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481 - Chapter 490

550 Chapters

제481화

권지헌이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인간은 대응할 가치도 없었다. 이 죽어가는 개새끼보다 중요한 건 전화번호들 뒤에 숨어 있는 인물과 안유민이었다.차에 오른 권지헌이 지시했다."안유민한테 가자."조민규가 망설이며 물었다."방금 사모님께서 전화하셔서 언제 식사하러 돌아오실 거냐고 물어보셨습니다."그믐날 밤이라 유치장에 가기엔 영 좋지 않은 시간이었다.권지헌이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고 미간에 맺힌 살기를 조금씩 덜어냈다.서은석이 차에 타면서 말했다."설 지나고 가지 뭐. 어차피 도망갈 것도 며칠 두면서 겁이나 잔뜩 주자."지금 가봤자 진실을 들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권지헌의 머릿속엔 이미 대략적인 답이 그려져 있었다. 안유민을 찾아가는 것도 그저 자신의 추측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선 무슨 말을 해도 악의적인 누명 씌우기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았다.권지헌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집에 가자.""알겠습니다."차가 권씨 본가에 도착했다. 조민규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허설아가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조민규가 황급히 창문을 내리며 웃었다."사모님.""수고했어요, 조 비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빨리 집에 가세요."허설아가 건네는 빨간 봉투를 만져보니 제법 묵직했다. 금팔찌도 하나 들어있었는데 무게가 50그램쯤 되어 보였다. 유명한 금 브랜드의 올해 신상품으로 공임비만 해도 수십만 원은 나갈 물건이었다.허설아가 입을 열었다."이건 사모님께 드리는 거예요. 집에 가서 선물 사느라 늦었다고 하세요, 혼나지 않으시게요.""아이고…… 사모님, 이건 너무 과하십니다!"조민규는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했다."받으세요. 비서님의 업무량과 노고를 생각하면 충분히 받을 자격 있어요."허설아가 말하며 권지헌에게도 눈짓했다. "이건 설아가 주는 거고, 내가 주는 건 월급에 포함돼 있어."원래 조민규의 연봉은 14개월분이라 연말에 두 달치 월급을 보너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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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권씨 저택의 그믐날 밤은 평화로웠다.제때 돌아오지 못한 권지호와 해주시에 있는 권지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있었다.권호성이 한 바퀴 둘러보다가 권정민이 보이지 않자 물었다."정민이 어디 갔어?""오늘 저녁에 지민이랑 같이 식사하고 내일모레쯤 돌아온대요."권호성이 코웃음을 쳤다.하지만 표정은 한결 누그러졌다."이럴 땐 아비 노릇 좀 하는구먼. 계속 정신 못 차리고 살 줄 알았더니."권호성에게 권지민은 어떻게든 권씨 집안의 아이였다.심지어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이 있어서 더 챙겨주고 싶어 했다.다만 권지민을 위해 골라준 신붓감이 결국 또 잘못된 선택이었을 줄이야.녹음 파일을 떠올린 권호성은 사실 처음엔 분노했다.하지만 나중엔 죄책감으로 바뀌었다.권호성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지민이는 한씨네 계집애가 마음에 안 드나 보지?"권정우가 거들었다."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며칠 전 그 아가씨 친정에 갔잖아요? 지민이한테 보내서 정이라도 붙여볼까요?"권호성이 또 한숨을 쉬었다."됐어, 그냥 내버려둬. 싫다면 혼사를 취소해야지."녹음 파일이 권호성에겐 충격이 너무 컸다. 권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둘째한테 말해서 지민이 의사를 한번 물어보게 할게요."자식 일은 부모가 알아서 할 일이었다.권호성의 시선이 조용히 식사 중인 권지혁과 권서진에게 향했다."서진이는 올해 경원시 쪽 지사로 가거라."권서진은 손이 떨려서 젓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허설아를 바라봤다.눈동자엔 두려움이 가득 서려 있었다.권서진은 가기 싫었다.그곳에 가면 더 이상 주얼리 관련 일을 할 수 없고 자신이 원하던 커리어와도 영영 멀어지게 될 테니까.권호성이 권서진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코웃음을 쳤다."왜? 이젠 내 말이 안 먹혀?"허설아가 대신 답했다. "전 동의할 수 없어요. 서진 씨는 제가 계약한 디자이너예요. 서진 씨가 떠나면 제 회사는 영혼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권호성이 보기에 권율 그룹의 주가 상승이 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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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너, 너!""저요? 