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501 - Chapter 510

550 Chapters

제501화

연희를 잘 키워서 나중에 데릴사위를 들이면 아이들 성을 권씨로 해도 괜찮았다."저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설아가 꿈에서 그 아기를 봤대요. 아기가 다시 온다고 약속했대요."박희수는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고개를 돌려 슬쩍 눈물을 닦아내고 입가에 맴도는 수많은 말을 뒤로한 채 겨우 한 마디만 했다."그래, 우리 잘 보살펴주자. 유산도 산후조리도 제대로 해야 회복할 수 있어, 절대 소홀히 하면 안 돼."권지헌이 허설아의 손을 이불 속에 넣어주고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준 뒤 미간을 펴주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밖에 있던 권정우는 권지헌이 나오는 걸 보고 입 모양으로 물었다. "설아는 어때?""지금은 괜찮아요. 아빠, 한 가지 상의드릴 게 있어요."무겁게 가라앉은 권지헌의 눈엔 씻어낼 길 없는 슬픔 외에도 형체가 보일 듯한 분노와 증오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깜짝 놀란 권정우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권지헌이 진심이었다."너…… 그래도 네 할아버지잖니. 지헌아, 너무 극단적으로 하면 안 된다."권지헌의 눈엔 온통 핏발이 선 채, 어금니가 부서질 듯 깨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뱉었다. "할아버지가 권지호한테 이 모든 걸 지시했을 때, 내 와이프와 아이라는 걸 생각이나 했을까요?"권지헌의 목소리엔 칼날 같은 분노가 실려 있었다.권정우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달래보려고도 했지만 권정우도 알고 있었다. 만약 허설아만이었다면, 어쩌면 되돌릴 여지가 조금은 있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그 교통사고로 허설아의 몸이 약해지면서 아기도 떠났다.권지헌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사실 권정우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다만 윤리와 도리가 권정우를 묶고 있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권정우도 아버지가 왜 그렇게 잔인한지 이해되지 않았다. 권지헌을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만들려고 살인 청부까지 불사하다니.권지호는 결국 이익 때문이었다!권정우는 권지헌이 상의하는 게 아니라 통보라는 걸 알고 있었다.권정우가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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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일주일이 지나고 정월 대보름이 다가왔다.허설아도 드디어 퇴원해서 권지헌과 함께 정형외과로 갔다.아직도 병상에 누워 있는 진하윤을 병문안했다.진하윤은 쓰러질 때 무릎이 계단에 부딪히며 왼쪽 정강이뼈가 골절돼 침대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정신 상태는 괜찮았는데 허설아가 찾아온 걸 보고 오히려 의외인 듯했다."누워서 푹 쉬지 않고 여기는 왜 와?""오늘 퇴원해서 집에 가는 길인데 잠깐 작은 어머니 뵈러 왔어요. 그날 일 감사드려요."진하윤은 권서진이 깎아준 사과를 받아서 허설아한테 건네려다가 다시 손을 거두고 자기가 먹었다.몇 입 베어 먹고 나서야 진하윤이 말했다."차가운 과일은 먹지 마, 내가 먹을게. 그날 일은 뭐 그냥 당연한 거야!"처음 한예린이 미친 듯이 허설아 다리를 붙잡았을 때부터 진하윤은 진심으로 허설아를 도와주고 싶었다.허설아가 이런 상황을 처음 봐서 당황할까 봐 걱정됐다.어쨌든 허설아가 권서진을 많이 챙겨준 건 사실이었다. 허설아가 아니었다면 권서진이 어찌 지금처럼 건영시에서 촉망받는 주얼리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을까.명분은 허울뿐이라고들 하지만 진하윤 본인은 알고 있었다. 진하윤과 권정열의 스캔들이 터진 이상 권서진이 두각을 나타내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진하윤도 탈피 시리즈 발표회를 보고 크게 감동했다. 딸이 자기가 없을 때도 껍데기를 벗고 나비가 돼서 이렇게나 잘 자랐다는 게.진하윤은 마음속으로 고마웠지만 평소엔 허설아에게 도움 될 만한 일도 없었다.한예린이 달려드는 걸 봤을 때 진하윤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거의 무의식적으로 허설아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진하윤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마. 나도 이 일로 뭔가 보상받으려는 생각 없어. 네가 서진이한테 잘해주니까 나도 너한테 잘해주는 것뿐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비록 다리를 다치긴 했지만 최근에 지헌이가 의료팀 찾아서 내 온몸에 자잘한 병들 다 치료해 줬으니 이걸로 퉁쳐."권서진은 멍해졌다. 