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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221 - Chapter 230

608 Chapters

제221화

난향원. 임유정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 “천한 것! 어디 근본도 없는 게 감히 나랑 맞서려 들어!” 임유정은 꽃병의 꽃을 낚아채 짓이겨버렸고, 손에 꽃즙이 흥건히 묻어났다. 진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고장훈이 돌아오자, 임유정은 곧바로 평소처럼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부군.”그녀는 아직 영씨 가문에 줬던 혼수 전부 유소영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도, 자신이 보탰던 은자 천 냥마저 날아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안살림 권한을 얻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영향원에서는 고장훈에게 대놓고 말하기 어려웠으나, 더는 보는 사람이 없으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부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은 옳지 않습니다. 민씨 부인이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아버님 정신을 쏙 빼놓은 건지, 보통 여자가 아니에요. 후작부의 사람도 아닌데 어찌 진심으로 가문을 위하겠어요? 게다가 이미 아이도 가졌고 십중팔구 아들이라는데, 안살림 권한까지 넘겨주면 우리에게 불리해진다고요. 부군? 제 말 듣고 계세요?”혼수 문제로 머리가 아팠던 고장훈은 심기가 불편했다. 고 부인이 저지른 어리석은 짓을 임유정에게 차마 말할 수 없어 혼자 삭이는 중이었는데, 임유정이 옆에서 안살림 권한이니 아이니 계속 조잘대니 짜증이 치밀었다. “들었소. 부인이 알아서 하시오.” “부군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상의하는 거잖아요.” ‘전혀 듣고 있지 않잖아!’ 임유정은 불만이 가득했다. ‘적이 문 앞까지 들이닥쳤는데 어찌 이리 여유롭단 말인가?’ 고장훈이 이마를 짚었다. “부인이 왜 이렇게까지 나서서 다투려는지 이해가 안 가오. 아버지께서 민씨 부인에게 맡기겠다고 하셨소. 게다가 이건 임시방편일 뿐이오. 조만간 어머니께 다시 돌아갈 것이고, 그 짧은 시간에 득실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소?”임유정은 멍해졌다. 그가 자신을 나무라 하자, 임유정은 억울한 듯 눈물을 흘렸다. “저는 부군을 위해서, 우리 가정을 위해서 이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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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유소영은 세자가 이토록 예리하고 의심이 많을 줄 몰랐다. 그녀와 민심자 사이의 원한이 밝혀진다면 유씨 가문 전체가 화를 입을 수 있었다. 이에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 부인했다. “세자, 어찌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요?”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화살처럼 그녀의 영혼 깊은 곳을 꿰뚫었다. 유소영은 침착하게 그를 마주 보았다.“어머니께 안살림 권한을 내놓으라 제안하면서 정작 본인은 맡지 않겠다고 하니, 의심을 할 수밖에.” 고준형이 그녀를 응시했고, 유소영은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세자도 아시다시피 저 또한 당한 만큼 갚아주는 성격입니다. 어머님께서 잘못하셨으니 벌받는 게 마땅하죠. 하지만 그 안살림 권한을 제가 꿰찬다면 갈등만 심화할 것입니다. 가족끼리 체면과 여지는 남겨둬야죠. 민씨 부인이 안살림 권한을 맡는 건 명분이 서지 않는 일이니 조만간 어머니께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고 장군도 곧 영 소저와 혼인할 것이고, 일이 복잡해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고준형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고장훈과 임유정의 대리 수정 사건 때 유소영의 복수심이 얼마나 강한지 이미 보았다. 그는 더 묻지 않고 조언했다. “외조모님께서 토지 매매 계약서에 서명은 하셨으나 순순히 내주려 하지 않으실 거요. 뒤탈이 없도록 일찍 관아에 가서 공증을 받아두시오.” 유소영이 눈을 내리깔았다. “조언 감사합니다. 내일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영씨 가문. 고준형의 말대로 영 노부인은 정말로 땅을 내줄 마음이 없었지만, 지금은 빚을 갚는 게 급선무라 유소영을 괴롭힐 여유가 없었다. 영 대인이 영 노부인과 상의했다. “어머니, 막내를 불러들여 같이 해결해야겠습니다.” 부모에게 막내는 끔찍이 아끼는 아이로, 영 노부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막내는 그녀가 가장 아끼는 자식이었다. “네 동생은 예전과 달리, 지방 관직에 있는데 어찌 함부로 자리를 비우겠느냐? 게다가 그 쥐꼬리만 한 녹봉으로 푼돈이나 모았겠어? 