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431 - Chapter 440

550 Chapters

제431화

본채에서 쓰는 것들은 당연히 최고였다. 박희수는 집안도 좋고 권정우 역시 통이 컸다. 더군다나 권씨 집안의 실권이 지금은 권지헌 손에 있었다.본채에서 지낸다는 건 곧 권지헌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었다.권지민과 권지호가 말없이 그냥 나가기로 한 걸까?박희수가 웃으며 고연정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동서도 걱정은 마. 애들도 이제 곧 결혼하고 지호도 맞선 보고 있는데 당연히 분가해서 살아야지. 아니면 며느리들이 시집와서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어?"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연정은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권정민은 동의했어요?""당연하지, 왜 동의 안 하겠어?."고연정이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대기실에서 한예린이 화장을 하고 있었다.약혼식이라 너무 비싼 드레스를 준비하지는 않았다. 빨간 드레스에 화장만 했다.박희수가 가방에서 귀걸이 한 쌍을 꺼내 한예린에게 건넸다."큰아버지랑 내가 주는 약혼 선물이야. 결혼할 때는 예전부터 전해져온 옥팔찌 한 쌍을 줄 건데 너희는 형제가 둘이니까 한 사람이 하나씩 가져. 그건 연정이한테 있어."한예린이 달콤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희수 이모." 박희수 말에 고연정은 그제야 그런 팔찌가 있다는 게 생각났다. 하지만 일찍이 도박 빚 때문에 팔아버린 뒤였다. 물려줄 방법이 없었다.고연정이 얼버무리며 말했다."맞아, 너희들 결혼할 때 줄게."한예린이 고맙다며 인사했다.그 뒤로 고연정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희수와 권정우도 약혼 선물을 했는데 권지민 엄마로서 빈손으로 온 거야?하객도 축의금은 내는데. 박희수는 고연정이 아무 말이 없는 것을 보고 고연정이 며느리에게 할 말이 있나 싶어서 자리를 피해줬다."난 잠깐 볼 일이 있으니 둘이 얘기 나눠." 박희수가 나가고 고연정과 한예린만 남아서 빤히 마주 보았다. 고연정이 뻔뻔하게 속으로 박희수를 욕했다. '돈 있다고 대수야?' "내 정신 좀 봐, 너무 급하게 오다 보니까 선물을 깜빡했어. 나중에 사람 시켜서 보낼게."한
Read more

제432화

고연정의 얼굴이 순간 복잡하게 일그러졌다.고연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박희수가 그 항구까지 며느리한테 줬다고?"믿기지 않았다.'십중팔구 권지헌 명의로 되어있고 겉으로만 며느리한테 주는 거라 떠들어대겠지.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야.' 권지민이 눈앞에 있는 고연정을 바라봤다.마음속에서 피로감이 확 밀려왔다.또 시작이다.어릴 때부터 고연정은 권지민과 권지호한테 관심이 없었다.권씨 집안에서 두 사람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권지민이 보기에 권호성은 독단적이고 위압적이었지만 남자답지 않게 마음 약한 구석도 있었다.고연정을 아무리 싫어해도 권지호와 권지민을 데리러 올 때마다 막아선 적이 없었다.하지만 권지민한테 엄마와 같이 가고 싶냐고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연정은 데리러 올 때마다 똑같은 말을 했다. "권지헌과 경쟁하고 권지혁한테서 빼앗아서 모든 걸 다 가져야 해!"그게 어디 말처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일까. 고연정은 권씨 집안에 들어온 뒤로 박희수와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였고 진하윤과 짜고 별별 수를 다 썼다.때문에 몇 년 동안 동서 사이는 항상 화목하지 않았다. 권지헌은 가끔 고연정이 본인이나 권지호한테서 권씨 집안 정보만 캐내려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었다.그런데 알아봤자 뭐가 달라질까.마음속에서 피곤이 밀려와 억지로라도 고연정을 상대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내 약혼식에 엄마, 아빠가 아무것도 보태주지 않은 건 그렇다 쳐요. 기어이 찾아와서 망신당하려고 작정했어요?"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내가 죽기 살기로 너 낳지 않았으면 네가 권씨 집안 도련님 소리나 들었겠어? 차라리 낳지 말 걸 그랬어, 못난 놈!"고연정이 성질이 나서 쏘아붙였다.하지만 시술을 한 얼굴이 말할 때마다 당겼다. "네 아빠도 안 줬다고? 그 인간 손에 아직 권율 그룹 지분이 있잖아? 하나도 안 줬어?"권지민이 싸늘하게 비웃으며 말했다."다 권지헌한테 줬어요. 만족해요?""뭐? 네 아빠가 자기 지분을
Read more

