 오라고 할 걸 그랬어."송원영이 눈을 깜빡이며 잠시 망설이다가 자기 휴대폰을 내밀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소리가 크지 않아서 서은석이 몸을 기울여 스피커에 귀를 가져다 대야 겨우 들렸다. 서은석이 웃으며 송원영 휴대폰을 들어 볼륨을 높여 귓가에 댔다. 들을수록 얼굴에서 웃음기가 점점 사라졌다. 녹음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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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난 오빠가 선 보러 가라고 하면 불만이 있어도 서진 씨처럼 대놓고 말을 못 해요.""허 대표님도 그래요. 전에는 권 대표님이 나랑 비슷한 여자랑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혼은 그냥 형식만 갖추면 될 뿐 결혼 후에 그 사람 사생활은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던 송원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서은석 잔에 남은 술을 다 마셨다."그런데 내가 틀렸어요. 완전히 틀렸죠. 허설아 대표님이든 권서진 씨든 나보다 훨씬 강한 사람들이었어요."서은석은 송원영이 취했다는 걸 깨달았다.위로를 해주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송원영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흐느꼈다."나의 제일 큰 잘못은 내려놓지 못한 거예요." 받아야 할 것을 못 받은 것, 송씨 집안에서 변두리로 밀려나는 것, 집안 식구들이 자기를 그냥 혼인 수단으로만 쓰는 것까지 모두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려놓지 못한다는 건 기대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서은석이 따라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송원영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이상하게도 평소에는 입만 열면 장난기 넘치는 말들을 쏟아내던 사람이 지금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한 여자의 진심이 가족한테 짓밟혀 산산조각 난 모습을 봐서인지도 몰랐다. 조각난 진심이 눈앞에 흩어져 있는데 어떻게 주워 담아야 할지 몰랐다.권지헌과 허설아는 식사를 마치고 서은석 테이블로 와서 인사를 건넸다.서은석이 허설아에게 도와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설아 씨, 내 술이 도수가 좀 셌는지 원영이가 취한 것 같아요."권지헌이 허설아를 감싸고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내 마누라가 술 먹인 것도 아닌데 내 마누라한테 왜 그래? 알아서 해.""그게 아니라…… 남녀가 유별한데 좀 그렇잖아."권지헌이 비웃었다."밥 먹은 것뿐이잖아. 방 잡은 것도 아닌데 무슨 남녀유별이야?""네가 불편한데 내 마누라는 안 불편하겠어? 알아서 해."권지헌은 허설아를 감싸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식당을 나왔다.서은석을 도와줄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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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허설아는 잠깐 멈칫했다.방금 연희와 같이 목욕을 하고 나와서 온몸에서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고 머리카락 끝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안수영과 안지혜가 외국에 가서 안 돌아온다는 연희의 말에 허설아는 잠깐 놀랐지만 생각해 보니 그게 나을 것 같았다. 국내에 있어봤자 좋을 게 없었다.안지혜는 친정 부모도 다 돌아가셨으니 이제 발목을 잡을 게 없었다.허설아가 휴대폰을 꺼내 SNS를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일 밥 먹자는 안지혜의 연락이 와 있었다.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나서 허설아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연희가 허설아를 보며 말했다."엄마, 이제 자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래, 우리 이제 자자."연희가 고개를 저으며 문 앞을 스치는 그림자를 가리켰다."지헌 삼촌이 엄마 몇 번이나 찾았어요. 또 엄마랑 뽀뽀하고 싶어서 그래요?"허설아는 말문이 막혔다.연희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엄마 속을 제대로 긁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저번에 지헌 삼촌이 엄마랑 뽀뽀하는 거 봤는데 삼촌이 엄마 혀도 먹었어요.""또 한 번은 지헌 삼촌이 엄마 가슴에 얼굴 대고 있던데 삼촌도 연희처럼 아직 아기라서 밥 먹어야 하는 거예요?"연희가 말하다가 갑자기 작게 훌쩍이기 시작했다."엄마, 혹시 삼촌이 엄마를 다 먹어버리면 연희한테 엄마가 없어지는 거예요?"허설아가 겨우 마음을 가다듬으며 연희를 달랬다.속으로 권지헌을 몇 번이나 욕했다.앞으로는 절대 연희 눈에 띄어서는 안 되었다. 허설아가 차근차근 말했다."연희야, 이건 엄마랑 지헌 삼촌의…… 비밀이야.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되는 거야. 다른 사람이 알면 엄마 속상할 거야."연희는 속눈썹에 눈물이 맺힌 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네! 근데 삼촌이 엄마 잡아먹는 거 맞아요?""사람 잡아먹는 사람은 이가 까매. 지헌 삼촌은 이가 흰색이잖아. 삼촌 이 본 적 있어?"연희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권지헌은 웃을 때마다 하얀 이가 빛났다. 연희가 바로 뚝 그치고 언제 울었냐는 듯 환하게 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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