걔한테 빚 갚기를 바라는 건 스님에게 빗을 빌려달라는 소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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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충용 후작부. 고 부인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는 냉소하면서 말했다. “동서가 나를 칼받이로 쓰려는 모양이구나!” 영 노부인이 막내를 편애하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어차피 자신이 가로챈 몫은 이미 갚았으니, 남은 빚은 친정 형제들이 알아서 할 일이었고,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국씨 어멈도 그녀를 만류했다. “영씨 가문은 지금 엉망진창이니 개입하지 마세요. 지금 마님께서는 나으리의 용서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고 부인의 눈에 냉기가 서렸다. 이십만 금 중에서 영 대인이 그녀에게 떼어준 건 고작 천 금뿐이었다. ‘저들이 도리에 어긋나게 굴었으니 나도 의리를 지킬 이유가 없다.’ 천 금 때문에 부군의 신뢰와 아들의 존경, 그리고 안살림 권한까지 잃었으니 후회막심할 뿐이었다.혼사가 엉망이 되었어도 절차는 계속되어야 했다. 다음 날, 충용 후작은 혼수 문제를 재협상하기 위해 영씨 가문을 방문했다. 영 대인은 딸을 시집보내는 기쁨은 없는 듯, 냉랭한 태도로 앉아 있었다. “혼수라… 그 댁 며느리에게 우리 빚이나 탕감해 주라고 하는 게 최고의 성의 아니겠소?” 충용 후작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건 제 권한 밖의 일입니다.” 권한이 있다고 해도 들어줄 리 없었다. 영씨 가문이 먼저 잘못했으니 벌을 받는 것도 당연했다! 영 대인이 눈을 돌려 왕씨에게 물었다. “혼수는 어떻게 할 거요?” 왕씨는 충용 후작에게 먼저 물었다. “후작께선 어떤 생각인가요?”충용 후작은 수염을 만지며 눈을 굴렸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그런 사달이 났는데 제가 무슨 면목으로 큰며느리에게 혼수를 빌리겠습니까. 후작부의 자체 자금과 장훈이의 녹봉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입니다.” 그가 손을 내밀어 다섯 손가락을 폈다. 영 대인이 몸을 앞으로 내밀며 기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오만 금이오?” 그 정도라면 마지못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충용 후작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오만 금이 아닙니다.” 충용 후작이 제안한 금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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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유소영의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오싹하게 했다. 그녀는 민심자를 응시하며 말했다. “민씨 가문에 문제가 생긴 후 어머니와 함께 방랑했죠. 당신의 초상화를 알아본 사람이 그러더군요. 화선(花船:기생 배)에서 암창(暗娼:비밀 기생) 노릇을 했다고 말이에요. 물론 한 사람의 증언으로는 부족하니,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요.” 유소영은 결코 당하고만 있을 성격이 아니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 했던가. 민심자가 유씨 가문의 과거로 협박할 때 이미 사람을 시켜 민심자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민심자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유소영!” 유소영은 당당하게 마주 보았다. “왜 이리 흥분하세요? 설마 아버님께서 아직 모르시는 건가요? 하긴 아무리 몰락한 후작부라 해도 암창 출신을 집에 들일 리는 없지요.” 기세가 꺾인 민심자는 이를 갈며 물었다. “협박하는 것이냐!”유소영이 나긋나긋하게 웃었다. “그럴 리가요? 진심으로 거래를 하려는 겁니다. 그러니 제가 원하는 답을 해주시겠습니까?” 민심자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네 말을 나으리께서 믿으실 것 같으냐?” 그녀는 유소영에게 확실한 물증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당시 화선은 이미 불타 없어졌고, 그녀는 그곳에서 가명을 썼기에, 누가 알아본들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유씨 가문의 과거는 실재하는 증거가 있었다. 민심자가 의기양양해지자, 유소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 물증도 없는 줄 아셨나 봅니다?”민심자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무슨 소리야?”유소영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떤 남자에게 자신을 데리고 화선을 나가달라고 서신을 썼던 걸 잊으셨나 봅니다. 서신의 내용을 읽어드릴까요? 선아 낭자.” 민심자의 숨이 멈췄다. ‘제길!’ 유소영이 미소를 지었다. “어떤 일들은 증거 없이 소문만으로도 유죄가 됩니다. 선아 낭자, 잘 생각하세요. 같이 파멸하실 건가요?” “알았다, 말하겠다!” 민심자는 가명으로 불리는 걸 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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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유씨 저택. 