제433화

한예린이 얼굴에 파우더를 두드리며 말했다."권율 그룹 지분 때문에 당신과 결혼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그게 무슨 말이야. 지민 씨가 지분 있다고 해서 우리 결혼하거나 이혼하면 그게 내 거라도 돼? 나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우리 집 지분도 욕심내지 말고 나도 지민 씨 집안 지분도 필요 없어."권지민이 한예린의 예쁘장하면서도 표독스러운 얼굴을 바라봤다.특별히 빼어난 얼굴은 아니었다. 입술이 얇고 광대뼈도 도드라졌지만 눈빛이 묘하게 살아 있어서 누군가가 떠올랐다.그 사람은 모든 것이 아름다웠지만 한예린은 이목구비의 미묘한 분위기만 조금 닮은 느낌이었다.한예린을 선택한 이유는 그걸로 충분했다. "가자."약혼식은 순조롭게 진행됐다.한예린과 권지민이 각 테이블을 돌며 인사를 했다.두 사람이 허설아와 권지헌 앞에 걸어왔다.한예린이 권지헌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요염하게 웃었다."오빠, 형수님, 한 잔 받으세요."허설아가 권지헌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나중에 운전해야 하니까 술 마시지 마."권지헌이 고개를 끄덕이고 과일 주스를 들어 신랑 신부와 잔을 부딪쳤다.한예린 잔과 부딪칠 때는 가볍게 허공에 흔들 뿐 닿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한예린이 자기 잔을 먼저 들이밀어 쨍하고 소리를 냈다. "오빠, 우리 약혼식인데 술도 안 마고 형수님이 간섭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권지헌이 주스도 옆에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지민아, 잘 살아."말을 마치고 허설아 허리를 껴안고 바로 자리를 떴다. 한예린과 말을 섞으려는 의사가 전혀 없었다.허설아가 낮게 말했다."제수씨 될 사람한테 이렇게 체면 안 봐줘도 돼?""약혼일 뿐이야. 결혼한 게 아니면 아직 권씨 집안 사람이 아니야."한예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권지민은 오히려 그 말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우리 형은 뭐든 형수 말 들어. 너도 나중에 익숙해질 거야.""그래? 지헌 오빠는 그게 쪽팔리지도 않나 봐?"권지민이 술을 한 모
Read more

제434화

언론은 권씨 집안 소식을 조금이라도 캐치하면 한없이 부풀려댔다.처음엔 그냥 뜬소문 수준이었다.그게 점점 이상하게 확대돼서 화제가 되곤 했다.허설아는 차 안에서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운전 중인 권지헌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권지헌이 휴대폰을 보지 않으며 말했다."자기야, 전화 좀 받아줘."허설아가 수신 버튼을 눌렀다.조민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대표님, 온라인에 사모님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어서 홍보팀에서 처리 중입니다."권지헌이 미간을 찡그렸다. 보통 이런 건 조민규가 알아서 처리하고 나서 보고했다.이번엔 미 보통 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뭐라고 하는데요?""권지민 씨 약혼식에서 고연정 씨가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사모님과 고아현 씨가 비슷하다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지금 네티즌들은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재벌가 사생화를 파내는 데 제일 열광했다.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는데다 이권으로 얽히고설킨 재벌가인지라 스캔들이 터졌다 하면 역대급이었다. 거기다 고연정은 오래전에 연예계를 은퇴한 전직 여우주연상 배우로 본인 자체의 인지도가 있었다.태생부터 화제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었다.거기다 권정민 전 부인이 어린 현재 여자친구를 언급하면서 화를 내기는커녕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심지어 허설아까지 끌어들였다. 때문에 온라인에는 별의별 소리가 다 돌며 난리가 났다. 권지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조용히 처리해요. 대응하지 말고 글만 삭제해요. 시간이 좀 지나면 사람들도 관심 끌 거예요.""알겠습니다, 대표님."전화를 끊은 뒤에도 권지헌의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 허설아가 핸드폰을 들고 놀리듯 말했다."내가 핸드폰 검사할까 봐 두렵지 않아?""봐도 돼. 비밀번호도 알잖아."전혀 거리낌없는 태도였다.유혜원이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남편의 휴대폰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남자들은 감추는데 이골이 터서 떳떳하게 보여주는 건 이미 지울만큼 다 지우고 일
Read more

