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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201 - Chapter 210

421 Chapters

제201화

이를 악문 고장훈의 눈가는 억울함과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 ‘형님이 나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니.’ 억눌렀던 경외심이 다시 생겨나면서 그를 숨 막히게 했다. ‘왜! 나는 애를 써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을, 형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구나.’ 어릴 때부터 그랬다! 그가 한 달을 꼬박 매달려야 겨우 이해하는 책을, 고준형은 이틀이나 사흘이면 다 읽어치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고준형은 이 장군을 시켜 자신을 머물게 할 수도, 황성 밖으로 쫓아낼 수도 있었다. 고장훈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마디마디가 으스러질 듯 아팠다. 환각처럼, 늘 자기 목을 조르던 그 무형의 손이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는 몸을 돌려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조금 전 형님이 따라주었으나 손도 대지 않았던 그 차였다. 그는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형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고준형이 반문했다. “무엇을 도와달라는 것이냐?” “제가 황성에 남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고장훈은 고개를 숙이며 처절하게 애원했다. 남경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곳에 가면 구사일생일 뿐만 아니라 관직 생활도 끝이다. 평생 황성으로 돌아올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고준형은 정면을 응시했다. 그의 눈에 어린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 돋게 했다. “장훈아, 농이 지나치구나. 나처럼 쓸모없는 놈이 어찌 너를 돕겠느냐.” 고장훈은 목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조금 전의 오만방자한 도발은 온데간데없이 순종적인 모습만 남았다. 쿵!고장훈이 무릎을 꿇었다.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형님을 경시하고 불경하게 대한 것을 사죄드립니다! 이 장군께 부디… 말씀 잘해주십시오.” 햇살이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지만, 고장훈은 겨울날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만 느꼈다. 그는 고개를 떨군 채 속의 불만을 삼켰다. 고준형은 그에게 시선도 안 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훈아,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무릎 한 번 꿇는 것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세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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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충용 후작은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느라 관자놀이마저 떨렸다. 영씨 가문이 작정하고 바가지를 씌우려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제는 육만 금을 요구하더니 오늘 갑자기 팔만 금으로 바꿔? 내일은 대체 얼마를 부르려고.’왕씨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하교례에는 소소하게 육만 육천 냥만 받겠습니다.” 충용 후작은 기가 막혀 입술이 떨었다. ‘이게 소소한 거라고? 살다 살다 이렇게 탐욕스러운 인간들은 처음 보는구나.’ 장사꾼들이 돈에 밝다지만, 돌이켜보면 유성천도 이 정도로 뻔뻔하지는 않았다! 영씨 가문은 장사꾼보다 더 이익에 미쳐 있었다.그는 고 부인을 쏘아보며 어서 뭐라 말 좀 해보라는 눈짓을 보냈다. ‘팔도 안으로 굽는 고약한 여편네 같으니라고! 친정 오라버니 내외만 챙기느라 정신이 없구나. 민심자만도 못하구나. 어제 민심자는 맏며느리에게 잔치 비용까지 내게 했는데.’ 민심자야말로 진정으로 후작부와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여인이었다. 반면 고 부인은 정실부인이 되어 입만 꾹 다물고 있으니 충용 후작은 자연히 울화가 치밀었다. 충용 후작의 분노를 느낀 고 부인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어제 말씀하신 것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영 대감은 그저 묵묵부답이었고, 왕씨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동서, 우리를 탓하지 말게. 선화 그 아이가 죽어도 시집 안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며 난리를 치네.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관아까지 가겠다고 하네. 류씨 가문에서도 우리가 말을 바꾼다며 항의하며 난리를 피우네. 우리가 선화와 장훈이가 이미… 어휴! 