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노부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고 부인은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준형아!” 겨우 계집 하나 때문에, 그것도 이미 마부와 몸을 섞은 여자 때문에 제 어미와 외조모에게 이토록 모질게 군단 말인가?고준형의 목소리는 맑고 온화했으나, 그 내용은 지극히 단호했다. “법 앞에는 사사로운 정이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할머님, 직접 관아에 가셔서 죄를 자백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제가 사람을 시켜 모셔다드릴까요?”영 노부인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그녀의 외손자는 정말로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과거 자신의 은사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가차 없이 쳐냈다.고 부인은 어머니가 옥살이하게 될까 봐 겁이 나 즉시 고준형을 꾸짖었다. “이분은 네 외조모다! 다 너를 위해서 하신 일인데 어찌 이리 매정해! 이 연세에 정말로 관아에 보내기라도 하겠다는 거냐!”그러자 영 노부인이 인자한 척 미소를 지으며 고준형에게 반문했다. “준형아, 너는 후작부의 명예를 가장 아끼지 않느냐. 나는 감옥에 가는 게 두렵지 않다만, 일이 커지면 네 아비가 첩에게 빠져 조강지처를 박대하고 세자 부인에게 씨를 빌리게 했다는 사실이 천하에 드러날 게다.”“그 대가를 네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부인이 얼른 맞장구를 쳤다. “그래, 준형아! 잘 생각하거라. 순간의 분노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이제는 충용 후작마저 그들 편에 섰다. 모든 악명이 결국 자신에게 쏟아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준형아, 관아에 알려서는 안돼!”유소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것이 바로 영 노부인의 노련함이었다. 말 몇 마디로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켜 시아버지를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였다. 다음 타깃은 보나 마나 자신일 터였다.아니나 다를까, 영 노부인은 고준형을 지나쳐 유소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미소 뒤에는 칼이 숨겨져 있었다. “손주며느리야, 우리 같은 여인들에게 정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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