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를 잘 키워서 나중에 데릴사위를 들이면 아이들 성을 권씨로 해도 괜찮았다."저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설아가 꿈에서 그 아기를 봤대요. 아기가 다시 온다고 약속했대요."박희수는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고개를 돌려 슬쩍 눈물을 닦아내고 입가에 맴도는 수많은 말을 뒤로한 채 겨우 한 마디만 했다."그래, 우리 잘 보살펴주자. 유산도 산후조리도 제대로 해야 회복할 수 있어, 절대 소홀히 하면 안 돼."권지헌이 허설아의 손을 이불 속에 넣어주고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준 뒤 미간을 펴주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밖에 있던 권정우는 권지헌이 나오는 걸 보고 입 모양으로 물었다. "설아는 어때?""지금은 괜찮아요. 아빠, 한 가지 상의드릴 게 있어요."무겁게 가라앉은 권지헌의 눈엔 씻어낼 길 없는 슬픔 외에도 형체가 보일 듯한 분노와 증오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깜짝 놀란 권정우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권지헌이 진심이었다."너…… 그래도 네 할아버지잖니. 지헌아, 너무 극단적으로 하면 안 된다."권지헌의 눈엔 온통 핏발이 선 채, 어금니가 부서질 듯 깨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뱉었다. "할아버지가 권지호한테 이 모든 걸 지시했을 때, 내 와이프와 아이라는 걸 생각이나 했을까요?"권지헌의 목소리엔 칼날 같은 분노가 실려 있었다.권정우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달래보려고도 했지만 권정우도 알고 있었다. 만약 허설아만이었다면, 어쩌면 되돌릴 여지가 조금은 있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그 교통사고로 허설아의 몸이 약해지면서 아기도 떠났다.권지헌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사실 권정우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다만 윤리와 도리가 권정우를 묶고 있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권정우도 아버지가 왜 그렇게 잔인한지 이해되지 않았다. 권지헌을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만들려고 살인 청부까지 불사하다니.권지호는 결국 이익 때문이었다!권정우는 권지헌이 상의하는 게 아니라 통보라는 걸 알고 있었다.권정우가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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