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451 - Chapter 460

550 Chapters

제451화

그건 말이 달랐다. 한예린이 불쾌해하며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집이 마음에 안 들면 파혼하면 되잖아!"권지민이 차갑게 웃었다."좋아. 그러면 너희 아버지가 넘긴 소송들 다 가져가."권지민은 법학을 전공했다.약혼하자마자 한씨 집안에서 한 무더기의 소송을 들고 와서 권지민에게 처리해달라고 했다.골치 아프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었다. 어차피 담당 사건으로 생각하면 되었다. 하지만 한씨 집안은 달랐다.한예린이 권씨 집안에 시집가는 걸 이미 감지덕지로 여기는 한씨 집안이 파혼하려 할까.권정민이 목이 꽉 막혔다. 권지민을 보는 눈빛에 낯선 기색이 비쳤다.권지민은 어릴 때부터 주눅 들고 마음이 예민했다. 주관도 없고 강단도 없어서 아이들 중에서 가장 고분고분했다.이게 자기 아들이 맞나 싶었다.권호성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됐어! 그만 좀 해! 약혼식에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지금 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진심이 있으면 지민이한테 넉넉히 챙겨주기나 해!"권정민이 카드 한 장을 꺼내 권지민에게 건넸다.드물게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받아, 비밀번호는 네 생일이야. 오래전부터 너랑 네 형 각자 몫으로 모아뒀던 거야. 너희 결혼할 때 쓰라고."카드를 받으며 권정민을 보는 권지민의 눈빛이 복잡해졌다.권정민이 입을 열었다."아버지, 저 고아현과 결혼할 거예요!"권호성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나가! 넌 이제 권씨 집안 사람이 아니야! 기어이 나를 화병 나서 죽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어?!"권정민이 귀를 후볐다."아버지, 남자란 마음속에 늘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지 않겠어요. 연정이랑은 인연이 아니었지만 다행히 새 인연을 찾았어요."권호성은 화가 난 나머지 손을 덜덜 떨었다. 권호성이 이를 악물고 일어서며 말했다."나 따라와."권정민이 고아현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잠깐 기다려."고아현은 권씨 집안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주변을 슬쩍 둘러보다가 권지민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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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별채 안.고아현은 소파에 엉덩이를 반쯤만 걸치고 앉았다. 미애 이모가 찻잔을 내려놓을 때도 온몸이 잔뜩 굳어 있는 게 보였다.허설아가 입을 여는 순간 고아현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허설아도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앉아요. 삼촌이 내려오면 여기로 데리러 오라고 할게요.""네, 감사합니다. 사모님."다시 자리에 앉은 고아현은 차를 한 모금 마셨지만 무슨 맛인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시선은 계속 본채 쪽을 신경 쓰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허설아도 더는 묻지 않았다. 차를 한모금 마시고 핸드폰을 꺼내 업무를 처리했다.탈피 시리즈가 제작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었다.강창희 장인의 솜씨는 말할 것도 없이 정교했다.허설아와 권서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세부 디테일들을 장인들의 수십 년 경험으로 채워야 했다.반지 하나만으로도 허설아와 권서진이은 얼마나 감탄했는지 몰랐다.모든 노력을 기울여 강창희 장인을 찾게 된 건 인연이었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심윤산 선생님 집 문 앞에서 한밤중에 기다리던 것도 아깝지 않았다. 권서진이 산을 넘다 논두렁으로 굴러떨어질 뻔한 것도 헛되지 않았다. 연희가 미끄럼 방지 양말을 신고 총총 뛰어왔다. 허설아 손에 귤을 하나 올려놓더니 돌아서서 고아현한테도 하나 쥐여줬다."이모, 이거 먹어요."고아현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 자기 손만 한 귤을 들고 오더니 덥석 손에 쥐여주는 연희를 무덤덤하게 바라봤다. "엄청 달아요. 우리 큰곰 할머니가 사 오신 거예요."고아현이 어리둥절했다."큰곰 할머니?""우리 할머니요. 곰 할머니거든요."잠깐 생각하던 고아현은 박희수 성씨가 떠올랐다.연희는 귤을 쥐여주고는 박시연과 퍼즐을 하러 가버렸다.고아현은 연희가 손에 쥐여준 귤을 봤다.