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511 - Chapter 520

550 Chapters

제511화

"됐어요, 다음에 옷 입기 전에 확인 좀 해요."서은석이 얼버무렸다."내가 어디 그렇게 꼼꼼한 사람이야, 집에 옷 챙겨줄 사람도 없는데.""전 여자친구도 챙겨주지 않았어요?"서은석이 탄식했다."내 전 여자친구라면 설 때 나랑 헤어지겠다고 했던 그 여자? 그 사람은 내 첫사랑이야, 너는 두 번째 여자친구인 셈이지."송원영은 잠깐 멍해졌다.서은석이 자신을 첫사랑이라고 했다.그럼 서은석이 전에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는 건가?아마 송원영의 너무 노골적인 믿을 수 없다는 눈빛 때문이었는지 서은석이 한 마디 덧붙였다."난 연애 해본 적 없어, 나한테 전 여자친구가 많다고 생각한 거야?"연애를 해봤다면 송원영한테 어떻게 말 걸지 며칠씩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밥을 다 먹고 식당을 나올 때 탕후루를 파는 걸 발견한 서은석이 달려가서 한 꼬치 사서 돌아오더니 송원영 손에 쥐여줬다.송원영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방금 밥을 먹었는데 탕후루 먹을 배가 어디 남아 있을까.게다가 차 안 온도가 높아서 빨리 먹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설탕 코팅이 녹아서 차를 더럽힐 것 같았다. 서은석도 급히 시동을 걸지 않고 송원영이 작은 입으로 탕후루를 베어 먹는 걸 지켜봤다.송원영 입가에 빨간 설탕 코팅이 묻었다.촉촉한 설탕 자국이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좁은 차 안에 퍼져나갔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은석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방금 겨우 억눌렀던 조급함이 다시 치밀고 몸 위로 개미가 기어가는 것 같았다.서은석이 가까이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SNS 일은 나한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을 거야?""이미 말했잖아요?"여성용인 송원영의 차는 배기량이 작고 차 안 공간이 매우 좁았다.서은석이 다가올 때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송원영을 완전히 감쌌다.송원영이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뒤에는 차 시트뿐이었다.서은석이 그윽한 눈빛으로 송원영을 보며 웃고 있었다. "너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겠지? 그 남자가 왜 네 휴대폰 가져가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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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송원영의 차는 매우 작았다.아마 대충 출퇴근용으로 쓰는 건지 서은석과 함께 봤던 그 스포츠카가 아니었다.차 안은 송원영이 예쁘게 꾸며놨는데 귀여운 인형들이 많았다.아마 겨울이라 추워서인지 핸들에도 털 달린 핸들 커버를 씌워놓고 있었다.차량용 방향제도 송원영 몸에서 나는 향기를 떠올리게 했다.차 안엔 여전히 탕후루의 은은한 단내가 남아 있었다. 가게에서 설탕 코팅을 너무 두껍게 만든 탓인지 아직 녹지 않은 설탕 껍질이 어딘가에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서은석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이내 다시 굳어졌다.서은석은 송원영의 태도를 떠봤었다.하지만 송원영은 송씨 집안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송씨 집안은 핸들 자동 열선 기능이 있는 차조차 송원영한테 사주길 아까워했다.송민재와 송민우의 태도도 한편으론 집안의 허락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송원영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송씨 집안은 송원영의 집안이었다.나중에 송씨 집안이 파산하는 데 서은석이 부채질을 했고 심지어 어떻게 보면 장본인이라는 걸 송원영이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서은석이 핸들을 꽉 쥐었다.방금 그런 분위기에서 말할 수가 없었다.분위기가 달아오를 때 송씨 집안이 파산할 거라고 말하는 건 무정하게 보일 뿐 아니라 남의 곤경을 즐기는 도살자 같았다.신호등을 기다리던 서은석은 계속 깜박이는 신호등을 보며 마음속으로 망설였다.전화를 걸려 하자 떠오른 사람은 권서진뿐이었다."서진아, 물어볼 게 있어. 만약 네 남자친구가 권씨 집안을 파산시키려 한다면 넌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권서진의 잠이 깰 정도였다. "뭐라고? 내가 대통령이랑 사귀는 거야?"권씨 집안은 지금 한창 잘나가고 날로 번창하고 있었다.정말로 권씨 집안을 하루아침에 파산시키려면 법을 어긴 경우에만 가능했다.그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었다.불도저 같은 권호성도 법을 잘 지키고 세금도 꼬박꼬박 다 냈으며 자선 활동도 빠지지 않았다.