할인 안 해드려도 되고 거기에 설 세뱃돈까지 주신다는 말씀이세요? 너무 감사드려요. 그럼 총 300억만 주세요."권호성은 갑자기 가슴이 조여오는 것 같았다.허설아는 완전히 협박에 갈취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탈피 시리즈가 허설아의 회사에 가져다준 상업적 가치가 200억을 훨씬 웃돈다는 거였다. 권호성이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이 위약금의 존재 자체는 합리적이었다."권지헌, 네 마누라가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거냐? 난 네 할아버지란 말이다!"권지헌이 허설아에게 국을 떠주며 말했다."좀 먹어, 기름기 없어."권지헌은 그제야 권호성을 올려다보았다."제 세뱃돈도 설아한테 입금해 주시면 돼요. 제 돈은 다 설아 거니까요."권호성은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며 간신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식사가 끝날 때까지 권서진을 경원시로 보낸다는 말은 다시 꺼내지 않았다.권서진이 살며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허설아가 권지헌의 손목을 톡톡 건드렸다.권지헌이 태연하게 말했다."할아버지, 내일 작은 삼촌 내외분 모셔다가 함께 명절 보내도록 할게요."권호성이 되물었다."……누구를 데려온다고?"권지헌이 담담하게 대답했다."할아버지도 많이 보고 싶어하시는 것 같던데요. 서진이도 올해 정말 잘했고 삼촌 내외분께도 보여드려야죠. 할아버지 혼자만 서진이 칭찬하실 수는 없잖아요."사실 권호성은 권서진을 칭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계산만 했을 뿐이다.권정열과 진하윤이 돌아오면 또다시 난리가 날 게 뻔했다. 권호성은 무슨 일이 있어도 두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았다!"안 돼! 네가 나를 조금이라도 할아버지로 여긴다면 절대 두 사람 돌아오게 하지 마라! 권지헌, 나 화병 나서 죽이려고 작정했어! 결혼하고 나더니 다 컸다 이거야? 장유유서가 뭔지도 몰라?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찼어?"권지헌이 침착하게 권호성과 눈을 마주쳤다."서진이 정말 잘하고 있어요. 지금 회사를 떠난다면 권율 주얼리밖에 어울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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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송원영은 한참을 생각한 끝에야 저녁에 있었던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계약을 논의하던 거래처 담당자와의 대화 중에 갑자기 우연히도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같은 학년이고 옆 반이라 공통으로 듣는 과목의 선생님들이 많았다. 고등학교 시절 이런저런 얘기들이 자연스레 오갔다.계약은 송원영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순조롭게 진행됐다.다만 그 뒤로 몇 번 식사 자리나 만남 제안이 있었는데 별문제 없어 보이는 자리들이라 송원영도 응했다.그러다 어젯밤에 담당자가 휴대폰을 몇 분 빌린 적 있었다. 집에 돌아온 뒤 송원영은 자료 정리를 하려다가 송민우와 또 한바탕 싸웠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도 잊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그러다 지금 창밖의 불꽃놀이와 폭죽 소리에 잠을 깨고 휴대폰을 확인하다가 이 상황을 발견한 것이다!송원영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앨범을 열어보니 역시나 그 사진이 있었다. 아마 상대방이 자료를 보낼 때 함께 선택돼서 전송했는데 송원영이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알았다고 해도 그렇게 큰일은 아니었다.송원영이 그 게시물을 눌러보니 누군가 댓글로 남자친구냐고 물어본 게 보였다.그 사람은 송원영과 서은석의 공통 친구였다.그 말은 이 댓글을 서은석도 봤다는 뜻이었다.송원영은 자기와 서은석의 관계를 sns에 공개하지 않았다. 허설아 부부를 빼고는 송씨 집안조차 서은석과 사귄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연애라고 하기도 뭐한 게, 바쁠 땐 송원영이 서은석을 완전히 방치했기 때문이다. 매번 서은석이 회사로 찾아왔고 와서는 또 자연스럽게 일을 거들어주기도 했다.허설아는 농담 삼아 서은석이 회사 비정규직 멤버가 다 됐다고 할 정도였다.송원영이 바로 그 게시물을 삭제했다.잠시 후 휴대폰 화면이 번쩍 켜졌다. 송원영이 침대에서 번쩍 몸을 일으키며 화면을 열었다. 서은석의 답장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어젯밤 식사했던 거래처 담당자가 왜 게시물을 지웠냐고 묻는 메시지였다. 송원영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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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송원영에겐 서은석이 자신을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송원영이 사귀는 걸 공개하지 않은 건 줄곧 서은석과의 연애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서은석이 신선함이 사라져 질려서 좋아하지 않게 되면 아무런 미련도 없이 송원영을 그의 세상에서 밀어낼 수도 있었다. 