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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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허민정은 기어코 허설아를 산후조리를 시키려 했다. 허설아가 이미 멀쩡하게 뛰어다니지 않았다면 두 달 내내 산후조리를 시킬 기세였다.허설아는 국을 정말 더 이상 먹기 힘들었다. 매번 허민정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하곤 했다."연희 낳을 때 엄마가 너 못 챙겨줬다."허설아는 어쩔 수 없이 허민정이 먹으라는 걸 전부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때도 허민정은 이미 최선을 다해 허설아를 돌봤었다.하지만 지금은 허민정 한 명이 아니라 권씨 집안 전체가 허설아를 지켜봤다.심지어 매일 그림 그리는 시간까지 제한했다.허설아는 이러다간 정말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다행히 의사가 와서 이제 기력을 회복했으니 앞으로는 몸조리만 하면 된다고 하고 나서야 허민정이 물러섰다.연희는 며칠 사이 권지헌과 함께 사격 경기를 몇 번 보러 가더니 자기도 해보고 싶어 했다.마당에 아동용 활과 화살을 준비했는데 과녁은 1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연희가 화살을 들고 몇 번이나 쐈지만 번번이 중간에 바닥에 떨어졌다.옆에서 보던 허설아도 하고 싶었다.허설아는 연희 뒤에 붙어서 함께 활을 당겨 빨간 화살을 쐈다. 힘을 조금 과하게 들어간 탓에 마당 문 앞까지 날아갔다.권지헌이 밖에서 들어오다가 허리를 굽혀 화살을 주웠다. 장난감 화살은 끝이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져서 권지헌 손에 들고 있으니 왠지 우스꽝스러웠다.연희가 쪼르르 달려가자 권지헌이 단숨에 번쩍 안아 올렸다.허설아가 턱을 괴고 물었다."연희 키 큰 것 같지 않아?"연희는 늘 또래보다 조금 작아 보여서 유치원 행사 때마다 맨 앞줄에 섰다.권씨 집안에서 몇 달 지내더니 좀 큰 것 같았다.허민정이 뜨개질하며 웃었다."컸어, 몸무게도 늘었고. 몇 달 동안 병원도 안 갔네. 그보다는 너……""나도 괜찮아요. 회사 복귀하면 살쪄서 사무실 문도 못 들어갈 지경이에요."허민정이 뜨개질 바늘로 때리는 시늉을 하고 한마디 했다."과장 좀 그만해.""어제 너희 아빠 보러 갔었어. 올해는 좀 덜 자면서 너 좀 잘 지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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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탈피 시리즈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면서 김지유에게 돌아간 보너스도 상당했다.게다가 허설아는 인색한 대표도 아니었으니 김지유가 받은 돈은 학비를 내기에 충분했을 것이다.김지유가 약간 망설였다.허설아가 막 산후조리를 끝냈는데 온갖 잡다한 일로 귀찮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안 하면 허설아가 계속 캐물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김지유가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자 허설아는 일부러 한숨을 쉬며 서운한 듯 말했다."지유가 이젠 고민이 있어도 나한테 말 안 하려고 하는 걸 보니 다 컸네."허설아는 김지유보다 나이가 많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다만 김지유가 중학생 때부터 연동근과 함께 후원했기에 김지유를 볼 때면 왠지 동생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허설아가의 말에 김지유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옷깃을 만졌다.허설아를 볼 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저…… 저희 엄마가 전화해서 돈 달래요."허설아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서? 학교 안 가고 계속 일해서 매달 송금할 거야?"김지유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 사실 일전 한 푼도 주기 싫은데 집에 아직 여동생이 있어서 동생이 마음에 걸려요."돈을 보내면 여동생이 학교도 다니고 밥도 먹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김지유는 여동생을 생각하면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가 없었다."여동생을 데려올 수는 없어?"시내에 여동생이 지낼 방을 구해서 안심하고 학교 다니게 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김지유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생각해 봤어요. 그런데 여동생한테 방 얻어주면 결국은 남동생이랑 부모님이 살 거예요. 설아 언니는 예전에 저희 고향에 가본 적 없어서 저희 집이 어떤 상황인지 모를 거예요."김지유도 이젠 마음이 무뎌졌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어렸을 때의 일들을 떠올리면 여전히 눈물이 흘러내렸다."저희 집은 아이가 모두 여덟이었어요. 남은 건 저랑 여동생, 남동생 둘뿐이고 나머지 여동생들은 절벽 아래 있어요."김지유네 집은 절벽 옆에 있었다.