권서진은 권씨 집안을 정말 파산시킬 사람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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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나, 할 말이 있어.""말해요, 심각한 일이에요?"서은석이 소파에 앉아 고개를 들고 앞에 서 있는 송원영을 바라봤다.연한 분홍색 털 잠옷을 입은 송원영은 막 세수를 했는지 머리엔 토끼 귀 머리띠를 하고 있어서 작은 핑크색 토끼 같았다."허설아 씨 전에 교통사고 났을 때, 가해 차량이 네 오빠 명의였어."송원영이 놀란 눈으로 서은석을 쳐다봤다.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경악하는 감정이 뒤섞인 눈빛이었다. 송민재,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어!송원영은 순간 손발에 힘이 풀리고 무릎이 후들거려서 서은석 옆에 주저앉았다."권 대표님은 아시는…… 거죠?"서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지헌이가 너한테 대신 전하래. 송민재랑 확실하게 끝을 볼 거니까 송씨 집안도 어느 정도 연루될 거야."서은석은 자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서은석과 권지헌은 관계가 돈독하고 많은 개인 재산에 연관이 있기에 서로의 일에 아예 손대지 않는 건 불가능했다."이 일은 내가 조사해서 지헌이한테 알려준 거야."송원영이 가볍게 탄식을 내뱉었다. "그럼 은석 씨 요즘 계속 이 일 때문에 바빴던 거예요?"송원영이 이걸 물을 줄 몰랐던 서은석은 숨기지도 않았다."정확히는 허설아 씨 교통사고 사건이었어. 해외랑 관련 있다는 걸 알아내고 지헌이가 나한테 조사하라고 했어. 추적하다 보니 그 차를 찾게 된 거야."송원영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은근한 흥분 때문이었다.이렇게 멍청한 송민재을 두고 송원영이 이 기회에 뭔가 하지 않으면 똑같은 바보가 되는 거였다.송원영이 몸을 돌려 서은석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눈을 반짝이며 쳐다봤다."권 대표님이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 알아요?"서은석이 고개를 숙여 갑자기 자기 손을 잡은 송원영의 손을 바라봤다.마치 사람으로 변한 토끼 요정이 자기 몸에 손을 얹고 사람 마음을 흔드는 얼굴을 한 채 똑바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서은석이 손을 뻗어 송원영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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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은 송원영은 이 모든 걸 모르는 일로 생각하기로 했다. 송민재 손에 있는 회사들이 곧 파산한다고 생각하니 피가 끓어오르고몸속의 모든 세포가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쟁취하라고! 빼앗으라고 말이다! 송원영이야말로 송씨 집안 그 어떤 자식보다도 가업을 물려받기에 적합했다!-다음 날 오후, 권지헌은 예약한 시간에 맞춰 건영시 병원으로 갔다.일련의 검사를 마친 후 의사 진료실로 찾아갔다.의사가 마스크를 쓰고 흰 가운을 입은 채 검사 보고서의 수치들을 보며 말했다. "권 선생님, 전에 온라인 상담할 때 본인 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어느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수치를 보면 전부 아주 좋습니다. 가임 조건도 상당히 우수하고요."의사가 저도 모르게 눈앞의 남자를 살폈다.고급스러운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재단만 봐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하지만 옷에 엘사 공주 스티커가 붙어 있는 걸 보니 아마 집에 이미 아이가 있는 모양이었다.보아하니 여자가 부족하지도 않을 것 같고 검사 수치로 봐서는 그쪽도 왕성했다.그럼 대체 뭘 검사하러 온 걸까?하지만 상대방이 비싼 전문의 진료를 예약하고 개인 진료를 받으러 온 걸 보니 부자들도 나름 고민이 있는 모양이었다.남성 비뇨기과는 사생활이니까.권지헌이 여기 온 건 아무도 몰랐다.권지헌은 전에 강시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아이 몸이 좋지 않은 건 대부분 아버지의 질이 좋지 않아서라고 했다.그래서 검사를 받으러 온 것이었다.정말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권지헌이 숨을 깊게 들이쉬며 이 병원 의사는 아마 자신을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아내가 딸을 낳을 때 제가 곁에 없었는데 딸아이가 몸이 그다지 좋지 않아요. 얼마 전엔 또 아내가 임신했다가 화학적 유산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유전자가 너무 부실하고 퀄리티가 좋지 않아서 딸아이 몸이 좋지 않고 또 아내가 화학적 유산을 겪은 건지 알고 싶습니다.""만약 제 문제라면 정관 수술을 예약하고 싶습니다."의사는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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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꺼내보니 병원 진단 보고서였다!