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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부군의 형님: Capítulo 211 - Capítulo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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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영 노부인이 나타나자, 고 부인과 영씨 가문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 노부인은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유소영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이야기는 다 들었다. 이건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폐하께서 관리들의 봉록을 깎아 군비로 충당하시니, 우리 가문의 형편도 예전만 못해졌고, 식구들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운 지경이었다. 내 아들이 체면을 중시하는지라 사사로이 누이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노부인은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심성이 고운 내 딸이 후작에게 걱정을 끼칠 수 없어 스스로 해결해 보려다가 며느리의 혼수를 잠시 빌려 쓰기로 한 것이다. 형편이 좀 나아지면 차근차근 갚아줄 요량이었다더구나. 얘야, 한식구끼리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라. 너도 심성이 착하다는 것을 나도 안다. 내 며느리가 무례하게 내 허락도 없이 과한 혼수를 요구했음에도, 너는 원망 한마디 없이 혼수를 내놓고 선화에게 더 챙겨주지 않았느냐. 네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이 할미도 잘 안다. 그러니 믿었던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는 생각에 이리도 화가 나서 따지는 거겠지.”노부인은 인자한 척하며 쐐기를 박았다. “내 오늘 네 편을 들어주마. 잃어버린 것들은 반드시 조속히 채워주마. 하지만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지 않겠느냐. 오늘은 양 집안에서 함을 보내는 길일이니, 나중에 적당한 때를 골라 다시 의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아민은 그 말을 들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또 핑계구나! 빌린 거라니? 그냥 훔친 거지!' 충용 후작은 분노가 치밀었지만, 가문의 체면과 양가의 화목을 고려하여 억지로 화를 억눌렀다.“소영아, 너는 후작부의 맏며느리다. 매사에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혼수 도난 건은 네 시어머니가 분명 잘못했다. 네게 상의도 없이 물건을 빌려 쓴 건 사과받아 마땅하다. 집에 돌아가면 내 당장 사죄하게 하마. 그러니 너도 적당히 하거라.”“나으리!” 아민이 참다못해 소리치자, 유소영이 손을 들어 아민을 제지했다. 유소영은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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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고 부인이 갑자기 영 대인에게 달려들었다. “천 금이라면서요! 어떻게 이십만 금이 된 겁니까! 말 좀 해보세요! 어떻게 친누이까지 속일 수 있습니까!” 영 대인은 화가 치밀어 그녀를 밀쳐냈다. “그만해! 어디서 행패야! 얼마나 되는지 내가 어찌 알아, 그걸 나 혼자 다 쓴 것도 아닌데!”충용 후작은 영 대인을 밀치며 그의 코앞에 삿대질했다. “참으로 대단한 집안입니다! 감히 내 며느리 물건에 손을 대다니요? 이십만 금은 반드시 갚으셔야 할 겁니다!” 만일 훔쳐서 팔아넘긴 금액이 몇백 금이라면 충용 후작도 두 집안의 화목을 위해 야박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십만 금이라니! 이 흡혈귀 같은 자들!’ 영 대인이 후작 부부에게 공격받는 동안, 왕씨는 곁에서 차가운 눈으로 방관했다.그녀는 이미 그에게 실망할 대로 실망한 상태였다.“모두 멈추지 못할까!” 영 노부인이 엄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이 무슨 소란인가! 고작 이십만 금 때문에 이리 추태를 부린단 말인가?’ 고 부인은 영 노부인을 경외하여 즉시 멈췄지만, 원망은 감추지 못했다. 특히 고 부인은 친정을 그토록 챙겼건만 친 오라버니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다. ‘절반씩 나누기로 해놓고 나에겐 고작 그만큼만 주다니!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어!’영 노부인은 갈수록 유소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늘 이 모든 화근은 유소영이 자초한 것 같았다. 영 노부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십만 금을 지금 당장 내놓을 수 없다. 오늘 내가 입궁해 혜태비 마마에게 옥여의 한 쌍을 선물받았으니, 그것을 네게 주마. 이 불효막심한 아이들에게 차용증을 쓰게 할 테니, 내 면목을 봐서 지금은 그냥 넘어가다오. 차용증이 있으니, 그 빚도 어디 가지 않는다. 그러니 마저 진행하는 것이 어떠냐?”유소영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이십만 금은 적은 액수가 아니니, 오늘 못 갚으신다면 십년, 이십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럼 어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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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환