딸을 낳으면 쳐다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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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허설아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아이를 가진 부모라 그런지 김지유를 볼 때 기분이 이상해지고 대부분의 부모들처럼 아이가 공부를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허설아도 왠지 속물적인 부모가 돼버린 것 같았다.허설아가 빙그레 웃으며 김지유를 바라봤다."학교 다니면서 일도 같이할 수 있겠어?"김지유가 잠시 멈칫했다. 가능하다면 당연히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양쪽 모두 너무 중요했다.허설아는 이미 결정을 내린 듯했다. "가서 면접 준비해. 수업 없을 때 출근해서 일하면 되고 월급과 업무량은 줄지 않을 테니 각오해.""조건은 단 하나야."허설아가 고개를 들고 바라보며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진진하게 말했다."과거의 자신을 배신하지 마."눈물이 멈췄던 김지유는 허설아의 말 때문에 다시 눈시울이 시큰거리며 옷깃에 눈물이 툭 떨어졌다.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다."설아 언니, 제가 불효막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허설아가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나도 큰아빠네 내외 감옥에 보냈는데 양심 있는 거 같아?""그건 다른 문제예요. 그 사람들은 이익만 탐하는 인간들이니까 감옥가는 건 시간문제였어요!"허설아가 김지유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내 자본으로 네가 학교 다니면서 일하는 거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어. 하지만 잘 못하면 나도 봐주진 않아. 그때 가서 울면서 매달릴 생각하지 마."김지유는 허설아가 농담하는 걸 알고 있었다.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피식 웃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오후,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회사 문 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섰고 차 안에는 송민재와 송민우가 앉아 있었다. 송씨 형제가 들어가려는데 경비실의 민지강이 막아섰다.민지강은 낯선 차와 낯선 두 남자를 보며 경계심을 높였다."누구 찾으세요? 예약하셨어요?"송민재가 담배 한 갑을 건네며 비위 맞추듯 웃었다."형님, 저희 허 대표님 찾아왔어요. 제 여동생 송원영이 여기서 일하거든요.""송 팀장님 오빠예요? 안 닮았는데요..."민지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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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돌아선 송원영이 걸음을 재촉했다. 머무를 생각이 없는 것도 모자라 민지강한테 절대 들여보내지 말라고까지 했다!송민우가 화를 내며 말했다. "형, 저것 좀 봐요! 집에 가요, 저녁에 집에 오면 그때도 저렇게 잘난 척할 수 있나 두고 봐요!"송민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송민우의 말을 끊었다."입 닥쳐."한씨 집안은 이미 파산했다.송민재는 계속 불길한 예감이 들며 왠지 다음은 송씨 집안일 것 같았다.한예린이 전에 찾아와서 협력하자고 했을 때 한씨 집안이 이미 힘이 없는 걸 보고 거절했었다.하지만 턱에 점이 있는 남자인 진세운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최근 진세운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잡혀간 건지 아니면 어딘가 숨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진세운은 송민재의 중학교 동창이었고 전에 식사 자리에서 진세운을 통해 권지민을 알게 됐다.탈피 시리즈를 준비할 때 첫 번째 부품 중 일부가 아직도 송민재 사무실 서랍에 숨겨져 있었다.거기에 진세운을 시켜서 허설아네 가족을 조사한 자료도 함께 들어 있었다.송민재는 확실히 권지헌이 마음에 안 들었다.그러나 권지헌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다만 권지헌의 아내는 달랐다. 빽도 없고 쉽게 해치울 수 있었다.게다가 권지민이 말끝마다 권호성이 가장 좋아하는 며느릿감은 송원영 같은 타입이라고 암시했었다.송민재는 자기가 뭔가를 하면 권호성이 분명 송원영을 며느리로 들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권씨 집안 재산에도 자연스럽게 자기 몫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허설아만 없었으면 송원영이야말로 권지헌과 결혼할 상대였다고 생각했다.허설아만 없다면…… 송민재는 정말 그런 마음을 먹었었다.진세운이 설 전에 몰던 차도 송민재 것이었다.지금은 이미 중고차 시장에 버려졌고 그날은 일부러 번호판까지 바꿨었다.송민재가 한 일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래도 송민재는 여전히 불안했다.