멍하니 쳐다보던 허설아가 위에 적힌 검사 정보를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남성 비뇨기과? 왜 이런 걸 검사했어?""내 질이 좋지 않은 건지 알고 싶었어.""의사가 뭐래?"권지헌이 입술을 깨물고 핸들을 잡은 채 앞쪽 도로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시간이 너무 긴 것도 병이래."허설아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보고서를 들고 얼굴을 가리며 웃기 시작했다.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권지헌이 병원에 가서 이런 걸 검사할 줄 몰랐다.아이 일을 이렇게 신경 쓸 줄도 전혀 몰랐다. 허설아는 전에 유산했을 때 김아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남자들은 자기가 아빠 되는 시기가 늦춰지는 것만 생각하지, 아이를 잃은 엄마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전혀 모른다니까."사람들은 남자의 부성애는 아이가 아빠를 부를 때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여자가 유산하는 게 남자 문제라고 생각하는 남자도 거의 없었다.허설아가 웃음을 멈추고 권지헌을 바라봤다.권지헌은 귀가 빨개진 채 시선은 도로 정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얘기를 꺼내는 게 아무래도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허설아가 손을 뻗어 권지헌의 귀를 만졌다."바보, 내 몸 회복되면 우리 같이 검사받으러 가서 제대로 임신 준비하자. 응?"사실 연희든 그 아이든 전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그래서 대비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 반년간은 철저히 피임하면서 어떤 예상외의 일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반년 후에 제대로 준비해서 그 아이가 다시 두 사람 곁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이다.권지헌이 허설아의 말에 대답했다."그래."-별채로 돌아온 후 허설아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권지민이 걸어온 전화였다.발신자를 보고 잠깐 망설이던 허설아가 스피커폰을 켰다.옆에 앉아서 연희와 함께 곰돌이한테 새 옷을 골라주고 있던 권지헌도 전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권지민이 입을 열었다."형수님, 저 한예린과 파혼했다고 형수님과 큰형한테 얘기하려고 전화했어요. 큰엄마가 주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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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보름이 지났다.송씨 집안, 식구들이 식사할 때 송민재가 빨갛게 핏발이 선 눈으로 송동건을 바라봤다."아버지, 저 모르는 척하시면 안 돼요. 제 회사들 분명히 누가 일부러 손 쓴 거예요. 거래처들이 갑자기 제 주문 못 하겠다고 하면서 빨리 잔금부터 지불하래요!"거래처들이 트집 잡는 데다 고객들까지 등을 돌려 회사에서 진행 중인 업무에도 큰 문제가 생겼다.송민재는 식품 회사 하나를 운영하고 있었다.잠복했던 기자가 공장 생산 라인에 대량의 쥐가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평소라면 간단히 해명하고 기사 몇 개 사서 넘어갈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식품 안전 단속 기간이라 많은 기자들이 각 공장에 잠복해서 기준 미달인 업체들을 적발하려 했다.송민재는 기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공장에 잠입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이미 폭로가 되었고 지금 온라인 쇼핑몰에선 매일 대량의 환불과 소비자들의 욕설이 쏟아졌다.송민재의 18대 조상까지 이미 안녕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송민재는 지금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송동건에게 도움을 청했다.송동건은 듣자마자 손에 쥐었던 젓가락을 놓쳐 테이블 위에 떨어뜨렸다."이렇게 큰일을 내가 어떻게 도와줘? 평소에도 식품 안전에 신경 쓰라고 말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저도 신경 썼어요! 공장 위생도 늘 깨끗했는데 쥐가 언제 들어왔는지 어떻게 알아요. 기자들이 폭로하려고 일부러 쥐 갖다 놓고 모함하는지도 모르죠!"송민재가 당당하게 말했다.하지만 속으로는 사실 자신이 없었다.평소 일이 없을 땐 공장에 가지 않았으니 공장 상황을 어찌 알까.이번에 기자가 폭로한 건 공장에 쥐가 있는 것 외에도 작업자들이 절임 채소 만들 때 위생에 주의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영상들의 조회수는 벌써 폭발적이었다.송민재도 보면서 가슴이 철렁했다.한 공장이면 그렇다 쳐도 무슨 업무를 책임지는 공장이든 여러 공장이 한꺼번에 직격타를 맞았다니!송민재는 가슴이 쿵쾅거렸다. 