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심은 물론이고 육황자조차 고준형이 이토록 빨리 선택을 내릴 줄은 몰랐다. 그래서 고준형에게 생각할 시간을 한 시진이나 준 것이다. 고준형이 강씨 가문의 사건에 그토록 집착하니, 당연히 강지영을 끔찍이 아낄 줄 알았다. 고작 상인 집안 출신인 유소영을 구하기 위해 모든 공을 허사로 돌리다니, 고준형이라는 인물은 정말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육황자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좋소, 좋아! 세자의 뜻을 알겠소. 여봐라, 가서 세자 부인을 데려…” 옆에 있던 호위가 귀띔했다. “황자 전하, 먼저 사람을 보내 강 소저의 행방을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만약 고준형이 시간을 벌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이라면 큰 낭패였다. 육황자는 이내 말을 바꾸었다. “고 세자, 내 확인을 마친 후에 세자 부인의 행방을 알려주겠소!”육황자의 간사하고도 어리석은 태도에 석심은 세자를 바라보며 말을 삼켰다. ‘세자께서 너무 성급하게 선택을 내리신 것 같은데.’ 육황자가 세자 부인에게 손을 댈 확률은 극히 낮았다. 만일 호위들이 세자 부인을 찾는 동안, 세자가 육황자의 시간을 끌었다면 양쪽 다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반 시진 후. 호위가 들어와 보고했다. “전하, 신호 화살이 울렸고, 강 낭자를 찾았습니다!” 그 말을 들은 육황자가 만족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쁜 기색은 없는 얼굴로, 고준형 앞에 다가와 가증스러운 표정으로 안타까운 척 말을 건넸다. “세자 부인과 술 몇 잔 더 기울이지 못한 것이 아쉽군.” 고준형의 안색은 평소와 다름없었다.자신이 팔아넘긴 강지영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육황자도 약속대로, 고준형에게 장소를 일러주었다. “오리항의 내 사택에 세자 부인이 있소.” 고준형은 평온하게 인사했다. “전하, 조심히 가십시오.”오리항. 육황자의 사택은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육황자는 자신의 방탕한 행실이 구설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변에 인가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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