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701 - Chapter 710

751 Chapters

제701화

자연스럽게 권지헌이 아내한테 꼼짝 못 한다는 소문이 났다."사람들이 비웃을까 봐 걱정 안 돼?""비웃는 게 그런 회식 자리에 억지로 끌려가서 시간 낭비하는 것보단 나아."권지헌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오히려 짐짓 정색한 얼굴로 허설아를 겁주려 했다."자기야, 금융계가 얼마나 난잡한지 자기는 몰라. 사람들이 노는 거 보면 내 눈을 버리고 싶다니까."허설아는 권지헌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허설아 곁에 붙어 있거나 연희와 놀아주려고 할 사람이었다.연희를 떠올리자 허설아는 또 조민규 동생 일이 생각났다.만약 엄마로서 언젠가 그런 일을 겪게 된다면......허설아는 감히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가설을 받아들일 수도 없었고 받아들인다 해도 교육을 제대로 못 시킨 탓이라며 스스로 자책할 게 뻔했다.조민규의 말을 들어보면 여동생은 늦둥이로 얻은 딸이라 끔찍이 예뻐하며 원하는 건 다 들어주면서 키운 모양이었다.그러니 세상 모든 일을 단순하게만 생각하는 거였다.영상 통화는 계속 이어졌다.허설아는 고개를 숙인 채 할 일을 처리했고 권지헌도 마찬가지였다.서로 바쁘지 않을 때만 가끔 고개를 들고 몇 마디씩 주고받았다.-다음 날, 서경시. 쾌청할 정도로 하늘은 맑았지만 기온은 숨 막힐 듯 뜨거웠다.8월을 앞둔 서경시는 아스팔트 도로까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권서진은 검은색 반팔 원피스와 구두까지 올블랙 차림이라 더 더웠다.온 세상의 열기를 혼자 다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다행히 차에서 내려 얼마 걷지 않아 곧 병원에 도착했다.양준우가 앞장서 걸었다.우연인지 양준우도 올블랙 차림이었다.검은 반팔 셔츠의 소매는 팔 근육 때문에 곧 터질 것 같았고 뒷모습만 봐도 지나칠 정도로 몸이 좋은 게 한눈에 드러났다.제대 후에도 운동을 꾸준히 해온 모양이었다.권서진이 뒤에서 살펴보던 사이, 앞서가던 양준우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권서진은 그대로 등에 머리를 박았고 양준우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것처럼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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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양현성은 권서진을 보자 훨씬 기력이 좋아진 듯했다. 권씨 가문 안부를 몇 마디 묻고는 권서진한테 위로의 말을 전했다.권서진은 모든 질문에 빠짐없이 대답하다가 양현성이 몇 마디 만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허리를 숙여 등 뒤에 받친 베개를 빼고 침대를 내려 쉴 수 있게 도와주었다. 권서진이 온다는 걸 알았다면 분명 일찍부터 기다렸을 것이다.어르신을 기다리게 했다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양지현은 보면 볼수록 권서진이 마음에 들었다.그동안 만나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른들한테 진심으로 효도하는지, 보여주기 식인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권서진은 집안도 좋고 자존심도 강해서 양준우가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잡을 수 없다는 걸 양지현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차라리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다만 양준우에게 조용히 물었다."혹시 서진이가 네 나이 많다고 싫어하는 거 아냐?" 양준우는 권서진보다 7살이나 많았다.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건 아니었다. 양준우는 조용히 양현성 곁을 지키는 권서진을 바라봤다. 신문을 들고 양현성한테 읽어주기도 하고 가끔 몇 마디씩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꾸미지도 않고 평범하고 수수한 옷차림이었지만 예쁜 미모를 가릴 수는 없었다. 화장하지 않은 권서진은 여전히 앳된 모습이었는데 가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확실히 너무 어렸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양준우 스스로 나이 때문에 거절했을 것이다. 나이도 어린 여자의 장난에 같이 놀아줄 시간 따위 없었다.그런데 권서진은 달랐다.어디가 다른지는 양준우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자존심은 강하지만 다정하고 착하면서도 강인하고 단호했다. 마치 억센 덩굴 같아서 정원을 장식하는 정도일 줄로만 알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사람을 놀라게 했다. àl'aube 브랜드의 주얼리는 양지현도 구매한 적 있었다. 