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441 - Chapter 450

550 Chapters

제441화

권지헌도 사과나무를 좋아했고 권지민도 좋아했다.하지만 어릴 땐 빼앗지 못했고 지금은 선물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권지민의 마음속에서 끝없는 씁쓸함이 차올랐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른 불길은 뜨겁게 그의 심장을 불태우더니 깊숙이 감춰 두었던 추악한 질투심에 불을 붙이고야 말았다. '형은 저런 아내를 가질 수 있는데 왜 난 아무것도 없는 거야.' 권지민의 시선이 마당 밖 길 위로 향했다. 언제 떨어졌는지 모를 동그란 사과 한 알이 바닥에서 굴러다녔다. 권지민이 눈을 가늘게 뜨고 걸어가 사과를 주워들었다.아무것도 없다라......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없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권지민이 자리를 뜨자 한예린도 마당에서 사과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허설아는 선물할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은데 왜 하필 나무를 선물한 거지?''정말 센스가 없다니까.' 그러니 권지헌과 그렇게 오래 사귀고도 결국 아이가 생겨서야 결혼했지. 한예린은 피식 웃었다. 심지어 연희가 두 살 넘어서야 권지헌과 결혼한 것도 아이가 좀 더 크면 권지헌을 손쉽게 쥐락펴락하기 위해서라고 확신했다. 권씨 가문은 당연히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결혼시키지 않을 수 없었겠지. 이런 수단을 수없이 봐온 한예린은 속으로 비아냥거리며 코웃음을 치고 발을 돌렸다.마당 안.허설아는 인부들이 사과나무 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기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하려고 했는데 나무 한 그루 옮기는 게 이렇게 복잡할 줄 몰랐어. 허가도 잔뜩 받아야 해서 이제야 왔네."허설아도 판매자가 결제자와 주소를 보고 권씨 집안에서 사 간다는 걸 알았을 줄 몰랐다. 판매자가 사과 달린 나무를 보내줬고 운반하는 동안 사과가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건영시 기후상 사과나무가 열매를 많이 맺기 어려웠다. 어쩌면 이 나무에 달린 마지막 열매가 될 수도 있었다.허설아가 나무한테 말을 걸었다."미안해, 앞으로도 더 많은 사과를 맺을 수 있었을 텐데 여기 데려와서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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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바쁜 한 주가 지나갔다.허설아가 막 집에 들어오니 가정부 미애 이모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말했다."사모님, 넷째 사모님이 만나고 싶다고 하세요.""나를 왜요?"허민정이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다가 고개를 들었다."그날 말실수한 거 너한테 사과하고 싶대.""나한테 사과를 한다고요?"허설아는 요즘 아침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게 일상이라 권지헌과도 밤에 잠깐 얼굴을 보는 게 다였다. 집에 돌아올 때면 연희는 이미 자고 있었다.허민정의 얘기를 해서야 그동안 한예린이 매일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 며칠은 허설아가 진짜 만나기 싫어서 피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나절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자 그제야 진짜 집에 없다는 걸 믿은 것이다. 오늘 허설아가 좀 일찍 돌아왔더니 바로 찾아왔다. 허민정이 뜨개에 시선을 돌리며 실눈을 뜨고 말했다. "그날 밥 먹다가 네 눈 밖에 난 줄 알았나 봐. 넷째가 집에 돌아가서 반성하라고 했대."허설아는 개의치 않았다."어차피 결혼한 것도 아니고 약혼만 했을 뿐인데 자주 집에 간다고 안될 게 뭐가 있겠어요. 다들 나처럼 운 좋아서 엄마랑 같이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허민정은 기가 막혀서 한 마디 하려다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무슨 운이 좋아서야. 네 아빠가 살아 계셨으면 내가 여기 이러고 있지도 않았어."허민정은 거리감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처음에 본채에 머물기로 한 건 권씨 집안 사람들이 앞뒤가 다를까 봐서였다. 혹시나 허설아와 연희에게 겉으로만 잘해주고 뒤에서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였다.박희수와 실제로 같이 지내보고 나서야 허민정은 안심했다.그 후로 혼자 나가서 살겠다고 했지만 허설아가 무슨 말을 해도 동의하지 않았다. 금방 심장 수술을 한 환자인지라 빠르게 걷기만 해도 숨이 차서 한참 진정시켜야 했다. 혼자 지내게 하는 건 허설아는 절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원래 이사 가려고 했지만 새집이 포름알데히드 수치가 기준치 이상이었다. 허설아 혼자라면 그냥 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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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한예린이 입을 삐죽거렸다."