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실내는 따뜻했고 귤에는 아직 꼬마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뒤집어보니 귤에는 매직으로 웃는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연희만의 습관이거나 이 나이대 아이들이 다 낙서를 좋아하는 걸 수도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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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감사합니다, 사모님, 꼬마 아가씨."미애 이모는 고아현이 권정민 차에 타고 떠나는 걸 보고 나서야 돌아왔다."할아버지가 큰 어른 부축을 받아서 병원 가셨어요. 둘째 어른한테 화가 나셔서 실신하셨대요. 큰 어른이 사모님과 대표님은 병원에 오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셨어요. 가실 때쯤이면 다 나으실 수도 있대요."권정우의 뜻은 권호성 나이가 되면 병원은 제 집 드나들 듯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평소에도 허설아를 원래 달갑게 여기지 않으니 굳이 발걸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따라서 권지헌도 갈 필요 없었다. 연말이라 권지헌도 주얼리 전시회 준비로 급한 일이 산더미였다.권호성 옆에는 큰아들인 권정우가 있으니 걱정을 덜어도 되었다. 권지헌은 소식을 듣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권지헌은 허설아의 손을 잡아 품 안으로 당겨 다리 위에 앉혔다."고아현 느낌이 어땠어?""나쁘진 않았어, 생각했던 것과 좀 달랐지만."권지헌이 이어 말했다. "마음에 들면 계속 어울려도 돼, 안 맞으면 억지로 할 필요 없고. 작은 엄마는 예전에 바람 피운 게 할아버지 책임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기어이 고아현을 권씨 집안에 들여보내려는 거야."바람을 피운 게 권호성 탓이라고?허설아의 의아한 눈빛에 권지헌이 설명했다."작은 엄마랑 삼촌은 할아버지가 정해준 혼사였어. 근데 작은 엄마는 결혼 전에 남자친구가 있었고 고씨 집안은 작은 엄마를 권씨 집안에 시집 보내기 위해 그 사람이랑 헤어지게 한 거야. 작은 엄마가 바람나고 나중에 그 남자도 교통사고로 죽었어."지금도 고연정은 전 남자친구의 죽음이 권호성과 연관되어 있다고 믿었다.다만 증거가 없으니 권씨 집안을 함부로 물어뜯지는 못했지만.세상에 그렇게 많은 우연이 어디 있을까.고연정이 전 남자친구와 바람을 피우자 상대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그 남자만 죽고 나머지는 다 살아남았다.고연정이 쌍둥이를 낳은 것도 그 울분 때문이었다.권씨 집안이 정말 자기 아이들마저 지워버릴 수 있는지 두고 보자는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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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장미꽃 차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허설아가 차를 마시며 핸드폰 메시지를 답장했다.가정부가 이쪽으로 데려온 건 아마 박희수의 뜻일 것이다.오라고는 했지만 너무 빨리 올 필요는 없었다.일찍 왔으면 잠깐 피해 있으면 됐다.거실에서 고연정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제 팔자가 왜 이렇게 기구해요!""말이 돼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권정민 지분을 왜 지헌이한테 주는 거예요? 지헌이 지분이 이미 오십 프로를 넘잖아요. 이사회에서 지헌이 발언권이 누구보다 강하잖아요!""지호도 지민이도 아직 자리 잡지도 못했는데, 걔들 생각은 아무도 안 해요?"고연정이 말하며 눈물을 닦았다.박희수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속으로 비웃었다.눈가에 눈물 자국조차 없었다.스스로 배우 출신이라더니.박희수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마셔볼래? 과일 차야. 사과랑 오렌지 넣었는데 사과는 우리 설아가 지헌이한테 사준 사과나무에서 딴 거고 오렌지는 우리 과수원 거야. 향이 너무 좋아."고연정은 말문이 막혔다.한바탕 울었는데 박희수는 한 마디도 들리지 않은 듯했다. 차는 무슨! 고연정이 원망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형님은 한마디도 안 해줄 거예요? 지헌이 손에 지분이 저렇게 많은데 지민이랑 지호 생각을 좀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민이랑 지호 아직 어리잖아요!"이제 대놓고 달라는 거였다.박희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몇 년 동안 지헌이는 하루에 네 시간씩 자는 게 일상이야." "재작년에 아프리카 쪽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지호랑 지민이, 지혁이까지 누구도 가기 싫다고 해서 결국 지헌이가 갔어. 갔다가 현지에서 부족 간 충돌이 생겨서 지헌이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그래도 지헌이는 사업 마무리하고 나서야 돌아왔어. 돌아와서 그룹에 오래된 주주들한테서 지분을 받은 거고.""그 다음에 지헌이가 유럽을 갔지. 원래는 아버님이 지호를 보내려 했는데 지호가 그쪽 날씨가 싫다고 안 갔잖아. 유럽이면 또 몰라, 하필 간 곳이 아이슬란드였어. 