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531 - Chapter 540

550 Chapters

제531화

"우리 집에 와서 며칠 있어요, 우리 엄마 원영 씨 엄청 좋아할 거예요."진하윤은 원래 얌전하고 말 잘 듣는 딸을 좋아했다. 말할 때 목소리도 나긋나긋하고 말도 예쁘게 하면 더할 나위 없었다.권서진은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 그런데 마침 송원영이 딱 그런 타입이었다.송수정은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김수진은 속으로는 부아가 치밀었지만 이런 자리에서 망신을 당할 수는 없었기에 억지로 꾹 참느라 얼굴이 새빨개졌다. 너무 열 받아서 당장이라도 화병이 날 지경이었다. 파티가 끝나고 허설아와 안초희는 모두 주얼리 몇 가지를 구매했다.허설아는 박희수와 허민정을 위해, 안초희는 자기 자신을 위해 샀다.안초희가 허설아를 슬쩍 바라보며 실눈을 뜨고 말했다. "자긴 왜 안 사? 권 대표가 돈 쓰지 말라고 한 건 아닐 거잖아?""지헌이 카드 쓰는 거야. 나는 그냥 내 브랜드 주얼리가 더 좋을 뿐이야."이런 파티에 와서 아무것도 안 사는 것도 이상했기에 브랜드 지지 차원에서 적당히 몇 개 사면 그만이었다.김수진은 브로치를 하나 샀다.송수정은 목걸이 세트가 마음에 들었지만 김수진이 결제해 주지 않았다. 송씨 가문이 요즘 상황도 상황이니 이런 데 큰돈을 쓸 때가 아니었다.송수정은 그 목걸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봤다.이번 행사에 브랜드가 딱 한 세트만 가져온 것이었다. 사실상 단품이나 다름없고 전 세계에 열 세트도 안 된다는 말을 들은 송수정은 더욱 갖고 싶어졌다.하지만 김수진이 허락하지 않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브랜드 직원이 몇 분 지나지 않아 목걸이를 가져가 버렸다. 아마 누군가 이미 구매한 모양이었다. 송수정이 막 시선을 거두려다 고개를 돌린 순간, 목걸이가 송원영의 목에 걸려 있는 걸 발견했다.송수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서은석이 차분하게 송원영에게 목걸이를 해주며 물었다. "마음에 들어?""어떻게 왔어요?""브랜드에서 우리 엄마 초대해서 카드 긁으러 왔어. 온 김에 이 목걸이가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샀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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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허설아가 식사 자리를 거절하자 김수진은 내심 못마땅했다.얼굴 좀 반반하고 권지헌한테 이쁨 좀 받는 게 대수야?이 세상에 예쁜 여자가 어디 한둘인가.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는다면 그건 큰 오산이었다.언젠가 권지헌이 허설아에게 흥미를 잃는 날이 오면 사랑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잘나가는 남자 곁에는 여자가 하나뿐인 법이 없었다.서은석이 슬쩍 눈길을 돌리고 신경 쓰는 듯하면서도 적당히 선을 유지하는 말투로 말했다."형수님, 사람 시켜서 바래다드릴까요?""괜찮아요, 지헌이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요."서은석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혀를 찼다.권지헌이 허설아를 신경 쓰는 정도로 보아 이런 지루한 연회에 같이 오지 않더라도 데리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송원영이 권서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진짜 갈 거예요? 우리 집 밥 별로인데."권서진이 송씨 가문에 따라가는 건 밥을 얻어먹으려는 게 아니었다.혹시라도 송씨 가문 사람들이 송원영을 괴롭힐까 걱정이 됐을 뿐이었다."괜찮아요, 맛없으면 집에 돌아가서 배달시키면 되죠. 설마 굶기야 하겠어요?"게다가 송씨 가문 모녀가 먼저 초대한 것이기도 했다.잠시 후, 허설아와 안초희는 호텔 입구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허설아가 돌아서서 권지헌의 차에 올라탔다.권지헌이 몰고 온 차는 너무도 눈에 띄었다. 도심에서 오프로드 차량을 모는 사람이 원래도 드문데 심지어 최고 사양의 랭글러라 깔끔하게 차려입은 정장 차림과 묘하게 이질감이 들었다. 송수정의 시선이 권지헌에게 향하더니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송수정은 뉴스에서만 권지헌을 봐왔던 터였다.카메라 렌즈는 실물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법이었다. 권지헌과 허설아 모두 딱히 사진빨을 잘 받는 타입은 아니었는지 실제로 보니 더 충격으로 다가오는 외모였다. 봄날의 온기 속에서 정장 위에 롱 코트를 걸친 권지헌은 우연인지 몰라도 넥타이 색이 허설아의 스커트 패턴과 똑같았다.권지헌이 허설아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고개를 숙여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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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서은석이 고개를 들어 송동건을 바라봤다.송동건의 말에 한쪽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리며 웃었다."