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461 - Chapter 470

550 Chapters

제461화

둘 다 모르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쓸데없는 걱정을 내려놓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권율 그룹 쪽.안유민은 보낸 메시지에 허설아가 아무 답장이 없자 당황했다.허설아는 어쩜 이렇게 꿈쩍도 안 하는 거지? 내일 전시회에서 뭔가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도 안 되는 거야?안유민은 아직 권율 그룹 직원인데 전시회에서 내부적으로 뭔가 문제가 생겨서 전시에 영향줄까 두렵지도 않은 거야?안유민이 입술을 깨물며 휴대폰 화면을 노려보았다. 휴대폰을 홱 집어 던지고 한참 욕하더니 잠시 후 다시 집어 들고 마음을 다잡은 뒤 결국 전화 한 통을 걸었다.-오후에 허설아는 드디어 전시회 물품 점검을 마쳤다.내일 세부 사항에 빈틈이 없도록 확인했다.그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연희 학교 쪽에서 좀 와달라는 내용이었다.회사를 나서면서도 허설아는 계속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데 어떤 일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공장은 이상이 없었다.집에도 아무 일 없었다.허민정과 박희수는 오늘 도자기 전시회에 갔고 권정우는 병원에서 권호성 곁을 지키고 있었다.권지헌은 회사에 연희는 학교에 있었다.차를 몰고 나가 한참 달리던 허설아는 갑자기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챘다.연희 담임 선생님이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한 것이다!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학교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선생님, 안녕하세요? 혹시 저한테 오시라고 전화하셨어요?""아니요! 연희는 오늘 잘 있어요. 혹시 연희 보고 싶으셨던 건가요?"허설아의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혔다.침착하게 전화를 끊고 나서 허설아는 백미러를 확인했다.뒤에 차 한 대가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었다.검은 봉고차였다.번호판이 일부러 지워져 있어서 숫자를 알아볼 수 없었다.허설아가 핸들을 꽉 잡고 시내 쪽으로 차를 몰았다.뒤를 따르던 차가 허설아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커브 지점에서 갑자기 세게 들이받았다.허설아가 액셀 페달을 밟아 충격을 피했다.하지만 앞에 언
Read more

제462화

시끄러운 소리에 허설아가 깼다.눈을 뜨니 머리 위에 형광등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허설아는 적응하려 잠깐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깨어난 걸 본 침대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돌아서며 환한 얼굴로 말했다."깼어요?"허설아가 입을 열자 목이 쉬어 있었다. 충돌할 때 목에서 피가 났던 것 같았다."권지…… 민 씨? 여기 왜 있어요?"권지민 머리에도 붕대가 감겨 있었다."안유민이 사람 시켜서 형수님 차를 들이받으려는 전화를 들었어요. 형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허설아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또 있는 건지 확인이 안 됐어요."그래서 직접 찾아간 것이다. 안유민이 자기 사람이라고 권지민은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허설아한테 무슨 짓을 하라고 안유민에게 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권지민이 처음부터 원했던 건 허설아의 공장만 좀 건드려서 이 세상에 권지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려 한 것이었다. 허설아가 이런 귀찮은 일들이 많이 생기면 다른 사람을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권지민이었다. 하지만 안유민이 잘못 이해했다.허설아를 이번 전시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권지민이 제때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허설아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권지민이 하는 말 곳곳에서 구멍이 느껴졌지만 어디서부터 물어야 할지 몰랐다.눈살을 찌푸리는 걸 본 권지민이 바로 말했다."푹 쉬어요, 내일 또 올게요.""잠깐만요! 내 휴대폰 어디 있어요!""부서졌어요."휴대폰이 없으면 지금 권지헌한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며칠 동안 전시회 준비로 바빠서 어젯밤도 집에 못 들어갔다.권지헌은 돌아가지 않아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었다.허설아가 권지민을 빤히 바라봤다."구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휴대폰이 필요해요. 아니면 병원에서 나가야 해요.""뇌진탕이에요, 못 나가요. 의사가 한동안 쉬어야 한다고 했어요."권지민이 침착하게 누워 있는 허설아를 봤다.여리여리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도자기 같아서 그냥 보기만 해도 손이 가
Read more

