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491 - Chapter 500

550 Chapters

제491화

허설아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소파 저기 있는 커피 누가 갖다준 건지 궁금해서, 되게 소녀 감성이던데."권지헌이 커피를 한 번 쳐다보더니 살짝 당황한 듯했다.허설아가 고개를 들어 권지헌을 바라봤다.권지헌의 얼굴에서 뭔가 단서를 찾아내려 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윽한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끝이 보이지 않는 환한 웃음뿐이었다.허설아는 그 속에 빠질 것만 같았다.권지헌이 손을 뻗어 허설아의 턱을 쓰다듬었다.아침에 화장하기 귀찮아했던 허설아는 연희를 깨울 때 한참 같이 꾸물대다가 얼굴 가득 연희의 베이비 크림을 발랐다. 지금도 얼굴에서 베이비 크림 특유의 우유 향이 났다.권지헌이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무슨 걱정하시는 거예요? 저거 어제 밖에 나갔을 때 연희가 준 거예요."권지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 위의 커피잔을 들어 허설아에게 건넸다.컵엔 연희가 마커펜으로 그린 그림이 있었다.라벨지에는 '뜨거운 우유'라고 적혀 있었다.커피가 아니었다.권지헌이 설명했다."어제 연희 데리고 승마 대회 보러 갔을 때 조 비서가 우유 사줬는데 연희가 우유 마시고 나서 그린 거야.""어제 급하게 회사에 들렀었는데 연희가 소파에서 날 기다리다가 갈 때 선물이라고 주고 갔어."컵에 그린 그림은 컴퓨터를 보고 있는 남자를 그린 것 같았다. 머리 위에는…… 머리카락 세 가닥이 있었다.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방식은 늘 단순하고 직관적이었다.연희가 매번 허설아를 그릴 땐 항상 땋은 머리 두 개를 그렸고 권지헌을 그릴 땐 머리 위의 머리카락 세 가닥으로 표현했다.허설아가 피식 웃었다."연희는 미술 세포가 하나도 없네.""가르치면 되지. 연희가 좋아하기만 하면 뭐든 가능해."권지헌이 살짝 허리를 굽히며 허설아의 자그마한 턱을 잡았다."그보다는 당신, 권 사모님.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내가 바람피운다고 의심한 거야?""그건 아니야. 권 대표님 매일 이렇게 바빠서 나 상대하기도 부족한데 바람필 시간이 어디 있겠어?"허설아는 당연히 권지헌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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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허설아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늦었다.권지헌이 한 번 해보라는 말을 아주 철저하게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허설아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문 쪽을 힐끗 보니 누군가 지나가는 실루엣이 보였다.가슴이 철렁한 허설아가 급히 권지헌을 밀어냈다."사람 있어……"권지헌은 대답이 없었다.권지헌 사무실은 누가 온다 해도 허락 없이는 아무도 감히 들어오지 못했다.만 번 양보해서 정말 누가 들어온다 해도 어떻단 말인가.자기 사무실에서 아내에게 키스하는 건 불법도 아니고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허설아는 긴장됐다.어쨌든 전에 권율 그룹 직원이었으니 사무실에 들어오는 사람 대부분은 알아볼 게 뻔했다.권지헌은 업무로 바쁜데다 사내 게시판 같은 데 들어갈 리 없으니 사람들이 뒤에서 얼마나 시끄럽게 소문을 퍼뜨리는지 모를 것이다.정말 누가 보기라도 하면 내일도 아니고 오늘 밤에 게시판이 권지헌이 사무실에서 굶주린 남자처럼 굴었다는 얘기로 도배될 게 분명했다……허설아는 창피를 당하기 싫었다. 권지헌은 밀려나는 게 짜증났는지 아예 손을 뻗어 의자의 마사지 기능을 켰다.의자 자체가 뒤로 수십 도 기울어지며 완전히 누운 자세가 다. 마사지 기능이 허설아를 의자에 고정시켜 버려 몸부림칠 수조차 없었다.일어날 힘조차 없었던 허설아가 움직이면 의자도 따라 움직였다.권지헌이 또 물었다."어떤 강도로 할까? 부드럽게, 아니면 빠르게?"허설아가 물었다."선택할 수도 있어? 그럼 제일 약한 걸로."허설아는 거의 마사지를 받지 않았는데 권지헌 말로는 만지기만 해도 아파해서 세게 누르면 온몸에 빨간 자국이 생긴다고 했다. 힘도 세게 줄 수 없어서 마사지를 받으려면 부드러운 것만 선택할 수 있었다.권지헌한테는 간지럼 태우기나 다름없었다.권지헌이 피식 웃으며 소매를 팔뚝까지 걷어 올리고 허설아의 종아리를 마사지하며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허설아 씨가 원하는 강도는 내가 직접 해드려야겠네."권지헌이 겉옷을 벗자 안에 멋들어진 하운드투스 체크 조끼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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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권지헌이 허설아의 손을 잡고 아래로 내렸다.허설아가 해명했다."가끔 어떤 의뢰는 너 같은 체형을 원하는 게 아니잖아. 다른 남자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까 당연히 검색해 볼 수밖에 없지."