디자인과 브랜드 스토리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 권서진이 디자인했다는 걸 알고 나서는 더더욱 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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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이유 없이 마음이 다시 차분해졌다. "고마워요.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차가 출발하자 양준우가 입을 열었다."아까 그 질문 말인데요. 초대라면 시간 있어요. 어디 가고 싶어요? 권유라면 받아들이긴 할 텐데 언제 실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권서진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같이 나가서 좀 걷자는 뜻이었다. 손목에 찬 염주 팔찌가 갑자기 이유 없이 부담스러워졌다.권서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형부, 나랑 계속 만나고 싶다는 거예요?""네. 지난번 일, 아직도 화났어요?"그 일은 권서진한테 이미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 큰일을 겪었으니까.게다가 이번 일을 겪고 나니 그날 양준우의 무례함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권서진도 양준우보다 더 침착할 자신이 없었다.방금 만난 양현성의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았다. 처음엔 그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했다.권호성처럼 여기저기 아프다고 해서 막상 병원에 가면 큰 문제는 없는 거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양현성의 나이 든 모습과 뿌옇게 흐려진 눈동자 속에 감춰진 다정함이 권서진의 마음을 시큰거리게 했다.물론 그 다정함이 권서진을 향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양준우를 사랑하는 마음에 권서진도 따뜻하고 인자하게 바라봤을 뿐이었다. 권서진은 그게 마음이 아팠다.반팔 옷자락을 꼭 쥐고 구겨질 정도로 만지작거렸다."그날 일은 더 이상 화 안 나요." "그럼 우린 여전히 친구인 거 맞죠?" 권서진이 시선을 돌려 운전에 집중한 양준우를 바라봤다.강인해 보이고 얼굴 라인이 뚜렷한 옆모습에 콧대는 높게 뻗어 있었으며 더없이 올곧고 정직해 보이는 인상이었다.그러면서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압박감이 있었다.권서진은 늘 양준우가 거대한 불덩이처럼 느껴졌는데 언젠가 함께 타버릴 것만 같았다.양준우를 만날 때마다 마음속 한편이 시큰거렸다.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권서진은 성숙한 남자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도 몰랐다.양준우는 권지혁과 달랐다.분위기로 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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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7월이 다 지나가고 8월도 저물어가고 있었다.뙤약볕이 나뭇가지를 태울 듯 이글거리고 햇살이 어찌나 눈부신지 꽃님이네 가족은 허설아 사무실에 눌러앉아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연희와 전서준도 개학하면 유치원 만 4세반이 되었다. 새 학기 교육과정을 살펴보던 허설아는 볼링 수업을 발견했다. 볼링공만 꼬맹이들인데. 수업 시간이 되면 누가 공인지도 모를 판이었다.김지유가 노크하고 들어왔다."설아 언니, 저 다음 달부터 학교 가는데 일은 다 마무리해놓을게요.""알겠어, 힘내. 나는 업무 줄여줄 생각 없으니까."허설아는 당당하게 악덕 상사 같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다음 달에 업무량을 줄여줄 수 없는 건 이미 이번 달에도 조금 줄여줘서였다.김지유도 잘 알고 있었다.허설아가 그 일들을 본인이 대신 처리했었다. 잠시 망설이던 김지유가 말을 꺼냈다."지수가 언니한테 전해 달랬어요. 지수 친구, 수술 받으러 갔대요.""그래, 다행이네. 그 나이에 애들이 뭘 안다고, 철없는 짓 하면 안 되지."김지유도 김지수의 친구가 하필 조민규의 친동생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전에 먼저 허설아한테 얘기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아니면 나중에 조민규 얼굴을 어찌 봤을지 몰랐다. 김지유가 한숨을 내쉬었다."사귀는 상대가 누군지 알면 언니도 화날 거예요.""누군데?""이재균이라는 사람이에요. 조 실장님이 너무 화가 나서 여동생 전학시키고 지수도 같이 전학 보낼 거냐고 저한테 물어봤어요."민보영과 김지수는 꽤 친한 사이였다.그래서 조민규는 민보영을 국제학교로 전학시키면서 김지수도 같이 보낼 건지 물어봤다.김지유는 김지수를 전학보내는 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거절했다.허설아는 순간 세계관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누구라고?""전에 우리한테 공장을 팔았던 이재균이요. 권율 그룹 산하 주얼리 브랜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조 실장님이 마침 감사를 나갔다가 마주쳤대요." 