제463화

맞는 말이었다.하지만 허설아는 그 말을 할 수 없었다.권지민이 무고하지 않다는 증거가 없었지만 구해준 건 사실이었다. 은인 앞에서 의심한다고 말하는 건 너무 배은망덕했다."구해줘서 고마워요."권지민이 고개를 저으며 안경을 끼고 허설아를 올려다봤다."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어요. 형수님이 저 하나만 도와주시면 돼요.""……뭘요?""나 한예린이 싫어해요, 한예린도 나 싫어하고요. 나랑 약혼한 건 지헌이 형한테 다가가려고 한 거예요. 나도 한예린이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형수님, 도와주실 수 있어요?"허설아는 이런 일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궁금했다.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박희수 내외한테 이 결혼 탐탁치 않다고 말하면 한예린이 진짜 권지민과 결혼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한예린이 지민 씨와 약혼한 게 권지헌 때문이라고요?""네. 나와 뜨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형 이름을 불렀어요. 그래서 께름칙하고요. 형수님도 남자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시잖아요."권지민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허설아 앞에서 이렇게 은밀한 얘기를 꺼내면서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단지 주제가 좀 난처할 뿐이었다. 허설아아 입을 벙긋거렸다. 한예린이 그 순간에 권지헌 이름을 불렀다고? 남자라면 당연히 불쾌할 일이었다."정말로 두 사람이 맞지 않는 거라면 어머님, 아버님한테 한번 말씀은 드려볼게요.""감사해요, 형수님."권지민이 일어서며 핸드폰 시간을 확인했다."먼저 내 병실로 갈게요. 의사가 찾고 있어서요. 형은 오는 중일 거예요.""네, 고마워요."권지민이 나가고 나서 허설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왜인지 몰라도 권지민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온몸이 긴장됐다.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웠다.불편한 사람이랑 같이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게 나았다. 아무도 없는 빈 병실이 오히려 허설아를 편하게 했다.살짝 열린 문틈 사이.권지민이 허설아의 홀가분해진 표정을 보며 씩 비웃
Read more

제464화

처음에 허설아도 이 일이 권지민과 관련 있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나쁜 추측도 했다.안유민이 사실 권지민 사람이라면?그 생각이 한번 들자 엿처럼 머리 속에 달라붙어서 도무지 지워지지 않았다.그 길은 허준 그룹 공장에서 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공장은 아주 외진 곳에 있었다.권지헌이 처음 찾아올 때도 어느 갈림길로 들어가야 하는지 한참 헤맸다.평소에는 회사 사람들 아니면 갈 이유가 없는 길이었다.권지민이 거기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수상했다.그런데 또 안유민 전화를 우연히 들었다고 했다. 이 모든 게 다 우연이라고? 그런데 안유민 입에서 또 다른 허설아 이름이 나올리가 있을까? 안유민이 마침 이 세상에서 다른 허설아를 알 리가 없잖아?권지민이 처음에 권지헌한테 알리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조금 전 어느 순간, 허설아는 권지민이 권지헌한테 계속 알리지 않으려는 건가 생각했다. 미묘한 기분이었다. 권지민이 허설아를 볼 때, 가끔 심한 소유욕이 느껴지는 눈빛이 있었다. 마치 허설아도 자기 것인 것처럼.그 감각이 너무 불쾌했다. 뭔가 끈적한 것이 몸에 달라붙은 것 같은데 보이지 않아서 털어낼 수도 없었다.허설아가 권지헌 손을 꽉 잡았다."지헌아, 나 퇴원하고 싶어. 우리 일단 집에 가자.""지금은 퇴원할 수 없어. 의사랑 경찰한테 확인하고 처리되면 퇴원하자."허설아가 권지헌 손을 더 세게 쥐었다.사실 아직도 진정이 안 됐다.눈을 감으면 차가 달려오던 장면이 그대로 떠올랐다. 몸이 멈출 줄 모르고 떨렸다. 등에 식은땀이 나고 사고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보다 공포와 불안이 더 컸다. 허설아가 목소리를 낮추며 권지헌 손을 잡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무서워. 집에 가자.""너랑 연희 두 번 다시 못 볼까 봐 너무 무서웠어."보이지 않는 손이 권지헌의 심장이 꽉 움켜 쥐는 것 같았다. 질식할 것 같은 통증이었다.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아 숨이 막혔다.권지민한테서 연락을 받은 건 연희 학교 선생님 전화를 끊은 직후였
Read more