분명 누군가 일부러 손 쓰고 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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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회사에서는 복도 위 에어컨 배관을 점검 중이었다.어젯밤 어디선가 들고양이 한 무리가 들어왔는데 작업자가 막 새끼를 낳은 어미 고양이를 배관에서 꺼내 안아왔다.경비실에서 키우면 나중에 공장의 쥐도 잡을 수 있다고 했다.겸사겸사 배관도 청소하는 중이라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열려 있는 외부 복도는 너무 추웠다.전화를 받던 송원영은 송동건의 요구를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 "시간 없어서 못 돌아가요, 끊을게요.""잠깐!"송동건은 미처 반응하지 못한 사람처럼 멍해졌다.늘 얌전하고 착하며 고분고분 지시를 따르던 송원영이 반항하는 날이 올 줄이야."송원영,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이제 좀 컸다고 기고만장해졌어!""전 시간이 없어서 가지 않는다고 했어요."송동건이 숨을 길게 들이쉬고 화를 낼 것 같은 충동을 참으며 말했다."네 오빠 공장에 일이 좀 생겼으니 서씨 집안에 좀 도와달라고 해. 어차피 앞으로 한 가족이 될 사이잖아."송원영은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났다."어쩜 그렇게 염치없는 말을 입 밖에 내요? 애초에 뭐 가족이 된 것도 아니고 가족이 되었다 해도 전 멍청한 송민재 도울 생각 없어요."송원영이 휴대폰을 귓가에 끼고 천천히 과일 칼을 들어 오렌지 하나를 깎아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이어 휴지로 손을 닦은 송원영이 말을 이었다."공장에 일 터진 건 송민재가 멍청해서 스스로 자초한 일이에요. 그걸 왜 제가 뒷수습을 해줘야 해요?"송동건이 미간을 찌푸렸다. '송원영 이게 귀신 씌었나?'"이게 어른한테 하는 말버릇이야? 송원영, 너 정말 밖에서 나쁜 것만 배웠구나! 아니면 서씨 집안이랑 좀 엮이니까 아빠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거냐? 응?"송동건은 잔뜩 화가 치민 말투였다. 예전 같았으면 송동건이 이렇게 말했으면 송원영은 무서워서 벌벌 떨었을 것이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송원영이 태어났을 땐 송동건도 지금의 송원영 나이였다.원래 넘을 수 없던 큰 산도 송원영 앞에선 그저 작은 언덕일 뿐이었다.송원영이 손에 묻은 오렌지 과즙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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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회의가 끝나고 함께 다음 분기에 출시할 주얼리 디자인을 확정했다.권서진의 디자인 재능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불과 몇 달 만에 권서진은 또 레드 주얼리 세트를 디자인해냈다.루비를 메인으로 사용한 주얼리 세트는 화려하고 눈부셨는데 디자인 도안만 보고도 김지유와 송원영은 감탄을 연발했다.그런데 허설아는 브로치를 보며 좀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게 무슨 모양이에요?""언니랑 큰오빠네 마당에 있는 사과나무를 브로치로 디자인한 거예요. 이 주얼리 세트 이름은 에덴동산이에요. 보기만 해도 낭만적이고 찬란한 연애 시절이 떠오르지 않아요?"권서진이 보기엔 그랬다.연애란 꽃 핑크빛만 감도는 게 아니라 사과나무 같은 화려함도 있을 수 있었다.이브와 아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금단의 열매를 몰래 따 먹어 인류가 생겼다.사랑도 튼튼하고 무성한 사과나무의 모습이어야 했다.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 "사랑에 낭만만 있는 건 아니에요, 잡다한 일들도 많아요. 사랑을 하다보면 마지막에 남는 건 결국 양심뿐이에요.""그럼 허 대표님 말은 우리 큰오빠한테 양심이 없다는 거네요?"허설아가 고개를 저으며 손을 뻗어 권서진의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난 모레 그 이후의 일은 미리 생각하지 않아요. 오빠한테 양심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진 씨는 이번 달 분명히 야근해야 할 거예요."권서진이 얼굴이 바로 축 처졌다.권서진은 주얼리를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디자인하는 단계였다.나머지 번거로운 작업들은 열정을 추구하는 길에서 부가적으로 해야 하는 노력이었다.송원영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고개를 숙여 확인해 보니 이번엔 김수진이었다.송원영이 가볍게 한숨을 쉬고 전화를 받았다."원영아, 너 요즘 일이 많이 바빠? 언제 집에 와서 밥 먹을래? 네가 제일 좋아하는 버섯 새우 완자 끓여줄게? 연애하는 건 좋은 일인데 왜 집에 데리고 오지 않아? 나중에 사람들이 우리 집에서 홀대했다고 할 텐데."송원영이 시선을 떨궜다.송원영은 김수진한테 정말 강하게 맞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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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결국 김수진은 송원영이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송원영한테서 서은석에 대한 정보를 더 얻고 싶을 뿐이었다.