송 선생님 마음속에서 딸은 때리고 욕해도 되는 존재예요?""그런 뜻이 아니라 딸은 딸이고 여자는 또 다르잖아요."송동건 마음속에서 송원영은 나쁜 아이가 아니었다. 다만 눈치도 없고 멍청한 구석이 있어서 말 잘 들을 때는 그나마 얌전해 보이지만 말을 안 들으면 모든 것이 송수정보다 못해 보였다.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전에 송수정한테도 같은 돈을 들여서 키우지 않은 게 조금 후회가 됐다.그랬으면 송씨 가문이 어려울 때 써먹을 수 있는 딸이 하나 더 늘었을 텐데 말이다. 아쉽게도 송수정은 입양한 아이였다.친딸도 아닌데 돈을 많이 들이기가 아까웠다.서은석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우리 집은 집사람을 때리고 욕하는 그런 집안 교육이 없어요. 그리고 원영이는 좋은 사람이에요."서은석이 송원영을 좋게 말하자 오히려 송동건과 김수진이 뭔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두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소리인 거야? 송동건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속에서 치미는 화를 꾹 눌렀다."서 대표님, 앞으로 한 가족이 될 텐데 사실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서은석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반찬을 한 입 먹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고 송원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집에서 평소에도 이런 거 먹어? 기름기도 없고 맛도 없네."그러니 이렇게 말랐지. 송원영은 서은석이 일부러 트집 잡으러 집에 온 거라는 걸 알면서도 피식 웃었다."평소에 이런 거 어디 있겠어요? 은석 씨가 온다고 특별히 차린 거예요."서은석은 못마땅한 듯 식탁을 쓱 훑어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다.그러다 송동건을 바라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송민재 손에 투자할 돈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요? 그 지분으로는 부족해요?"지분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송민재가 바짝 긴장했다.송동건이 본능적으로 송민재를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소리야? 지분을 팔았어?""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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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권서진이 시선을 들어 송민재가 코앞에 들이민 술잔을 바라봤다.술 냄새가 확 풍기는 맑고 투명한 술에 왠지 이상한 냄새도 섞여 있는 것 같았다.권서진은 술잔을 든 채 마시지 않고 갑자기 감탄하듯 말했다."술이 꽤 좋아 보이는데 어떤 품종이에요?""저희 집에서 직접 담근 와인이에요."권서진이 짧게 답하며 이어 물었다. "그러니까 뭔가 독특한 향이 나는 것 같은데 어떤 재료 사용했나고요?"송민재는 권서진이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다.어쩌면 진짜로 눈앞의 술이 궁금한 것처럼 보였다.송민재가 질문에 답하며 재료를 설명하자 권서진이 껄껄 웃더니 술잔을 들어 송민재의 얼굴에 확 부어버렸다. 미처 피하지 못한 송민재가 술을 뒤집어쓴 채 멍하니 굳어있는데 송동건의 분노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권서진 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 민재가 좋은 마음으로 술 한 잔 권한 건데 권씨 가문은 예의도 없어요? 권 어르신한테 좀 따져야겠어요!"권서진이 느긋하게 술잔을 자기 가방 주머니에 집어넣었다."일단 화내지 마세요. 공교롭게도 제 전공이 양조학이라 술에 뭐가 들어있는지 한눈에 보이거든요. 제 술에 감히 약까지 탄 송민재 씨한테 한 잔 권하는 게 예의 아닐까요?"송동건이 버럭 화를 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우리 아들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게다가 여기는 송씨 집안이었다. 송민재가 아무리 권서진한테 다른 마음이 있다 해도 이렇게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을 할 리가 없었다.스스로 돌을 들어 자기 발등을 찍는 격이 아닌가!그런데 권서진이 술잔을 챙기는 걸 본 송민재는 얼굴에 흘러내리는 술도 닦지 못한 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송동건의 팔을 잡아당겼다. 송동건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자 술이 송동건의 목덜미로 뚝뚝 흘러 떨어졌다.차가운 술이 흘러 내려가는 것처럼 송동건의 마음도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술잔, 가져가게 하면 안 돼요."그 말을 듣고 송동건이 이해 못 할 리 없었다.권서진이 못 가져가게 하라고? 권서진 가방을 빼앗기라도 하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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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권서진이 핸드폰을 보여주었다."