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721 - Chapter 730

751 Chapters

제721화

둘째네 집안부터 셋째네 집안까지 스캔들이 끊인 적이 없었다.게다가 장례식 이후로 묻혔던 지난 일들까지 줄줄이 파묘되었다. 언론들은 권호성의 생전 스토리들을 신나게 떠들어댔다.권서진은 그런 뉴스를 밥친구 삼아 볼 정도였다.하지만 본인이 뉴스에 나오는 건 질색이었다.송원영도 바로 손사래를 쳤다."나도 안 돼요. 송원 그룹에서 직책 맡고 있잖아요. 내가 나섰다간 괜히 얽혀서 나중에 복잡해져요."결국 허설아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단조에 관해서는 역시나 해주시에 한번 다녀올 생각이었다.심윤산 대가에게 의향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다만 어르신의 건강과 나이를 생각하니 차마 선뜻 나설 수 없었다. 괜히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그때 권서진이 말했다."단조 공예 하는 외삼촌이 한 분 있었던 것 같은데 연락해볼게요."휴대폰을 꺼내 검색해 보던 권서진은 그제야 그 외삼촌이 골드 업계에서 손꼽히는 디자인 대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세공이 기가 막히게 정교했다.휴대폰 화면으로만 봐도 권서진이 감탄할 정도였다.송원영도 옆에서 같이 들여다봤다."이 여의 디자인 나도 알아요. 전에 경매 가격이 어마어마했거든요. 그때 우리 집에서 내 혼수로 사주려다가 낙찰가가 너무 높아서 못 샀는데 서진 씨 외삼촌이 디자인했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허설아도 덩달아 감탄했다."서진 씨도 그쪽 재능을 물려받았나 봐요."권서진이 그동안 외가 쪽과 연락을 끊고 지냈는데도 유전자와 핏줄의 힘이란 건 참 신기했다.권서진은 금세 외삼촌과 연락이 닿았다.권서진의 디자인을 보내자 진원호는 연신 훌륭하다는 말을 쏟아냈다.권서진의 천부적인 디자인 재능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까다로운 진원호마저 속으로 감탄할 정도였다. 협업은 금세 성사되었고 약속 시간과 이후 세부사항까지 모두 정해졌다. 진원호가 신신당부했다."서진아, 요즘 나한테 연락하는 브랜드가 워낙 많으니까 우리가 손잡았다는 건 당분간 알리지 마라. 네 디자인 도안도 잘 간직하고."권서진이 아직 어려서 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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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하지만 이왕 챙겼으니 그냥 집에 가져가 태워버리기로 했다.권서진이 한참을 뒤졌지만 차 키는 나오지 않았다.아무래도 집에 두고 온 모양이었다.종이 조각이 든 봉지를 들고 나오던 권서진은 저도 모르게 입구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가 구석에 세워진 양준우의 차를 발견했다.순간,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북받쳤다. 권서진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나뭇잎 두 장이 나무에서 떨어져 발치에 내려앉았다.마치 왼쪽으로 갈 건지, 오른쪽으로 갈 건지 묻는 것만 같았다.저 차를 못 본 척하고 택시를 타고 갈까? 아니면 다가가볼까?가방 속을 더듬던 권서진의 손끝에 아침에 받았던 만두가 잡혔다. 이미 완전히 식어버렸는데도 비닐봉지를 뚫고 만두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한참을 그렇게 우뚝 서 있는 권서진을 발견한 민지강이 소리쳤다."권 이사님, 저기 차 한 대가 이사님 기다리고 있어요!"권서진은 그제야 문득 마음이 놓였다."알겠어요."발치에 내려앉았던 나뭇잎도 다시 날아올라 차량쪽으로 살포시 날아갔다. 권서진은 스스로도 뭘 그리 망설이는지 알 수 없었다.그저 양준우를 마주할 때면 거리를 둬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두 사람은 애초에 같은 세계 사람이 아니었다.바로 지금, 차에 나란히 앉은 이 순간에도 그랬다.양준우한테서 풍기는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권서진은 심장이 제멋대로 뛰었다.이유 없이 두근거렸다. 