몸종이 앞채에서 엿들은 내용을 토대로 허씨 부인에게 자초지종을 고했고, 허씨 부인은 그만 넋을 잃었다. “이십만 금이라니? 말도 안 된다! 시집온 이래로 그렇게 큰돈은 본 적도 없다! 유소영이 거짓말로 누명을 씌운 것이다!” “부인, 정말입니다. 노부인께서 양전 팔백여 마지기를 다 날리셨는걸요. 후작부 사람들이 떠나자마자 영 대인께서 즉시 셋째 도련님을 불러, 하시는 말씀이… 그 돈 일부는 셋째 도련님 도박 빚을 갚는 데 쓰였으니, 직접 세자 부인에게 갚으라고 하셨답니다.”허씨 부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쩐지 예전에 졌던 도박 빚이 한꺼번에 청산됐다더니! 세상에… 잠깐! 부군이 무슨 돈이 있어서 빚을 갚는단 말이야?”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부군인 영씨 가문의 셋째가 안으로 들어왔다.막 도박장에서 끌려온 참인지 눈은 밤을 지새운 듯 핏발이 서 있었고, 병색이 완연한 졸음기 섞인 얼굴로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나더러 빚을 갚으라니, 내가 무슨 수로 갚아! 부인 혼수는 어디 있소! 당장 내놓게!” 이십만 금의 빚이 있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던 차에 부군이 제 사비까지 털어가려 하자, 울화가 치밀었던 허씨 부인은 그에게 달려들어 때리기 시작했다. “이 천벌을 받을 인간! 부군이 진 빚을 왜 제게 갚으라는 겁니까! 제 돈에 손대지 마십시오,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영씨 가문 셋째는 그녀를 거칠게 밀쳐내며 경고했다. “나한테 지랄하지 마오! 다 유소영 그년 때문이오! 별것도 아닌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잔말 말고 있는 돈 다 내놓으시오! 부족하면 친정 가서 빌려오시오!” 허씨는 통곡을 터뜨렸다. “차라리 저를 죽이십시오! 이십만 금입니다, 은도 아니고 금입니다! 어쩜 부군 같은 사람한테 시집와서는! 팔자가 참 기구하기도 하지!”한편, 왕씨도 앞채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평소의 단아한 귀부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영 대인을 추궁했다. “돈은요! 그 돈 다 어디다 쓴 겁니까!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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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유소영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무의식적으로 땅문서들을 꽉 쥐었다. “세자, 농이시지요?” 고준형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농을 하는 것처럼 보이오?” ‘팔백 마지기의 양전에서 말 한마디로 사백 마지기를 가져가겠다니!’ 유소영은 속으로 헛웃음이 났다. ‘참으로 탐욕스럽구나.’하지만 세자가 나서서 시댁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면, 오늘 얻은 이 땅들은 손에 쥐어보기도 전에 후작부의 장부실로 귀속될 것이 뻔했다. 결국은 오늘 한 일들은 헛수고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손해 보는 것은 고작 사백 마지기 정도가 아닐 것이었다. 잠시 고민한 끝에 유소영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약속을 지키십시오.” 살을 베인 것처럼 고통스러워하는 유소영의 표정을 본 고준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후작부. 난향원. 임유정은 여전히 사라진 자신의 혼수 때문에 속을 앓고 있었다.문득 시집온 영선화가 난향원에 들어오면, 그녀가 가져올 혼수 또한 난향원의 차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만 잘 쓰면 잃어버린 것들을 조만간 되찾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오른쪽 눈꺼풀이 자꾸 파르르 떨렸다. “혼수를 건네러 가서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이냐?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오너라.” “알겠습니다.” 진수가 명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마님만 빼고 다른 분들은 모두 귀가하셨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으리께서 돌아오시자마자 세자와 세자 부인을 영향원으로 부르셨고, 지금까지 문을 닫고 상의 중이시라고 합니다.” 임유정은 의아했다. ‘설마 영씨 가문에서 혼수를 더 요구한 것인가? 어쨌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돈을 내는 건 유소영일 테니까.’영향원. 영 노부인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고 부인은 그곳에 남아 병간호를 하기로 했고, 충용 후작은 먼저 돌아온 상태였다. 충용 후작은 팔백 마지기의 양전을 떠올리며 유소영이 자신에게 망신을 주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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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충용 후작은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후작뿐만 아니라 유소영도 예상치 못한 전개에 멍하니 세자를 바라보았다. 