제435화

입가에 웃음기까지 돌았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큰 계약이라도 따낸 줄 알겠지만,그냥 호칭 하나 바꾼 것뿐이었다.허설아는 가끔 남자도 여자처럼 변덕이 심하다고 생각했다.권지헌은 기어코 이름 석 자를 부르라고 요구할 때가 적지 않았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될 때면 항상 이름에 성까지 붙여서 부르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그런데 지금은 또 또 그렇게 부르는 걸 싫어했다. "작은 엄마랑 우리 엄마 사이가 안 좋거든."허설아가 조금 이해가 됐다. 고연정이 마냥 박희수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 때문만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권지민 약혼식 자리에서 저런 말을 했다는 건 권지민을 딱히 아끼는 것 같지 않았다. 어차피 권정민 부부는 둘 다 하나같이 황당한 인간들이었다.권지헌이 긴장한 듯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한테 화 안 났어?""응? 내가 왜 화가 나? 작은 엄마가 그런 말을 한 건 고아현 씨에게 화제 좀 만들어주려고 한 거잖아. 난 그냥 이용당한 거고." 허설아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이 일 때문에 내가 너한테 화나야 할 이유가 어디 있어?" 권지헌이 입술을 말아물었다."우리 집안일에 휘말리게 한 거잖아."최근 들어 허설아가 권씨 집안 일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게 몇 번인지 몰랐다.한 번도 긍정적인 건 없었다.전에 권지헌은 허설아에게 진실을 말하려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자기가 권씨 집안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권씨 집안의 막장 같은 일들이 떠오르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권지헌은 화목한 집안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허설아한테 황당하고 기막힌 권모술수가 넘치는 세상 얘기를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존심 강한 권지헌조차 허설아가 자기 집안을 싫어할 거라고 믿고 있을 줄은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허설아는 항상 권지헌을 엘리트라고 했다.그런데 허설아가 모르는 게 있었다.엘리트에게 허설아야말로 좇고 싶은 온기였다는 것을.허설아가 잠깐 멈칫하더니 피식 웃었다.확실히 다 권씨 집안 일들 때
Read more

제436화

권지호는 억지로 고연정을 위한 변명거리를 쥐어짰다.카메라 앞에 다시 서니 예전처럼 모두의 시선을 받는 느낌이 그리웠을 것이다.거기다 언론에서도 권씨 집안 큰며느리 얘기에 관심이 많았다.고연정은 그걸 자기 화제 만들기에 이용한 것이었다.다만 자신이 이미 권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잊은 듯했다. 아무리 아들 둘을 낳았다 해도 실권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그저 권호성이나 자식이 많을수록 좋다고 믿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자식이 많아도 쓸모없으면 오히려 화가 될 뿐이었다.권지호가 전화를 걸어 머릿속에 있던 의문들을 다 묻기도 전에 고연정이 먼저 마구 쏘아붙였다.술에 취해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너희를 낳은 게 내 잘못이야? 너는 내 아들이잖아. 어떻게 이런 일로 엄마를 몰아세워? 내 팔자도 참 기구하지!"권지호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앞으로 기자들한테 형이랑 형수님 얘기는 하지 마요. 형이 기분 안 좋으면 나랑 지민이한테도 좋을 거 없어요."고연정이 한바탕 더 통곡했다.예전엔 고연정이 박희수 눈치를 봐야 했는데 이제 아들들이 권지헌 눈치를 봐야 했다.권지호가 한숨을 쉬며 최대한 고연정을 달래려 했다."힘든 거 알아요. 회사 일 마무리되면 바로 보러 갈게요. 카드로 돈 보냈으니까 그동안 쓰고 있어요."고연정은 바로 알겠다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자마자 권지호가 보낸 돈을 확인하고 조금 전 약속한 것들은 전부 까맣게 잊어버렸다.-저녁에 허설아와 권지헌이 별채로 돌아오니 박시연이 맞이했다."사모님, 명품 브랜드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사모님 맞춤 제작이 필요하지 않으신지 물었어요." 허설아는 명품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학교 다닐 때 가방과 옷을 몇 벌 샀다가 나중에는 다 팔아치웠다. 그때 소녀 같은 어린 마음도 같이 떠나보낸 것이다.거절하려던 허설아가 말을 바꿨다."오라고 해요."허설아 개인적으로는 필요 없어도 권지헌 아내라면 달랐다.밖에서 사람들은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차림새를 봤다. 값비싼 주얼리를 착
Read more