차에 올라타자 양준우가 차창을 내렸다.차 안에 남아 있던 담배 냄새도 한결 옅어졌다.양준우가 권서진이 들고 있던 봉지를 보고 물었다."그건 뭐예요?""파쇄기가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에요. 다 내가 폐기한 디자인이긴 하지만요. 아까 돌아가 보니 청소 이모가 치우고 있어서요. 내가 괜히 예민한 건지도 몰라요." "예민한 거 아니에요."시동을 건 차는 권서진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예전에 어떤 스파이가 기밀 기관에서 나온 파쇄 조각을 사들여서 그걸 온전한 문서로 이어붙인 전례가 있어요.""요즘은 그 기술이 훨씬 더 발달했을 테고 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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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그래요, 알았어요."권서진이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그럼 같이 올라가서 밥 먹을래요?"양준우가 무심한 듯 권서진을 힐끗 쳐다 봤다."됐어요."양준우가 거절하자 권서진도 더는 잡지 않았다.차가 단지 입구에 멈춰 섰는데도 양준우는 좀처럼 문을 열지 않았다.차 안에 불도 켜지 않은 채 양준우는 고급 아파트 단지 입구를 밝히는 큰 조명의 불빛을 빌려 나직이 입을 열었다."내가 그렇게 싫어요?""아니요.""그럼 내가 어떤 것 같아요?"권서진의 손가락이 차 시트를 꾹 파고 들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마음이 어수선해졌다. "좋은 사람이죠. 훨씬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어요."옆에 있던 남자가 보란 듯이 긴 한숨을 뱉었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는 듯했다.고개를 살짝 젖히고 시트에 몸을 기댄 양준우는 콧대며 목젖이며 유난히 도드라졌다. 마치 눈앞의 안개마저 단숨에 베어버릴 듯한 서슬 퍼런 검 같았다."진짜 내 말 이해 못하는 거예요? 아니면 거절하는 거예요?""우리는 별로 어울리지 않아요." "왜요?"권서진은 주먹을 꽉 말아 쥐고 손잡이를 당겨 차 문을 열었다.한쪽 발은 이미 밖으로 내딛고 있었다. "이유 같은 건 없어요. 나이도 성격도 우린 그냥 안 맞아요.""앞으로 데리러 오지 마요. 내일부턴 직접 운전할 거니까요."차에서 내린 권서진이 창을 사이에 두고 양준우를 바라봤다."어차피 이 차, 진짜 후졌잖아요." 말을 마친 권서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버렸다.뒷모습만 보면 거의 뛰다시피 멀어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양준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한동안 멍하니 있던 양준우는 피곤을 꾹 참고 고개를 숙여 자기 차의 엠블럼을 물끄러미 바라봤다.이 차가 낡았다고?부임하기 전이라 오늘은 양준우 개인 차량이었다. 수억을 호가하는 차가 대체 언제부터 권씨 가문 막내 아가씨 눈에는 고물짝이 된 걸까?양준우는 권서진한테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였다.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지만 그렇다고 곧장 떠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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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서브 브랜드 생산 라인은 금세 확정되었다.허설아는 고심 끝에 서브 브랜드 이름을 '봄날'로 지었다.가장 먼저 선보일 제품 세트의 이름은 '가연'.웨딩 라인을 메인으로 내세우면서도 일상용으로도 손색이 없었고 공법은 진원호가 맡기로 했기에 그야말로 강강연합이었다. 생산 절차가 정해지자 회사 전체가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물려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허설아는 회사 고위층 임원진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했다. 