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711 - Chapter 720

751 Chapters

제711화

그런데 메뉴를 고르던 권서진은 양준우가 도통 말이 안 통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상처가 아직 안 나았으니 회복에 불리한 음식은 안 된다며 죽 한 그릇만 시켜주었다.다친 사람이라고 다 이런 걸 먹는 건 아닐 텐데.다행히 뒤이어 다른 요리도 나온 덕분에 적당히 배를 채울 수 있었고 맛도 괜찮았다.권서진이 다 먹은 걸 본 양준우가 일어나 계산하고 집까지 데려다줬다.아파트 입구에 도착하니 박희수가 연희 손을 잡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차에서 내리는 권서진을 보자마자 연희가 달려와 다리를 끌어안았다."작은고모, 왔어요!"어느새 키가 많이 자란 연희는 고개를 돌리다 차 안에 있는 양준우를 발견하고 물었다."이 아저씨가 작은고모부예요?""……아니야." "그런데 아빠가 조수석에는 엄마만 탈 수 있다고 했어요. 작은고모가 이 아저씨 조수석에 탔으니까 작은고모부 아니에요?"권서진의 입꼬리가 움찔거렸다.권지헌이 가정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시킨 거냐며 속으로 욕을 몇 마디 했다.그런데 연희가 뒷자리에만 타는 건 아직 카시트를 사용하기 때문이었다.권서진이 허리를 숙여 연희를 안으려 했다.그런데 이젠 몸무게도 15kg이 다 되고 키도 1미터 가까이 되는지라 권서진이 안기엔 약간 힘에 부쳤다. 연희가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됐어요, 작은고모. 안지 마요, 이따 허리 삐끗하면 또 울 거잖아요."차 안에서 남자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권서진은 난처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박희수가 다가오자 양준우가 차에서 내려 인사를 건넸다.박희수가 자연스럽게 물었다."집에 올라가서 좀 앉았다 갈래요?""아닙니다, 다음에 꼭 정식으로 인사드리러 올게요."이미 밤 9시가 넘어 10시가 다 되는 시간이었다.지금 올라가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양준우는 대신 허리를 숙여 연희를 안아 올렸다."그래도 권 아가씨는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 "나 권씨 아니고 연씨예요. 아저씨, 그냥 연희라고 부르세요." "그래, 연희야."그 모습을 지켜보는 박희수가 호감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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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남자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고 약간 잠긴 느낌마저 들었다. 묻는 순간 손끝이 권서진의 손에 살짝 닿았다.하지만 이내 떼어냈다. 권서진의 심장이 갑자기 쿵 뛰었다.조금 당황스러웠다.고개를 들자 고개를 숙여 자신을 내려다보는 양준우가 보였다. 어제 권서진이 옷차림을 웃은 탓인지 오늘은 다른 스타일이었는데 검은색 반팔 티셔츠의 스파이더맨 무늬가 오히려 더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아니요, 누가 무서워한다고 그래요?""그럼 왜 날 피해요?"권서진이 눈동자를 빙그르르 돌렸다. "안 피했어요."바로 눈앞에 닿는 양준우의 숨결에 순간 긴장되었다. 양준우가 한숨을 내쉬었다."들어가요. 밖에 너무 더워서 상처가 덧날지 몰라요." 그 말을 듣자마자 권서진은 그대로 몸을 돌려 미친 듯이 내달렸다. 마치 양준우가 무슨 맹수라도 되는 것처럼 도망치듯 사라졌다.양준우는 정신없이 도망치는 권서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에야 차를 타고 아파트를 떠났다.-조민규는 일주일 휴가를 냈다.여러 가지 일을 다 처리하고 회사로 돌아왔을 땐 홀쭉해져 있었다. 안초희는 허설아한테 그 얘기를 하며 안타까워했다.정확한 내막은 몰랐지만 조민규 집에 일이 생겼고 복귀 후엔 기운이 많이 빠져 보인다는 거였다.허설아도 속으로 탄식했다. 오전 업무 중에 조민규한테 전화가 걸려왔다."고맙습니다, 대표님. 전에 대표님이 알려주셔서 보영이 일을 신경 쓸 수 있었어요. 저희 집에서 보영이 교육을 너무 소홀히 한 탓이에요.""몇 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거의 어머니 혼자 키우셨거든요. 그래서 아버지 사랑이 부족해서 나이 많은 남자한테 속은 거예요."허설아가 조민규를 위로했다."앞으로 많이 신경 써줘요. 이 세상이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려주고 자주 함께 시간 보내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전화를 끊고 나서도 허설아는 마음이 심란했다.민보영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다.그래도 큰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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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허설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인성도 좋고 성격이야 서진 씨가 좋으면 되는 거죠."권서진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난 좋다고 한 적 없어요!"