술잔값은 이체해 줄게요. 우리 오빠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억지로 잡아두고 있겠다는 거예요, 송민재 씨?"권서진은 올 때부터 송씨 가문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래서 특별히 권지혁에게 미리 연락해서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권서진이 목소리를 늘어뜨리며 말했다."아, 맞다. 할아버지도 밖에 계셔요. 어르신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건 좀 그렇죠."권호성이 직접 왔다고?송민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송동건을 쳐다보다 결국 그냥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서은석을 따라 나가는 송원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수진은 왠지 가슴 한켠이 허전했다. 송원영이 이렇게 떠나면 다시는 송씨 가문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불안한 마음에 김수진이 저도 모르게 불렀다."원영아……"송원영이 발걸음을 잠깐 멈추더니 살며시 고개를 돌려 김수진을 바라보며 귀 옆 잔머리를 무심하게 쓸어 넘겼다.부드럽고 매력적인 미소였지만 말투는 마치 성벽처럼 단단하고 차가웠다. "오빠가 버티기 힘들어지면 와서 사정해요, 도와줄게요."무시하는 듯한 경멸의 눈빛과 적선을 베푸는 듯한 태도에 송민재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송원영을 바라봤다. 눈앞에 있는 여자가 자기 여동생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송원영이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거지?마음속에서 끝없는 두려움이 차올랐다.사람들이 나가고 송동건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등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송민재가 얼굴을 닦더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해주시에 가서 며칠 있다가 돌아올게요."송동건이 힘없이 손을 내저었다.-문 밖, 차에 탄 서은석이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할아버지가 와 계신다고 했잖아?"권서진이 하품하며 말했다."거짓말이지. 저 사람들 IQ 다 합쳐봤자 내 신발 사이즈도 안 될걸."권호성이 여기 올 리가 없었다.권정열 때문에 화가 치밀어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지 않는 것만 해도 평화로운 셈이었다. 송씨 가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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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허설아는 진하윤의 이 속도에 적잖이 놀랐다.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있어야 결혼 얘기를 꺼낼 수 있는 거지, 결혼하고 싶다고 그냥 할 수 있는 걸까?박희수는 진하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또 언제 할아버지한테 쫓겨나서 별장으로 돌아갈까 봐 걱정돼서 얼른 서진이한테 괜찮은 사람 소개해 주고 싶은가 봐."허설아는 두툼하게 쌓인 사진들을 바라봤다.낯익은 얼굴도 몇 명 보였다.권지헌의 친구들 사진이 여럿 섞여 있었다.강시우 사진을 보자 허설아는 잠깐 멈칫했다. 권지헌과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부터 강시우를 본 적 없는 것 같았다.설 전에 연희한테 세뱃돈을 이체했을 때 가족들 모두 지방으로 이사를 갔고 강지연은 유학을 떠났다고 했다. 강시우 본인도 슬슬 여자를 만나 결혼 준비를 하련다고 했었다.연희 같은 귀여운 딸을 낳고 싶다고도 했었다.허설아는 강시우 사진을 빼놓았다.어떤 이유든 강시우는 권서진과 어울리지 않았다.진하윤이 한참을 봤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권씨 가문과 걸맞은 집안의 적당한 나이대 남자들은 이미 결혼했거나 사귀는 사람이 있거나, 아니면 주변에 여자가 끊이지 않는 타입이었다.진하윤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권호성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한이 있더라도 권정열 같은 남자를 딸한테 소개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그건 딸을 망치는 일이었다.이 바닥을 접하기 전이라면 모를까, 많은 사람들이 재벌집이라고 하면 무조건 좋게만 보는 경향이 있었다.하지만 이 바닥에 들어와 보니 사람이 계급으로 나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돈 있는 쓰레기와 돈 없는 쓰레기일 뿐 쓰레기는 결국 다 똑같은 쓰레기였다.진하윤도 예전엔 집안만 좋으면 대체로 됨됨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권씨 가문으로 시집온 후에야 결국 다 허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박희수는 맞선 상대를 고르는 진하윤을 보며 위로했다."더 찾아볼래? 