홍보팀 총괄 진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 저희 쪽 홍보 라인업은 준비가 다 됐어요.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서풍 작가님과의 콜라보 요청이 꽤 많아요. 지난번 탈피 시리즈와 에덴 시리즈 때 서풍 작가님 일러스트를 사은품으로 증정했을 때가 제일 빨리 완판됐거든요."허설아가 씩 웃었다. "아주 날 뼛속까지 쥐어짜겠다는 거네요. 이 세트는 구성이 워낙 많아서 그리려고 해도 보름은 걸려야 해요." "그야 대표님 인지도가 워낙 높고 실력도 탄탄하셔서 직접 홍보하시는 게 제일 잘 어울려서인 거죠." 허설아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주얼리전 끝나고 디자인 공개할 테니, 그때 맞춰서 노출과 광고도 확실히 밀어붙여요.""알겠습니다."몇몇 부서 책임자들이 회의실을 떠나자 김지유가 새빨간 장미 한 다발을 안고 들어왔다. 새까만 포장지에 새빨간 장미, 게다가 위에는 진주까지 한 바퀴 빙 둘러져 있었다. 허설아가 보더니 질색하며 말했다. "이거 누구 남자친구가 보낸 거예요? 완전……"아재 감성이야. 권지헌도 예전엔 이런 꽃을 곧잘 사 왔었다. 그러다 허설아한테 몇 번 핀잔을 들은 뒤로는 선물 고르는 안목이 제법 그럴싸해졌다. 이런 꽃다발은 인터넷에서도 심심찮게 촌스럽다고 질색하는 스타일이었다. 권서진이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꽃다발에 꽂힌 카드를 쏙 뽑아 들었다."큰오빠나 은석 오빠가 아니면 또 누가 있겠어요? '사랑하는 원영에게. 그대는 내 마음속 가장 진실한 밝은 달.' 서명은…… '호'?"서명을 본 순간, 권서진은 육포를 씹느라 얼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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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허설아와 권지헌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우연히 친구 추가를 한 게 끝이었다. 송원영은 권지호가 무슨 속셈으로 꽃을 보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그것도 사랑을 고백하는 글이 적힌 카드까지......아무리 봐도 수상쩍었다.그래도 이미 받은 뒤인지라 송원영은 바로 서은석에게 얘기했다. "은석 씨가 대신 답례 좀 해줘요. 나도 저 사람 속셈을 통 모르겠어요."서은석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권지호가 대체 또 무슨 꿍꿍이인 걸까? 송원영은 서은석에게 얘기하고 휴대폰을 옆으로 밀어놨다.오후 퇴근길, 주차장에서 송원영이 자기 차를 찾기도 전에 바로 옆에서 경적소리가 울렸다.운전석에 앉은 권지호가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송원영 씨, 내가 보낸 꽃은 받았어요? 같이 저녁 식사할 생각 있어요?"송원영은 순간 흠칫했다.이내 고개를 돌려, 값이 만만찮아 보이는 차에 타고 있는 권지호를 바라봤다.권씨 가문 자식들은 하나같이 번듯한 외모를 타고났지만 그 속은 저마다 딴판이었다.권지헌은 골격이며 윤곽부터가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타고난 조각 같은 외모였다. 반면 권지호는 번지르르한 껍데기 속에 송원영은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꿍꿍이가 숨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근사한 겉모습 속에 시커먼 속내를 깊이 감춘 사람이었다. "괜찮아요. 권지호 씨 호의는 고맙지만 사양할게요.""àl'aube의 서브 브랜드가 저희 그룹 입찰에서 승산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지 않아요?"주얼리 라인은 일부가 권지혁에게 넘어가긴 했지만 알짜 지분은 여전히 권지호 손에 있었다.이번 입찰 역시 권지호 총괄이었다. 송원영도 속으로는 마음이 좀 흔들렸지만 이내 권서진을 떠올렸다. 눈썹을 슬쩍 추켜올리며 흠잡을 데라곤 없이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나긋나긋 받아쳤다."권지호 씨가 그렇게 말하니까 오히려 더 거리를 둬야겠네요. 혹시 누구 사주 받고 우리 회사가 이번에 내놓을 디자인을 알아보러 온 건 아닌지 누가 알겠어요? 꽁꽁 숨겨둬야겠어요."