일러스트를 그리는 건 다른 업무와 달랐다. 어떤 의뢰인은 가냘프고 아름다운 소년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건장하고 호르몬 넘치는 남자를 좋아했다. 허설아도 전부 다 권지헌을 보고 그릴 순 없었다.하지만 권지헌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말투로 말했다. "다른 남자도 보고 싶어?"허설아는 입을 다물었다.'제발 입 닥치고 말하지 말자.' 이게 뭐가 대수냐고, 대학 다닐 때 인체화를 그리려고 발가벗은 사람까지 얼마나 많이 그렸는지 모른다고 말하려 했다. 그런 건 전부 인물 모델이 있었다.하지만 권지헌이 얼굴을 새까맣게 굳은 얼굴을 보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손가락으로 권지헌의 벨트를 끌어당기며 달랬다. "너만 봐도 충분해."권지헌이 코웃음을 치며 서둘러 옷을 입지 않았다. 어차피 조금 있다가 또 벗어야 할 테니까. 권지헌의 마사지를 받던 허설아의 시선이 권지헌 가슴 아래쪽에 있는 희미한 흔적에 닿았다. "이건 뭐야?""전에 아프리카에서 부족 간 충돌이 났을 때 실수로 다쳤어."권지헌이 아무일도 아닌 듯 말했다.허설아는 전에 박희수가 눈물을 흘리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권지헌이 아프리카에서 거의 죽을 뻔했고 유럽에 있을 때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전에 허설아는 권지헌 같은 사람한테 무슨 고민이 있겠냐고 생각했다. 허설아를 몇 년간 속인 건 대체 어떤 심경이었을까.헤어져서 다시 만나기 전까지 권지헌은 모든 걸 포기하고 '권씨 집안 후계자'로서만 살아야 했다는 걸 알고 나니 허설아는 가슴이 미어졌다. 같은 건영시 사람인 허설아와 권지헌은 겹치는 부분들이 많았다.어렸을 때 허설아가 문화센터에서 춤을 배우며 탕후루 사달라고 조르던 시간에, 권지헌은 이미 학원 하나를 끝내고 다음 학원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영어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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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해가 저물고 회사 사람들이 퇴근하기 시작했다.허설아는 자기 사무실에 앉아 허리를 주무르고 있었다.김지유가 밖에서 들어오며 말했다."대표님, 조 비서님이 사무용 의자 하나 보내셨어요. 권 대표님이 주문하신 거래요."허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얼굴이 빨개졌다.오전의 장면이 또렷하게 기억났다.권지헌 사무실에서 한숨 자고 돌아와서 회의를 마치자마자 바로 사무용 의자가 배송됐다.권지헌이 무슨 속셈인지 허설아는 너무나 잘 알았다.속으로 죽일 놈의 변태라고 욕했다.사무용 의자는 이미 옮겨지고 있었다. 조민규가 웃으며 말했다."권 대표님께서 주문하신 거예요. 사모님께서 연한 색을 좋아하신다고 해서 흰색으로 하셨어요. 설명서도 여기 같이 놔둘까요?""네, 고마워요. 조 비서님.""천만에요!"조민규가 흐뭇해하며 나갔다.그때 권서진이 머리를 빼꼼 들이밀며 툭 던졌다. "언니, 옷 갈아입었네요? 오전엔 이 옷 아니었는데."허설아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말했다."지헌 씨가 사준 거 입어보라고 해서요."권지헌이 자기 사무실에 허설아 옷을 여러 벌 준비해 둔 건 사실이었다. 다행히 전부 기본 디자인이라 틀릴 일도 없었다.권서진처럼 패션과 예술에 민감한 사람이나 허설아가 옷을 갈아입은 걸 알아챌 수 있었다.권서진은 허설아의 말에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이 의자 몇천만 원짜리 같아요. 큰오빠도 참, 나는 안 사주고."허설아가 고개를 들며 웃었다."권 이사님, 올해 이사님이 디자인한 작품이 파리 주얼리 페어에서 상 받으면 제가 하나 사드릴게요.""진짜예요? 그럼 당장 가서 스케치 그릴게요!"권서진이 순간 열정이 불타올라 주먹을 불끈 쥐고 야근하겠다며 나섰다. 사무실 밖에서 누군가 몇 번이나 서성거리며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계속 들어오지 못했다.김지유가 보더니 한 마디 했다."박 반장님? 무슨 일이세요?"박준규는 공장의 기술 총괄이었다.김지유가 부르자 그제야 문 안으로 들어온 박 반장은 머뭇거리며 허설아 앞에 서더니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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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민지강의 어머니는 민지강을 낳을 때 병을 얻어 줄곧 요양하고 있었다.민지강은 아내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일부러 돈을 모아서 1인 산후조리실에 입원했었다.허설아가 입술을 깨물며 박 반장이 말한 병원을 검색했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한씨 집안 병원이네요?"권서진이 다가와 보더니 말했다."한씨 집안 병원 맞네요. 전에도 의료사고로 시끄러웠는데 그때도 신생아 사고였어요……"허설아의 가슴이 저며왔다.딸을 둔 엄마로서 이런 일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지유 씨, 민지강 씨 은행 계좌번호 찾아서 보내줘. 