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apítulo 21 - Capítulo 30

30 Capítulos

제21화

연민규도 바로 수긍하며 황급히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안 와도 돼. 내가 너랑 연희한테 따로 밥 살게. 괜찮지?" "응." 술기운이 오른 머리가 어지러웠던 허설아는 얼굴을 찡그리고 말했다. "연민규, 나한테 거짓말하지 마.""내가 무슨 거짓말을 해, 동생아! 그럼 주말에 보자." 전화를 끊은 허설아는 식당 밖에 서서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술기운을 진정시켰다. 연민규의 현 여자 친구인 현서는 허설아의 대학 룸메이트이기도 했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현서는 허설아와 사이가 좋아 보였다. 하지만 매번 허설아가 사람을 찾아 대리 수업을 한다고 고발하는 건 일상이었다. 게다가 나중에는 허설아가 집안을 믿고 다른 학생들을 괴롭혔다고 퍼뜨리기 시작했다.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심지어 괴롭힘을 당한 학생마저 허설아가 괴롭힌 거라고 믿었다. 그 학생이 좋아하는 사람이 권지헌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마 권지헌 본인도 허설아가 여학생들에게 권지헌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몰래 경고했을 거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허설아는 그런 짓을 한 적 없었다. 허설아가 권지헌 앞에서 비굴하고 공부에 관심 없고 제멋대로이고 철 없을진 몰라도 본질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걸 권지헌은 몰랐다. 허설아는 다른 여학생들이 권지헌을 좋아하는 걸 한 번도 막아본 적 없었다. 허설아 눈에 여학생들이 계속 권지헌을 좋아한다는 건 권지헌이 그럴만한 매력이 있다거나 암묵적으로 허용했다는 것으로 보였다. 그건 허설아가 막을 일이 아니었다. 일이 커지자 허설아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연민규에게 도움을 청해서야 모든 것이 현서의 짓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현서가 연민규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나중에 연민규는 어린 여학생인데 좋지 않은 기록을 남기지 말자며 화해를 권유했다. 허설아는 화해를 동의하는 대신 현서가 조교 앞에서 직접 사과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사적으로 뺨을 몇 대 시원하게 때리고 썩 꺼지라고 했다. 그 뒤에 현서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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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허설아는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성격이 조금 거칠어진다는 걸 몰랐다. 권지헌 앞에서도 재벌가 딸처럼 제멋대로 행동하고 일부러 얌전하게 굴거나 권지헌에게 맞추지 않았다. 가끔 텐션이 오르면 주동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권지헌은 평소보다 이런 허설아가 더 좋았다. 두 사람이 사귈 때 권지헌은 허설아를 데리고 바에 몇 번 가서 도수가 높지 않은 술을 마신 적 있었다. 바 안에 조명들이 반짝이며 빛무리를 이루었고 조명 아래 취기가 올라 빨개진 허설아의 얼굴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허설아는 촉촉해진 눈으로 권지헌을 빤히 쳐다보았다. 입으로는 애교 섞인 말투로 중얼거렸다. "권지헌, 내가 너 제일 좋아해."맨정신일 때는 성까지 붙여가며 권지헌 이름을 부르는 일이 없었다. 권지헌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허설아를 품에 껴안아 거슬리는 주변 남자들의 시선을 아예 차단해 버렸다. "나도 너 좋아해./" 허설아는 미처 반응하지 못한 듯 작게 물었다. "응?" 이어 두 손으로 권지헌의 옷깃을 꽉 잡으며 말했다. "권지헌, 거짓말하지 마." 말을 마친 허설아는 먼저 입을 맞춰왔다. 바 안을 채우는 환호 소리 속에 권지헌은 허설아의 머리를 감싸고 더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다음날 허설아는 그 일을 잊었고 권지헌도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허설아가 방금 그런 목소리로 전화기 너머 남자에게 애교를 부린 것이다. 허설아가 전화받으러 나간는 걸 본 권지헌은 핑계를 대고 바람 쐬러 나온 김에 담배를 피고 있었다. 나오자마자 들리는 소리가 이거였다니. "연민규, 나한테 거짓말하지 마."타이밍을 잘못 맞춰 나온 듯했다. 이상한 기분이 갑자기 치밀었다. 조금 더 일찍 나왔다면 허설아가 연민규에게 제일 좋아한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지도 몰랐다. 몇 년이나 피워온 담배인데도 권지헌은 초보처럼 담배 연기에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권지헌은 연신 기침했다. 마침 밖으로 나왔던 조민규는 권지헌이 기침하는 것을 보고 바로 아부하듯 달려와 권지헌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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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조민규가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돌아서던 권지헌이 말했다. "손수건값은 영수증 처리해요." 