처음 사귀기로 한 것도 일시적 충동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한 것이었다. 송원영이 쓴웃음을 지었다. 무언가 심장을 쥐어짜는 것 같아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휴대폰을 한참 들여다보던 송원영은 게시물을 해명하려다가도 결국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그냥 이대로가 나을지도 몰랐다.-다음 날.칠흑같이 검은 롤스로이스가 셋째네 별채 앞에 멈춰 섰다.권지혁이 다가가 문을 열며 불렀다."아빠, 엄마."권정열이 고개를 들어 둘러보더니 입을 삐죽였다."너희들 이 건물로 이사 왔어?""네, 전에 지민이 약혼식 때 다들 이사했어요."권정열이 짧게 대꾸했다. "그것도 좋지. 우리 식구끼리 모여 있으면 편하고 누구 눈치 볼 일도 없으니까."권정열이 손을 들자 권지혁이 알아차리고 다가가 부축했다. 팔을 권정열의 겨드랑이에 끼우고 몸을 들어 올려 미리 준비해 둔 휠체어에 앉혔다.젊었을 적 저지른 망나니짓 이후로 권호성은 강성시 쪽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권정열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하지만 그 일로 장애인이 되었고 다리가 한쪽만 남게 되었다. 평소 별장에서 갈 곳도 없으니 권정열은 의족을 만들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젊었을 때의 기개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이제 간신히 다시 저택으로 돌아온 권정열과 진하윤은 별장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권서진이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아빠, 엄마, 방 정리해 뒀어요. 전에는 두 분 2층에 지내셨는데 이제 아빠 다리가 불편하시니까 1층에서 지내세요."진하윤이 소파에 턱 주저앉으며 다리를 꼬고 말했다."우리 집 방도 충분한데 죽일 놈하고 같은 방 쓸 생각 없어. 나 혼자 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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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전에 진하윤과 권정열을 만나러 갔을 때는 따로따로 만났었다.때문에 권서진과 권지혁이 보는 앞에서 두 사람이 마주친 적이 없었다.그래서 진하윤과 권정열의 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는 걸 권서진은 몰랐다. 권서진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엄마, 그럼 아빠랑 왜 이혼 안 해요?"이혼하면 진하윤도 권호성한테 감금당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진하윤이 차갑게 웃었다. "이혼? 그놈 소원 이루라고? 난 평생 권정열 옆에 죽기 살기로 붙어 있을 거야!"권서진은 이를 가는 듯한 진하윤의 증오를 느낄 수 있었다.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미워하면서 왜 헤어지지 않고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걸까?하지만 진하윤의 눈동자 깊숙이 독이 서린 듯한 시선을 마주하자 권서진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엄마, 앞으로 내 옆방에서 주무세요. 무슨 일 있으면 나 불러요.""좋아, 뭐든 좋아. 너랑 네 오빠 이 집은 어떻게 나눌 거야?"권서진이 빙그레 웃었다."당연히 오빠한테 줘야죠. 나중에 결혼해서 신부도 맞이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오빠가 이미 집 한 채 사줬어요. 올해는 나도 돈 꽤 벌었으니까 엄마가 여기서 지내는 게 불편하면 우리 나가서 살아요."권지혁과 권서진은 서로가 손해 볼까 봐 걱정했다.이 부분에 관해선 진하윤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진하윤이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나가자고? 안 나가, 난 여기 있을 거야. 권정열 그 죽일 놈 개새끼 기분 더럽게 만들 거야."진하윤이 침대에 앉아 창문 너머로 아래를 내려다봤다.맞은편 건물에서 찐빵처럼 통통한 어린 여자아이가 사과나무 아래 그네를 타며 춥지도 않은지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게 보였다.진하윤이 미간을 찌푸렸다."저 애는 누구야?""큰오빠랑 새언니네 딸인데 이름은 연희예요. 너무 귀엽죠?"이번 명절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권지헌이 뒤에서 손을 쓴 덕분이라는 걸 진하윤도 알고 있었다.권지헌의 목적이 무엇이든 셋째네 집안에는 좋은 일이었다.진하윤은 젊었을 때 몇 년간 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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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인사를 마친 연희는 다시 돌아가 자기 책을 보았다. 계획이 방해받았다고 짜증 내는 기색도 없었다.