양준우가 자기한테 호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권서진은 그게 호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집안에서 필요로 해서였다.솔직히 말해서 양현성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양준우가 계속 연락할지도 알 수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니 권서진은 또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해지며 숨이 살짝 막혔다.허설아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 "그냥 괜찮은 것 같으면 친구로 지내요. 어떤 사람은 연애 상대로는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그런데 서진 씨한테는 친구도 마침 부족하잖아요." 권서진은 친한 친구가 별로 없었다.평소 회사 일 말고는 시간을 대부분 전시회를 보러 다니며 새로운 디자인 영감을 찾곤 했다. 아니면 송원영이나 김지유를 만나곤 했다. 지금 송원영은 송원 그룹과 회사 일을 동시에 챙기느라 바쁘고, 김지유는 학업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권서진과 놀아줄 여유조차 없었다. 허설아의 여가 시간도 완전히 권지헌과 연희 몫이었다. 권씨 가문과 어울리는 집안 중에도 권서진과 친하게 지낼 만한 여자는 없었다.서은석은 일 외에는 송원영뿐이었지만 권서진도 선을 지키는 사람이었다.아무리 서은석이 혈연관계가 있는 오빠라 해도 연애를 시작한 뒤로는 귀찮게 굴지 않았다.권지혁은 권지호가 벌인 골치 아픈 일들로 정신없이 바빴다.그래서 정말로 같이 놀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양준우는 아무리 봐도 친한 친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권서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됐어요, 그냥 일로 나 자신을 마비시켜서 아무 생각도 안 할래요!"허설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권씨 집안 사람들은 정말 다들 기가 막힐 정도로 노력파였다.악덕 상사인 허설아는 이런 결과물이 나쁘지 않았다. 다만 먼저 퇴근한 허설아가 건물 아래 세워진 차를 보고 다가가서 살폈다. 차 안의 남자가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허 대표님.""안녕하세요, 누구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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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차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막 9월에 들어선 날씨는 여전히 무더웠고 짜증이 날 만큼 후텁지근했다.밑창이 얇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던 허설아는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가 가죽을 뚫고 피부를 태우는 것만 같았다. 허설아는 그때 화재 사건이 떠올랐다.권지민이 무슨 마음으로 화재 현장에 들어갔는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 누구든 악의를 갖고 짐작하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권지민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게 누구한테나 좋은 일이었다. 허설아는 제자리에 서서 말했다."괜찮아요, 필요 없어요. 우리 브랜드가 이번 입찰에 참여하는 것도 공정한 경쟁이어야 하니까요. 어떤 의미로든 내부 파일은 필요 없어요."권지민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문서를 다시 거둬들이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좋은 뜻으로 그런 건데, 형수님 정말 정이 없네요.""고마워요."허설아는 틈을 주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권지민이 허설아를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갑자기 차창 쪽으로 다가오며 웃었다."형수님, 큰형이 이 일을 알면 화낼까 봐 걱정하는 거 아니에요?"좀 가까이 다가간 탓에 허설아 몸에서 나는 옅은 향수 냄새가 느껴질 정도였다. 치자꽃 향인 듯했다. 치자꽃을 좋아했던 허설아는 전에 별채 쪽에도 적잖이 심어놔서 여름에 지나갈 때마다 짙은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허설아는 권지민을 한없이 경계했다."괜한 생각이에요. 지헌이는 화 안 낼 거고 나도 지민 씨가 주는 파일 필요 없어요."뒤쪽에 있던 차 문이 열리며 양준우가 다가왔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허설아가 가지 않고 서 있는 걸 보고 다가온 것이다. 권지민의 시선이 양준우와 허설아 사이를 오갔다."이쪽은 형수님 친구분이세요?"권지민은 한눈에 양준우가 풍기는 남다른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출신도 높아 보이고 실력도 대단한 만만치 않은 인물 같았다. 상대도 하고 싶지 않았던 허설아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네, 친구예요.""