후작, 우리 입장도 좀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혼수로 류씨 가문의 입단속을 해야 한단 말입니다.”후작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충용 후작은 이를 악물었다. “좋소, 그렇게 하겠소! 대신 다시는 말을 바꿔서는 안 되오!” 어차피 유씨 가문에서 돈을 보태주니 그가 손해 볼 것도 없었다. 충용 후작은 그저 이 일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왕씨는 그의 흔쾌한 대답에 내심 돈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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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조담은 떠나기 전 고준형에게, 강지영을 반드시 구할 것이며 절대 육황자의 손에 넘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방법이 결코 그녀와 혼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못 박았다. 밖으로 나온 그는 향설원을 슬쩍 바라보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한편, 고준형은 창가에 뒷짐을 지고 서서 조담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밖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석심이 나직이 물었다. “세자, 육황자가 끼어든 것은 분명 재상부의 입김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육황자의 손을 빌려 강 소저를 제거하려는 속셈이겠지요. 저희는 어찌할까요?”고준형의 눈빛이 무심했다. “왕세자가 어떻게 판을 깨느냐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것이다.”*난향원. 고장훈이 집으로 돌아오자, 임유정이 즉시 달려 나갔다. “부군, 어디 가셨던 겁니까?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어머, 손은 왜 그러세요!” 그의 왼쪽 손가락 두 개에 나무판자가 덧대어져 있었는데, 뼈가 다친 것 같았다.고장훈의 안색은 초췌했고, 임유정을 바라보는 눈빛도 예전처럼 애틋하고 절절하지 않았다. “간통 현장을 덮치라고 허씨 부인에게 알린 사람이 정말 부인이오?” 임유정은 목이 콱 막혔다. ‘결국 알아버린 건가.' 그녀는 즉시 그를 껴안으며 울먹였다. “미안해요! 정말 몰랐어요. 안에 부군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단 말이에요!”고장훈이 이를 악물었다. “내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해도 된단 말이오? 이 일이 후작부에 어떤 해를 끼칠지 생각하지도 않았소? 어찌 부인이…”임유정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요! 세자 부인이 큰 실수를 저지를까 봐, 혹여라도 남의 핏줄을 배어 후작부의 혈통을 더럽힐까 봐 너무 겁이 났단 말입니다. 어쩔 줄 몰라 허씨 부인에게 도움을 청해 막으려 했던 것뿐인데… 허씨 부인이 사람들을 떼거지로 데려가 대대적으로 망신을 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사람을 너무 쉽게 믿은 제 탓입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고장훈은 임유정의 울음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내 잘못도 있소. 방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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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고장훈은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임유정에게 자세한 설명도 없이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임유정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즉시 진수를 시켜 영향원의 동정을 살피게 했다. 진실을 알게 된 임유정은 기가 막혀 죽을 노릇이었다. 고장훈이 영향원에 간 것은 자신을 위해 혼수를 되찾으려 함이 아니라, 오로지 유소영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소영에게 사죄하라고 말하기 위해서 고 부인에게 간 것이었다. 임유정은 분노에 온몸을 떨었다. ‘난 혼수를 몽땅 뺏겼는데! 부군께선 안중에도 없구나! 유소영 그 천한 년이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저리 홀렸단 말인가!' 임유정의 눈에 독기 서린 광채가 번뜩였다. “입으로는 나를 가장 사랑한다더니, 마음은 온통 그년에게 가 있구나! 부군께서는 내 편을 들어줄 거라 믿었는데, 어찌 이리 배신할 수 있단 말이냐!” 진수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부인, 장군과 다투시면 안 됩니다.” 임유정은 이를 갈면서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았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은 그녀에겐 고장훈을 붙잡는 것만이 마지막 생명줄이었다.*영향원. 고장훈의 압박에 못 이긴 고 부인은 결국 유소영에게 사과를 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임을 약속했다. 아민은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향원을 나서고서야 물었다. “아씨, 마님께서 혹시 귀신이라도 씌우신 거 아닐까요?” 