한씨 병원이 그렇게 빨리 파산한 건 분명 권씨 집안이 뒤에서 밀어붙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렇지 않고서야 한예린과 권지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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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는 어떻게 하면 집안 물건을 비싸게 팔 수 있을지 의논하는 말투였다.민지강이 듣고 있다가 이를 꽉 깨물었다.막 딸을 잃었지만 마음속으론 누구보다 딸을 둔 아버지의 심정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만약 누군가 자기 딸을 이렇게 값을 매기는 걸 들었다면 목숨 걸고라도 그 놈들을 저승사자한테 보내버렸을 것이다.민지강이 몰래 허설아에게 전화를 걸어 조용히 송씨 형제 일을 전했다.허설아가 말했다."알겠어요, 안으로 들여보내지 마요. 나랑 원영 씨가 알아서 할게요."전화를 끊은 허설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권지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송씨네 형제들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일찍 데리러 와."권지헌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마지막 신호등에서 기다리는 중이야, 모퉁이만 돌면 도착해.""서은석도 같이 있으니 그놈들 상대하라고 할게."뒤에 개 풀어서 사람 물게 하는 움짤 이모티콘까지 보냈다. 권지헌이 차가운 표정으로 이런 이모티콘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허설아는 웃음이 났다.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허설아가 퇴근 도장을 찍고 영업팀을 지나가며 한 번 들여다봤다."원영 씨, 가요.""갈게요."송원영은 원래 야근으로 두 사람을 피하려고 했다.하지만 허설아가 퇴근하는 걸 보고는 밖에서 염치없는 자기 형제들을 만날까 봐 걱정돼서 그냥 컴퓨터를 끄고 퇴근 도장을 찍었다. 회사 문 앞에는 여전히 송민재와 송민우가 있었다.송원영과 허설아가 함께 내려오는 걸 본 두 사람이 급히 차에서 내렸다.송민재가 송원영의 가방을 들어주려 했지만 송원영이 피한 탓에 손끝도 닿지 못했다. '갑자기 무슨 연기람, 재미도 없어.'송민재는 속으로 송원영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겉으로는 비굴하게 웃으며 말했다."허 대표님, 저희가 식사 대접할 영광을 얻을 수 있을까요?"허설아가 턱을 까딱 들어 문밖에 멈춘 차와 차 문을 열고 걸어오는 남자를 가리켰다. "미안하지만 시간 없어요."송민재는 권지헌이 이렇게 지키고 있을 줄 몰랐다.막 퇴근했는데 벌써 데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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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송민재와 송민우 형제의 얼굴 표정이 순간 오만가지로 변했다.변하고 또 변했는데도 서은석이 한 말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송원영이 여자친구라고?이건 또 무슨 일이야?송원영한테서 들은 적이 없는데.송민재는 날 듯이 기뻐했다. 서은석과 권지헌이 친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거의 피를 나누지 않은 친형제와 다름없는 사이였다.게다가 서씨 집안은 건영시와 서경시 양쪽에 하늘을 찌를 듯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 서은석 외할아버지 집안이 남긴 조직만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체면을 봐줄 수밖에 없었다.비록 지금은 서은석이 서씨 집안 기둥이 아니지만 앞으로의 일은 누가 알까?만약 권지헌이 그럴 마음만 있다면 서은석이 서씨 그룹을 이끌 날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었다."원영아, 왜 집에는 말 한마디 안 해? 이렇게 큰일을!"송민재가 비굴하게 웃으며 서은석을 바라봤다."아까는 원영이랑 농담한 거예요. 남자친구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송원영이 가방을 받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이미 헤어졌어. 그리고 오빠가 말한 늙은이 나 안 만나. 오빠가 관심 있으면 내가 시청쪽에 전화해서 남자 좋아하는 사람 있나 물어볼까?"송원영이 보기엔 송민재의 외모라면 남자를 좋아하는 늙은이를 찾기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다만 본인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겠지.송민재가 차가운 얼굴로 꾸짖었다."송원영!"송원영이 송민재와 송민우에게 눈길조차 줄 생각이 없는 듯 돌아섰다. 예전엔 확실히 벗어날 수 없었다. 자기가 말만 잘 들으면 집안이 평화로울 거라고 생각했었다.지금 생각해보니 집안이 평화로우려고 왜 송원영 혼자 희생해야 하는 걸까?못난 놈들이 꿈은 참 야무졌다. 서은석이 경고와 경멸의 눈빛을 딤아 송씨 형제를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성큼성큼 송원영을 쫓아갔다.허설아와 권지헌은 먼저 자리를 떴고 경비실 앞을 지나가던 허설아가 당부했다."민지강 씨, 박 반장님 오라고 해서 두 사람 쫓아내요. 