형수님한테 이런 친구가 있는 거 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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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허설아는 늘 분야가 다르면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다.전문 분야는 따로 있다는 말도 틀리지 않았다.심미안도 있고 그림 기술도 있었지만 주얼리 디자인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없었다. 검수자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했지만 직접 메인 디자인을 맡기엔 확실히 부족했다.지금 권서진과 함께 작업하는 게 그래서 좋았다. 권지헌이 허설아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손가락으로 하이힐 때문에 까진 발목 뒤쪽을 어루만졌다."아파?""괜찮아."허설아는 발뒤꿈치 피부가 약하고 여려서 하이힐을 신을 때마다 피를 보는 수준이었다.그래서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권지헌 눈에 띄지 않았다면 본인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아마 오늘 권지민과 얘기할 때 오래 서 있느라 걸을 때 자세가 흐트러지며 까진 것 같았다.권지헌이 발목을 주물러주었다."앞으로는 굽이 가는 하이힐 신지 마.""굽 낮은 것도 똑같아. 그렇다고 구두를 안 신을 수도 없잖아."권지헌은 더 할 말이 없었다.허설아가 온갖 굽이 가는 하이힐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종아리가 가늘고 라인이 매끈해서 하이힐을 신으면 더 예쁜 건 사실이었다. 권지헌이 소독약을 가져와 상처난 뒤꿈치를 소독하고 밴드를 붙여주었다."양준우가 너 도와줬다고?""응, 서진 씨한테 고맙다고 대신 전해달라고 해야겠어."허설아가 휴대폰을 들고 권서진과의 대화창을 열었다. 타자를 하는 동안 권지헌은 계속 종아리를 주물렀다.허설아의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응큼한 손이 종아리를 타고 점점 위로 올라가더니 마사지하는 위치가 점점 이상해졌다.허설아는 적당히 힘을 주어 권지헌을 발로 탁 찼다.하지만 권지헌이 바로 발을 잡아버렸다. 허설아가 아무리 몸부림쳐봐도 도무지 다리를 뺄 수 없었다. 권지헌이 몸을 기울이며 내뱉는 야릇한 목소리가 생각을 어지럽혔다. "자기야, 나도 명단 있는데 왜 나한테는 안 물어봐?"뜨거운 입맞춤이 얼굴에서부터 입술로, 그리고 목덜미로 향했다. 허설아는 계속 권서진과의 대화를 이어가려 했지만 휴대폰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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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권지헌의 야릇한 목소리는 물 흐르듯 유혹적이었다.허설아는 어젯밤 권지헌이 멋대로 굴던 모습이 떠올라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전에 김아림은 두 사람이 헤어졌을 때가 권지헌이 가장 한창일 때인데 놓쳤다고 말한 적 있었다.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허설아는 지금도 권지헌을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한 번 더 뇌물을 주면 허리가 다 부서질지도 몰랐다. 권지헌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는 더 이상 놀리지 않았다."어젯밤에 말해줬잖아. 테마는 사계절이고 며칠 뒤에 공개될 거야."미리 알려준 것도 사실 겨우 사흘 앞당긴 것뿐이었다.권지헌이 알려주지 않았어도 업계에 참여하는 브랜드들은 어차피 부부인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다 얘기했을 거라고 생각할 게 뻔했다.이번 권율 그룹의 주얼리전 입찰이 허설아 회사에 길을 터주려는 자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허설아가 아니었다면 권율 그룹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입찰을 벌이지도 않았을 거라는 얘기였다.그런데 해마다 열리는 입찰은 권율 그룹의 전통 행사이기도 했다.권지헌이 웃으며 말했다. "테마는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어. 요즘 비서실에 매일같이 알아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고 적잖은 브랜드들이 이미 알고 있어."그런데 허설아만, 이토록 고집스럽고 단호했다. 자신의 일과 권지헌의 일을 분리하고 싶었다. 남들 눈에는 한 몸 같은 부부라고 해도 상관없었다.지금 허설아가 버는 돈도 어쩌면 두 사람의 공동 재산일 수 있었다.그래도 허설아는 끝까지 버티고 싶었다. 권지헌은 허설아의 성격을 잘 알았다.가끔 이렇게 뇌물을 받을 수 있다면 허설아의 고집이 권지헌한테는 완전히 복인 셈이었다.권지헌은 허설아가 씻고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밖으로 나갔다.허민정이 연희를 데리고 한창 아침을 먹고 있었다.허설아는 메일함에 이번 테마와 딱 맞는 디자인 도안을 받은 적 있다는 걸 떠올렸다.지난달에 권서진의 디자인이었는데 공장 화재로 생산이 지체돼 그동안은 이전 주문을 생산하는 데만 집중했다.