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영이 앞으로 나와 예를 갖추기 위해 절을 했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그녀를 본 육황자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더니, 눈에 띄게 감탄하는 기색을 내비쳤다.‘황성 안에 언제 이런 미색을 갖춘 여인이 있었단 말인가.’ 고준형 같은 병약자에게 시집을 간 것이 아까울 지경이었다.“세자 부인, 예를 거두시오. 나와 세자는 생사를 같이한 막역한 사이이니, 그리 격식을 차릴 필요 없소.”유소영은 몸을 일으킨 뒤, 자신을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남자의 시선과 마주했고 불쾌함이 밀려왔다. 보라색 옷을 입은 육황자는 전형적인 한량의 모습이었다.“세자 부인, 마침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괜찮다면 함께 창음루에 가서 극이라도 한 편 보지 않겠소?” “그럴 필요 없습니다.”고준형의 눈빛에 서늘한 한기가 스쳤고, 육황자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고준형의 단호한 거절이 불쾌했던 것이다. 유소영은 상황을 살피며 미소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황자 전하, 제가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괜히 따라가 흥을 깨뜨릴까 염려됩니다.”평소 음험하기로 소문난 육황자였으나 이번에는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 “하하! 괜찮소, 괜찮소. 앞으로 만날 날이 많으니.”그는 떠나기 전, 유소영을 깊은 눈길로 한 번 더 바라보았다.마차 안. 안에는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미인이 앉아 있었다. 육황자가 올라타자 미인은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황자 전하, 계속하시지요.” 그러나 그는 흥이 깨진 듯 미인을 밀쳐냈다.‘고준형이 강지영에게 신경도 쓰지 않은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구나. 옆에 저런 미인이 있으니, 강지영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 수밖에.’ 전에 고준형이 자기 아우의 부인을 빼앗았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 터무니없는 헛소문이라 여겼다. 하지만 오늘 직접 유소영을 마주하니, 헛소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실로 보기 드문 절색 미인이었고, 제 곁의 여인들이 천박하게 보일 지경이었다.“왜 그러세요!” 여인은 외면당한 것이 서러웠는지 보채기 시작했고, 육황자는 갑자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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