제437화

매니저는 내심 숙연해졌다.역시 권씨 집안 꼬마 아가씨답게 명품이 엄청 많다고 거리낌없이 말하다니!업계에서는 권 사모님의 씀씀이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권지헌이 아내 얼굴도 공개하지 않은 데다 혹시 아내한테 돈 쓰는 걸 아까워할지도 몰랐다. 게다가 권 사모님이 고급 백화점 명품 매장을 드나든 것도 본 사람도 없었다. 어쩌면 권씨 집안이 이런 돈에는 인색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이번에 온 것도 권서진을 응대하다 우연히 새언니한테 딱 어울리는 연한 핑크 니트 원피스라는 말을 듣고 혹시나 싶어 찾아온 것이었다.그런데 허설아가 그 원피스뿐만 아니라 액세사리까지 세트로 전부 구매한 것이다. 고른 옷이 많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서비스할 만한 VIP 고객임이 분명해 보였다.연희가 만진 주얼리는 사실 매니저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돌아가면 닦으면 그만이었다.허설아가 화보집을 덮으며 불렀다."자기야, 나와서 계산해."서재 문이 열리며 홈웨어 차림의 권지헌이 나왔다."뭐 샀어?""원피스 몇 벌이랑 겉옷 몇 개, 그리고 이 브로치랑 연희가 만진 주얼리까지. 다른 건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일단 이것만 할게."권지헌이 힐끗 보더니 연한 보라색 블라우스 한 장을 들며 말했다."이것도 괜찮네, 같이 해."허설아가 고개를 들었다."그래, 그런데 나 비슷한 거 많아.""대학교 때 어느 해 네가 자주 입던 옷이랑 비슷해. 다만 여기 칼라 쪽에 튤립 자수가 없는 게 좀 아쉽네."권지헌은 진짜 아쉬운 듯한 말투였다. 매니저가 바로 웃으며 말했다."오늘 밤 바로 가져가서 장인 선생님한테 손으로 튤립을 수놓아달라고 해서 내일 사모님께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이런 명품 브랜드는 VIP 고객한테 이 정도 서비스는 당연한 일이었다.허설아가 방금 아무렇지 않게 수억 원의 물건을 구입했고 권지헌의 말투에서도 아내를 아끼는 게 다 보이는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 했다.권지헌이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건넸다.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매니저에게 주며 허설아
Read more

제438화

매니저가 카드를 권지헌에게 돌려주고 허설아와 연락처를 교환했다.그리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사모님, 앞으로 매장에도 들러주세요. 사모님한테 어울리는 옷들이 많이 있어요. 권서진 씨도 저희 단골이세요."허설아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시연이 앞으로 나와 허설아가 고른 옷과 주얼리를 정리했다.리본을 꺼내 연희와 함께 박희수한테 줄 브로치를 포장했다. 연희는 펜을 들고 상자 위에 그림을 그렸다.속도도 빠르고 정리도 체계적이었다. 허설아가 보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정돈됐다."수납 배운 적 있어요?""해외 관리인 양성 학원에서 연수했는데 수납은 그 중에 아주 일부분이에요."박시연은 허설아가 집 안에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기로 했다. 본인의 업무 담당인지 아닌지는 따지지 않았다.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오래 남을 수 있는 중요한 방식이었다. 허설아가 박시연에게 칭찬의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연희 데리고 본채 다녀와요. 일찍 돌아와요.""알겠습니다."김연진은 콧방귀를 뀌었다.박시연이 원래 나서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아니면 어떻게 팀장이 됐을까. 저런 일들은 권씨 집안 도우미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뭘 그리 나서서 눈에 띄려 아등바등하는지 몰랐다. 그래도 김연진은 아까 박시연이 연희한테 잔소리하지 않게 말려준 건 다행이라 생각했다. 권지헌은 보석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통 큰 태도를 보여줬다. 반짝이는 보석들을 떠올리자 김연진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 권지헌을 바라봤다. 고개를 숙이고 허설아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권지헌은 한없이 부드러운 눈빛이었다. 김연진은 재빨리 시선을 거뒀다.심장이 쿵쾅거렸다.다음 날.박희수가 모두 본채로 불렀다.한예린을 환영하는 자리라고 했다. 어쨌든 이제 반쯤 권씨 집안 식구가 됐으니 말이다. 허설아는 박희수가 걸치고 있는 회색 숄에 어젯밤 연희가 가져다준 브로치를 달고 있는 걸
Read more