유소영도 살짝 놀랐지만, 지금 그녀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고 부인이 그녀의 혼수를 빼돌려 영씨 가문에 퍼준 증거들이 하나둘 완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 방에 적을 무너뜨릴 결정적인 기회를 기다리며 자신에게 더 유리한 판을 짜고 있었다.한편, 영씨 가문. 왕씨는 여전히 혼수를 적게 요구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좀 더 부를 걸 그랬습니다.” 영 대인이 말했다. “그만하면 충분하오. 탐욕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이오.”왕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작부라고 탐욕스럽지 않은 줄 아세요? 이번에 혼수도 거의 유소영 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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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아민은 향설원을 나서자마자 마침 외출하려던 세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서둘러 인사를 올렸다. “세자를 뵙습니다!” 고준형은 아민을 힐끗 보고 향설원 안쪽을 바라보았다. “부인은 무엇을 하느라 이리도 바쁜 것이냐?”요 며칠 그녀의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세자보다 더 두문불출했다. 아민이 대답했다. “선화 아씨께서 혼수를 더 보태달라고 하시어 준비하고 계십니다.” 고준형은 더 묻지 않고 정문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석심이 참견했다. “세자, 영씨 가문이 이번 혼사를 빌미로 유씨 가문을 아주 털어먹을 작정인가 봅니다. 세자 부인이 참 가엽군요.” 고준형의 서늘한 눈빛에 석심은 즉시 고개를 숙였다.“소인이 실언했습니다.”*망강루의 밀실. 고준형은 이 장군과 약속을 잡았고, 고장훈도 함께했다. 술상에서 고장훈은 이 장군에게 연신 술을 권하며 공손히 대했다. 이 장군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고 세자, 자네 동생이 아주 재능이 있어 보이네. 굳이 남경까지 가서 고생할 필요 없을 것 같군!” 그 말을 들은 고장훈은 비로소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장군, 정말 감사합니다!” 드디어 황성에 남아 앞날을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장군은 고장훈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이렇게 훌륭한 형님이 길을 닦아주니 자네는 그저 앞만 보고 달리면 되네! 이제부터 자네는 내 사람이야!” “네! 장군의 가르침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별일 없으면 자네는 이만 나가보게. 자네 형님과 따로 의논할 일이 있네.” “네!”고장훈은 의기양양하게 방을 나섰다. 이 장군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생겼으니, 미래는 탄탄대로라 확신했다. 군량미 사건 이후 그는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윗선에 연줄이 없으면 끝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데 이제 이 장군의 신임을 얻었으니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이 장군은 자기 사람을 챙기기로 유명했고, 그의 휘하 장군들은 예외 없이 이년 안에 승진의 길에 올랐다. 고장훈은 다친 두 손가락을 내려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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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유소영이 앞으로 나와 예를 갖추기 위해 절을 했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그녀를 본 육황자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더니, 눈에 띄게 감탄하는 기색을 내비쳤다.‘황성 안에 언제 이런 미색을 갖춘 여인이 있었단 말인가.’ 고준형 같은 병약자에게 시집을 간 것이 아까울 지경이었다.“세자 부인, 예를 거두시오. 나와 세자는 생사를 같이한 막역한 사이이니, 그리 격식을 차릴 필요 없소.”유소영은 몸을 일으킨 뒤, 자신을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남자의 시선과 마주했고 불쾌함이 밀려왔다. 보라색 옷을 입은 육황자는 전형적인 한량의 모습이었다.“세자 부인, 마침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괜찮다면 함께 창음루에 가서 극이라도 한 편 보지 않겠소?” “그럴 필요 없습니다.”고준형의 눈빛에 서늘한 한기가 스쳤고, 육황자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고준형의 단호한 거절이 불쾌했던 것이다. 유소영은 상황을 살피며 미소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황자 전하, 제가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괜히 따라가 흥을 깨뜨릴까 염려됩니다.”평소 음험하기로 소문난 육황자였으나 이번에는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 “하하! 괜찮소, 괜찮소. 앞으로 만날 날이 많으니.”그는 떠나기 전, 유소영을 깊은 눈길로 한 번 더 바라보았다.마차 안. 안에는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미인이 앉아 있었다. 