이건 건영시 쪽 사람들뿐이잖아. 서원시랑 강성시 쪽에도 젊은 사람들이 꽤 있으니까 서진이가 만나봐도 되잖아."진하윤이 마지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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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아림 씨 말씀하세요?"박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양 어르신이 김아림 외할아버지거든. 김아림이 서진이를 도와 연결해 준 건지 한번 알아봐."허설아도 약간 놀랐다.김아림에게 전화를 걸어 몇 마디 묻자 전화기 너머에서 김아림이 시원시원하게 웃었다."내가 집에 얘기해서 사진 보내라고 한 거야. 지난번에 우리 이모가 성격이 좀 세고 불같은 여자가 없냐고 물어보길래 마침 권 이사가 딱 생각나서 직접 알아보라고 했지.""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사실 나는 그냥 귀찮아서 한마디 한 건데 이모가 직접 권 이사가 괜찮아 보여서 사진 보낸 거야."허설아는 감사 인사를 하고 남자 쪽 상황을 몇 가지 더 물은 다음 전화를 끊었다.기대에 찬 진하윤과 눈이 마주치자 허설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림 씨 사촌 동생이래요. 집안 교육이 엄격하다니까 됨됨이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양씨 가문의 교육 방식은 김아림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굉장히 엄격했다.그런 집안 출신인데도 김아림은 놀고먹지 않고 열심히 일도 했다. 남편은 형사로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었고 아이도 동네 공립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이런 집안에서 키운 자식이 방탕한 자제들보다 백 배 낫다는 건 물어볼 것도 없었다.허설아를 바라보는 진하윤이 눈빛에 고마움이 가득했다.허설아가 덕분에 접점이 생긴 것이었다.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아림 씨 말로는 남자가 성격이 고지식하고 재미없대요. 서진 씨가 마음에 들어 할지는 모르겠어요."진하윤이 관자놀이를 누르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했다."그건 서진이가 알아서 하는 거지."진하윤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나머지는 본인들 몫이었다.진하윤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기 너머에서 권지혁의 목소리가 들렸다."엄마, 아빠가 기어코 할아버지 모시고 할머니 성묘 가겠다고 하는데 말려봐요."진하윤은 순간 멈칫했다. 이 날씨에 권정열과 권호성이 산에 성묘를 간다고?한 명은 늙은 노인에, 한 명은 휠체어 신세인데 산을 오른다고?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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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진하윤의 반응에 무슨 걱정하는지 바로 알아챈 박희수가 웃으며 말했다."연희는 거기 처음 가보는 거지? 경북산 요즘 진짜 예뻐서 우리도 같이 구경가려고."진하윤을 바라보며 덧붙였다."동서도 오랫동안 그쪽에 안 갔잖아? 같이 봄나들이 가."박희수의 생각을 알아챈 진하윤은 순간 놀라고 반가운 마음에 연신 그러겠노라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러 나갔다.진하윤이 나가자 박희수가 허설아를 보며 설명해 주었다. "지헌이 할머니가 거기 잠들어 계셔. 할아버지가 저세상 가서도 안 만난다고 할머니 돌아가신 후로 한 번도 안 갔거든. 셋째 삼촌이 할머니랑 제일 가까웠어서 지금 저러는 거야."권호성이 허설아를 해치려 한 일은 권정우와 권지헌을 제외하고는 당사자들밖에 몰랐다.허설아도 박희수도 알지 못했다.권지헌과 권정우 모두 숨기고 있었다.하지만 박희수는 전부터 권호성에게 감정이 없었다. 있다면 오래도록 이어져 온 원한뿐이었다."작은 어머니도 쉽지 않았어. 다 가족인데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지."박희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진하윤은 본성이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 일도 너무 절박했던 탓이었다. 권호성도 가장 큰 잘못은 권정열이라는 걸 알기에 진하윤한테 그저 이혼할 생각이 있으면 떠나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진하윤 스스로 남은 것이다.권서진과 권지혁을 두고 갈 수 없었다. 박희수는 가족들이 화목하게 서로 의지하며 잘 지냈으면 했다. 때문에 진하윤이 힘든 처지를 보고 당연히 도울 수 있는 만큼 도우려 했다. 허설아를 달래듯 말했다."괜찮아, 큰일은 없을 거야."그냥 며느리와 함께 봄나들이를 가서 권호성 구경이나 하는 셈 치면 되었다. -경북산 아래에 도착하니 멀리서부터 유치원 아이들이 빨간 모자를 맞춰 쓰고 줄을 서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모습이 보였다.연희는 키가 작아 맨 앞줄에 서 있었다.허설아를 보자마자 폴짝폴짝 뛰어왔다.마치 작은 나비 같았다."엄마! 어떻게 왔어?""연희 데리러 왔지. 서준이는?"