조민규의 손수건은 명품 브랜드에서 사은품으로 준 것이지만 따로 사려면 몇십만 원은 했다. 권지헌은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었고 남에게 신세 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뒤에 서 있던 조민규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꼭 훌륭한 수석 비서관이 될 거라고 다짐했다! -저녁 식사 후.안초희를 데리러 온 안초희 남편이 허설아에게 물었다."우리랑 같이 갈래요?""너무 번거롭잖아요. 가까운 지하철역에 내려주세요."회식 장소는 회사 근처 한식당이었다. 안초희와 허설아 집은 정반대 방향에 있어서 차로 허설아를 데려다주면 안초희는 한밤중이 돼야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안초희가 오버스럽게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자기는 정말 다정해! 내가 자기 남편이었으면 매일 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껴안고 뽀뽀만 했을 거야!"다행히 허설아는 안초희의 말투에 익숙해져 있었다.차가 출발해 차량 행렬 속으로 들어갔다.안초희가 조수석에 앉아 말했다."있잖아, 어제 옷 챙겨 올라가다가 대표님 마주쳤어.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그럴 줄 알았으면 오늘 가져다줄 걸 그랬어."권지헌을 만났다고?허설아는 어제 주차장에서 권지헌이 연희에게 옷을 사주겠다고 한 말을 거절했던 게 떠올랐다.그리고 바로 안초희를 만났으니 권지헌의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오후에 어린이집에서 허설아가 옷을 들고 있는 걸 봤을 테니까.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자신의 궁핍함과 민망함이 권지헌의 눈앞에 숨김없이 드러난 듯했다. 허설아는 초라했고 권지헌은 빛났다.아마도 허설아를 비웃고 있겠지. "괜찮아. 직원들끼리 도와주면 안 된다는 회사 규정은 없잖아.""설아 씨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야? 나한테 설아 씨 남편은 왜 아무것도 신경 안 쓰냐고 물었어!" 허설아의 손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 듯했다.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차올라 마음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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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뒤에 오던 차가 다가왔다. 강지연은 강시우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참지 못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불평을 쏟아냈다."오빠! 지헌 오빠가 날 길 한가운데 내버려두고 갔어! 동료들도 몇 명 있었는데 내 체면은 하나도 안 봐줬다니까!"강시우가 핸들을 돌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네가 권지헌한테 가서 일하겠다고 한 건데 누굴 탓해? 졸업하고 우리 회사 들어와서 내 밑에서 일하는 게 그렇게 싫어?"당연히 싫었다. 권지헌이니까!강지연은 피식하고 비웃을 뻔했다. 강시우는 무슨 용기로 감히 강씨 가문 사업과 권지헌과 비교하는 걸까? 권지헌과 결혼하면 확실한 신분 상승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강지연도 전에는 그렇게까지 권지헌에게 집착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다만 학교 다닐 때 강시우를 찾아갔다가 권지헌을 만났고 권지헌의 얼굴과 몸매, 그리고 보통 사람은 비교할 수 없는 기품에 완전 빠져버린 것이었다. 나중에 권지헌이 권율 그룹 자제라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호감이 집념이 되어버렸다. 강지연은 권율 그룹의 안주인이 되고 싶었다.강지연이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달라. 난 그냥 지헌 오빠가 좋단 말이야! 그리고 오빠, 집에 회사 오빠한테 물려주면 좋지 않아? 난 오빠랑 다툴 생각 없어. 그러니까 지헌 오빠랑 사귈 수 있게 나 좀 도와줘. 우리 집안 사업에도 도움 될 거잖아."강시우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만약 권지헌과 사돈이 된다면 강씨 가문은 무한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권지헌은 강지연에게 관심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그래도 만약 가능성이 있다면? 전에도 권지헌이 허설아와 몇 년이나 사귈 줄 누가 알았을까?강시우는 알겠다며 답했다. -달리던 지하철에서 긴급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기상 악화로 인해 본 노선은 운행을 잠시 중단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지하철 안에서 모든 승객이 불평을 쏟아냈다.한 승객이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폭우가 쏟아지나 봐. 