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권서진이 사람 보는 눈이 어두워 속아서 애써 쏟은 진심이 물거품이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허설아는 메일을 다 읽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바람이 얼굴에 스쳐서 뺨이 서늘해져서야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메일을 닫은 뒤, 진하윤의 부탁대로 권서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진하윤이 자신을 믿어준 만큼, 허설아도 고인의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권지헌에게 전화를 걸었다.권지헌은 벨이 울리기 무섭게 바로 전화를 받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나 보고 싶었어?""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권지헌이 짧게 답하고는 펜으로 서류에 서명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 말했다."말만 해, 자기야.""양준우 씨 좀 알아봐 줬으면 해.""응?"권지헌이 휴대폰을 고쳐 잡았다. 잘생긴 얼굴을 살짝 찌푸린 채, 허설아가 왜 그 사람을 언급했는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서진이 때문에?""응, 서진 씨가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모르겠대."권지헌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낮게 울리는 웃음소리에 허설아는 괜히 부아가 치밀었다."뭐가 웃겨?""우리 자기가 좀 순진해서. 양씨 집안 지위도 만만치 않고 양준우도 공직에 있는데, 뭐 캐낼 만한 단서가 나올 것 같아? 게다가 남자가 연애할 때 태도랑 다른 사람 대할 때 태도는 또 다른 문제야."이건 권지헌도 나름 경험이 있었다. 허설아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는 완전히 달랐으니까.아무리 애써 양준우를 알아본다 해도 나오는 게 없을 수도 있었다. 결국 권서진 본인의 마음에 달린 일이었다.권지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기가 그랬잖아, 남의 인연에는 끼어들지 말자고.""서진 씨는 당신 동생이지 남이 아니잖아. 나중에 연희가 연애할 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권지헌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연희의 연애라면 당연히 얘기가 달랐다. 온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연희랑 연애하겠다는 놈을 찾아내 하나도 빠짐없이 샅샅이 알아볼 작정이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