이재균 전처였던 조예진은 예전에 이재균이 미친놈이라고 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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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민보영과 알게 된 것도 이재균 사적인 일이었다.역겹다는 것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권서진은 파리라도 삼킨 것처럼 구역질이 났다. 권서진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말했다."지헌 오빠, 나 은석 오빠한테 사람 좀 빌려도 돼?"권지헌이 고개를 들어 싸늘한 눈빛으로 권서진을 쏘아봤다."알아서 해."권지헌이 허락하든 말든 권서진이 분을 삭일 수 없을 것이고 조민규도 이재균을 쉽게 놔줄 리 없었다.그러니 알아서 하게 두는 편이 나았다.권지호도 이 일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 없었다.식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소파에서 영화를 봤다.집에 허민정도 있었기에 가족 영화로 골랐다.권지헌은 허설아의 다리를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고 적당한 힘으로 혈자리를 꾹꾹 눌렀다. "자기야, 조민규 동생은 어떻게 알았어?""저번에 재검진 받으러 갔다가 산부인과 입구에서 만났어.""의사는 뭐래?"허설아 혼자 검사를 받으러 갔었고 권지헌한테는 말하지 않았다.큰일도 아닌 데다 괜히 걱정시키기 싫어서 아예 말하지 않은 것이다."회복 잘 됐대. 네가 날 잘 돌봐준 덕분이야."그제야 권지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왜 같이 가자고 안 했어?""같이 가자, 다음 주에."권지헌이 다시 긴장하며 물었다."의사가 더 검사받아야 한대?"허설아가 피식 웃으며 권지헌의 뺨을 어루만졌다. 아침에 면도를 했는데도 벌써 까칠하게 수염이 올라와 있었다."임신 준비 검사 하러 가야지."놀란 권지헌이 손에 힘을 주다 그만 실수를 해버렸다.허설아가 아프다고 소리치고 나서야 정신이 번뜩 들었다. 고개를 든 권지헌의 두 눈에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자기야, 이번엔 꼭 잘 준비하자. 절대 아무 일도 없을 거야."전에 겪은 일이 권지헌에게는 적잖은 충격으로 남아 있었다.권지헌은 둘째를 낳고 나면 수술을 받아 다시는 허설아가 임신하는 일이 없도록 할 생각이었다. 이번엔 어떤 변수도 생겨선 안 됐다.허설아는 권지헌의 두 눈 가득한 설렘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몸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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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조 실장님도 알잖아요. 저 지금 권지혁 씨 밑에서 일하는 거." "조 실장님이 충격을 받으면 저희 쪽으로 넘어올 거라 보고 이런 얄팍한 수를 쓴 거죠."조민규의 손등에 핏줄이 꿈틀거렸다.이재균을 노려보며 이마를 바짝 들이대더니 잠시 후 웃음을 터뜨렸다. "너 이 새끼, 내가 병신으로 보여?"권율 그룹에서 이만큼 구른 사람이 이런 잔꾀를 못 알아볼 리 없었다."네가 내 동생을 건드렸는데 내가 너희 쪽에 붙을 거라고? 내가 돌았어?" 이재균이 뻔뻔하게 피식 웃었다.얻어 터져서 퉁퉁 부은 몰골이 꽤나 우스꽝스러웠다."조 실장님, 만약 권 대표님이 이 일 모른 척하면요? 아무 말도 안 하면요?"조민규가 이재균의 배에 주먹을 날렸다. "나도 남자야. 이런 일 대표님한테 부탁할 것도 없어."자기 여동생 원수를 갚는데 굳이 남한테 기대야 한단 말인가? 이간질을 노린 거겠지만 조민규를 너무 얕잡아본 것이었다. 이재균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차도로 차량 몇 대가 더 앞을 가로막으며 멈춰 섰다.권지혁이 권서진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권지혁을 본 순간 이재균은 더욱 당황했다.서은석이 앞으로 나와 조민규의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더니 물었다. "자백했어요?""아니요, 자꾸 지혁 도련님이 시킨 거라고 우기네요.""내 사람으로 바꿔요. 조 실장님이 데려온 사람들론 안 되겠어요."조민규는 잠깐 멈칫하더니 서은석이 데려온 사람들을 훑어봤다. 한눈에 봐도 만만찮은 인물들이었다.사람을 교체한 뒤 서은석이 한쪽으로 물러나 조민규 옆에 멈춰 섰다."이 사람 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조민규가 한숨을 쉬었다."사람 시켜 두들겨 패는 것 말고 제가 뭘 더 할 수 있겠어요."여동생 나이가 애매해서 법적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신고를 못 할 것도 아니지만 해봤자 이 분이 풀리는 건 아니었다. 곤란해하는 걸 눈치챈 서은석은 담배를 한 모금 빤 뒤 남은 꽁초를 비벼 껐다."그냥 멀리 보내버려요. 감방살이는 저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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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이재균이 차갑게 웃었다. "그건 굳이 걱정 안 해도 돼." 