권정열이 시선을 거두며 물었다."아버지는?""아침에 저택으로 돌아가셨어. 뵈러 갈래?"권정열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비아냥거렸다."날 보기 싫으시다는 건데 괜히 가서 푸대접받을 일 없잖아!"그동안 권정열은 권호성과 전혀 연락하지 않았고 서로 가슴 속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권정우가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너도 화 좀 풀어! 자식으로 생겨서 부모한테 계속 화낼 거야?"권정열이 자신의 텅 빈 왼쪽 다리를 탁 쳤다."형님은 말이 쉽지. 이 다리가 동의하는지부터 물어봐요!"당시에 권호성이 빠르게 판단해서 과감하게 손을 쓰지 않았다면 권정열이 잃은 건 다리 하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말을 권정열한테 해봐야 통하지 않았다. 통할 거였으면 이렇게 수년간 틀어지지도 않았겠지. 권정우가 아예 손을 내저었다."내가 말을 꺼낸 게 실수였어. 너희들도 돌아왔으니 설 잘 쇠고 다른 일은 일단 넣어두자!"권정열이 코웃음을 쳤다.-명절 연휴는 금방 지나갔다.허설아는 원래 첫 설 연휴인 만큼 정월 대보름까지 쉬려고 했는데, 웬걸 권서진과 김지유가 매일 출근하라고 재촉했다.그래서 규정대로 휴가를 끝냈다.권서진은 허설아처럼 사업 욕심이 없는 대표는 처음 본다고까지 했다.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 "올해는 생산 목표량도 높이고 디자인 요구사항도 강화할 거예요. 출근한다고 좋을 건 없을 텐데요.""그래도 집에서 매일 부모님 싸우는 거 보는 것보단 나아요."셋째네 별채는 권정열과 진하윤 부부가 돌아온 이후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어젯밤에는 가정부가 권정열 방에서 나오는 걸 본 진하윤이 난리가 났다. 권지헌까지 한밤중에 일어나서 중재하러 가며 허설아에겐 계속 자라고 했다.권씨 저택에서 전혀 영향받지 않은 허설아 빼고는 제대로 잠을 잔 사람이 없었다.허설아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웃었다."지헌이가 오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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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송원영이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엄지손가락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 감을 때 마취도 안 했었다.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창백한 입술로 허설아에게 기대 누우며 휴대폰 화면을 잠갔다.송원영은 이 일로 너무 상심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컨트롤할 수 없었다.게다가 서은석은 자신의 첫사랑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남자였다. 송원영의 짧은 연애는 허겁지겁 시작했다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송원영이 휴대폰을 손에 꽉 쥐었다.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눈가에서 흘러내렸다. 얇은 어깨가 연약한 나비 날개처럼 가볍게 떨렸다.처음엔 그냥 이대로 끝내는 게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설령 서은석에게 그냥 게임이었어도 상관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었다.하지만 송원영의 가슴이 저도 모르게 시큰거렸다. 어디선가 밀려온 눈물이 그녀를 삼켜버렸고 입술 사이로 짠 눈물이 느껴졌다. 송원영이 아픈 거라 생각한 허설아가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많이 아파요?"송원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삼키고 닦아냈지만 아무리 닦아도 계속 흘러내렸다."아파요, 너무 아파요."허설아가 손을 뻗어 송원영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달랬다."조금 있다가 서진 씨한테 집에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오늘 연휴 끝나고 첫 출근이라 회사에는 일도 많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요."연후 뒤 첫 출근 날이라 일이 많지 않았다.송원영이 다친 건 엄지손가락이었다. 다행히 의사는 잘 관리하면 괜찮다고 했고 통증을 제외하면 다른 문제는 없다고 했다.송원영을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차에 오르던 권서진은 조수석에 놓인 서류 봉투를 발견했다. '권율 그룹'이라고 적힌 크라프트지 봉투를 본 권서진이 이마를 탁 쳤다."언니, 아침에 이 서류 지헌 오빠한테 준다는 걸 깜빡했어요. 성동쪽 쇼핑몰 프로젝트인데 언니가 오빠한테 전해줄래요?"허설아가 손목을 들어 시계를 봤다.이 시계는 권지헌이 새해 선물로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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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오랜 심문 경험이 있는 경찰은 안유민의 말 속에서 빠르게 포인트를 캐치했다. "허설아 씨가 누구를 건드렸다는 겁니까?"