앞으론 이 사람들 오면 절대 안으로 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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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권지헌과 함께 차에 올라 회사를 떠났다.두 사람 차 뒤에 있던 송원영이 자기 차에 탔다. 조수석 문이 열리더니 서은석이 송원영이 말하기도 전에 올라탔다. 송원영이 서은석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저기……""헤어지는 건 두 사람이 다 동의해야 하는 거잖아. 내가 너한테 사귀자고 했을 때도 일방적으로 요구한 게 아니잖아." 연애라는 건 시작과 끝이 당연히 양쪽 다 원하는 것이어야 했다. 서은석이 자기 안전벨트를 매고 송원영 벨트도 잡아당겨 매주고는 그 자세 그대로 말했다. "난 헤어지는 거 동의 안 했어."송원영이 멍하니 쳐다봤다.왜 동의 안 하는 거지?두 사람 사이에 많은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서은석한테 송원영은 주변 여자들 중 제일 재미없는 고집세고 답답한 여자일 것이다.서은석 주변엔 여자가 끊이지 않았다.주얼리를 배송하러 다닐 때 얼마나 많은 사모님들이 서은석에 대해 얘기하는 걸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몰랐다. 서은석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두는 사위 후보였고 적지 않은 재벌가 딸들이 이름을 듣기만 해도 얼굴을 가리며 수줍게 웃었다.오히려 그 여자들이 여자친구인 송원영보다 서은석을 더 잘 아는 것 같았다.사실도 그러하듯 송원영은 서은석을 전혀 알지 못했다.송원영을 만나기 전과 후에 주변에 얼마나 많은 여자가 있었는지도 몰랐다.서은석은 말이 없는 송원영을 보며 가슴속에 묘한 무력감이 차올랐다.매번 이런 식이었다. 서은석이 눈앞에 드러낸 진심을 송원영은 목석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매번 이렇게 순진하고 순수한 눈빛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서은석은 자기가 마치 중학교 앞에서 아이스크림으로 순진한 고등학생을 꼬드겨 집에 데려간 나쁜 아저씨가 된 것 같았다.송원영이 서은석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전에 어느 납품업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눈꼬리에 주름이 많은 남자는 대부분 이성운이 왕성하고 바람둥이라서 평생 한 여자 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했다. 서은석의 눈이 바로 그랬다. 웃을 때 눈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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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송원영은 신맛 나는 가루를 잔뜩 묻힌 말랑한 젤리를 먹은 것 같았다. 신맛에 몸서리가 쳐지면서도 살짝 달콤했다."거래처 담당자예요. 우리 고등학교 졸업생이기도 하고요. 그때 내 휴대폰을 잠깐 빌려줬는데 그 사람이 자기 휴대폰인 줄 알고 게시물 올린 거예요. 그건 내가 이미 지웠어요."서은석은 이가 시큰거릴 정도였다.옆에서 여전히 진지하게 해명하는 송원영을 힐끗 쳐다봤다.약간 동그스름한 얼굴에 매우 고전적이고 단아한 계란형이었다. 이런 얼굴은 충분한 인생 경험이 없을 때 앳되어 보이기 쉬웠다.오늘 출근할 땐 화장을 연하게 했다. 파운데이션만 바르고 눈가에 아이섀도를 조금 칠해서 반짝반짝했다.이런 일을 해명할 때도 잡념이 전혀 없었다.송원영이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기만 해도 서은석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온갖 생각들이 전부 사라졌다. 서은석이 생각했던 것들이 송원영한테는 전부 부질없는 것 같았다.마음에 두지 않는 걸까, 아니면 애초에 그런 쪽으로 생각조차 안 한 걸까?하지만 오래도록 사그라들지 않던 분노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서은석이 한숨을 쉬었다."뭐 먹고 싶어? 너희 오빠랑 남동생 그 꼴 보니까 잡아먹으려고 환장했던데."송민재와 송민우 얘기가 나오자 송원영이 피식 비웃으며 천천히 말했다."아까워서 못 그럴 걸요. 그 사람들 지금 나를 비싸게 팔 궁리만 하는데 어떻게 감히 나를 솥에 넣을 겨를이 있겠어요.""부모님은 가만히 있어?"서은석이 송원영의 얼굴을 빤히 봤다.부모님 얘기가 나와도 송원영은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송씨 집안에 사실 딸이 둘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송씨 부모가 딸 하나를 입양해서 송원영과 함께 키웠는데 그 딸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 곁에서 애지중지 자랐다.하지만 송원영은 분명 친딸인데도 온갖 다양한 것을 배워야 했고 태어날 때부터 값이 매겨져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착한 딸이 돼야 했고 반항할 수 없었다.반면 여동생은 송원영이 피아노를 배우느라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도 멈출 수 없을 때 과자를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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