세상에, 비가 이렇게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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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허설아는 고개를 들 필요도 없이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낄 수 있었다. 옷은 몸에 완전히 달라붙은 채 허설아는 초라한 모습으로 몸을 떨었다.지프차가 지하철역 입구에 멈춰 섰다. 허설아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운전석에 있던 남자는 급하게 재촉하듯 클락션을 몇 번 울렸다. 허설아는 아랫입술을 깨문 채 비바람을 뚫고 달려가 뒷좌석 문을 잡아당겼다.열리지 않았다.빗물이 차창 유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권지헌이 너무 오래 기다릴까 봐 걱정된 허설아는 조수석 문을 잡아당겼다.문이 단번에 열렸다.허설아는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뒷좌석 문 열어줄 수 있나요?"허설아는 조수석에 앉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권지헌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뒤에 앉겠다니 내가 기사라도 되는 줄 알아?"곰곰이 생각해 보니 확실히 좀 아니었다. 차에 탄 허설아는 온몸이 거의 흠뻑 젖어 있었다.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가죽 시트 위로 흘러내렸다.허설아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나중에 세차비는 제가 드릴게요."권지헌은 서둘러 출발하지 않았다.옆에서 전에 유혜원이 차에 탔을 때 사놓고 미처 챙겨가지 못한 세안 티슈를 꺼내 허설아에게 건넸다.누가 봐도 여자 물건이었다.강지연이 권지헌의 차에 두고 간 것일까? 아니면 권지헌이 직접 준비한 것일까?권지헌은 세세하게 신경 쓰는 일이 거의 없는 직진남이었다. 예전에 허설아에게 립스틱을 선물할 때도 최악의 바비 핑크를 선물했었다.권지헌도 한 여자를 정말 사랑하면 이렇게 다정하게 차 안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허설아는 세안 티슈를 꼭 쥐고 고개를 숙여 얼굴을 닦으며 씁쓸한 시선을 숨겼다. 권지헌이 차갑게 말했다."괜찮아. 월급도 얼마 안 되는데 그 돈은 딸 병원비로 써." 틀린 말이 아니었다. 연동근은 눈을 감을 때까지도 예약 순서가 오지 않은 지프차를 그리워했었다. 허설아는 아직도 2, 3억이라는 가격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차의 사양은 권지헌의 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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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그때 허설아는 무척 슬펐다.기숙사에서 몰래 울 뿐 권지헌에게 알릴 용기는 없었다.허설아는 권지헌을 정말 좋아했다.하지만 권지헌은 늘 무덤덤했고 누구에게나 다 똑같았다.기숙사에 돌아온 현서는 허설아가 눈가가 빨갛게 부은 채 권지헌을 졸라 인형 뽑기에서 뽑은 못생긴 곰 인형을 안고 이불 위에 엎드려 눈물을 닦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려하고 예뻤던 허설아는 몰래 울 때조차 눈물이 하얀 도자기 위를 흐르는 것처럼 사람 마음을 움직였다.질투가 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현서는 은근 신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권지헌이랑 싸웠어?"그때 현서와 허설아는 아직 사건이 터지기 전이라 관계가 괜찮았다.다만 허설아는 기분이 좋지 않아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괜찮아. 좀 잘게, 신경 쓰지 마."현서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실제로도 허설아를 신경 쓰지 않고 이내 이어폰을 끼고 게임을 시작했다가 잠시 후 이어폰을 빼며 말했다."설아야, 이어폰 배터리가 없어서 소리 틀고 게임할게."허설아는 게임 소리가 너무 커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침대 커튼을 열고 현서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 보려 했다.하지만 커튼 틈새로 보이는 건 현서의 컴퓨터에 크게 틀어놓은 게임 영상이었다. 정작 현서는 허설아의 책상 앞에 엎드려 허설아의 스킨케어 제품을 바르고 있었다.심지어 서랍을 열어 허설아가 얼마 전에 산 액세서리까지 몇 개 슬쩍 가져갔다.머리에는 허설아가 일 년 전에 잃어버린 머리핀이 반짝이고 있었다. 허설아가 권지헌에게 앨범을 만들어 주려고 프린트한 사진 몇 장을 가져가는 것도 보였다. 그중에는 권지헌의 단독 사진도 있었고 허설아와 권지헌이 같이 찍은 사진도 있었다.현서는 가위를 들더니 허설아를 잘라내고는 권지헌 옆에 자기 스티커 사진을 붙였다.허설아는 잠이 완전히 깼다.치가 떨리고 속이 뒤집히는 역겨움만 남았다. -정신이 팔려 대학 시절 일이 떠오르자 허설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켜자 안초희의 음성 메시지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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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권지헌이 코웃음을 쳤다. 