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진 얘기가 나오자 미소 짓는 서은석의 눈동자에 도시의 네온사인이 반짝였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어. 서진이가 권씨 집안한테 말 못 하는 일이 있으면 나한테 해결해 달라고 했거든." 당연한 일이라는 듯 자연스러웠다. 송원영은 자기도 모르게 무릎 위를 덮은 치마를 꼭 쥐었다.왜 긴장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내비게이션에서 부드러운 안내음이 흘러나왔다."전방 교차로에서 좌회전입니다."서은석이 핸들을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보통 사람이 휘파람을 불었으면 가볍게 보이기 십상인데 서은석이 부는 휘파람은 어느새 멜로디로 이어졌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피아노곡 선율같았다. "어릴 때 피아노 배웠어요?""아니, 서진이가 배웠지. 어릴 때 억지로 연습할 때면 꼭 같이 있어달라고 했거든. 결국 나도 다 배웠는데 서진이는 손가락 짚는 법도 못 익혔어."어릴 때 얘기를 하다 보니 서은석도 새삼 그 시절이 그리웠다."서진이가 오늘 너희 오빠 체면 제대로 구겨놔서 집에 돌아가면 네가 잔소리 엄청 듣겠다."그래서 서은석이 찍은 내비게이션 목적지는 송원영 아파트였다.송씨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오늘 밤만큼은 재수 없는 인간을 마주하지 않아도 됐다.송원영이 계속 치마를 꽉 쥐고 있는 걸 본 서은석은 신호등에 멈춘 사이 뒷자리에서 담요를 꺼내 다리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차 안 히터 온도도 높였다. "다음엔 이렇게 짧은 치마 입지 마, 날이 춥잖아."다정하고 젠틀하면서도 또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송원영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원래 누구나 다 이렇게 잘 챙겨줘요?""아, 그건 아니지. 정일우 같은 애들이 차에서 춥다고 하면 그냥 얼어 죽으라 하지."송원영은 예전에 누군가한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남자가 여자를 잘 알고 자상하면 어릴 때부터 여자 가족과 함께 살아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이거나, 아니면 사귄 여자가 워낙 많아서 그 경험이 쌓인 것이라고 했다. 송원영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경험이 많든 말든 무슨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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