돈 좀 입금해야겠어, 아기한테 주는 거야.""알겠습니다."박 반장이 급히 말했다."아니, 아니에요, 대표님! 필요 없어요. 제가 대표님을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는 걸 알면 민지강이 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아기한테는 저희가 충분히 태워 보냈어요. 아기도 거기서 잘 지낼 거예요."하지만 고개를 든 허설아의 평온한 목소리 속에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그렇게 어린 아기가 물건 태워 보낸다고 쓸 줄이나 알까요? 종이 인형 몇 개 더 태워서 아이 돌봐주도록 하세요. 민지강 씨 부인도 몸조리 잘해야 하니까 돈은 많을수록 좋아요."박 반장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슬퍼했다. 박 반장이 나간 뒤에야 권서진이 입을 열었다."언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한씨네 병원 계속 사고가 터져서 많은 투자자들이 철수했고 오래 버티지 못할 거예요."허설아가 한숨을 쉬었다."그래도 아기는 돌아오지 않아요."권서진도 그만 멍해졋다.그리고 이내 고개를 돌려 김지유를 찾았다."나한테도 계좌번호 줘요. 아기 분윳값 좀 보낼게요.""네, 저도 좀 보낼게요."-저녁에 본채에서 식사할 때 허설아는 계속 정신이 딴 곳에 팔려 있었다. 박희수가 알아차리고 허설아를 계속 쳐다보더니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그래? 피곤해?"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조금요.""분명 지헌이 그 녀석이 쉬지도 못하게 괴롭혔구나. 애도 참……"박희수가 권지헌을 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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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한예린의 말엔 독기가 서려 있고 증오가 가득했다.분하기 짝이 없었다.한예린이 이를 갈며 욕을 퍼부었다."진짜 재수 없어 죽겠어요. 분명 애들이 복도 없고 팔자도 사나워서 죽은 걸 이제 와서 공갈 협박질이라니요! 돈에 눈먼 쓰레기들, 그 돈 받아 처먹고 무사할 줄 아나 보죠!"한예린의 말에 박희수는 입맛이 싹 사라지고 머리가 지끈거려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한예린을 보는 시선에도 회의감이 서려 있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데다 여자아이라 집에서 귀하게 자랐을 테니 성깔이 좀 있거나 성격이 모난 것 정도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하지만 한예린이 이렇게 악독한 말을 내뱉자 다들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건영시의 재벌가들은 자녀 교육을 매우 중시했다.한예린은 그렇게 쏟아내고도 화가 안 풀렸는지 박희수에게 말했다."큰어머니, 저도 어쨌든 권씨 집안 사람이잖아요. 저희 집이 돈 뜯기고 있는데 권씨 집안도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희가 이렇게 웃음거리가 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거예요?"박희수가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약혼만 한 거니 파혼하면 권씨 집안 사람도 아니야. 지민이가 물건 돌려보낼 테니 받은 물건들 다시 반납하고 깔끔하게 끝 내." 권지민이 한예린과 약혼할 때 준 건 사실 많지 않았다.권정민이 준 은행 카드도 권지민 손에 있고 기껏해야 권정우 부부와 권호성이 추가로 준 게 한예린한테 있을 뿐이었다.한예린은 박희수가 이렇게 바로 선을 그을 줄을 생각지도 못했다. 한예린이 당황하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버텼다."못 돌려줘요! 건영시 전체가 내가 권지민과 약혼했다는 거 다 아는데 왜 지금 이제 파혼하라는 거예요?"박희수가 차분하게 말했다."이건 할아버지가 결정하신 거고 이미 너희 집안에 통보했어. 너무 볼썽사납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해."권씨 집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체면을 중시한다는 것이었다.한예린이 권호성과 권지민을 욕한 녹음 파일은 권호성이 이미 삭제한 뒤였다.너무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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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허설아가 핏발 선 한예린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 그 아기들 팔자가 사납다고요? 그 아이 부모들은 아이를 무사히 낳기 위해 몇 배씩 돈을 팔며 당신네 병원을 선택했다는 거 알아요? 팔자가 사나우면 당신네 병원이 저지른 규정 위반의 희생양이 돼도 괜찮다는 거예요?""한예린 씨,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부모님과 가족의 기대를 받아본 적 있어요? 