안유민의 목소리가 툭 끊겼다!경찰의 단호한 시선을 마주하자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려 이를 꽉 깨물고 조용히 말했다."권지민이요. 허설아는 권지민을 건드렸어요."경찰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방문 위쪽 창문으로 남자가 음침하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키가 커서 머리가 거의 문틀 꼭대기에 닿을 듯했고 창문 위치에선 두 눈만 보였다.권지헌이 고개를 저었다.권지민이 아니거나 권지민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안유민이 손바닥에 식은땀으로 가득한 채 웅얼거리며 말했다."그…… 그리고 송민우랑 송민재도요. 제가 허설아 회사를 망하게만 하면…… 저한테 대가를 준다고 했어요."구체적으로 어떤 대가인지 안유민은 말하지 않았다. 분명 뻔한 것들일 것이다. 두 사람에 대해 권지헌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권지헌 주머니 속 휴대폰에는 그의 것이 아닌 유심칩이 들어 있었다. 그믐날부터 지금까지 처음으로 울리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어느 작은 나라에서 걸려 온 국제전화였는데 누가 봐도 또 익명의 일회용 전화번호였다.제법 은밀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권지헌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음성 변조기를 거쳐 바뀐 상태였다."최근에 시간 나면 피해 있어. 건영시에 있다가 권지헌한테 잡히지 말고."말을 마치자마자 전화가 끊겼고 전화를 받은 사람이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권지헌이 심문실 안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안유민을 노려봤다.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휴대폰 화면을 문질렀고 매끈한 화면에 지문이 남았다.방금 그 전화는 송씨 집안의 두 멍청이가 아니었다.권지민도 아니었다.어쩌면 안유민 본인도 줄곧 자신을 조종해 온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것이다.권지헌이 심문실 문을 확 밀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입춘 후, 건영시는 초봄 날씨에 작은 눈송이가 흩날리며 아직은 쌀쌀한 햇살이 비추었다. 찬바람에 권지헌의 코트 자락이 휘날렸다.가슴속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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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허설아는 권지헌의 사무실에 앉아서 의자를 빙글빙글 돌렸다.수천만 원짜리 사무용 의자는 확실히 허설아가 중고 가구 시장에서 10만 원 주고 사 온 것보다 편했다.심지어 마사지 기능까지 있었다.이 의자에 앉으니 허설아는 사무실에서 눌러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조민규가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사모님, 커피 드시겠어요?""고마워요. 거기 놔주세요."권지헌의 사무실 뒤쪽은 통유리창이 있어 앞에 서면 건영시 대부분의 빌딩이 내려다보였다. 이 추운 날씨에 여기 앉아서 햇볕을 쬐니 허설아는 몸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조민규가 웃으며 물었다."사모님, 저희 대표님 사무실 어떠세요?""냄새나요."조민규가 긴장하며 어디 청소가 잘 안됐는지 물으려는데 허설아가 혀를 차며 감탄했다."쿰쿰한 돈 냄새가 나요."권율 그룹 대표 사무실은 확실히 곳곳이 사치스러웠다. 하지만 이것도 권씨 집안이 수십 년간 쌓아왔기에 지금의 사업 규모가 가능한 거였다.허준 그룹은 전에 연동근과 허민정 손에 있을 때 소박하고 절제된 스타일이었기에 권율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조민규가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그럼…… 저희 대표님 돌아오시기 전에 물건들 옮겨드릴까요?"허설아가 의자를 돌려 조민규를 마주 보며 가슴 아파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럴 순 없죠! 제 사무실에 이렇게 큰 책상이랑 의자 들어갈 공간이 어디 있어요!"조민규가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권지헌을 맞이했다."설아 얼마나 기다렸어요?""30분 전쯤 서류 전달하러 오셨다고 하시면서 지금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권지헌은 조민규의 얼굴에 숨겨지지 않는 꾸밈없는 웃음을 흘깃 보며 코웃음을 쳤다."뭐라고 했어?""대표님 사무실 인테리어가 아주 마음에 드신대요. 특히 의자가 좋으시대요."권지헌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사무실 앞에 도착하자 비서팀 직원이 다가왔다."대표님, 사인하실 서류가 몇 개 있습니다."조민규가 펜을 건네자 권지헌은 고개를 숙여 한 번 훑어보고는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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