극야가 반 년인 곳에서 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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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내 아들 내외가 잘 살고 있는데 다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어서 달려들어 짓밟으려는 거야!"이건 고연정이 얼마 전에 언론 앞에서 함부로 지껄인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권씨 집안이 강경하게 대응했지만 온라인에는 관련 게시물이 여전히 넘쳐났다.고연정이 찔리는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형님, 화내지 마세요. 그냥 어르신이 어떻게 생각하시는 건지 여쭤보고 싶었던 거예요. 설마 지민이랑 지호한테 아무것도 안 주실 리는 없잖아요?"박희수가 코웃음을 쳤다."네 아들한테 나가서 직접 부딪혀 보라고 해! 필요하면 스스로 나가서 싸워서 가져오라고! 밖에서 빼앗아온 건 제 몫이지만 내 아들한테서 빼앗으려는 건 그냥 뻔뻔한 짓이야."말 속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뻔뻔한 건 바로 고연정이라는 것이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누구한테 뻔뻔하다는 거예요!""누가 뻔뻔한지는 자기가 제일 잘 알겠지. 나는 절대 내 딸이 전남편 애인 노릇하는 꼴 못 봐. 권씨 집안 문에서 나갔으면 딸도 못 들어와. 고연정, 똑똑히 생각해."대놓고 말하자 고연정이 감췄던 속마음을 더 이상 숨기지 못했다. 벌떡 일어나 박희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무슨 뜻이에요? 권씨 집안에 내가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왔나요? 지분을 내 아들한테 안 주면 언론에 난리 칠 거예요! 권정민이 내 딸을 꼬셨다는 거 알면 권씨 집안 체면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봐요!"허설아가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거실 쪽으로 걸어가 박희수 뒤에 서서 어깨를 가볍게 주물렀다.박희수가 어깨에서 힘을 쭉 빼더니 허설아 손등을 두드리며 달랬다.허설아가 고개를 들지 않고 낮게 말했다."고연정 씨가 언론에 난리치고 싶으시면 제가 지금 연결해 드릴게요. 열 군데면 충분할까요? 거실도 넓으니 생방송도 괜찮아요."고연정이 기가 막힌다는 듯 허설아를 바라봤다. "네가 여기 끼어들 자리야? 내가 희수 언니랑 얘기하는 건데 어린 것이 왜 나서!"허설아가 흔들림 없이 눈을 마주쳤다.진한 갈색 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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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권씨 집안은 자기 핏줄을 버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권정열과 진하윤은 아직 농장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고연정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잘 돌봐준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감금이나 다름없었다.그 꼴로 살면서 권씨 집안 재산을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었다.고연정 입술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너…… 너 정말 독하네! 지민이랑 지호도 지헌이 동생이잖아! 지독한 여자야!"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작아졌다.허설아 표정이 빈말하는 얼굴이 아니었다.고연정이 돌아서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권씨 집안 모두가 나한테 다 잘못한 거야! 어르신만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 시집이나 왔겠어! 권씨 집안은 내 좋은 인연을 다 망가뜨려놓고 사람까지 죽였어."멘탈이 무너졌는지 말이 뒤죽박죽이었다. 허설아가 도우미한테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닫으라고 했다.박희수 어깨를 다시 주물러 주며 말했다."어머니, 저희 별채 가서 잠깐 주무실래요? 연희 아직 안 잘 거예요."박희수는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전에 교통사고 후유증이 거의 다 나아가던 참이었는데 고연정을 보니 눈앞이 캄캄해졌다.일어나면서도 허설아 혼자 두기가 영 마음에 걸렸다."너 괜찮겠어? 나랑 같이 나갈까?""괜찮아요. 이제 작은 어머니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에 권씨 집안 사람이었는데 그냥 두고 가기는 그렇잖아요. 제가 얘기 좀 나눌 테니 어머니는 가서 연희랑 만화 보고 계세요."허설아는 박희수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생각해서였다. 박희수는 조금 걱정되었다.고연정처럼 닳고 닳은 사람이 정말 난리를 치면 허설아가 감당할 수 있을까.평소에 늘 다정하고 말도 조근조근 하는 사람이라 화내는 모습을 박희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그래도 머리가 너무 아팠다.