만약 당신 아이가 수술대에서 죽었는데도 담담하게 자기 아이 팔자가 사나웠다고 말할 수 있어요?"허설아는 마치 한예린과 일상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평온하게 천천히 이어갔다. 하지만 말하는 사이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다.허설아가 얼굴을 돌려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눈을 감으면 박 반장이 나간 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본 언론에 찍힌 민지강의 사진이 떠올랐다.민지강과 민지강의 아내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자그마한 아이를 안고 절망감에 빠진 채 힘없이 언론의 카메라를 보며 묻고 있었다. "아이 아직 살릴 수 있지 않나요?"허설아의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손등에 뚝 떨어졌다. 한예린은 멍해졌다. 허설아의 말은 박희수와 진하윤의 말보다 더 얼굴이 화끈거렸다.하지만 그건 자신이 처방한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허설아가 무슨 자격으로 미래의 아이를 저주하는 거야!권지헌이 허설아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달랬다."울지 마.""병원에서 소동 부리는 사람 우리 회사 직원이야. 몇 년 전 아빠 공장에서 아버지를 잃었는데 작년 재판 끝에 우리 아빠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 하지만 돌아가신 분은 돌아가셨어도 남은 사람들은 또 살아야 했지." 허설아가 잠시 멈칫하다 말했다."그 사람은 돈을 원하는 게 아니야. 돈을 원했다면 배상금과 월급만으로도 가족이 살기 충분해."평범한 사람은 그저 최선을 다해 잘 살고 싶을 뿐이었다.분명 모든 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민지강의 집엔 심지어 새 생명이 찾아왔고 오래도록 기다려온 딸이었다.민지강은 허설아한테 연희가 태어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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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전부 허설아 때문이었다!그 남자도 허설아의 직원이니 어쩌면 이 모든 게 허설아가 시킨 일일지도 몰랐다!한예린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서!원한에 사로잡힌 한예린은 뒷일을 생각하지도 않은 채 모든 힘을 끌어모아 달려들었다. '허설아 잘못이야, 전부 다 허설아 잘못이야!'허설아가 아니었다면 권지헌도 수수방관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가까이 있던 진하윤은 한예린이 뛰어오는 걸 보고는 급히 쫓아가서 허설아 앞을 막아서다 한예린한테 밀려 계단 모퉁이에 무릎과 정강이가 부딪혀 통즈잉 뼛속까지 파고 들었다!허설아가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지며 팔꿈치가 까졌다. 이미 권지헌한테 발로 차여 바닥에 쓰러져 있던 한예린은 자기 손을 보며 여전히 속으론 허설아를 해칠 궁리를 하고 있었다.어차피 진하윤이 한 번 막아줬으니 별일 없겠지.한예린이 여전히 의기양양해하던 그때, 허설아의 치마에 핏자국이 번진 걸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설마? 이렇게 우연일 수가?한예린은 그제야 심각한 공포를 느끼며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온몸이 덜덜 떨렸다.허설아한테 기어가서 사과하려 했지만 권지헌이 이미 품에 안고 본채를 빠져나가고 있었다!권서진이 비명을 질렀고 권지혁이 진하윤을 안고 전부 병원으로 갔다.한예린이 혼란을 틈타 다급하게 도망치려 했지만 권정열이 앞을 막아서더니 뺨을 세게 때렸다! "돌아가서 네 아버지, 할아버지한테 다 얘기해. 이 일은 권씨 집안은 절대 이렇게 넘어가지 않을 거니까!"권정열은 다리가 불편해서 굳이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진하윤의 생사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한예린은 진하윤에 비해서도 너무 하찮은 존재였다.때렸다고 한들 어떻게 할까.-병원 안은 온통 난리였다.진료실 안에서 의사가 진단 보고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허설아 씨는 확실히 유산했습니다. 가족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환자분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잘 보살펴 주세요. 아이가 착상도 되기 전에 화학적 유산이 된 거라 애초에 유지되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박희수와 허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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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권지헌은 자신이 허설아와 아이를 지키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의사 말로는 이 아이가 짧게 다녀갔기에 산모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고 추가 수술이 필요 없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다.