경찰차가 주위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경찰들이 내렸고 양준우도 따라 내렸다.이재균한테 잡혀 있는 권서진을 본 순간, 양준우의 눈빛이 흔들렸다.입술도 꾹 말아 물었다.양준우는 권지혁에게 조용히 대략적인 상황을 묻는 와중에도 권서진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경찰과 이재균의 대치가 계속 이어졌다.기진맥진한 채 감히 움직이지 못하는 권서진은 숨결조차 이재균의 손에 달려 있었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온 양준우가 경찰의 확성기를 건네받아 차분하게 말했다."이재균 씨, 당신 부모님과 사생아 우리가 다 통제했습니다. 오늘 당신이 여기서 죽더라도 가족들 계좌에 일전 한 푼 입금되지 않을 겁니다.""지금 인질을 풀고 솔직하게 자백하면 다시 되돌릴 기회가 있습니다."불과 몇 분 만에 양준우가 어떻게 사생아까지 알아냈는지 이재균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양준우는 아이의 이름과 신상 정보까지 정확하게 얘기했고 심지어 사진까지 보여주었다. 경찰이 이재균의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이재균이 온몸을 덜덜 떨었고 권서진의 목을 조이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이마에서는 굵은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어느새 옆에 바짝 다가간 양준우는 이재균이 방심한 사이에 발로 손을 걷어찬 뒤, 권서진을 품으로 끌어당겼다.경찰이 이재균을 연행해 갔다.권지혁이 앞으로 달려와 다급한 얼굴로 외쳤다."서진아! 서진아, 제발 나 놀라게 하지 마! 괜찮아?"권서진은 양준우의 품에 기댄 채 한참 숨을 몰아쉬다가 손을 들어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괜찮아."그러나 양준우는 권서진을 안아 들었다."제가 병원에 데려갈 테니 여기 뒤처리 부탁드립니다."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몸싸움이 분명했다. 경찰이 처리해야 할 일에 더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양준우는 권서진을 안은 채 차에 올라 자리를 떴다.권지혁이 따라가려는데 서은석이 말렸다."서진이 별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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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권지혁 일이 아니었다면 권서진도 한밤중에 무작정 뛰쳐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게다가 이재균이 갑자기 돌아버릴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권서진은 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꾹 참았다.조금 전 위험에 처해 있을 때는 오히려 고통을 느낄 틈이 없었다.미쳐버린 이재균은 힘 조절 따위 전혀 하지 않았다.권서진은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기만 했을 뿐, 심한 고통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혼나니 오히려 억울했다.권서진이 잘못한 게 아니었다.스스로 위험에 처하고 싶었을 리가 없잖아?그 생각이 든 권서진은 눈물이 멈출 줄 모르게 줄줄 흘러내렸다. 양준우의 손등이 권서진의 눈물로 흥건해졌다.양준우가 야단을 친 건 걱정돼서였다. 경찰은 건영시 쪽에서 출동한 것이었다. 가깝긴 해도 어차피 관할 지역이 아닌지라 양준우는 협조차 밤중에 함께 나온 거였다.보통 몸싸움 사건인 줄로 알았는데 현장에 도착해 보니 권서진이 보였다.그것도 인질로 목을 잡힌 채 얼굴에 핏기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양준우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말투가 세게 나갔다. 순간 권서진이 자기 부하가 아니라는 것조차 잊을 정도였다. 양준우는 숨을 고르며 성질을 꾹 참고 손가락으로 권서진의 턱을 받쳤다."고개 들고 있어요, 상처에 눈물 닿으면 안 돼요."권서진의 골격은 양준우와 비교하면 무척이나 왜소했다. 손끝으로 뼈의 형태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화제를 돌리는 양준우의 말에 권서진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쏙 들어갔다. 연고가 목에 닿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양준우는 권서진의 머리카락을 뒤로 들어주어 아직 마르지 않은 연고에 머리카락이 닿지 않도록 했다. 어쩔 수 없이 권서진의 앞에 반쯤 쪼그려 앉은 자세가 되었다. 코를 훌쩍이던 권서진이 양준우와 시선이 마주쳤다.딱딱하지만 양준우의 직업과 잘 어울리는 흰 셔츠에 정장 바지, 구두 차림이었다. 반듯하면서도 조금은 나이 들어 보였다. 머리도 흐트러지지 않게 빗어 넘겨서 누가 봤으면 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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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아니에요.""