허설아가 하라는 대로 밖으로 나오며 권지헌한테 전화를 걸어 빨리 돌아오라고 했다.그래도 발이 떨어지지 않아 뒤를 돌아봤다.허설아는 박희수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가늘고 흰 손목으로 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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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공장에서도 어디서든 아무렇지 않게 일을 했는데 고연정의 끊어질듯 이어지는 울음소리쯤이야.오래 듣다 보니 성량이 꽤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어찌 됐든 예전에 소프라노였으니.고연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치맛주름을 손으로 털고는 허설아 옆 소파에 털썩 앉았다."너 좀 똑똑하다? 박희수 내보내면 나한테서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허설아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무슨 비밀 알아야 하는데요?"권씨 집안 모든 것에 관심이 없었다.게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권지헌한테 직접 물어보면 됐다.고연정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권씨 집안에 들어온 여자도 여러 명 봤고 들어오려는 여자는 더 많이 봤다.비슷한 집안 출신으로 들어온 여자들도 다 비슷한 느낌이었다. 박희수조차 권씨 집안의 모든 것에 관심없다고 말하지 못했다. 고연정이 목소리를 낮추며 귓속말하듯 말했다."나 좀 도와주면 무조건 아들 낳는 비법 알려줄게." 임신 세 번으로 아들 셋을 낳은 자신감이었다. 이 말이면 허설아도 솔깃할 거라고 생각했다.허설아가 살짝 뒤로 기대며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나중에 또 딸을 낳으면 어때서요?""딸을 낳아? 그러면 대가 끊기는 거야! 권지헌 대를 끊어도 돼? 그리고 미리 말하는데 네가 안 낳으면 대신 낳아줄 여자들이 줄을 설 거야!"고연정이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넌 아직 젊어서 진짜 사랑 같은 게 있는 줄 알겠지. 세상에 평생 너 사랑해주는 남자는 없어."허설아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차분하게 말했다."그래서요? 나를 사랑하지 않거나 다른 여자와 아들 낳고 싶으면 나와 이혼하면 그만인 거 아니에요? 이혼했다고 여자 인생이 끝나요?"현관 쪽에서 권지헌이 막 들어오고 있었다. 밖에서 흩날리는 눈보라를 맞고 온 기색이 역력했다.허설아의 목소리는 평온하고 아무 흔들림도 없었다. 당연한 일을 얘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권지헌이 그 자리에 멈췄다.손을 들어 가정부한테 조용하라고 신호를 보냈다.가정부는 속으로 조마조마했다. 대표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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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고개를 돌린 허설아는 권지헌의 그윽한 눈을 마주쳤다.눈보라를 맞은 모습 그대로 서 있는 모습이 조각상 같았다.팔에는 낮에 허설아가 골라준 코트가 걸쳐져 있었다.권지민은 고연정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것이었다.현관에 들어서다 아직 그 자리에 서 있는 권지헌을 발견했다. 문을 들어오는 순간, 허설아가 고연정한테 아이들을 생각이나 해봤냐고 묻는 말이 들렸다.문을 닫아 눈보라가 휘날리는 세상을 닫아버리고 방금 그 말을 되뇌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형, 왜 여기 서서 안 들어가?"권지헌이 짧게 대답했다."방금 왔어."성큼성큼 들어와 코트를 가정부에게 넘기고 바로 허설아 옆에 딱 붙어 앉아 손등을 어루만졌다."안 추워? 왜 이렇게 적게 입었어?""집에 보일러 켜져 있는데 왜 추워."허설아는 방금 자기가 한 말을 권지헌이 들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으니 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고연정은 권지헌이 들어오자 더 소란 피우기가 어려웠다."지헌아, 지분이 그렇게 많은데 지민이랑 지호 생각도 좀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다 가족인데 네가 다 가지고 동생들은 국물 한 방울도 못 얻어먹으면 그게 말이 돼?""권씨 집안에도 너희들뿐인데 앞으로도 서로 도와야 오래 갈 수 있잖아!"권지헌의 눈빛이 차갑고 어두워졌다.그 눈빛 하나에 고연정은 몸서리를 쳤다.권지헌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룹에 기여가 있으면 지분은 따라오는 거예요. 아무 기여도 없는데 들어오는 사람은 내가 지분을 다 나눠줘야 해요? ""그건 다르지! 남은 남이지만 집안 가족은 네 손발이 되어주잖아! 모른 척하면 안 되지!"권지헌이 코웃음을 쳤다."부모가 되는 사람들이 자기 말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신경 쓰는 게 내가 신경 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할 거예요.""