차가 다른 길로 들어갔고 도로 위에는 폭우로 인해 차량이 많이 적었다. "안목이 별로네.""……네?"허설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권지헌이 왠지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 탐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의심하는 것 같기도 했다.아니면 단순히 윗사람이 아랫사람에 대한 통제욕일 수도 있었다."네 딸 아빠를 어떻게 좋아하게 됐어?"허설아는 고개를 숙이고 이미 흠뻑 젖은 치맛단을 움켜쥐었다. 침묵하고 싶었지만 권지헌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태도였다. 허설아는 어쩔 수 없이 얼버무렸다."음, 잘생겨서요."권지헌은 황당한 이유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혀끝으로 어금니를 밀어 올리자 턱뼈에서 딱 소리가 났다. "그래? 외모 때문에 아이의 건강도 포기할 수 있어?"허설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연희가 몸이 좋지 않은 건 아빠와는 상관없었다.허설아가 임신했을 때 너무 많은 일을 겪으며 감정 기복이 너무 심했고 매일 너무 피곤했는데 어떤 날은 하루에 겨우 세 시간밖에 못 잘 때도 있었다. 그해 허설아는 생사이별을 모두 겪었다. 연동근의 병실에서 쓰러지지 않았더라면 임신한 줄도 몰랐을 것이다.요동치는 감정 속에서 허설아가 제일 먼저 내린 결정은 아이를 낳는 것이었다. 그 뒤로는 많이 조심했지만 뱃속에서 부족한 게 많았던 아이는 태어나서도 몸이 약했다.허설아가 연희에게 빚진 것이었다.허설아는 시선을 떨구고 말했다."아니에요. 다 제 탓이에요." 답답한 기운에 권지헌의 가슴이 들썩거렸다. 허설아는 그 남자를 굉장히 감싸고 있었다.권지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액셀을 힘껏 밟자 차가 쏜살같이 폭우 속으로 돌진했고 갑작스레 빨라진 속도에 허설아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권지헌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차가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조금 그쳤다. 권지헌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먹을 거 있어?"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여전히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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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허설아는 이모티콘을 하나 보냈다.예전 계정은 이모티콘도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작은 곰이 달려와 다른 곰을 안고 뽀뽀하는 일러스트 이모티콘이었다. 전에 권지헌이 매일 받았던 이모티콘이었다.실수로 누른 허설아는 바로 전송 취소했다.SNS를 열자 허설아가 집으로 갈 카풀 할 차를 구한다는 글이 보였다.마침 근처에 있었던 권지헌은 어차피 집에 가려면 송화로역을 지나야 했기에 허설아를 태워준 것이었다.다만 권지헌의 집과 교외의 낡은 아파트는 건영시의 양 끝에 있어서 엄청난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권지헌이 허설아를 발견했을 때, 허설아는 온몸이 흠뻑 젖어 볼품없고 불쌍해보였다.마치 오갈 데 없이 밖에서 온갖 괴롭힘을 당한 강아지 같았다.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은 채 물이 뚝뚝 떨어졌고 치마는 젖어서 몸에 달라붙었다. 차에 탄 뒤에는 에어컨 바람이 너무 차가워 몸을 덜덜 떨기까지 했다.권지헌은 내색하지 않고 에어컨 온도를 조절했다.차를 타고 가는 내내 허설아는 권지헌을 무척 두려워했다.권지헌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일부러 권지헌과의 관계에 선을 긋는 듯했다. 의자에 앉아서도 언제든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릴 사람처럼 경계심 가득한 자세로 문 쪽에 몸을 기울였다. 다시 만난 지금, 허설아 눈에 권지헌은 맹수가 되어 있었다. 빗물이 끊임없이 차창을 두들겼고 와이퍼는 지칠 줄 모르고 유리창을 닦아냈다. 차창 유리에 물줄기가 흘러내렸고 찬 바람이 불어 들어왔지만 오히려 권지헌은 이상하게 짜증났다. 부침개는 맛도 평범했다. 회식 때 밥을 거의 먹지 않아서 확실히 배가 고팠다.지금 이 시간대엔 이 동네에서 마땅한 음식을 찾을 수 없었다.권지헌은 부침개를 허겁지겁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돌아가는 길에 박희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지헌아,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아직 밖에 있어?""집 가는 길이에요. 거의 다 왔어요."박희수는 안전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지연이랑은 어땠어?""별로예요. 나 강지연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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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권지헌이 전화를 끊었다. 통화 종료음 소리에 마음이 더욱 불안해진 박희수는 옆에서 즐겁게 모바일 게임 중인 권정우를 툭툭 쳤다. "여보, 우리 아들 정상 아닌 거 같지 않아?"