전서준이 대열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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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전서준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그저 방금 산 소시지 꼬치를 먹을 수 없다는 걸 알고 미련 없이 허설아와 박희수에게 나눠주고 마지막 남은 한 개는 아쉬운 듯 진하윤에게 건넸다.허설아는 보면서 웃음이 났다."돈은 어디서 났어?""엄마가 나 워치에 조금 넣어줬어요. 큰숙모, 이거 봐요. 나 저번에 워치로 외삼촌 찍었어요!"전서준은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소시지를 세 개나 포기한 것도 까맣게 잊고 시계를 꺼내 허설아한테 사진을 보여줬다.아이가 찍은 사진이라 되는 대로 찍혀 있었다.뭘 찍었는지 전서준 본인도 모르는 것 같았다.옆으로 넘기던 허설아는 권지헌이 휠체어 옆에 손을 얹고 무언가를 보고 있는 건지 앞을 바라보는 사진을 발견했다. 휠체어에는 권정열이 앉아 있었다.그다음 사진에는 멀리 권호성도 보였다.권지헌도 경북산에 있었던 걸까?촬영 시간은 한 시간 전이었다.전서준 본인도 오늘 권지헌을 찍었다는 걸 몰랐다. 허설아한테 보여주려던 건 며칠 전 밖에서 권지헌을 마주쳤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회사에서 나오는 권지헌이 손에 탕후루 한 상자를 들고 있었다. 요즘 가게들은 디저트를 참 예쁘게 만들어서 겨우 한 입 거리인 작은 꼬치 여러 개가 한 상자에 담겨 있었다. 연희는 단 걸 많이 먹으면 안 되고 허설아도 즐겨 먹는 편이 아니었기에 그냥 한 상자 사서 같이 나눠 먹으려 했다. 전서준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외삼촌한테 하나만 달라고 했는데 안 줬어요!"권지헌은 사냥을 나가서 가족들에게 먹이를 구해오는 것처럼 먹을 것을 사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전서준이 사진을 찍던 날은 탕후루를 집에 챙겨오지 않았다."숙모도 못 먹었는데. 삼촌이 혹시 다른 사람한테 준 거 아니야?""네? 외삼촌 정말 나쁘네요! 몰래 혼자 다 먹은 거 아니에요?"전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설아를 쳐다봤다.자기가 뒷담화 중인 외삼촌이 뒤로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권지헌이 전서준의 뒷덜미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누가 나쁜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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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권정열은 황당하게 선을 넘는 게 일상인 사람이었다.싸움이 붙으면 바닥에 주저앉아 자기 다리를 가리키며 권호성을 몰아붙였다.그때 사건의 옳고 그름은 절대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저 권호성이 자기 인생을 망쳤다는 말만 했다.사실 바람을 피운 걸로 따지자면 권호성도 딱히 깨끗한 편은 아니었다.싸움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자기 다리 얘기 아니면 자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권호성은 똑똑히 알 거라며 몰아붙였다.허설아가 의아해하는 걸 본 권지헌이 설명해 주었다. "할아버지가 예전에 외국에서 사업을 하시다가 꽃뱀 사기에 휘말린 적 있거든. 상대방이 할아버지를 범법자로 몰아세웠는데 현지 법 상, 할머니가 법정에서 증언을 해주시면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대.""그걸 계기로 할머니가 본인이 직접 키울 테니 아이를 하나 더 낳자고 하셨지." 권정열은 그렇게 태어난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이혜숙의 모든 기대와 사랑을 온전히 한 몸에 받으며 자랐다. 어려서부터 아무리 제멋대로 굴어도, 무슨 짓을 해도 늘 뒷수습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권정열 눈에는 자신의 출생이 권호성 스스로 행실이 바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다 권호성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인데 바람을 피우는 게 왜 문제냐는 거였다! 뿌리부터 잘못됐으니 낳은 자식인들 올바를 리 없잖아? 권호성한테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사람도 권정열밖에 없었다. 입만 열면 과거 일들을 죄다 줄줄이 꺼냈다.허설아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권지헌."갑자기 권지헌 이름을 부른 탓에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흠칫했다. 박희수마저 허설아가 권씨 가문 관계가 너무 복잡해서 싫어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권지헌도 덩달아 긴장했다.그러자 허설아가 입을 열었다."탕후루 어디 갔어?"권지헌은 할 말을 잃었다."……탕후루?""딴소리하지 마. 서준이가 사는 거 봤다고 했어."권지헌의 시선이 뒷좌석 진하윤 무릎 위에 앉아 있는 전서준에게 향했다. 그 모습은 마치 진하윤이 볼링공을 안고 있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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