지금 생각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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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아이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전에는 집안 아이들한테도 참을성이 별로 없었다.마을에도 아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아이들이나 어른들을 따로 구분해 대하지는 않았다.그런데 어째서 이 꼬맹이만 보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지 알 수 없었다.심지어 웃음이 나오려 할 정도였다.양준우가 반쯤 무릎을 굽히고 연희와 눈높이를 맞췄다."응, 그런데 나는 작은고모부가 아니야. 아침 먹었어? 이 만두 너 먹어."연희가 뒤에 서 있는 허설아를 돌아봤다.허설아가 아무 말 없이 다정하게 바라보는 걸 보고서야 다시 양준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 감사합니다, 아저씨."양준우의 얼굴에 막 웃음이 번지려는 찰나, 연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은 먹으면 안 된대요. 나 아침 벌써 먹었어요.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말을 마치고는 허설아 옆으로 뛰어갔다.양준우는 그만 멍해져서 코만 만지작거렸다. 왠지 성격이 권서진을 닮은 구석이 있는 꼬맹이였다. 둘 다 짓궂고 약삭빨랐다.고모를 좀 닮은 데다 평소에도 권서진과 사이가 좋아서인지 입을 삐죽거리며 바라보는 표정은 거의 똑같았다.양준우가 씩 웃었다. 허설아가 미안한 듯 말했다."죄송해요. 저희 이미 아침 먹었거든요. 서진 씨는 출근 시간 딱 맞춰 가는 걸 좋아해서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양준우가 고개를 숙여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허설아가 슬쩍 바라보니 시중에서 몇만 원이면 살 수 있는 아주 평범한 디자인이었다."이 시간까지 출근 안 하고 지각할까 봐 걱정도 안 되나 봐요?""서진 씨는 일 시작한 이후로 개근해 본 적이 없어요."아마 한참 기다려야 할 거란 뜻이었다.양준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허설아가 연희를 카시트에 앉히는 사이 내려온 권지헌은 길가에 서 있는 양준우를 힐끗 쳐다보고는 차에 탔다. 운전은 당연히 권지헌의 몫이었다. 조수석에 앉은 허설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렇게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사람은 처음 봐."아침 일찍부터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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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권지헌은 다시 앞을 바라봤다.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을 봐왔다.권씨 가문이나 양씨 가문보다 더 대단한 집안도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해도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걸 잃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적지 않았다.권지헌이 보기엔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었다.그런데 양준우가 지금 보이는 정도의 진심은 한참 부족했다.적어도 권서진한테는 필요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연희 유치원에 도착한 뒤, 날씨가 더운 탓에 권지헌은 허설아를 차에서 내리지 않게 했다.연희가 문 앞에 서서 권지헌이 챙겨주는 가방을 받으며 애처롭게 바라봤다."오후에 끝나면 아빠가 데리러 와?""당연하지. 꼭 데리러 올게."여름방학 내내 연희는 거의 매일 권지헌과 붙어 있었다.수영, 승마, 사격까지 다 체험해 봤지만 다 연희 취향이 아니었다.연희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나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피아노를 치는 것이었다.그래도 아빠가 함께하니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탓에 연희가 권지헌에게 유난히 붙어다니려 했다. 권지헌이 참을성 있게 하교 시간을 기억하고 있으니 꼭 올 거라고 거듭 확인시켜 주었다. 연희는 그제야 흡족하게 손을 흔들고는 선생님과 함께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옆에서 아이를 데려다주던 학부모들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따라 웃었다."연희 아빠가 평소에 연희를 많이 돌보나 봐요. 애들은 많이 챙겨준 사람을 찾기 마련이거든요." 권지헌이 웃으며 답을 대신하자 다른 학부모가 말했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연희 엄마는 왜 신경 안 써요? 계속 할머니와 아빠가 데리러 오고, 애를 낳기만 하고 돌보지도 않는 거예요? 애가 참 불쌍하네.""그러니까요. 이렇게 애를 안 챙기는 엄마는 본 적이 없어요. 우리 유치원에 행사 있을 때도 다 엄마들이 챙기잖아요. 연희네만 엄마가 코빼기도 안 보인다니까.""연희 엄마는 진짜……"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낮은 편도 아니었다. 