유 대감은 황실 상인이 된 이후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다. 위로는 관리들에게 연줄을 대야 했고, 아래로는 지방 상인들의 아첨을 받아주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유소영이 아버지를 뵙기 위해 찾아와도, 그를 만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다행히 이번엔 그가 집에 있었다. 딸이 양전 팔백 마지기를 가져왔다는 소식에 유 대인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잘했다! 네 시어머니와 영씨 가문이 어찌나 무례하게 구는지, 내 하마터면 뭐라 할 뻔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땅을 가졌으니, 후작부에서 가만두지 않았겠구나?”유소영이 원망 섞인 투로 말했다. “당연하지요. 재물을 버려 화를 면하는 심정으로 세자에게 절반 가까이 떼어줬습니다. 그제야 세자도 중재해 주시더라고요.” ‘아버지께서 늘 청렴하고 바른 사람이라 칭찬하던 세자의 진면목을 이제야 아시겠구나!’ 하지만 유 대감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부부끼리 복을 나누는 것도 당연하지.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줬다면 오히려 내가 걱정했을 거다. 세자가 땅을 챙겼다면 이제 너희는 한배를 탄 것과 같으니, 죽기 살기로 너를 지켜줄 것이다.” 유소영은 어이없다는 듯 입술을 비틀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야.’유 대인은 정색하며 경고했다. “손에 쥔 것들은 꽉 쥐고 있어야 한다. 시부모가 가로채지 못하게. 특히 네 시아버지를 조심하거라. 요즘 밖에서는 충용 후작이 첩의 자식에게 작위를 물려주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네가 가진 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유소영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녀는 유 대감의 검은 머리 사이에 섞인 흰머리를 보고 목이 멨다. 그가 물었다. “무슨 일이냐?” 유소영은 눈빛을 가다듬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다음부턴 세자에게 정력에 좋다는 요리 같은 거 준비하지 마세요! 이상한 의원 불러서 진맥하게 하지도 마시고요. 저만 입장이 곤란해집니다!” 유성천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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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영선화는 그녀의 옆에 서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영선화가 달려들어 아민의 팔을 붙잡고 다짜고짜 따져 물었다. “유소영이 시킨 거지? 나를 망신 주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잖아! 내가 미우면 나한테 직접 올 것이지, 왜 우리 가족을 괴롭혀? 이십만 금의 빚도 전부 지어낸 거지? 우리 가문은 돈도 권력도 있다. 그 여자 돈 따윈 빌릴 필요도 없다!”영선화는 그 빚에 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최근 며칠 동안 그 일 때문에 온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종일 다투고, 셋째 오라버니 부부는 헤어지겠다며 난리며, 할머니까지 앓아누우셨다는 것만 알았다. 심지어 혼수도 없어지고, 얼마 있지도 않은 집안의 혼수마저 아버지가 거둬간 것만 알고 있었다. 하여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유소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아민은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 “지금 저희 아씨의 함자를 함부로 부르시는 것은 제가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후작부에 시집오시면 세자 부인이라고 존칭을 쓰셔야 할 겁니다. 아무리 예의가 없어도 형님이라고 부르셔야 할 겁니다.” “대답해! 유소영이 시킨 거지?” “그만해라, 선화야!” 왕씨가 나서서 제지했지만, 영선화는 아민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기세등등하게 굴었다. “말하지 않으면 오늘 너랑 이 혼수들은 우리 집에서 못 한 발짝도 못 나가!” 아민은 겉으로는 공손함을 잃지 않았다. “아씨, 저희 아씨께서는 세자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시느라 바쁘십니다. 아씨를 상대할 겨를이 어디 있겠어요? 오해하신 겁니다.”영선화가 다시 입을 열려던 찰나, 벙어가가 갑자기 나타나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강한 힘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내 아민을 구출했다.벙어리는 말을 못 했지만, 눈빛만큼은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영선화가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무엄하다! 무엄해! 일개 하인 주제에 감히 어디서!”