제465화

권지민이 눈을 감았다. 온몸에 무력감이 밀려들었다.-권지헌이 떠들썩하게 일을 벌였다. 권씨 집안 사람들 모두 허설아가 교통사고를 당해 집에서 쉰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박희수와 허민정이 허둥지둥 별채로 달려왔다. 혈색 하나 없이 누워 있는 허설아를 본 두 사람은 손이 덜덜 떨렸다. 허민정이 달려오며 급한 마음에 어릴 때 부르던 애칭을 불렀다."아가! 멀쩡하다가 어쩌다 사고가 났어?""사고예요, 공장에서 나오다가 추돌했어요.""이게 어떻게 추돌사고야? 팔이며 무릎에도 온통 다 상처잖아!"허민정의 눈이 금세 빨개졌다.나이가 드니 눈물이 헤퍼졌는데 다친 게 허설아라니 더 말할 것도 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허설아가 창백하게 웃었다."괜찮아요. 지민 씨가 구해줘서 바로 병원에 가서 별일 없어요."사실 출혈이 있었지만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서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박희수가 아래위로 한참 살피다가 말했다."지민이가 구했다고?""네. 지민 씨도 다쳐서 아직 병원에 있어요.""어머, 그러면 가봐야겠다. 너도 참, 아이고! 올해도 다 지나가는데 사고가 나다니! 내일은 향이라도 피워야겠다!"허민정도 깊이 공감했다."그냥 초하루 아침에 일찍 가서 첫 향 피울래요? 연말이고 한 해를 마무리할 때잖아요. 초하루에 복 빌러 가요.""네, 언니 말대로 해요. 한밤중에 줄 서러 가야겠네요!"허설아는 말문이 막혔다.두 사람 나이를 합치면 백 살이 넘는데 한밤중에 줄을 서러 간다고?몸이 버틸 수 있을까?말려도 소용없다는 건 알았다.집에 돌아온 권서진은 낮에만 해도 멀쩡하더니 저녁에 병상에 누워 있는 허설아를 보고 놀라며 걱정했다. "언니, 안 나와도 돼요. 내일 내가 잘 할 수 있어요, 믿어줘요!"허설아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메인은 서진 씨한테 넘길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가야 해요. 이번에 누가 됐든 내가 전시회에 못 나오길 바랐겠지만 그래도 갈 거예요. 무엇보다 우리가 같이 만든 첫 작품인데 눈부신 순간을 함께하고 싶어요, 후
Read more

제466화

권서진이 눈물을 닦았다."어제 오후, 누군가 언니한테 메시지를 보냈어요. 요구하는 장소에 나타나지 않으면 오늘 주얼리 전시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했어요.""그리고 어제 오후에 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그런데도 주얼리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다친 몸으로 오늘 여기 왔어요."권서진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뒤를 돌아 주얼리를 바라봤다."이 주얼리는 마음속에 족쇄를 품고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모든 여성분들께 드리는 거예요. 모두 각자의 껍데기를 뚫고 나와 가장 아름다운 나비가 되시기를 바라요." 권서진은 진심이 담긴 말을 하며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커팅이 완벽한 주얼리는 조명 아래 화려하게 빛났다.자리에 있던 사모님들 중 많은 사람들이 권서진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권서진을 아는 사람들은 이런 재능이 있을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사모님들이 그 자리에서 통 크게 주문했다. "서진아, 나 두 세트 주문할게! 한 세트는 딸 성인식 선물로 줄래."권서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한 세트에 3억이에요. 정말 두 세트 하시겠어요?""맞아! 서진이 너 응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주얼리에 담긴 이야기부터 의미까지, 그리고 디자인도 다 마음에 들어."그 사모님이 옆의 지인들을 돌아봤다."우리도 젊을 때 다 고생하며 왔잖아요? 이 아이들 보니까 우리 젊을 때 생각이 나네요."몇몇 사모님들도 그 자리에서 탈피 세트를 주문하겠다고 했다.권서진과 허설아가 함께하는 주얼리 회사이기 때문에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권서진은 그런 걸 개의치 않았다.처음부터 권씨 집안 딸이었다.신분을 이용할 때는 이용해야 했다. 허설아 신분을 공개하는 건 미리 상의한 것으로 허설아 본인의 뜻이었다.원래부터 오늘 공개하기로 계획했던 것이었다.권지헌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기도 했고 그동안 나돌던 소문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기도 했다.기자들이 재빨리 마이크를 허설아 앞으로 내밀었다.권지헌이 마이크를 쥐며 분위기만으로도 압도되는 목소리로 말했다."제 아내가
Read more

