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뺨이라도 한 대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새벽에 또 양준우 꿈을 꿨다.이번엔 큰 약 상자를 안고 실링캡을 뜯더니 약을 한 움큼 입에 털어 넣고 물도 없이 그대로 씹어서 삼켰다.그리고 약 상자를 탁 던지고 옷도 벗어 던지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권서진을 보며 말했다."한번 해볼래요?"침대 위에서 눈을 번쩍 뜬 권서진은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그 순 간 마음속으로 이번 생에 두 번 다시 아무 말이나 하지 않고 반드시 입조심할 거라고 맹세했다. 아니면 꿈에서조차 가만두지 않는 거잖아. 그때 허설아가 말을 꺼냈다. "나랑 지헌이 이사해서 요즘 집에 서진 씨랑 숙모만 있을 것 같아요.""네? 갑자기 왜 이사했어요?""갑자기는 아니에요, 집은 작년에 사뒀으니까요." 말을 어떻게 꺼낼지 잠깐 고민하던 허설아는 며칠 동안 있었던 일을 권서진한테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권서진은 순식간에 잠이 확 깼다.주말 동안 잠깐 외출했을 뿐이었다. 허설아가 아무리 담담하게 말해도 권서진은 권씨 가문 사람들을 너무 잘 알았다. 몇 마디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그림이 그려졌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진하윤이 전화를 걸어와 다짜고짜 쏟아부었다. "서진아, 엄마 며칠 동안 너희 할아버지 댁에 가 있을 거야. 일 있으면 본채 큰엄마한테 가서 도와달라고 해, 끊을게."그렇게 넓은 권씨 가문 집에 권서진 혼자 남는 거야?허설아도 진하윤이 본가 저택으로 간다고 할 줄은 몰랐다."우리 집에 와서 지내요. 출퇴근하기도 편하잖아요.""괜찮아요, 언니. 언니네랑 같은 단지에 지혁 오빠가 사준 집이 있어요. 내 집에 있으면 돼요."다만 며칠 사이에 모든 가족이 다 이사를 간다는 건 권서진이 예상 못 한 일이었다. 특히 진하윤은 권호성과 거의 웬수나 다름 없는데 왜 갑자기 본가로 간다는 거지?권서진은 작동 중인 커피 머신을 바라봤다. 추출된 커피에서 진한 커피향이 나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와서 눈앞을 뿌옇게 가렸다. 안개가 한 층 가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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