고준형은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자기가 다 책임지겠다고 안심시키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든 유소영은 시아버지의 질책 섞인 시선과 마주쳤다. 집에 잘못 든 미인이 가문을 망친다고 여기는 것만 같았다. 정말 억울한 일이었다. 분가 이야기는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그녀는 법도를 잘 알고 있었고, 부모가 건재한 상황에서 분가를 논하는 자는 곤장 백 대를 맞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사형이나 다름없었다.매를 맞는 것이 겁이 났던 그녀는 붙잡힌 손을 살짝 빼내려 했다. “세자, 분가는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요?” 고준형이 그녀를 돌아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부인이 너무 유약하고 착해서 남들이 얕보는 것이오. 걱정 마시오, 내가 있으니 다시는 손해 보지 않을 것이오.” 유소영은 보호받는다는 감동 대신… 어딘가 비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유약하고 착하다니? 이건 분명히 나를 비꼬는 게 틀림없어!’충용 후작은 이 광경을 보며 한 가족 사이에 낀 이방인이나 악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준형은 충용 후작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법률상 분가는 허용되지 않으나 불가피한 상황도 있는 법입니다. 부모가 악의적으로 자녀의 재산을 가로채려 할 경우, 자녀는 분가할 수 있지요.”충용 후작이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이런 말을 하는 상대가 고장훈이었다면 불호령을 내리며 꾸짖었겠지만, 큰아들에게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집안의 가장인 자신도 조정의 일을 비롯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와 상의하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조언을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준형의 조정 내 인맥과 폐하 앞에서의 비중은 아버지인 그를 훨씬 뛰어넘었다. 그가 분가를 말한 것은 일종의 완곡한 경고였다. 앞으로 아버지의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충용 후작은 고민 끝에 결국 어렵사리 타협했다.그는 이를 악물며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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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영씨 가문의 사람들이 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사이, 고 부인은 방에서 영 노부인을 지키고 있었다. 마침내 깨어난 영 노부인은 손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네 큰며느리… 그 아이는 얕볼 상대가 아니다!” 양전 팔백여 마지기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영 노부인은 죽어서 조상들을 뵐 면목이 없었다. 고 부인은 노모의 몸 상태가 걱정되어 서둘러 달랬다. “어머니, 더는 말씀하지 마세요. 지나간 일이니 다시는 입에 담지 말아요. 그저 몸조리나 잘하시고…”그러나 영 노부인의 분노는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거세게 타올랐다. 그녀가 고 부인에게 말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느냐? 오늘 이 모든 일은 네 큰며느리가 파놓은 함정이다! 오늘에서야 진실을 알게 된 것이 아니다. 분명 이날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우리를 협박해서 내 땅을 빼앗아 가려 한 것이다! 어떻게 곁에 여우의 탈을 쓴 늑대를 두고, 몰랐단 말이냐!”고 부인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그녀는 망연자실했다. 아까 사람들 앞에서 자기 잘못이 폭로되었을 때도 정신이 없어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후에는 어머니가 쓰러지시는 바람에 그럴 경황이 더 없었다. 이제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유소영이 의도적으로 꾸민 일이 확실했다! ‘봉인지의 비밀을 알아차렸다면 진작에 범인도 알았을 것이고, 범인이 자신이라는 것도 알았을 텐데, 이제야 폭로하다니! 천한 것! 영악하기도 하지!’영 노부인은 고 부인의 손을 잡고 음험한 눈빛으로 당부했다.“그 아이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 팔백 마지기 땅은… 어떻게든 다시 찾아와야 해. 하지만 서두르지는 마라. 기회를 엿보다가 단번에 사냥감의 목덜미를 물어뜯어 도망칠 기회를 주지 말아야지! 명심해라, 반드시 땅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고 부인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머니, 그런 불길한 말씀은 마세요!” 영 노부인은 엄한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내 곁을 지킬 필요도 없다. 