제467화

고작 몇 가지 질문에 저렇게 신경 쓰다니.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어제 제가 교통사고가 나서 아직 걱정하니 이해해 주세요. 앞으로 저를 인터뷰할 일이 있으시면 저는 허설아라는 이름이 더 좋네요. 권 사모님 호칭은 일단 저희 어머님한테 쓰시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서요."그 순간 눈치 빠른 여기자가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권 대표님, 앞으로 저희가 허설아 씨 남편으로 불러도 괜찮으세요?"허설아도 고개를 들어 권지헌을 봤다.시선이 마주치자 권지헌이 슬그머니 웃었다. 묘하게 으스대는 표정이었다."당연히 괜찮죠." 현장 기자들은 다들 질릴 만큼 달달하다는 표정이었다.권지헌이 마이크를 돌려주고 언론에 마무리 손짓을 했다.아쉽지만 기자들도 허설아의 안색이 좋지 않고 머리에 붕대까지 감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이 정도 시간을 내준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기자들도 바로 정리하고 권서진한테로 몰려갔다.권씨 집안 딸인 만큼 권서진은 기자들의 마이크와 카메라 앞에서 여유로웠다. 김지유와 송원영을 카메라 앞으로 끌어들였다. 허설아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났다.그 순간 왜 누군가 자기를 노렸는지 갑자기 이해가 됐다.허설아 한 사람 때문이라면 솔직히 선뜻 납득이 안 됐었다.처음엔 허설아도 권지헌 아내이기 때문에 눈 밖에 난 건 아닐까 싶었다.하지만 생각해보면 결혼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협이 될 리는 없었다.결국은 허설아의 커리어가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건드린 것이다.탈피 시리즈의 성공적인 론칭으로 허설아 회사와 주얼리 브랜드 à l'aube가 주얼리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그 사람들이 노리는 건 허설아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더 중요한 건 허설아의 성공이 권율 그룹 산하 주얼리 사업 전체를 재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원래도 권율 그룹 주얼리 전시회는 업계 선두였다. 매년 주얼리 부문 수익이 그룹 전체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허설아는 권지헌의 아내이고 권서진은 셋째 권정열의 딸로 다 권씨 집안 사람이었다.à l'a
Read more

제468화

예전의 강시우도 그랬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지금의 권지민도 똑같았다.허설아의 관심은 그런 사람들에게 없었다.허설아가 아무리 공부에 관심이 없어도 건영대 수업은 과제가 만만치 않았다. 영어 강의가 많았고 논문도 셀 수 없이 많고 각종 대회도 끊이지 않았다.허설아는 모든 에너지를 권지헌한테 쏟고 자신을 꾸미고 공부를 하는 것만으로도 쏟아부었다. 그때의 허설아는 자신감 하나만큼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유일한 고민이라면 영어 듣기 평가를 합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권지헌 같은 사람도 마음을 움직였는데 허설아를 좋아한 사람이 강시우 하나였을 리 없었다.다행히 허설아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권지헌은 허설아 몸이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됐다.겉보기엔 생기 있어 보였다.기자가 질문할 때 전시회 현장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었고 권율 그룹 자체 중계도 있어서 권서진의 무대 발언과 허설아 인터뷰가 그대로 퍼져 나갔다.비서팀은 계속 여론을 모니터링했다.다행히 전부 긍정적이었다.[저번 발표회 때도 서풍 작가랑 권 대표님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어쩐지 서풍 선생님이 참고 자료가 잘생긴 남자들이 많다고 했어……][선생님이 올리신 공개 일러스트가 권 대표님이랑 닮아 보이더라니까요!][이 얼굴이 고아현이랑 닮았다고? 비교가 됩니까!]허설아가 재벌가로 시집갔다는 말도 나왔다.하지만 금방 누군가 댓글을 달았다. 오늘 탈피 시리즈만 봐도 허설아 본인이 재벌이 될 거라고.탈피 시리즈는 주얼리 전시회에서 거래 금액이 수백억을 넘겼다.공개한 첫 번째 세트만의 실적이었다.사모님들이 권서진한테 개인 의뢰를 맡기겠다고 줄을 섰다. 원하는 디자인을 단독으로 제작하는 프라이빗 오더였다.가격은 당연히 더 높았다.à l'aube의 브랜드 가치도 한 단계 더 높아지게 되었다.이대로 가면 허설아가 재벌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생방송 댓글에 허설아의 어제 교통사고가 석연찮다는 말이 나왔다.[오늘 전시회를 하는데 서풍 작가가 약속 장소에 못 간다고 하니까
Read more