육황자가 올라타자 미인은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황자 전하, 계속하시지요.” 그러나 그는 흥이 깨진 듯 미인을 밀쳐냈다.‘고준형이 강지영에게 신경도 쓰지 않은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구나. 옆에 저런 미인이 있으니, 강지영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 수밖에.’ 전에 고준형이 자기 아우의 부인을 빼앗았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 터무니없는 헛소문이라 여겼다. 하지만 오늘 직접 유소영을 마주하니, 헛소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실로 보기 드문 절색 미인이었고, 제 곁의 여인들이 천박하게 보일 지경이었다.“왜 그러세요!” 여인은 외면당한 것이 서러웠는지 보채기 시작했고, 육황자는 갑자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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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유소영을 바라보았다. 아민은 씩씩거리며 영씨 가문 하인들을 가로막았다. “다들 멈추세요! 물건 내려놓으세요!”고씨 가문 친척들이 수군거렸다.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무슨 사달이 났답니까?” 세자 부인이 아무리 기세가 좋다지만, 시부모와 어른들이 계신 자리에서 무례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했다. 장사꾼 집안 출신이라 법도를 모른다며 혀를 찼다. 충용 후작의 안색이 분노로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망측하구나! 이 무슨 짓이냐!” 고 부인 역시 엄한 표정을 지었다. “소영아, 할 말이 있으면 나중에 하거라. 거사를 방해하지 마라.”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혼수를 내놓지 않겠다는 줄 알고 왕씨가 미간을 찌푸렸다.유소영은 앞채로 들어왔고,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거대한 배신과 모욕이라도 당한 듯한 모습으로 충용 후작을 똑바로 응시했다. “아버님, 제가 아무런 까닭도 없이 소란을 피울 사람으로 보입니까? 제가 그리 몰상식한 사람이라면 어찌 아주버님의 혼수를 선뜻 내놓았겠습니까?”그녀의 말에, 자리에 있던 두 집안 어른들은 멍하니 굳어버렸다. 특히 고씨 가문의 친척들이 무엇보다 놀랐다. 혼수를 세자 부인이 냈다는 사실을 방금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어쩐지 혼수가 유난히 많은 것 같더라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법도를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예의도 없고 도리도 없는 건 고씨 집안사람들이구먼!’충용 후작은 이를 꽉 깨물었다. 발가벗겨져 짓밟히는 기분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체면을 차리기 위해 궤변을 늘어놨다. “조금 보태준 걸 가지고 네가 감히…” 아민이 즉시 끼어들었다. “나리,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아씨가 조금 보태셨다고요? 은 천 냥을 제외한 나머지 혼수 전부 우리 아씨 주머니에서 나온 겁니다! 혼수뿐만 아니라 나중에 치를 잔치 비용에 신부 하교례까지 아씨가 다 내시기로 했단 말입니다!”“뭐라고요! 저 말이 사실입니까!” 친척들은 방석 가시가 돋친 듯 좌불안석이었다. 장가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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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고씨 가문 친척들도 깜짝 놀랐다. ‘혼수 도난이라니? 언제 적 일을 지금 꺼내?’ 고 부인이 정색하며 꾸짖었다. “소영아, 시어머니로서 한마디 하마. 네 혼수가 도난당했을 때 후작께서 네게 전권을 주어 조사하게 하지 않았느냐. 내가 돕겠다 해도 너와 유 대감이 거절했거늘, 지금까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해놓고, 왜 갑자기 오늘 이 소란을 피워?”충용 후작도 거들었다. “그 일은 함을 다 들인 뒤에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정말이지 일의 경중을 모르는구나.’ 왕씨도 싸늘하게 덧붙였다. “무슨 대단한 일인가 했더니. 잃어버린 물건을 왜 하필 지금 찾는다는 거냐? 어떻게 찾는지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후작부가 선화를 맞이하는 이 중차대한 일을 망쳐선 안 되지! 우리 선화는 무슨 죄란 말이냐. 여봐라, 이 혼수들부터 창고로 옮겨라!”유소영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일부러 훼방을 놓다니요.” 아민이 앞을 가로막으며 영씨 가문 하인들에게 호통쳤다. “다 내려놓으세요! 우리 아씨 허락 없이는 이 물건 중 단 하나도 집에 들일 수 없습니다!” “닥쳐라!” 충용 후작이 불같이 화를 냈다. “감히 어디라고 종년이 나서서 결정을 내리느냐!” ‘내가 이 집안의 주인인데, 종년과 주인이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구나.’왕씨는 차갑게 비웃었다. “후작께서 가만히 계시길래, 나는 이 후작부의 성씨가 유씨로 바뀐 줄 알았지 뭡니까.”상황 파악을 마친 고씨 친척들은 자존심이 상해 유소영 편을 들고 나섰다. “왕씨가 혼수를 옮기는 데만 혈안이 된 걸 보니 우리를 무시하는 모양이구려?”“후작도 그렇습니다. 누가 한식구인지 똑똑히 분간하시오. 남의 이간질에 놀아나지 말고요.” 왕씨가 반박하려 하자, 다른 친척이 가로막으며 유소영의 등을 토닥였다. “옳소! 