큰일이 터졌으니 후작부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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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충용 후작은 어두운 얼굴로 고 부인을 쏘아보았다. 대체 무슨 염치로 큰며느리를 심문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소영이 들어왔고, 고준형도 함께 왔다. 고 부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두 사람이 언제부터 붙어 다녔다고?’ 고 부인이 유소영을 질타하려던 순간, 고장훈과 임유정도 뒤따라 들어왔다. 온 가족이 다 모인 셈이었다. 고장훈이 먼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형님께서 진영으로 사람을 보내 집안에 급한 일이 있던데요?”충용 후작은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아 입만 벙긋거렸다. 오늘 영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은 너무나 수치스러웠다. 고장훈과 혼수 문제를 상의해야 했기에 부른 것이었으나, 사람들이 다 모인 곳에서 말하기는 곤란했다. 이 상황을 알고 있던 유소영이 입을 열었다. “아주버님,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아버님께서 부르신 이유는…” 충용 후작이 급히 말을 가로챘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너희 어머니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너희를 꼭 봐야겠다고 하더구나!” 충용 후작은 대뜸 고 부인에게 분노를 쏟아냈다. “집안을 아주 풍비박산 내고 싶어 안달이 났소!” 이는 명백한 경고였다.고 부인도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다. 사람들 앞에서 유소영을 다그쳤다간 며느리의 혼수를 훔쳤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꼴이 될 것이고, 고장훈과 임소영도 그 일을 알게 될 것이다. 체면이 중요했던 고 부인은 결국 독기를 억지로 삼켜야 했다. 그녀는 애를 써서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장훈아, 너희 부부와 상관없는 일이니 먼저 난향원으로 돌아가거라.” 이어 민심자에게도 말했다. “자네도 유경원으로 돌아가게.”민심자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했다. 게다가 유소영이 오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기에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유소영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두 분 잠시 멈춰주세요. 어머니께서는 하실 말씀이 없으실지 모르나, 저는 있습니다.” 유소영은 아주 단아하고 품위 있는 모습이었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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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고 부인은 감정을 추스르며 입을 열었다. “정리할 것을 정리하여 내일 장부실 열쇠를 향설원으로 보내도록 하지요.”후작부의 엉망진창인 장부들은 이미 유소영을 위해 준비해 두었고, 지금 넘겨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유소영에게 그 구멍들을 다 메우라고 하면 그만이니까! 안살림 권한은 자연히 세자 부인인 유소영에게 먼저 넘어갈 것이다.하지만 민심자와 임유정은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고, 약속이라도 한 듯 반대의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안살림 권한을 쥔다는 것은 집안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고 인력을 마음대로 부리며 물자를 배분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하인들에게 줄 돈부터 시작해서 겨울철 숯 하나까지 모두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안살림 권한을 장악한다는 것은 그들 자신의 지위뿐만 아니라 장차 자식들의 운명까지 결정짓는 일이었다. 민심자가 그토록 안살림 권한을 원하는 것도 자신과 아이의 앞날을 도모해 후작부의 진정한 안주인이 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그 권한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달갑게 볼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유소영이 입을 열었다. “아버님, 어머님. 저는 안살림을 맡을 생각이 없습니다.” 이 말에 사람들의 안색이 제각각 변했다. 임유정과 민심자는 게걸스러운 들개처럼 눈빛이 번뜩였다. 먹이를 낚아챌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고준형은 유소영을 곁눈질하며 의외라는 기색을 띠었다. ‘안살림 권한을 원치 않는단 말인가.’고 부인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안살림 권한을 뺏어 이 집안을 장악하려고 이 소동을 피웠던 것이 아니었단 말이야? 이제 와서 무슨 수작질이야? 한발 물러서는 척하며 더 큰 걸 얻으려는 속셈인가!’ 충용 후작은 턱밑 수염을 만지며 엄숙하게 물었다. “진정 맡을 생각이 없느냐?” 