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허설아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권지헌을 찾았다.자기 학과에서 참석 서명을 마치고 인파 속에서 허설아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권지헌과 마침 시선이 마주쳤다.한 걸음씩 허설아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문득 허설아의 머릿속에 글귀 하나가 스쳤다.어떤 순간이든 자신의 가장 소중한 걸 기꺼이 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었다.학창 시절에는 돈, 성공한 뒤에는 시간.겁쟁이의 용기, 솔직하지 못한 자의 진솔함, 예민한 자의 자존심, 오만한 자가 고개를 숙이기까지.권지헌은 이 모든 걸 매 순간마다 허설아에게 아낌없이 내주었다.권지헌이 곁에 다가오기도 전에 서풍의 팬들이 먼저 허설아를 알아봤다.우르르 몰려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으려 했다.같은 학교 후배들을 본 허설아도 마다하지 않고 저마다의 얼굴을 담은 간단한 그림을 하나씩 그려주었다."학교 다닐 때 동기들도 다 그려줬었어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마음에 안 들 리 없었다.어차피 서풍의 팬들이니까.전부터 저희끼리 허설아가 올지 안 올지 얘기하던 참이었는데, 진짜 나타난 걸 보고 다들 한껏 들떴다.곁에 다가온 권지헌조차 멀리 서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허설아의 얼굴엔 환하고 다정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햇살마저 허설아를 비춰 따뜻하고 눈부신 빛을 더해주었다.권지헌은 그 자리에 서서 묵묵히 기다렸다.부스의 학생이 말했다."선배님, 저쪽 여자 선배님이 선배님보다 더 인기 많으신데요?"권지헌이 미소를 지었다."그러게요, 원래 나보다 인기가 많아야 할 사람이에요."학교 다닐 때, 매일같이 권지헌 곁을 맴도느라 자기 안의 빛을 놓치지만 않았어도 허설아는 분명 예대의 스타가 됐을 것이다.예쁘고 밝은 데다 집안도 좋았고 그림 재능은 최고 학부에서도 단연 돋보였다.하늘이 작정하고 재능을 몰아준 사람이었다.지금의 허설아도 다르지 않았다.반짝이는 모습은 그 무엇으로도 가려지지 않았다.강시우가 뒤에서 다가오다가 허설아를 본 순간 잠시 넋을 놓은 듯하더니, 이내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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