데려다달라고 한 적도 없어요."양준우가 실소를 터뜨렸다. 맞는 말이었다. 권서진이 부탁한 것도 아니었다. 양준우 스스로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혹시 다쳤는데 미처 신경 쓰지 못해 후유증이라도 남을까 걱정돼 따라온 거였다.양준우는 권서진의 목에 바른 연고가 거의 마른 걸 확인하고 잡고 있던 머리카락을 놓고 일어나서 옷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었다."제 착각이었네요. 가요, 처제."말투에는 양준우 본인도 알아채지 못한 약간의 다정함이 배어 있었다.돌아가는 길에도 양준우가 운전했다.차 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전화를 받자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준우야? 승진한다는 얘기 들었어. 축하해. 어디 부서로 가는 거야?""구청에.""어디 구청? 건영시로 오면 나랑 밥 한번 먹을 수 있을까?"권서진이 힐끗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1시.이 시간에 걸려온 이성의 전화, 애교 섞인 말투...... 썸타는 듯한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한다면 권서진은 그야말로 바보였다. 양준우의 태도는 차가웠다."됐어. 우리 사이에 업무 관련 왕래도 없는데 시간 낭비할 거 없어."상대방이 토라지듯 말했다."아직도 인간미가 없네, 옛날 일 아직도 못 잊었어? 그래도 같은 학교 나온 사이잖아. 그리고 나는……""그리고는 없어, 끊을게."양준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차 안 분위기가 무거워졌다.양준우가 길게 한숨을 내쉬자 권서진이 비꼬듯 물었다. "여사친이에요?""학교 동기인데 지금은 검찰청에 있을 거예요."잠깐 멈칫하더니 덧붙였다."친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아~"권서진의 속눈썹이 살짝 흔들렸다. 더 캐물을 생각은 없이 가볍게 장난치듯 말했다. "이 시간에 연락하니까요, 나는 그런 친한 동기가 없거든요."양준우가 권서진을 흘깃 쳐다보며 빈정댄다고 생각했다. 양준우는 핸들을 꺾어 마지막 코너를 돌며 입을 열었다. "당시에 저 사람 실수로 제 전우가 다쳐서 제대까지 했어요. 친하냐고요? 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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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권서진은 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목에 난 상처는 회사 전체의 관심을 끌었고 가는 곳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다.어느새 회사의 중점 보호 대상이 될 판이었다.권서진은 아예 허설아한테서 스카프 하나를 빌려 둘둘 감고 나왔다.허설아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권 이사님, 오늘 38도인데 목에 스카프 두르고 괜찮겠어요?""이게 바로 패션이에요."전날 밤 일은 권씨 가문 식구들 모두 알게 되었다.허설아는 한밤중에 권지헌이 일어나는 바람에 잠이 깼고 권서진이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편히 이어 잘 수 있었다.권서진의 눈 밑에 짙게 드리운 다크서클을 바라보던 허설아가 말했다. "휴가 내고 들어가서 쉴래요?""괜찮아요, 할 일이 산더미예요. 찰과상일 뿐이에요." 권서진은 성격이 제멋대로이기는 해도 유난을 떠는 타입은 아니었다. 큰일도 아닌 일에 호들갑을 떠는 공주병 같은 모습은 없었다."어젯밤에 경찰까지 출동했다고 들었어요.""그러니까요, 누가 신고한 건지 모르겠어요."권서진이 이마를 탁 쳤다.어젯밤에 왜 양준우한테 누가 신고했는지 물어보지 않았을까.휴대폰을 꺼내자 양준우가 보낸 메시지가 맨 위에 떠 있었다.권서진의 입꼬리가 살짝 씰룩였다.양준우가 조금 겁나는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이게 무슨 감정인지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잠시 후, 권서진이 답장을 보냈다."맞아요,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생각나요."답장을 받은 양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메시지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권서진이 어젯밤에 누가 신고한 건지 다시 물었다. "말 안 해줄 거예요."권서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사무실로 돌아가 간신히 디자인 시안을 확정하고 일어서서 쑤시는 허리를 스트레칭했다. 창밖을 내다보니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벌써 밤 8시였다.자리에서 일어나 퇴근 카드를 찍고 꽃님이 가족을 고양이 방에 들여보낸 다음 사료와 물을 확인하고서야 자리를 떴다.회사는 야근 문화를 지양하는 편이라 이 시간쯤에는 다들 이미 퇴근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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