송원영이 문에 기대어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시간 없어서 못 가요. 이 얘긴 이만해요. 그리고 민재 오빠가 자기 회사 살리고 싶다면 저한테 와서 부탁하라고 해요."말을 마친 후 송원영이 전화를 끊었다.여전히 손이 떨리고 있는 것 같았다.마음속 미련과 환상을 깨뜨렸으니 분명히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휴대폰 벨소리가 다시 울렸다.또 송씨 집안 사람들인 줄 알았던 송원영은 차갑고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전 이미 아주 분명하게 말했어요.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저랑 서은석 씨가 무슨 관계든 신경 쓸 필요 없어요!"전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원영아? 왜 이렇게 화났어?"송원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사과했다."죄송해요. 집에서 걸려 온 전화인 줄 알았어요."서은석이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송씨 집안 사람들이 전화해서 송원영에게 송민재 일을 도와주라 하고 또 서은석과의 관계도 언급한 모양이었다. "데리러 갈게.""괜찮아요. 아직 할 일이 많아서 저녁에 봐요. 먼저 끊을게요."서은석은 송원영이 워커홀릭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송원영에게 일을 잠시 내려놓으라고 하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30분 후.최신 분기 마케팅부 기획안 정리를 마친 송원영이 허설아한테 보여주러 가려고 했다.그때, 고개를 들자 창밖에 드론 한 대가 날고 있는 게 보였다.드론에서 보라색 토끼 인형 하나가 떨어졌다. 분홍색 털 잠옷까지 입은 인형이 송원영을 향해 날아왔다.송원영이 손을 뻗어 인형을 받아보니 토끼 손에 쪽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그 사람들 때문에 화내지 마. 꼭 감정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 나 때문에 기뻐해."누가 보낸 건지 서명도 없고 드론도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가 버렸다.하지만 송원영은 누가 보낸 인형인지 알 수 있었다. 송원영은 토끼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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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진하윤의 말에 허설아는 입에 머금은 국물을 뿜을 뻔했다.다시 한번 남자를 고르는 거라니.박희수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그 말 지헌이가 듣고 동서한테 뭐라고 하면 나는 상관하지 않을 거야."다행히 권지헌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아니면 진하윤의 말에 십중팔구 얼굴이 굳어버렸을 것이다.진하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설아가 안목이 좋아서 지헌이 골랐다고 칭찬하는 거죠. 네가 서진이 좀 도와서 남자 좀 봐주면 나도 안심할 수 있어."권서진의 구원 요청 눈빛을 받은 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 "전 지헌이 고르는 것밖에 몰라요. 하지만 지헌이 같은 성격은 서진 씨한테 맞지 않아요. 다른 남자들은 전 경험도 없고요."그때 권서진이 입을 열었다."엄마, 엄마랑 아빠는 이렇게 지내면서 왜 나를 재촉해요?"오늘 저녁 식사에 권정열은 오지 않았다.며칠 전 본가에 권호성 뵈러 갔다가 돌아올 때 얼굴에 온통 손바닥 자국이 나서 스스로 창피하다며 별채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으려 했다.권정열과 진하윤의 관계는 권씨 집안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다. 쇼윈도 부부라는 말도 미화한 것이었다.만나면 싸우고 때론 서로 손찌검까지 했다.진하윤은 권정열이 휠체어 신세라 거동이 불편한 틈에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는 도망치곤 했다. 이런데도 진하윤이 왜 결혼을 재촉하는지 권서진은 이해되지 않았다. 진하윤이 권서진을 노려봤다."다 나처럼 사는 건 아니잖아. 네 큰어머니랑 설아 봐봐, 행복하지 않아?""그것도 확률 문제인데 만약 내가 잘 살지 못하면요?""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진하윤이 화내려는 조짐이 보이자 권서진이 바로 수긍하듯 말했다. "네, 네. 알았어요."진하윤은 권서진이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식사 후 권서진이 연희를 데리고 애니메이션을 보는 틈에 진하윤이 허설아를 끌고 옆으로 가서 앉았다."아까 농담이 아니었어. 나 지난번에……"진하윤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아끼자 허설아가 손짓했다."미애 이모, 과일 좀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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