왕씨가 엄하게 명령했다. “여봐라! 당장 선화를 방으로 데려가라!” “어머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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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충용 후작부. 영향원 앞채. 왕씨와 고 부인이 마주 앉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왕씨는 고 부인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를 챘지만, 딸의 혼사를 위해 자존심을 굽혀야 했다. “동서가 얼마나 속상한지 나도 잘 아네. 나라고 편하겠나? 부군과 아들이 나 몰래 사고를 쳐놓고는 이제 와서 한 가족이니 어려움을 같이 이겨내자고 하더군. 시집을 왔으니, 팔자려니 하고 저 혼자 감당하면 그만이지만, 우리 선화는… 그 아이는 아무 죄가 없네. 요즘 방 안에서 울기만 하고, 제 아버지가 왜 혼수를 가져갔는지도 모르고 있네.” 왕씨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고, 고 부인이 경계하며 물었다. “저한테 하소연하러 온 걸 보니, 혼수라도 보태주길 바라는 겁니까?” ‘꿈도 꾸지 마라! 오라버니에게 내 손해를 배상하라고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야지! 그간 남매간의 정을 생각해서 참아주는 것인데!’왕씨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동서도 알겠지만, 그 이십만 금 대부분은 작은 아주버님께서 가져가셨네.” 고 부인이 말을 잘랐다. “오늘 온 목적이나 말하세요.” 왕씨가 한숨을 쉬었다. “오라버니가 원망스럽겠지만 우린 한 가족이고,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 아니오. 따지고 보면 지난번 돌잔치 때 동서와 어머님이 계획을 세워 사람을 해치려다 오히려 선화만 다치게 했으니, 나도 사과를 받아야…” 고 부인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사람을 해치다니요? 제가 누굴 해쳤다는 겁니까!” 이건 명백한 협박이었다. 왕씨는 혼잣말하듯 말을 이었다. “동서,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까지 끼게 하면 안 되지. 우리 선화는 동서에게 맡기겠네. 그러니 그 혼수는…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와 함께했으면 하네.”고 부인은 화를 내며 말했다. “한마음 한뜻이라니요? 나으리를 설득해서 그 말도 안 되는 오만 금 요구를 들어주라는 겁니까? 가당치도 않습니다! 저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더 망치려 들다니! 전 이미 안살림 권한까지 박탈당해서 혼수 문제에 참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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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유소영이 몸을 굽혀 예를 갖추었다.육황자는 평소 난잡하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빠르게 다가와 그녀를 직접 부축하려 했다. “세자 부인, 어서 일어나시오!”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유소영은 재빨리 몸을 틀어 그를 피했다. “감사합니다, 황자 전하.”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온순하게 서 있었다. 그녀의 하얀 목덜미가 눈에 들어온 육황자는 음란한 상상을 하며 미인을 품에 안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내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아시오?” 아민이 몸서리를 쳤다. ‘황자라는 사람이 어찌 시장 바닥 건달 같은 말투를 쓴단 말인가.’ 육황자가 한 걸음 다가와 경박하게 물었다. “몸은 좀 어떠시오?” 지난번 연극을 보러 오라는 권유에 몸이 좋지 않다며 거절했던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유소영이 공손히 대답했다. “부군의 보살핌 덕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육황자가 입술을 삐죽였다. “고 세자가 이리도 부인을 아끼는 사람인 줄은 몰랐군.” 유소영은 다시 한 걸음 물러나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버님을 찾으시러 오신 겁니까?” 육황자의 눈에 음침함이 서렸다. “아니, 고 세자를 보러 왔소.” 그러고는 다시 유소영에게 미소 지었다. “안타깝게도 문지기가 고 세자가 위독하여 손님을 맞을 수 없다더군.” 유소영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크게 편찮으시어 어머님께서 각혈하며 쓰러지셨는데도 오지 못하고 계십니다.”육황자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나도 방금 노부인이 병드셨다는 소식을 듣고 문안하러 온 길이오. 나 대신 말 좀 전해주시오. 강지영과의 혼인할 날짜가 다가오는데, 그녀를 찾을 수가 없소. 작주 거리 쪽에 있었는데 세자가 데려갔다더군… 아니, 내가 괜한 소리를 하여 신경을 쓰게 하였군.” 유소영이 절을 올렸다. “네, 전하.” 그녀는 서둘러 자리를 떴고, 아민도 숨을 죽인 채 육황자의 눈을 피해 뒤따랐다. 