앞으로 아주버님이랑 아이 더 안 낳을 생각이에요?"왠지 모르게 묘하게 들뜬 기색이었다.허설아가 뜬금없다는 듯 쳐다봤다.한예린은 입만 열면 허설아를 향한 적대감으로 가득했다. 세 살짜리 연희도 알아챌 정도였다.고의가 아니라는 건 허설아는 믿을 수 없었다. 허설아가 눈을 내리깔더니 살짝 홍조를 띠며 수줍게 말했다."낳아야죠. 지헌이가 엄청 노력하거든요."허민정이 미애 이모를 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내 방에 실이 하나 있는데 잡아줘요. 좀 정리해야 해서."허설아가 하는 말이 귀에 거슬려서가 아니었다.어릴 때부터 뼈 때리는 말솜씨라 너무 얌전하게 굴면 오히려 허민정이 어색했다.다만 허민정과 미애 이모가 옆에 있으면 허설아가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한예린 얼굴에 미소가 굳어버렸다. 허설아가 부주의한 척 잠옷 깃을 살짝 풀어헤쳤다. 목에 붉은 자국들이 드러났다.성인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허설아는 피부가 워낙 하얘서 그 자국이 더 도드라졌다.눈 속에 핀 붉은 매화 같아서 괜히 한예린의 눈에 거슬렸다. 허설아는 더없이 수줍어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아이고, 예린 씨한테 이런 얘기를 왜 하나 몰라요. 무슨 일로 왔어요?"한예린은 목에 뭔가 꽉 막힌 것 같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밖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 눈을 가득 맞은 권지헌이 들어왔다.한예린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곧장 허설아에게 시선이 꽂혔다."밥 먹었어?""아니, 자기 기다렸어."권지헌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그러지 마, 기다리지 않아도 돼."허설아가 바빠지면서 식사가 불규칙해졌는데 권지헌까지 기다린다고 안 먹으면 그동안 공들인 위장 관리가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허설아가 일어나 권지헌 외투를 받아 들었다."먼저 씻어. 주방에 생강차 있어. 오늘 영하 6도 밖에 안 되는데 추우면 감기 걸려."문만 나서면 차를 타고 다니고 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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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한예린은 허설아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모르는 척하는 건지, 진짜 둔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허설아 얼굴을 다시 살펴봤다.뽀얀 피부에 화사한 미모였다. 살짝 고개를 들어 쳐다볼 때면 조명이 턱선을 따라 부드럽게 번져 나갔다. 한예린과 시선이 마주치자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마치 어린아이한테 얘기하는 듯한 태도였다. "또 할 말 있어요?"한예린은 가슴 속 화를 꾹 참고 있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던가.성질을 부리고 싶어도 허설아한테 화를 낼 구실이 없었다.한예린은 억지로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저번에는 제가 말을 잘못했어요. 지민 씨가 그러는데 제가 형님 화나게 했으니 집에 돌아가서 반성하래요. 형님이 아주버님한테 저한테 화 풀라고 얘기해 줘요." "제가 나이가 어린 걸 봐서요." 권씨 집안 자식들은 나이가 다 비슷했다. 권지민과 권서진만 조금 어리고 나머지 셋은 같은 해에 태어났다. 한예린은 허설아보다 딱히 어리지 않았다.생년월일을 확인하고 나서 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예린 씨가 나보다 한 살 많네요."한예린은 말문이 막혔다.허설아보다 더 까다로운 여자는 본 적 없었다!무슨 수를 써도 먹히질 않았다.솜방망이로 바위를 치는 기분이 들었다. 허설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민 씨랑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본가에 가는 건 친정으로 쫓겨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예요. 결혼했다고 무조건 남자 집안 사람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지민 씨가 가라고 하면 가면 되죠."허설아는 진지하게, 심지어 웃어른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내 말 들어요. 앞으로 시간이 많은데 자기답게 살아야죠."한예린 입꼬리가 움찔거렸다.이제 알아들을 수 있었다.허설아는 한예린이 왜 온 건지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척하며 사과를 받아줄 생각이 없는 것이었다.한예린이 이를 갈았다."형님, 제가 오늘 무슨 말을 해도 사과를 안 받아주신다는 거예요?"허설아가 눈을 살짝 치켜 올렸다."무슨 말을 할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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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절대 물 흐리는 미꾸라지가 팀에 있어서는 안 되었다. 