제469화

안유민이 핸드폰을 부여잡고 서둘러 권율 그룹을 빠져나가려 했다.그런데 건물을 채 나서기도 전에 경비원들이 가로막았다.경찰이 권율 그룹 빌딩 앞에 서서 신분증을 꺼내며 말했다."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고의 상해 혐의가 있으니 함께 가서 조사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안유민은 넋이 나간 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핸드폰에 메시지를 주고받은 계정은 이미 없었다.처음부터 윗선이 해외 익명 계정으로 연락해 온 것이었다.계정이 삭제된 지금, 윗선과 연락했다는 증거를 내밀 수조차 없었다.안유민은 심장이 떨렸다.윗선이 자기를 이렇게 내팽개칠 리 없었다. 절대 그럴 리 없었다.안유민이 끌려가는 걸 목격한 권율 그룹 직원들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마케팅팀 쪽에서 누군가 혀를 찼다."이 타이밍에 경찰한테 끌려가면 허 대표님 사고랑 관련 없을 수가 없지!"안초희와 김아림은 눈을 마주치고는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두 사람 다 허설아와 친하다는 게 알려져 있었다. 지금 뭘 해도 허설아한테 불똥이 튈 수 있었기에 그냥 입 다물고 할 일이나 하는 게 최선이었다.마케팅팀 안에서도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이 있었다.전에 허설아를 난처하게 한 건 없는지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허설아는 팀에서 가장 말이 잘 통하고 성격 좋은 사람이었다.표 만드는 것, 프린트, 커피 심부름, 누가 부탁해도 군말 없이 해줬다.하기 싫은 야근도 몰래 수당을 건네주면 금요일 퇴근 후에 남아서 동료 일까지 다 마무리해 줬다.그중 몇몇 사람들이 수군거렸다."허설아 씨, 딸도 있잖아? 어떻게 권 대표님한테 들러붙은 거야…….""예전에 권 대표님 사무실에 자주 갔던 게 그래서……."둘이 소곤소곤 붙어서 떠들었다.안초희가 커피잔을 책상에 탁 내려놓으며 물이 책상 위에 튀었다."설아 씨랑 권 대표님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만났어. 사랑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면 온라인에서 찾아보든가. 아니면 다음 회의 때 권 대표님한테 직접 물어봐. 어차피 뒷담화보다는 낫잖아."안초희의
Read more

제470화

권지헌 서재.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환하게 켜진 핸드폰 화면에 허설아 방 CCTV가 연결돼 있었다. 깨서 누군가를 찾으면 바로 내려갈 수 있도록 했다.다행히 허설아는 전시회 다녀온 후 지쳐서 눈을 감자마자 잠들어버렸다.권지헌이 무테 안경을 벗어 옆에 던지자 책상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피곤한 듯 미간을 꾹 눌렀다.손가락으로 책상을 탁탁 두드렸다.몇 번 두드리는데 서재 문에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권지민 목소리가 전해졌다. "형.""들어와."서재에 들어선 권지민은 먼저 권지헌 핸드폰 화면 속 눈을 감고 자는 허설아를 발견했다.불과 몇 걸음 거리인데도 지금도 걱정돼서 직접 지켜보고 있는 거야?그 생각이 밀려들며 준비해 뒀던 생각들이 다 뒤섞여버렸다.권지헌이 책상 앞에 앉아 고개를 들어 눈앞에 선 권지민을 불확실한 눈빛으로 바라봤다.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어도 정을 따지면 권씨 형제들은 서은석과 비교가 안 됐다.권지헌은 동생들에게 큰 형으로서 가르쳐야 할 책임감이었다. 정은 있었지만 깊지 않았다.권지헌의 눈빛이 먹물이 번진 것처럼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권지민을 보는 시선은 등줄기에 가시가 박힌다는 말을 실감할 것 같았다."말해. 왜 거기 있었어."권지민은 알고 있었다.권지헌이 그렇게 노골적인 구멍을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그래, 권지민은 거기 있어서는 안 됐다.권지민이 가지 않았다면 권지헌은 허설아 사고 소식을 듣고 나서도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숨김없는 적나라한 의심에 권지민은 손이 떨렸다. 권지민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차분하게 말했다."안유민이 내 사람이니까. 형 이미 알아낸 거 아니야?"권지헌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쳐다봤다.사실 권지헌은 처음에 몰랐다.낮에 회의하러 가면서 운전하던 조민규가 문득, 허설아가 보내온 턱에 점 있는 남자 사진이 낯이 익다고 했다.권지민 예전 비서 같다고 했다."안유민이 나한테 연락해서 형수님한테 밥 먹자고 약속 잡았는데 안 갔다고 하더라고. 옛 동료끼리 약속인가 싶어서 그냥
Read more
PREV
1
...
4546474849
...
5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