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고 부인은 유소영을 불러 곁에 앉혔다. 고 부인은 아주 온화한 태도를 보였다.“소영아, 지난번에 네 혼수를 빌려 쓴 일은 이 시어머니가 잘못했다.”“우리는 결국 한 가족 아니냐. 집안이 잘 되어야 우리도 좋은 법이지. 네 생각은 어떠냐?”유소영이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님 말씀이 옳습니다.”곁에 있던 아민조차 고 부인이 빙빙 둘러말하는 이유가 결국 영씨 가문의 일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아씨, 절대로 마음이 약해지시면 안 돼요!고 부인은 유소영의 반응이 나쁘지 않자 슬쩍 본심을 드러냈다.“영씨 가문 일 말이다…… 후작부에서 그만한 혼수 자금을 못 내줄 것도 없지만, 연말 장부가 정리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해. 소영아……”고 부인은 유소영의 손을 끌어당겨 살며시 두드리며 인자한 어른 흉내를 냈다. “이 시어미에게 빌려준 셈 치고, 우선 장훈이가 이 고비를 넘길 수 있게 도와다오. 알겠지?”아민은 기가 막혔다. 정말 염치도 없지!유소영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내리깔고 침묵했다. 이윽고 그녀가 고개를 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과찬이십니다.”“제가 힘이 있는데도 돕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힘이 부칠 뿐입니다.”고 부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내 숨김없이 말하마. 네게 그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 서로 잘 알지 않느냐.”“결국 너는 아직 이 시어미를 용서하지 않은 게야.”고 부인은 유소영의 손을 놓으며 덧붙였다. “좋다, 말해 봐라! 어떻게 해야 네가 마음을 풀고 지난 일을 없던 일로 하겠느냐?”아들을 위해서라면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 작정이었다. 유소영은 평온한 눈빛으로 고 부인을 바라보았다.“어머님, 제게 빌리시는 것보다 영씨 가문이 혼수 규모를 낮추게 하는 것이 낫습니다.”“작은 아주버님이 제게 직접 빌리든, 어머님이 대신 빌리든 결국은 빚입니다.”“빌렸으면 갚아야 하는 법이지요.”“작은 아주버님 입장에서도 어머님께서 자신에게 빚더미를 안겨주었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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