한예린은 한바탕 쏘아붙이고 거만하게 돌아섰다. 박시연이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김연진이 물었다. "시연 언니, 예린 씨가 왜 불렀어요?"예전엔 김연진을 딱히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나이가 어리니 권씨 집안이 신기한 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호기심이 너무 넘쳤다.항상 다른 팀원들보다 눈에 띄게 궁금한 게 많았다. 박시연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연희 아가씨랑 상관없는 건 묻지 마, 자기가 신경 쓸 게 아니야. 우리 일은 연희 잘 챙기는 것뿐이야."김연진이 알겠다고 답하더니 연희를 보며 또 물었다. "언니, 나중에 대표님한테 다른 아이가 생기면 우리가 다 돌보는 거죠?" 그 말을 들은 박시연은 김연진이 다른 생각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냥 일 때문인 것 같았다. 박시연의 잘못 의심한 건지, 아니면 한예린이 홧김에 내뱉은 허튼소리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일단 좀 더 두고 보다가 허설아한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씻고 나오던 권지헌은 한예린의 뒷모습을 보며 허설아를 데리고 식탁으로 향했다. "밥 먹자.""한예린이 왜 가는지 안 물어봐?"권지헌이 당연하다는 듯 바라봤다."너한테 볼일 있다고 했으니 얘기 다 하고 간 거겠지."한예린이 무슨 소리를 하러 왔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한예린이 씩씩거리며 나가는 뒷모습을 보니 허설아가 손해 본 게 없는 모양이니 그걸로 충분했다.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았다. 허설아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권지헌이 듣고 나서 무표정으로 허설아 앞에 국 한 그릇을 놓아주었다."국 좀 먹어. 미애 이모가 인터넷 레시피 따라한 거래, 사과 넣고." 허설아가 한 숟가락 먹어보니 묘하게 달콤한 향이 났다. 처음에는 좀 낯설었지만 먹다 보니 괜찮았다. 미애 이모는 권씨 집안 요리사로 오래 있으면서 여러 종류의 요리를 할 줄 알았고 무엇보다 배우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다.그러지 않으면 젊은 사람들한테 밀려나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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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팀 안에서 김연진은 딱히 눈에 띄지 않았다.하는 일도 주로 보조 업무였고 누구 일이든 옆에서 거들어줄 수 있었다. 나머지 다섯 명의 조수 역할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팀 안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역할이라는 걸 알게 된 허설아는 결정을 내렸다. "확신이 서면 교체해요. 그건 박시연 씨 권한이에요."어차피 박시연이 팀장이었다.팀 내부 변동은 박시연이 알아서 정리하면 되고 굳이 두 사람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면접 때도 연희가 박시연을 마음에 들어 해서 이 팀을 선택한 것이었다. 박시연은 허설아한테 진심으로 고마웠다.책임을 묻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은 데다 체면도 충분히 세워줬다."사모님, 팀 단속 잘 하겠습니다. 걱정마세요."허설아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저도 회사가 있어서 알아요. 모든 사람이 나랑 한마음일 수는 없어요. 사람 마음이 어떤지 다 알 수는 없으니까 박시연 씨도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바로 잘라내면 되는 거예요."박시연이 고개를 세게 끄덕이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갔다.다시 그림을 그리던 허설아는 의뢰인과 디테일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얘기를 마치고 페이지를 나가려는데 의뢰 요청 하나가 들어왔다. 의뢰인이 직접 금액을 제시했는데 서풍 의뢰 단가의 세 배가 넘었다.이 정도 금액은 보통 상업용 의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업용 이미지를 그릴 여력이 없어서 바로 거절했다.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요즘 에너지가 부족했다. 개인 의뢰를 받는 것도 순수하게 좋아서 하는 것이었다.상업 의뢰는 요구 사항도 많고 디테일을 조율하는 데만 시간이 한참 필요했고 업로드 하고나서도 사람들이 확대하다시피 들여다보며 확인했다. 생각하던 허설아는 일단 패스했다.의뢰를 거절하고 페이지를 닫으려는데 권지헌이 들어왔다. 허설아는 권지헌에게 태블릿을 건넸다."충전 좀 해줘."화장대 위에 태블릿을 올려놓고 충전했다. 권지헌이 뒤에서 허설아를 안았다. 손이 실크 잠옷 사이를 파고들며 허설아의 피부를 가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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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아니면 허설아가 어떻게 권지헌을 꼬셨겠어. 저 정도 몸매면 맞아도 기분 좋겠다.""