송원영이 한 손으로 자기 차 문을 열어젖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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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왠지 썸 타는 듯 야릇한 말이었다. 마치 송원영도 자신이 맛볼 접시 속 요리 정도로 여기는 듯한 말투였다.송원영은 미묘한 불쾌감이 들었다.그래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술을 마시자는 권지호의 제안을 완곡히 거절했다."저는 운전해야 해서요. 권지호 씨는 편하게 마셔요. 여기 와인이 맛있거든요.""은석이 형이 그렇게 엄한 줄은 몰랐네요. 밖에서 술 한 잔도 못 마시게 하나 봐요." "맞아요." 송원영이 턱을 괴고 짐짓 시무룩한 척했지만 얼굴에는 누가 봐도 티나는 행복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원래 그래요. 집에서도 못 마시게 해요, 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거든요."권지호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음식이 나오 미소는 금세 사라졌다.송원영이 시킨 세트는 죄다 야채뿐이라 식사를 하는 건지 풀을 뜯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김지유 말처럼 소도 송원영보다는 기름지게 먹을 것이다. 송원영은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시간이 날 때면 대부분 야채 샐러드를 먹었는데 이 호텔 샐러드가 유난히 맛있어서 자주 찾는 메뉴이기도 했다.권지호가 알록달록한 야채가 담긴 접시를 바라봤다.낯빛이 조금 어두워졌다.송원영이 한입 크게 먹고 고개를 들며 긴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는 순간, 반지가 반짝반짝 빛났다. 약지에 끼워진 반지였다. 송원영이 권지호에 말했다."입에 안 맞으면 다른 거 시켜요. 난 이게 익숙해서요."권지호는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지만 억지로 수저를 들어 집어 먹었다.하지만 도무지 넘어가질 않았다.그런데 송원영이 시원스레 먹는 모습이나 익숙하게 소스를 뿌리며 어떤 소스의 칼로리가 높은지 일러주는 걸 보니 평소에도 정말 자주 먹는 게 분명했다.권지호가 속에서 치미는 불쾌한 기분을 꾹 참고 적양배추를 베어물고 물었다."송원영 씨, 은석이 형과는 사이가 좋은가 봐요?""나쁘지 않아요. 제가 남자 보는 눈이 워낙 까다로운데 마침 은석 씨가 딱 맞아서요."권지호가 술잔을 들고 술을 한 모금 마셨다.그제야 입안에 맴돌던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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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권지호가 손을 올려 입꼬리를 매만졌다. 악의를 감춘 손짓이었다.-차가 한참을 달린 뒤에야 송원영이 물었다."내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요?""지호가 사진을 보냈는데 테이블 위 음식이 네가 좋아하는 메뉴길래 찾아온 거야."역시 서은석다운 세심함이었다.권지호가 보낸 사진에 술이 있는 걸 보고 송원영이 운전을 못 할까 봐 직접 택시를 타고 와 기사 노릇을 자처한 거였다.송원영이 미간을 찌푸렸다."저 사람은 대체 뭘 원하는 걸까요? 퇴근길에 굳이 붙잡고 밥 먹자더니 정작 밥 먹는 동안은 조용했어요. 밥 다 먹고 난 나왔고요." "술은 마셨어?""안 마셨어요."앞쪽 교차로로 향하던 서은석이 핸들을 꺾어 나무 아래 주차 공간에 차를 세웠다.àl'aube 회사와 공장 모두 위치가 다 외진 편이었다.시내로 돌아가는 가장 가까운 길은 국도였는데 주변이 더없이 황량했고 나뭇가지가 가로등을 반 넘게 가리고 길은 텅 비어 있었다.서은석은 손으로 송원영의 뒤통수를 감싸더니 앞으로 다가가 입을 맞췄다.숨결이 뒤엉키고 서로의 숨결을 탐닉했다. 공기도 점점 뜨거워져서 에어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송원영은 서은석의 입맞춤에 온몸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잠시 뒤 살짝 떨어진 서은석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송원영을 누르고 말했다."