안살림 권한을 이전할 것을 제안해 놓고 정작 자신은 받지 않겠다고 버티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유소영이 예의를 갖춰 말했다. “아버님, 저는 지금 바쁘게 처리해야 할 중대사가 있어 집안의 시름을 덜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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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임유정은 두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통증보다 분노의 불길이 더 뜨거웠다. ‘죽일 년! 입만 열면 첩이라느니 뭐라느니… 내가 어쩌다 첩이 됐단 말인가! 한때는 나도 세자 부인으로 불리며 시부모님의 대접을 받았는데! 이제는 밖에서 굴러먹다 들어온 첩 따위가 감히 나를 멸시하고 조롱하다니!’ “부군…” 임유정은 평소처럼 고장훈에게 가련하고 무력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고장훈은 오히려 그녀를 타일렀다. “아버지의 처분에 따르시오.”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 앞에서 안살림 권한을 부인에게 주기 위해 싸울 수는 없었다. ‘부인도 예전엔 이렇게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허영심 많은 여자가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사사건건 다투려 드는 건지 모르겠구나.’임유정은 멍해졌다. ‘아버님 뜻에 따르라고? 평처로 강등될 때도 도와주지 않더니, 내 혼수가 영선화의 혼수로 쓰일 때도 방관하고, 이제 안살림 권한까지 넘기라고 해? 아버님의 결정을 좌지우지하진 못해도 최소한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허약한 세자보다 훨씬 남자답고 자신을 총애해 줄 거라 믿었는데!’ 그와 혼인한 뒤로 액운이 낀 것처럼 일은 꼬이고 삶은 갈수록 팍팍해졌다! 게다가 안살림 권한을 쟁취할 수 있는 기회마저 그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서서 날려버렸다.곧이어 충용 후작이 결정을 내렸다. ‘심자의 말처럼, 임유정에게 안살림 권한을 맡기면 정처로 들어올 선화의 체면이 깎일 것이다. 영씨 가문과 관계가 틀어진 마당에 불을 지필 필요는 없다.’ “심자야, 중계권은 네게 맡기마.” 민심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일어나 절했다. “나으리, 제가 나으리를 대신해 뒷수습을 잘하겠습니다.” 임유정은 목이 멘 듯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민심자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분하다! 재상부의 금지옥엽인 내가 외실 출신 첩에게 밀리다니.’고 부인은 서늘한 시선으로 민심자를 바라보았다. 유소영을 낚지 못한 건 아쉽지만, 민심자가 고생하는 것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흥! 후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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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고 부인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듯 변명을 늘어놓았다. “상의 없이 혼수를 빌린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진상을 알면서도 굳이 함을 보내는 당일에 그 사실을 터뜨려 우리 면목을 없앤 건 다른 문제다! 준형아, 넌 세자이니, 가문의 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지 않느냐. 오늘 종친 어른들이 다 계신 자리에서 유소영 때문에 우리는 고개도 못 들었다. 이토록 편협하고 간사하며 대국을 살피지 못하는 여인이 어찌 네 처가 될 자격이 있단 말이냐. 잘못을 가르치는 게 잘못됐단 말이냐!”고준형의 눈빛은 맑고 정직했다. “제 부인이 우리 면목을 없앤 것입니까, 아니면 어머니의 행실이 면목을 잃게 만든 것입니까?” 고 부인은 가슴이 찢어질 듯 눈물을 흘렸다. “기어코 네 처만 감싸는 것이냐? 진상이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는 것이냐!”그녀는 유소영을 저주하면서도 고준형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때 유소영이 나섰다. “어머님, 오늘에서야 확신했습니다. 봉인지는 의심했으나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었습니다. 혹시라도 국씨 어멈 같은 아랫사람이 몰래 인장을 도용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확신도 없이 어찌 어머님을 지목했겠어요. 제 진심을 오해하신 겁니다.” 고 부인은 이를 악물었다. ‘아직도 연극을 하는구나!' 하지만 고준형이 버티고 있는 한 고 부인은 더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앞채에는 충용 후작과 고장훈만 남았다. “장훈아, 영씨 가문의 혼수를 못 받았으니 분명 다시 요구할 것이다. 네 어머니가 그런 추태를 부렸으니 차마 네 형수에게 또 도움을 청할 면목은 없구나. 우리가 직접 보충해야 한다.” 고장훈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어머니와 숙부께서 합작해 유소영의 혼수를 훔쳤다니!’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어머니가 며느리의 혼수로 형제를 돕다니. 예전에 유정이가 몸이 안 좋아 보약을 지어달라 했을 땐 돈이 없다며 거절하시더니, 친정엔 그 큰돈을 대주셨구나.’고장훈은 어머니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었고 수치심마저 느꼈다. 과거 유소영에게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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