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밖에서 석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세자, 열을 내리는 약이라도 좀 지어올까요?” “나가라.” 고준형이 담담하게 답했다. 딱히 불편해 보이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석심도 조금 안심했다. 이 밤은 유난히도 길었다.다음 날, 고 부인은 고장훈을 불러 후처 후보들을 보여주었다. “장훈아, 영씨 가문의 네 사촌 동생은 너보다 두 살이나 어린데도 벌써 아들 돌잔치를 한다. 네 처는 아이를 못 낳고, 통방이 하나 있다지만 결국 미천한 몸종 출신이 아니냐.” 고장훈이 짜증스럽게 말을 끊었다. “어머니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그는 곧바로 진영으로 향했다. 고 부인은 아들이 이토록 순순히 협조하자 크게 안도했다. 후작의 작위는 본래 그녀 아들들의 몫이어야 했다. 서자에게 뺏길 수는 없었다!고장훈에게 첩을 찾아주고, 친정어머니의 계획대로 유소영이 하루빨리 아이를 갖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이틀 뒤, 영씨 가문의 돌잔치에 충용 후작은 아내와 두 아들, 두 며느리를 데리고 참석했다. 그 댁 장손을 본 충용 후작은 몹시 부러워하며 두 아들에게 실망감을 드러냈다.‘두 아들놈이 진작 손자를 안겨주었더라면, 내가 직접 나서서 힘쓸 일도 없었을 텐데!’안으로 들어가자, 남녀의 자리가 나뉘어 있었다. 유소영과 임유정은 고 부인을 따라 여객들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잔치가 시작되기 전이라 손님들은 대부분 자리에 앉지 않고 부인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임유정 주변에 아첨하는 이들로 가득했을 테지만, 오늘은 다들 유소영에게 몰려갔다.“세자 부인, 외출이 잦지 않으시어, 오늘에서야 뵙습니다. 정말 영광입니다.” 유소영이 은혜를 빌미로 세자에게 시집갔다는 소문이 파다했을 때는 다들 그녀를 비웃었으나, 막상 직접 대면하니 정중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임유정은 그 광경을 보며 냉소적인 눈빛을 보냈다.유소영은 부인들과 금방 안면을 텄고, 사소하고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악의를 품고 후작부의 사생활을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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