확인 좀 해야지."바로 다시 입술을 덮치더니 뜨겁고 부드러운 숨결을 나눴다.혀끝에는 야채 샐러드의 향만 느껴질 뿐 알코올 향은 없었다.송원영이 서은석을 밀어냈다."세상에 이렇게 검사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정말 술을 마셨다면 이런 식으로 검사하는 서은석도 운전을 못 할 판이었다.서은석이 목소리를 낮춰 웃었다.차를 다시 도로 위로 몰고 나서야 정색하고 말했다."권지호 일부러 그랬을 거야, 날 열받게 하려고. 내가 열받아서 몸져눕기라도 해야 지헌이 곁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질 테니까."서은석이 싸늘하게 씩 웃었다. "하지만 지헌이 녀석은 내가 없어도 손해 볼 거 없어."권지호는 늘 이렇게 치졸한 꿍꿍이를 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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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기어이 서은석이 입을 열게 만들 작정인 듯했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저희 아빠가 알려줬어요. 서 대표님, 제발 저희 좀 도와주세요……"송원영이 조용히 하품하며 서은석의 휴대폰을 손에 들고 까딱까딱 흔들었다.슬슬 흥미가 생겼다.그 모습을 본 서은석이 씩 웃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뭘 도와달라는 거야?"서은석이 대꾸를 해주자 송수정은 바로 생기가 돌았다. "모르시겠지만 언니 진짜 너무해요! 글쎄 우리 엄마, 아빠 집을 팔아버려서 우리 식구 다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는데 고향 집은 손볼 사람도 없어서 지금 비까지 새고 있어요……"송씨 가문 고향 집은 건영시 이웃 도시인 한주시의 강북 지역이었다. 강남 지역만큼 넉넉하진 않아도 나름 괜찮은 지역이었다. 집도 예전에 송동건이 큰돈을 들여 손본 거라 온 식구가 살기에 충분했다. 다만 송수정이 바라는 호화로운 삶은 어림도 없었다.하나뿐인 아들이라고 송민우를 애지중지하는 김수진과 송동건이 귀한 아들한테 힘들고 궂은일을 시킬 리 없었다.집안일은 자연스레 전부 송수정 몫이었다. 송수정은 죽을 맛이었다.그래서 송동건이 술에 취한 틈에 몰래 서은석 번호를 알아내서 식구들이 없는 지금 겨우 전화를 걸었다. "서 대표님, 우리 언니는 얼굴만 반반하지 정말 지독해요! 어른 공경할 줄도 모르고 우리 식구들을 학대한다니까요! 우린 다 언니 피붙이잖아요! 언니한테 속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서은석이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그래? 어떻게 속이는데?""언니는 사생활이 진짜 문란해요! 예전에 유학 갔을 때도 남자 친구가 엄청 많았는데 외국인도 몇 명이나 있었어요. 대표님은 언니한테 아까워요! 전에 권 대표님이 언니를 내친 것도 너무 더럽다고 질색한 거라니까요!" 참 그럴듯한 소설이었다. 송원영이 깨끗한지 아닌지는 서은석이 제일 잘 알았다.처음엔 입맞춤 한 번에도 부끄러워 눈을 질끈 감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사람을 송수정은 연애 고수라 우기고 있었다.어처구니가 없었다.서은석이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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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네 부모님은 해커 했어도 되겠어. 이 번호도 지난달에 금방 바꾼 거야."송동건이 파산해서 수중에 자산이나 돈은 한 푼도 없었지만 예전에 쌓아둔 인맥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게다가 송원영이 서은석과 사귄다는 걸 아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송동건이 옛 사업 파트너한테 서은석 번호를 물으면 사람들은 인심 쓰는 셈 치고 순순히 알려주곤 했다. 송원영은 머리가 지끈거려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앞으로 저 사람들 전화 오면 그냥 무시해요.""그래, 네 말대로 할게."