권정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박희수는 부랴부랴 권지헌에게 소개팅을 주선하러 갔다.그리고 강시우에게도 전화를 걸었다.-늦은 밤, 허설아는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허설아의 방은 매우 작았다. 예전 허씨 가문과 비교하면 지금 침실은 아마 허설아의 욕실만 했다. 침대 하나, 옷장 하나, 중고 가구점에서 주워 온 책상을 화장대로 쓰는 게 방의 전부였다.휴대폰을 켜자 지난번 허설아에게 협업을 요청했던 의뢰인에게 소식이 왔다. 의뢰인은 허설아의 가격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몇 장 의뢰하고 싶다고 했다.허설아는 의뢰인과 일러스트 스타일과 유형을 확인하고 초안 시간을 논의한 후 계약금을 받고 로그아웃했다. 요구 사항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허설아는 창작 일러스트 업계에서 명성이 높은 화가였다. 전에도 게임 의뢰를 몇 번 받았는데 수익이 높은 게임들에 상업용 일러스트를 그린 적 있었다.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을 켜면 바로 허설아가 그린 일러스트가 나왔다. 서명은 서풍이었다.처음에는 서풍을 몰랐던 플레이어들은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서야 업계에서 유명한 대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허설아에게 의뢰하는 사람도 더 많아졌다.나중에는 터무니없는 루머도 겪었는데 누군가 허설아가 그림 의뢰를 받으면서 3000만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받았다고 소문을 내기도 했다. 많은 안티 팬들이 서풍의 그림은 그렇게 비싼 값어치가 없다며 성토하기 시작했고 허설아에게 욕설을 담은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어쩔 수 없이 게임사가 직접 나서서 의뢰 가격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해명했다.하지만 서풍의 실력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지했다.허설아는 온라인에 접속한 후 자신의 의뢰 가격을 공개하는 동시에 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의뢰할 사람은 의뢰하고 자신을 헐뜯으려는 사람은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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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강시우의 요구는 높지 않았다."주말에 쇼핑몰에서 나랑 만나서 아주머니한테 대충 보여주고 헤어지는 거야."허설아는 연민규와 약속한 쇼핑몰 위치를 말했다."거기로 해. 주말에 연희랑 놀러 가거든."박희수와 얘기 나눌 일은 없다고 강시우가 약속하고 나서야 허설아는 동의했다.전화를 끊은 허설아는 그림 그릴 기분이 들지 않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빗물이 창틀을 두드렸다.허설아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전에 박희수를 한 번 본 적 있었는데 권지헌과 연애할 때였다.허설아는 기숙사 생활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허설아네 집과 학교는 같은 구역에 있었고 차로 10분 거리였기에 연동근은 허설아가 학교 밖에서 방을 얻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그날 부모님이 집에 없다는 걸 안 허설아는 권지헌을 집으로 데려갔다.두 사람이 방에서 한바탕 뜨거운 시간을 보낸 후 박희수가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박희수는 전화를 하자마자 권지헌에게 어디 있는데 뒤에 온통 핑크색이냐고 물었다.권지헌은 핑크 테마 PC방이라고 했다. 허설아는 곁눈질로 힐끗 쳐다보았다. 박희수는 관리를 아주 잘한 모습이었다. 한눈에 봐도 부귀영화만 누리며 고생이라곤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얼굴에는 여전히 순진무구함이 남아 있었는데 권지헌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투덜거렸다."남자애가 핑크색을 좋아해?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냐?"권지헌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지금 보니 박희수가 권지헌과 강시우 사이를 의심하는 게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어쩌면 진작부터 의심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허설아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웃음소리가 비좁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잠시 멈칫하던 허설아는 이렇게 웃어본 게 오랜만이라는 걸 깨달았다.연동근이 돌아가고 허설아를 웃게 한 건 연희 뿐이었다. 몇 년을 연애했지만 허설아는 권지헌의 가족을 한 번도 만난 적 없었다.권지헌 주변 친구들이 두 사람이 사귀는 걸 알게 된 건 허설아가 떠들썩하게 매달린 일이 학교 전체에 소문났고 사귀면서부터 더 큰 화제가 되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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