여기까지 찾아왔으니 나도 할 말 다 할게요. 고아현은 절대 우리 집안에 시집 못 와요. 이걸로 뭔가 떠벌이려고 한다면 어디 두고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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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광대뼈와 턱선이 뚜렷한 얼굴이었다.허설아는 예전에 심심할 때 할머니를 따라 역학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권지헌 같은 관상은 어릴 때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고 집안이 넉넉해도 본인이 고생을 많이 하는 상이었다.형제 운이 약하고 집안 어른이 강하며 어릴 때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는 상이기도 했다.다만 부부 금실만큼은 좋아서 아내와 금실이 좋고 각별한 사랑을 받는 상이었다.마음 약한 것도 얼굴에 다 나와 있었다.허설아도 마음이 따뜻해졌다.권지헌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여 거의 권지헌 코트 안으로 파고들었다.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는 권지헌 눈빛에 부드러운 웃음기가 녹아들었다."추워?""아니, 삼촌이 왜 그렇게 너그러운 건지 궁금해서."권정민은 고연정한테 과할 정도로 너그러웠다. 예전에 바람 피워서 다른 남자 아이를 가져도, 지금 고연정이 고아현을 띄워달라고 해도 권정민은 화 한 번 내지 않았다.권지헌이 씩 웃으며 허설아를 감싸 안고 천천히 별채로 향했다.별채에 불이 켜져 있었다. 2층 창문마다 연희가 고른 색색의 크리스마스 전구가 줄지어 깜빡였다.따뜻한 빛이 권지헌의 마음도 비추었다. 권지헌이 낮게 말했다."한 남자가 한 여자를 끝없이 용서해 준다는 게 왜인 것 같아?"왜일까.죄책감이고, 정이고, 아이가 얽혀 있고, 무엇보다 마음속에 그 여자가 있어서였다."삼촌이 처음엔 작은 엄마를 별로 안 좋아했어. 나중에 좋아하게 됐지만 작은 엄마가 자기를 안 좋아한다는 걸 알았거든. 그래서 작은 엄마가 바람 피워도 눈 감아줬는데 그렇게 크게 떠들썩해져서 결국 할아버지까지 알게 될 줄 몰랐던 거야.""삼촌은 이혼하기 싫었는데 할아버지가 목숨 걸고 밀어붙이니까 어쩔 수 없었던 거지."그 이후로도 권정민은 고연정을 놓지 못했다.질긴 인연이든 깊은 정이든 고연정이 요구하는 건 다 받아줬다."그럼 지분은?""그냥 거래일 뿐이야. 그 지분이 지호랑 지민이한테 준다 해도 지킬 능력이 있겠어? 능력이 있으면 내가 탐낼 이유도 없고 능력이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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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권율 그룹 주얼리 전시회 전날 저녁.허설아한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전화를 받는 순간 허설아는 상대 목소리를 듣고 잠깐 멍해졌다."허설아 씨, 저 안유민이에요. 한 번 만나요. 내일 전시회에 허설아 씨 회사도 참가하죠? 안 오면 후회할 거예요."허설아는 가슴이 덜컥했다.안유민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공장 안에 서서 핸드폰을 들고 서 있던 허설아는 안유민 전화를 그냥 장난 전화라고 무시하려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열어보니 안유민이 보낸 턱에 점이 있는 남자의 사진이었다.허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민지강을 불렀다."저번에 찾아왔다는 남자가 이 사람이에요?"민지강이 목을 쭉 빼고 핸드폰을 가져가 보려다 손에 기계 기름이 묻어 있는 걸 떠올리고 옷에 슬쩍 닦으며 손을 거뒀다."맞아요, 이 사람이에요! 며칠 전부터 계속 생각해 봤는데 딱 이렇게 생겼어요!"민지강이 좀 흥분하며 말했다.허설아는 가슴이 철렁했다. 안유민이 이 사진을 보냈다는 건 예전에 허설아 공장에서 있었던 일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안유민한테서 메시지가 또 왔다."참, 깜빡했네요. 이 사람 찾기 어려운 거 당연하죠. 외국 나갔거든요. 요즘 이 사람이랑 사귀는 사람 이름이 안지혜예요."메시지를 보는 순간 허설아가 핸드폰을 꽉 쥐었다.바로 안지혜한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걸고 보니 안지혜가 있는 곳은 지금 새벽 세 시였다. 깨워봤자 소용이 없었다.걱정만 보탤 뿐이었다.하지만 안유민의 메시지에서 악의를 느낀 허설아는 약속 장소에 갈 생각이 없었다.그 남자가 지금 안지혜 곁에 숨어 있다 해도 안유민이 말한 곳에 간다고 달라지는 게 없었다.안지혜의 연애까지 책임져야 하는 건 아니었다.안유민이 착각한 것 같았다.다른 이유였다면 갔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드러낸 악의와 함정이 보이는데 발을 들일 이유가 없었다.핸드폰을 넣은 허설아는 전시회 준비 현황을 확인하러 다시 걸음을 옮겼다.점검을 다 마쳤을 때 안지혜한테서 국제전화가 왔다."설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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