서은석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런 건 일도 아니야, 사람이든 일이든."송원영이 곁눈질로 바라봤다.방금 송수정의 지나친 말 때문에 송원영이 속상해하고 난처해할까 봐 걱정하는 걸까?예전 같으면 그랬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송원영도 이제는 귓등으로 흘려넘기는 법을 배웠다. 그저 진심으로 그 인간들이 하찮게 여겨질 뿐이었다.어차피 식구들끼리 오순도순 잘 지내라지.송원영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모든 걸 훌훌 털어낸 송원영이 홀가분하게 웃으며 말했다."중요하지 않아요.""지금 나한테 제일 중요한 건 àl'aube와 이제 곧 출시할 봄날 브랜드, 그리고 은석 씨예요."송원영이 솔직하게 말했다."한 남자를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게 어리석은 짓이라는 거 알아요. 그래도 지금은 그러고 싶어요."서은석이라면 그럴 만한 사람이었으니까.서은석의 마음속에서 불꽃놀이라도 열린 듯 펑 하고 환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어리석은 거 아니야, 내가 널 지게 두지 않을 테니까.""그럼 기대하고 있을게요."-이튿날 모임.몇몇 프로젝트 관계자들의 사적인 식사 자리였고 식사 후 사람들은 근처 클럽으로 자리를 옮겼다.하이힐을 신은 권서진이 룸에 나타났다.진원호의 딸 진하린이 밝게 외쳤다."서진이 맞지? 이리 와, 같이 놀자!"권서진은 원래 오고 싶지 않았지만 진원호 딸의 약속이라 호의를 매몰차게 거부할 수도 없었다. 와보니 다 낯익은 얼굴이었다.같은 업계 사람도 있고 à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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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양준우는 클럽 웨이터 차림이었다.웨이터라지만 실은 다들 똑같은 정장에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얇은 싸구려 흰 셔츠가 근육에 착 달라붙어 라인이 선명하게 보여 왠지 섹시해 보였다. 양준우는 머리에 복슬복슬한 머리띠까지 하고 있었다.그게 오히려 더 유혹적으로 보였다.진하린의 말이 끝나자 양준우는 권서진의 손을 끌어다 자기 가슴에 얹었다.힘찬 심장 박동이 권서진의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양준우한테서 나는 유명 브랜드의 시원한 시더우드 향이 룸 안의 술 냄새와 뒤섞여 권서진의 코끝을 파고 들었다."손님도 제가 벗기를 바라세요?"양준우가 권서진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만 말했다.'권서진 씨.'양준우가 이름을 부르며 권서진의 손을 자기 가슴에 꾹 눌러 붙인 채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권서진의 손끝이 화끈 달아올랐다.상대의 강렬한 기운에 밀린 권서진은 소파 등받이 쪽으로 기울었다.가죽 소파에 등이 닿으려는 찰나, 양준우가 팔을 뻗어 받쳐준 탓에 품에 안기다시피 했다. 너무 가까웠다.순간 당황한 권서진이 손으로 밀쳐내며 거절했다."아, 아니에요!""아, 네."양준우는 뒤로 물러나 술잔을 권서진 손에 쥐여주었다. 술잔이 쨍그랑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진하린이 사뭇 아쉬운 듯했다."그 오빠 딱 봐도 몸이 좋아 보이는데, 벗으면 더 볼만할 거야." 권서진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얼버무렸다."됐어요, 언니. 그냥 이대로 둬요."어차피 권서진 시중을 드는 사람이니 권서진 말이 곧 법이었다.진하린은 권서진이 어려서 장난에 부끄러워하느라 제대로 놀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 하는 말이었다. 권서진이 잔에 든 술을 한 모금 마셨다.이어 다른 술병 하나를 들어 양준우한테 건네며 도도하게 명령했다."열어요."힐끗 쳐다보는 양준우의 시선이 발갛게 물든 권서진의 뺨과 벌겋게 달아오른 뒷목을 훑고 지나갔다.손가락에 힘을 주자 술병이 바로 열렸다.권서진은 잔에 술을 따르고 얼음통에서 얼음을 집어 아까 잔에 있던 술과 섞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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