제439화

그때 허설아는 선물을 받자마자 정말 기뻐했다.하지만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가져가서 환불하라고 했었다.그 목걸이는 지금도 권지헌 방 서랍 속 상자 안에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그때 권지헌이 줬던 유일한 선물은 거울 하나뿐이었다.권지헌은 허설아가 돈 걱정을 해주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알고 보니 권지헌의 안목을 못미더워했을 줄이야. 허설아도 그 목걸이가 생각났다."그거 아직 자기한테 있지? 가져가서 손 좀 봐서 매일 하고 다닐게." "내 방에 있어. 매일은 안 해도 돼. 사람들이 보면 내가 파산한 줄 알겠어."이제는 그 목걸이는 허설아한테 약간 싸구려였다. 권지헌은 더 많은 선물을 당당하게 줄 수 있었다.권지헌은 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허설아도 받을 자격도 있었다.두 사람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보며 박희수와 허민정이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식사를 이어가던 한예린이 또 입을 열었다."아주버님이랑 형님은 이렇게 사이가 좋은데 왜 연희 낳고 나서야 결혼했어요?"권서진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이 여자는 왜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못하는 거야.' '말주변이 없으면 입이라도 닫고 있지, 궁금한 게 왜 저렇게 많아.' 한예린의 한마디에 분위기가 좋아지던 식탁이 다시 조용해졌다.허설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애만 낳고 애 아빠는 차버리고 싱글로 살 생각이었는데 저 사람이 뻔뻔하게 다시 찾아온 거예요."한예린의 표정이 한순간 복잡해졌다.허설아는 한예린이 왜 이유도 없이 자기한테 적대적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렇게 나온다면 두려울 것도 없었다. 같은 여자로서 어떻게 해야 열받게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허설아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한예린 열받게 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한예린이 이를 갈며 말했다."형님 말이 좀 지나치네요, 권씨 집안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예요?"허설아는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국을 한 숟가락 떴다. 숟가락이 국그릇에 닿으며 맑은 소리를 냈다. 동시에 허설아의 웃음소리가 한예린의
Read more

제440화

권지민이 들고 있던 숟가락을 탁 내려놓더니 한예린을 쳐다봤다."대체 무슨 생각이야?"한예린은 뭐가 잘못됐냐는 듯 태연한 표정이었다. 숟가락으로 국을 한 숟가락 떠먹고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막 약혼해서 집안 사람들이랑 잘 지내고 싶은 거잖아. 뭐가 문제야? 다 지민 씨 가족인데 새로 들어온 내가 계속 따돌림 받을 수는 없잖아.""그게 진짜 그런 생각이면 좋겠어. 한예린, 경고하는데 잔머리 굴리지 마."한예린이 눈을 휙 흘겼다. "권지민, 그런 소리 작작해. 뭐 해보지도 않고 당연하게 권지헌한테 밀려날 거야?"만약 권지민의 약혼녀가 집안 배경이 없는 여자였다면 이런 말에 기가 죽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한예린은 달랐다.한씨 집안이 온갖 스캔들과 소송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한예린도 권지민과 약혼할 리 없었다. 고연정 말이 맞았다.그냥 약혼일 뿐 결혼을 할지 말지도 몰랐다.누구와 결혼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어차피 권지헌과 허설아도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밖에서는 아무도 권지헌의 아내가 누구인지 몰랐다.한예린은 세상에 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한예린 눈에 권지민은 무능하고 용기도 없고 의욕도 없는 인간이었다. 권지헌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존재였다. 한예린의 노골적인 경멸의 눈빛에 권지민이 벌떡 일어섰다. 권지민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한예린을 쏘아보았다."오늘 당장 너희 집으로 돌아가서 태도부터 바로잡아. 아직도 한씨 집안 아가씨 행세를 할 거면 그냥 집에 가서 아가씨 대접 받으면서 살아." "너!" 한예린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권지민을 봤다.권지민이 감히 이런 말을 할 줄이야. 설마 한예린이 아니면 수준 맞는 재벌가 딸들이 누구 하나 권지민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걸 모르는 거야?권지민이 싸늘하게 할 말만 하고 돌아서서 나갔다.한예린의 처지 따위 안중에 없었다.권지민은 이해되지 않았다. 똑같은 혼외 자식인데 연희는 허설아와 권지헌 곁에서 귀하디귀한 보물로 자라고 있었다.그런데 권지민은
Read more
PREV
1
...
4243444546
...
5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