말을 하면서도 이상한 눈빛으로 권지헌을 쳐다보고 있었다.권지헌의 얼굴에 남아 있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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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아니, 내가 원장한테 연희 전학시킨다고 말한 거야.""전학?""응." 권지헌이 짧게 답했다."전에 이미 봐둔 학교가 있어, 서준이랑 같이 전학시킬 거야. 이 유치원은 어릴 때 돌봄이 필요할 땐 확실히 괜찮았는데 이제는 둘 다 컸으니까 국제학교 부속 유치원으로 보낼 생각이야."잠시 멈칫하던 권지헌이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방금 있었던 일은 말하지 않았다.사소한 해프닝에 불과했다.아침부터 허설아 기분을 언짢게 할 필요는 없었다."이 유치원은 두세 살짜리들이 돌봄이 필요하거나 집에 봐줄 사람이 없는 아이한테 더 맞아. 새 유치원은 영어 교육과 야외 활동을 더 중시하거든." 허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권지헌이 전학을 결정했다면 분명 충분히 알아봤을 것이다. 이런 고민을 허설아도 안 해본 건 아니었다.전에 이 유치원을 선택한 것도 확실히 돌봄 교육이 괜찮았기 때문이다.그때는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던 터라 이런 유치원을 찾은 것만으로도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었다."나도 전에 그 유치원 알아본 적 있어. 그때는 집이나 병원에서 다 멀어서 생각 안 했지."학비도 문제이긴 했다.그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허설아도 사실 연희를 국제학교 유치원에 보내고 싶었다."지금은 집에서 멀지 않긴 한데 연희 등원시키고 출근하려면 방향이 완전히 반대잖아.""회사를 옮기는 것도 생각해 볼게. 그전까지는 고생스럽겠지만 연희 아빠가 시간 날 때 등하원 부탁해."권지헌이 슬며시 웃으며 허설아를 그윽하게 바라봤다.검은 눈동자에 허설아의 모습만 담긴 듯했다. 권지헌이 씩 웃었다. "내가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허 대표님이 보상을 많이 해줘야지.""알았어."-단지 입구.권서진이 하품을 하며 나타났다.막 콜택시를 불러 출근하려는데 저 멀리 서서 손을 흔드는 양준우가 보였다.권서진은 순간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이 시간에 양준우가 왜 출근하지 않고 여기 있는 거지?"형부? 이쪽 구청에서 출근하는 거 아니죠?""아니에요." 양준우가 고개를 저었다. "옆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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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양준우는 권서진의 말투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짜증을 들으며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회사 앞에 도착한 뒤, 권서진이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다시 쾅 닫고 씩씩거리며 사무실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잠시 뒤, 양준우의 휴대폰에 이체 알림 하나가 떴다.메모에는 택시비라고 적혀 있었다.진짜로 택시 기사 취급한 건가?또 잠시 후, 권서진이 또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미안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짜증이 좀 심해요.][그런데 앞으로 아침에는 안 와도 돼요, 형부 시간만 낭비하는 거예요.]시간 낭비라고?말은 듣기 좋게 했다.권서진이 불쾌해한다는 걸 당연히 알아챌 수 있었다. 양준우의 지극정성에 대한 거절이기도 했다. 양준우가 휴대폰을 들고 답장을 보냈다.[아침 챙겨주려고 찾아간 게 아니라 상해 감정서 떼러 가라고 알려주려 간 거예요.][그날 밤 잡힌 그 사람이 몇 년 갇혀 있을지는 지금 서진 씨한테 달려 있어요.]권서진도 답장을 보냈다.[……]권서진 혼자 김칫국을 마신 셈이었다. 차라리 이게 나았다. 정신 들고 나서 양준우에게 너무 모질게 대한 건 아닌지 계속 후회하지 않아도 되었다. 은혜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일 일도 없었다.하지만 권서진은 이런 일을 어릴 때부터 적잖이 겪어왔다.양준우가 무슨 마음으로 아침에 찾아온 건지는 알 수 없었다.설마 진짜 운전 기사가 되어주려고 온 건 아닐 테니까.권서진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다음부터 이런 일은 메시지 보내주면 돼요, 협조할 테니까요.]양준우는 더 이상 답장하지 않았다.권서진도 뒷전으로 미뤄버렸다. 오전에 회의를 마친 뒤, 허설아는 권지헌한테서 어렵게 얻어낸 주제를 얘기했다. 그때, 송원영도 말했다."나도 요 며칠 다른 브랜드를 통해서 알아냈는데 이 주제가 맞아요." "그런 정보망도 있어요?""송씨 가문이 주얼리 사업은 안 하지만 협력업체 중에 주얼리 하는 곳이 많아서 같이 얘기 나누다 보면 저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알려주더라고요."송원영은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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