저 몸매면 때리는 것도 상이겠네."권지헌이 시선을 돌리자 눈이 마주친 막말하던 두 남자는 싸늘한 눈빛에 입을 다물고 걸음을 재촉했다. 권지헌이 허설아를 옆으로 끌고갔다.권지헌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허설아한테 입혀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같이 안 뛰어도 돼. 너무 느려서 방해되니까 여기서 기다려."허설아도 진심으로 뛰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그냥 같이 있고 싶어서 핑계를 댄 것이었다.그 말에 허설아는 자연스럽게 구석자리에서 태블릿을 꺼내 그림을 그렸다.스케치를 막 끝냈을 쯤, 앞쪽이 소란스러워졌다. "학생, 싸우지 마세요!""갑자기 왜 때리는 거예요!"허설아가 계단 위에서 바라보니 싸우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권지헌이었다! 급히 달려갔을 때, 두 남자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권지헌이 고개를 숙이자 허설아가 주먹을 꼭 잡았다. "너 지금 싸운 거야? 권지헌, 너 싸울 줄도 알아?"싸운 것이 들키면 학점이 깎였다.권지헌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허설아 때문에 두 변태 같은 놈들과 싸웠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그냥 차분하면서도 고집스럽게 말했다."그냥 좀 몸의 대화를 좀 한 거야. 신경 쓰지 마, 별거 아니야."권지헌은 손을 빼내고 다시 달리기 대열에 합류했다.허설아는 그때 조금 서운했다.권지헌이 자기 체력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거라 생각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데도 말해주지 않고 여자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왠지 옛날 일을 따지는 것 같았다. 권지헌이 답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허설아 턱을 잡아당기더니 입술을 덮으며 무섭게 말했다."양심도 없는 여자야, 너 때문에 싸운 거잖아. 아직도 왜 그랬는지 몰라?" "알 수가 없었잖아…… 살살해!"권지헌의 손이 밑으로 내려갔다."그 자식들이 네가 가슴이 크고 허리가 잘록하고 다리 길다고 해서 열 받았어."실제로 한 말은 훨씬 심했다.그때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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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다음 날.김연진은 박시연한테 해고 통보를 받았다.영문을 몰랐던 다른 팀원들은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젯밤 박시연이 허설아 방에서 한참 만에 나왔던 게 떠올랐다.순간, 다들 허설아 뜻이라고 생각했다.사모님이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여도 드러내지 않았을 뿐 이렇게 칼같이 처리할 줄이야. 팀원들은 마음을 바짝 다잡으면서 각자 맡은 일에 더 집중했다.권씨 집안 같은 고용주를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김연진이 뭘 했는지는 관심도 없었다. 사모님이 화가 났으면 당연히 그냥 넘어가지 못할 짓을 한 것이 분명했다.김연진이 당황해하며 말했다."내가 뭘 잘못한 거예요? 왜 해고예요?"박시연은 김연진과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다.한동안 직접 가르쳤던 사람이기도 했다.나쁜 길로 들어선 김연진을 보니 왠지 마음이 쓰인 박시연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연진 씨, 자기 일만 제대로 했으면 내가 당연히 해고 안 했겠지. 그런데 대표님이 자기가 감히 넘보실 분이야? 돈 많은 남자 옆에서 애인 노릇하면 편한 줄 알아? 한번 봐봐, 권씨 집안에서 바깥에 애인 두고 계신 분이 누가 있어?" 김연진은 박시연이 이렇게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다.김연진이 속으로 생각하는 걸 전부 다 꿰뚫어 보고 말하는 것이었다.인정할 수 없었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도련님들이 애인이 없는 건 결혼 자체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었다. 권정민이나 권정열만 봐도 여자가 한둘이 아니었다.'게다가 허설아도 사모님이 될 수 있는데 나라고 안 될 이유가 없잖아?'인정하지 않는 김연진의 표정을 보며 박시연은 화가 치밀었다. "사모님과 대표님은 캠퍼스 커플로 만나서 몇 년을 사귀고 결혼하신 거야. 네가 사모님한테 비빌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사모님은 대표님과 동문이셔. 건영대 출신에 자기 사업과 회사까지 갖고 계신데 너는 뭐가 있어?"날이 선 말투였다, "얼굴이 사모님보다 나아, 몸매가 좋아? 아니면 다른 뭔가가 있어?"김연진은 얼굴이 화끈거렸다.고개를 숙인 채 수치심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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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권호성이 왔으니 허설아와 권지헌도 본채에 와서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한예린이 속으로 코웃음을 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었다."