혼수의 내막이 밝혀지기 전까진 손대지 마시오! 세자 부인, 계속 말해보게!”유소영은 고마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충용 후작을 응시했다.“아버님, 저는 아버님을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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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여기 있는 사람 중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느냐? 도난 사건 조사를 그렇게 오래 하고도 아무것도 못 알아 내놓고, 갑자기 오늘 결과를 내놓으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냐? 대리경에게 가더라도 하루 만에 밝혀내진 못할 것이다!”유소영의 눈빛에 슬픔과 원망이 서렸다. “이 사건을 밝히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님께서는 누가 제 혼수를 훔쳤는지 이미 알고 계시니까요.”영 대인의 몸이 순식간에 뻣뻣하게 굳었다. 고 부인의 표정도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유소영이 설마 무언가 알아낸 것인가?’ “제 혼수를 훔친 사람이 누구인지, 어머님뿐만 아니라 대인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유소영의 눈가가 늑대들에게 둘러싸인 토끼처럼 붉어졌다. 하지만 고준형은 햇빛 아래 비친 그림자를 통해 그녀의 본모습을 보았다. 토끼는커녕, 여우의 탈을 쓴 늑대였다. 고 부인과 영 대인은 그녀가 판 함정에 깊숙이 빠져버려 온전히 빠져나오기는 틀린 듯했다. 고준형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영 대인이 즉시 부인했다. “터무니없는 소리! 내가 뭘 안다는 게냐? 네가 미쳤구나!” 아민이 분노해서 소리쳤다. “우리 아씨는 미치지 않았어요! 조금 전 확인했습니다. 우리 아씨의 혼수를 훔친 사람은 바로 이 댁 마님과 우리 마님입니다!”앞채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발칵 뒤집혔다. 친척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충용 후작도 멍하니 고 부인을 바라보며 의심과 추궁의 눈길을 보냈다. 예전에 혼수가 도난당했을 때 부인을 의심한 적이 있었으나, 부인이 독설까지 내뱉으며 부인했기에 믿어주었었다. 그런데 오늘 유소영이 대중 앞에서 지목하니 다시 의심이 되었다. 근거 없는 소리인지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충용 후작이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영 대인이 즉시 끼어들었다. “후작, 내 누이가 후작에게 시집간 지도 20년이 넘었소. 그 품성이 어떠한지는 후작이 누구보다 잘 알 것 아니오! 황성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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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혼수 도난에 관해 영 노부인도 내막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아들과 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는 있었으나, 이렇게 갑자기 들통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서, 어서 집으로 가자!”영씨 가문. 유소영에겐 물증뿐만 아니라 인증도 있었다. 그녀는 가품을 만든 장인들을 데려와 그들이 만든 가품이 유소영의 진품을 본떠 만든 것임을 확인시켰다. 동시에 고 부인이 먼 친척의 명의로 전장에 사설 금고를 만들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해 온 증거들도 낱낱이 공개했다. 심지어 고 부인의 막냇동생이자 영 대감의 동생이 남쪽에서 벌인 사업 명세서까지 파헤쳤다. 세금으로 낸 돈의 액수가 장부와 맞지 않아 뇌물을 뿌린 정황이 드러났고, 그 자금의 원천 역시 유소영의 혼수였다.증거가 쏟아지자 고 부인과 영씨 가문 사람들도 수습할 길 없이 당황했다. 고씨 친척들도 넋이 나갔다. 세자 부인이 왜 하필 오늘 진실을 밝히고자 했는지 이제야 납득이 갔다. 범인은 다름 아닌 그녀의 시어머니였다.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충용 후작은 분노로 말문이 막혔다. 부인이 자신을 속이고 며느리 돈을 빼돌려 친정에 퍼주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쾅!” 충용 후작이 찻상을 내리쳤고, 손바닥이 마비될 정도로 아팠지만 분노가 더 컸다. 그는 고 부인에게 삿대질하며 고함을 질렀다. “더 할 말이 있소! 며느리 혼수까지 훔치다니, 정녕 사람이긴 한 것이오! 소영이가 다 밝혀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나까지 공범인 줄 알았을 것 아니오! 후작부에 시집왔으면 후작부 사람으로 살아야지, 어찌 팔이 안으로 굽어 제 집 물건을 밖으로 빼돌린단 말이오! 고씨 가문에 이런 해괴망측한 추문은 전례가 없었소!” 그의 외침은 부인을 향한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은 몰랐다고 선을 긋는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공범이 아니었지만, 친척들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억울함이 극에 달한 충용 후작이 고 부인을 윽박질렀다.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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