유경원에 들어서서야 아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씨, 황자 전하께선 정말 제정신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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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충용 후작부. 오후가 되어서야 민심자는 충용 후작부로 돌아왔다. 고 부인이 아프다는 소식에 그녀는 고소해했다. 문안을 가서는 은근히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다. 민심자가 떠난 후 고 부인은 고래고래 화를 냈고, 국씨 어멈이 곁에서 그녀를 달랬다. “마님, 화를 가라앉히세요. 민씨 부인이 으스대는 것도 잠시일 뿐입니다. 그 엉망진창인 장부들이 수면 위로 올라가면 고생 좀 할 겁니다. 지금은 몸부터 챙기셔야죠.” 고 부인도 머리로는 알았으나 분이 풀리지 않았다. ‘민심자 저 천한 것과 유소영은 반드시 후작부에서 쫓아내겠다!’고 부인은 부관과 아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죽을 듯이 누워 신음했다.해 질 녘, 충용 후작이 밖에서 돌아왔고, 하인에게 고 부인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후작은 짜증부터 냈다. “의원을 부르면 될 것을, 왜 나를 찾아오는 것이냐!” 황제의 명령을 수행하면서도, 사적으로는 영씨 가문이 끈질기게 요구하는 5만 금 때문에 골머리가 아팠던 충용 후작은 날이 가득 서 있었다. 게다가 친척들 사이에서 큰며느리에게 혼수를 빌렸다는 소문이 퍼져 면목이 없었다. 잘못을 저지른 부인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던 그는 곧장 남향원으로 가서 민심자의 품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영향원. 후작이 오길 기다리다 지친 고 부인의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그녀는 뒤늦게 반성하기 시작했다. “내 잘못이다, 내 잘못이야. 형제들을 위해 후작부의 체면을 저버려선 안 되는 거였는데. 어머니와 오라버니가 나를 등쳐먹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군께서 내게 실망했으니… 나를 내쫓지는 않을까?” 고 부인이 혼란스러워하자, 국씨 어멈이 곁에서 일깨워 주었다. “나으리께서는 지금 화가 나신 것뿐입니다. 민씨 부인이 아무리 총애를 얻은들 그 천한 신분은 변하지 않습니다. 후작부에는 마님 같은 가문 출신의 안주인이 필요합니다. 나으리께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판단하실 겁니다.” 고 부인은 그제야 안정을 찾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준형이에게 자식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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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오라버니와 언니의 일로 유소영은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기분을 전환할 겸 양전을 시찰하러 밖으로 나갔다. 논둑길을 걷는데 어린아이가 달려왔다. “부인! 부인! 야생화 한 송이 드릴게요!” 순수한 아이의 모습에 유소영은 의심 없이 꽃을 건네받았다. 그러나 꽃을 받은 순간, 그녀의 눈앞이 캄캄해졌다.후작부. 월하각. 해시가 가까워질 무렵 석심이 보고했다. “세자, 심씨 어멈이 와서 세자 부인께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다고 걱정하십니다.”책상 뒤에 앉아 있던 고준형이 붓을 내려놓고 석심을 바라보았다. “부인이 언제 나갔는지, 누구를 만나러 갔는지 말하던가?” 그 무엇도 그의 마음을 어지럽힐 수 없는 것처럼 담담하게 묻자, 석심이 답했다. “세자 부인께서 아침 일찍 나가셨다는 것만 알뿐, 무엇을 하러 가셨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하십니다.” 고준형이 명했다. “몇 명을 데리고 유씨 저택과 부인이 자주 가는 점포들을 조사해라. 부인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은 하지 말고.” 세자를 곁에서 수년간 보좌했던 석심에게 그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알겠습니다. 귀걸이 한쪽을 잃어버리셨는데 혹시 보았는지 묻는 식으로 조사하겠습니다.”고준형이 턱을 살짝 끄덕였다.“그래, 가보거라.”석심이 서재를 나서자마자, 한 호위가 그의 어깨를 스치며 들어왔다. “세자, 서신이 왔습니다!” “가져오거라.”평소에는 온화하던 고준형의 어조가 어느새 서늘하게 바뀌었다.서신을 펼쳐서 확인한 고준형의 눈에 차가운 한기가 서렸다. 그는 서신을 책상에 내려치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석심을 다시 불러와라.”“예!”*밤의 장막이 짙게 깔린 황성의 유흥가에 대낮처럼 밝았다.처마 밑에는 등불이 줄지어 걸려 있었고, 등불 위에는 기루 기생들의 초상화와 가명이 그려져 있었다. 지금은 달빛 아래에서 유흥을 즐기기 딱 좋은 때였다. 마차 한 대가 멈춰 섰고, 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마차에서 내리자, 기생들은 호객 행위도 잊은 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눈동자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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