미안해요, 형님, 저번에는 내가 말실수를 했어요. 진짜 잘못한 거 알았으니 그만 화 풀어요." 허설아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저번에 사과한다고 찾아왔을 때 이미 용서했잖아요? 나 화 안 났어요. 아침에 사과파이도 보냈는데 지민 씨가 예린 씨 사과 안 좋아한다고 돌려보냈더라고요."한예린이 멈칫하며 무의식적으로 권지민을 봤다.한예린은 별채에 있지도 않았다. 그리고 한예린을 잘 알지도 못하는 권지민이 어떻게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 걸 안다는 거야? 권지민이 담담하게 말했다."며칠 전에 집에서 사과 제일 싫어한다고 했잖아."한예린은 말문이 막혔다.그건 허설아가 권지헌에게 사과나무를 사준 것 때문이었다. 별채로 돌아가서 홧김에 사과를 제일 싫어한다고 얘기하며 역시 별 볼일 없는 집안 출신이라 선물도 저렇게 변변찮다고 했었다. 그 말을 권지민이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권지민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말한 거 아니었어?" 한예린은 화를 꾹 참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좀 싫어하긴 해." 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엔 다른 걸로 보낼게요. 이번엔 취향이 안 맞았네요."아침에 사과파이를 보낸 건 사실이었다.다만 박희수가 도우미한테 시켜서 보낸 것이었고 권서진 쪽에도 한 조각씩 돌아간 것이다. 그 모습을 본 권호성은 허설아와 한예린 사이가 별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잠시 생각하던 권호성이 말했다. "큰애야, 예린이가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이쁨만 받고 자라서 성격이 좀 제멋대로야. 네가 너그럽게 봐줘."허설아가 입을 손으로 가리고 허민정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할 말을 참는 표정이었다.허민정이 눈치채고 자연스럽게 탄식했다."어르신!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 설아도 어릴 때부터 저랑 설아 아빠가 너무 오냐오냐해줬어요. 지헌이한테 설아 대학교 때 별명이 뭐였는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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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식탁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허설아는 국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권씨 집안 식구들이 다 모여서 식사를 할 때면 항상 볼거리가 생겼다.허설아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느긋하게 연희한테 반찬을 집어주며 천천히 먹으라고 했다.연희를 보고 있던 권호성은 도우미 말에 밥맛이 싹 사라졌다."혼자 오는 건 상관없는데 데리고 온 사람은 우리 권씨 집안은 인정 안 해줘."도우미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이미 문 앞에 와 계십니다."권정민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지민이가 약혼했는데 아비 된 사람으로서 아들, 며느리 얼굴 한번 봐야지요! 이렇게 막으시면 저 그냥 돌아갑니다!"권호성은 화가 치밀어 얼굴이 시뻘게지며 당장에라도 뒷목을 잡고 쓰러질 듯했다. 권정우가 일어나 등을 두드려주었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아버지만 손해예요."권호성도 오늘 혈압이 제대로 오를 거라는 걸 직감하고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들어오라고 해. 도대체 뭐 하려는 건지 어디 좀 봐야겠어!" 권정우가 도우미한테 손짓하자 도우미가 종종걸음으로 나갔다.잠시 후 권정민이 젊은 여자를 껴안고 들어왔다.허설아도 고개를 돌렸다.확실히 고연정을 닮긴 했지만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는 사진들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아마 사진은 보정 탓인 듯했고 실물을 직접 보니 나이도 어려 보이고 얼굴은 앳된 티가 났다.아무리 봐도 권정민과 어울릴 사람은 아니었다.집 안으로 들어온 고아현은 살짝 긴장한 기색이었다.이리저리 둘러보다 권지민을 발견하고 나서야 살짝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권정민이 고아현을 끼고 권호성 맞은편에 앉았다."아버지도 계셨어요?"권호성이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내가 있는 거 몰랐으면 방금 누구 부른 거야? 너 애비가 몇 명이야?"권정민이 싱글벙글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지민아, 약혼 축하해."권지민이 입술을 말아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아빠."권정민이 눈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을 띤 채 한예린을 훑어봤다. "한씨 집안 딸이라고? 아버지가 한석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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