하지만 여전히 처절한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와 권지헌을 집어삼킬 듯했다. 허설아의 손가락이 움찔했다.눈을 떴을 때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앞에 있는 권지헌을 바라봤다. 두 사람 얼굴에 모두 눈물자국이 흥건했다. 순간 다른 말이 필요 없는 것 같았다.권지헌이 허설아를 달랬다."의사 선생님이 아기가 너무 착해서 엄마 몸이 지금 자기를 맞이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엄마가 고생하지 않게 돌아갔대."허설아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꿈이 아니었다, 완전히 꿈인 건 아니었다. 오늘 아이만 생각하면 눈물이 났던 건 민지강의 불쌍한 아이한테 공감해서만이 아니라 자기 아이 때문이기도 했다. 심지어 허설아조차 아이가 찾아왔다는 걸 알지 못했다. 허설아가 납작한 배를 어루만지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꿈속에서 봤어.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올 테니 기다리래."말하는 동안 허설아의 눈물이 뚝뚝 떨어져 베갯잇을 적셨다.권지헌이 눈물을 닦아주며 허설아의 손을 잡아 자기 눈에 얹었다. 가슴속에서 자책감이 밀려와 숨쉬기가 힘들었다.분명 모든 걸 조심하며 완벽하게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아이를 떠나보내고 말았다."미안해. 내 잘못이야."허설아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기가 올 때가 아니었던 거야.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치료도 받았고 며칠 동안 감정 기복도 심했잖아. 내가 아기를 지키지 못한 거야."엄마로서 당연히 슬플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너무 짧게 다녀간 아이는 허설아가 느끼기도 전에 떠났다.마치 괜찮은 세상인지 급하게 왔다가 아직은 아닌 것 같다며 좀 더 기다리겠다고 돌아간 것 같았다. 교통사고도 허설아와 권지헌이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오늘 일도 두 사람의 예상 밖이었다.허설아는 진하윤이 자기를 막아줬던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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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허설아의 손가락이 권지헌의 뺨을 어루만졌다.손가락 끝에 닿은 피부가 전부 축축한 것만 같았다.권지헌을 만질 때마다 권지헌의 몸도 떨리고 있었다.허설아가 눈을 감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아빠가 그러셨어. 인생의 모든 문제는 피할 수 없고 지금 해결 안 하면 나중에 또 부딪히게 된대."문제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다른 곳에서 다시 나타나 어쩔 줄 모르게 할 뿐이었다.허설아와 권지헌 사이엔 출산 때문에 생긴 앙금이 영원히 남아 있었다.입을 닫고 피한다고 해서 그 일이 없던 게 되는 건 아니었다.권지헌은 허설아가 혼자 임신하고 출산하며 아이를 데리고 가장 힘든 시절을 보낸 것을 엄청 신경 쓰고 있었다.그건 아무리 극진히 돌보며 보상해도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었다.허설아는 전에 본인이 언급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모든 게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허설아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권지헌, 슬퍼하지 마."권지헌이 고개를 저었다.온갖 감정들에 목이 꽉 막혔다. 허설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예전 일은 나도 이미 다 내려놨어. 그땐 힘들게 지냈으니까." 허설아가 힘들 때 권지헌도 힘들게 지냈으니 서로 퉁친 셈이었다. 허민정의 말처럼 그땐 두 사람에게 각자의 어려움이 있었다. 둘 다 어렸고 자기 마음을 제대로 읽을 줄 몰랐으며 서로에 대한 불만과 자존심, 고집이 뒤섞여 있었다.같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데 하물며 그때의 두 사람이야.허설아도 알고 있었다.권지헌이 슬퍼하는 건 잠깐 그들을 보러 왔던 이 아이뿐 아니라 전에 임신했을 때의 허설아가 떠오른 게 더 컸다. 연희가 몸이 약해서 권씨 집안 모두가 세심하게 돌봤지만 그것도 허설아가 홀로 겪었던 고통을 보상할 순 없었다.권지헌이 허설아의 손을 꽉 잡고 자신의 뺨에 대고 목이 멘 채 말했다. "자기야, 우리 이제 아기 낳지 말자, 응? 내가 정관 수술 예약하고 우리 앞으론 피임 철저하게 하자.""연희만 있으면 충분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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