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허설아는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마치 뒤에서 맹수가 쫓아오는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권지헌은 그 자리에 서서 구조대와 얘기를 나누고 급히 올라온 빌딩 관리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시에 허설아가 길가에 세워진 차에 타는 걸 지켜보다가 시선을 거뒀다.난데없는 사고에 빌딩 관리자는 겁에 질려 당장이라도 권지헌에게 무릎 꿇고 사과할 기세였다. "저희 엘리베이터는 매일 점검을 해서 이럴 리가 없는데 말입니다. 대표님, 걱정 마세요. 꼭 꼼꼼하게 조사하겠습니다.""네, 서두르세요."낙하산으로 온 대표가 소문만큼 괴팍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한참 설명하던 관리자가 권지헌의 입을 보더니 물었다."대표님, 혹시... 엘리베이터 문에 끼이신 건가요?"권지헌이 입술을 만지작거렸다.아마 허설아의 립스틱 자국일 것이다."괜찮아요.""아, 그럼 다행이네요."권지헌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허설아는 기혼에 아이도 있고, 권지헌과의 관계도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렸다.하지만 권지헌은 참을 수 없었다.왜?분명 허설아가 먼저 건드려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권지헌만 쏙 빼놓고 떠나려 하다니.그렇게 제 맘대로인 좋은 일이 어디 있어.-주말이 되자 허설아는 연희를 데리고 외출했다.허민정은 쇼핑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따라가지 않고 옛 친구와 약속을 잡고 근처 공원에 산책하러 갔다. 쇼핑몰 안에서 강시우가 멀리서 허설아에게 손을 흔들었다."설아야! 여기야!"가까이 다가가자 허설아가 연희에게 말했다."시우 아저씨라고 불러."두 살인 연희는 아직 어눌하고 앳된 발음이었다."시우 아저씨, 안녕하세요."강시우도 연희를 처음 보는 것이었다. 순간 심장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커다란 눈, 동그란 얼굴에 빨간 입술은 마치 인형처럼 예뻤고 양 갈래로 묶은 머리에는 레이스 리본을 하고 있었다.연희를 보지 않았다면 아이가 있다는 허설아의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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