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정은 아버지가 형부에 잡혀간 첫날, 곧장 세자를 찾아갔었다.그녀는 유경원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세자를 가로막았지만, 아버지의 일을 꺼내자마자 세자는 단칼에 거절했다.유소영을 찾아가 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세자가 재차 삼차 유소영을 감싸고도는 걸 보면, 그 천한 것이 세자 앞에서는 꽤나 입김이 센 모양이었다.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유소영의 아버지도 똑같이 잡혀가지 않았던가!임유정은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결국 소씨 부인을 보낸 뒤, 그녀는 염치를 무릅쓰고 유경원으로 향했다.……월하각.세자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저녁상은 유소영 혼자 받았다.식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씨 어멈이 와서 알렸다.“세자 부인, 둘째 부인께서 뵙기를 청합니다.”유소영은 아민에게 눈짓하여 유경원의 장부를 치우게 했다.“들라 하세요.”임유정은 유경원의 대문을 들어서며 만감이 교차했다.예전에는 자신이 이 안채의 안주인이었건만, 이제는 문턱을 넘는 것조차 유소영의 허락이 필요하다니.월하각 안으로 들어선 순간.그녀의 상념은 더욱 깊어졌다.당초 세자에게 시집가 삼년을 살았어도 월하각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했었다.헌데 유소영은 세자에게 시집간 지 얼마나 됐다고 향설원에서 월하각으로 옮겨오더니, 심지어 세자와 합방까지 하다니…….예전에는 유소영의 신분이 천하여 아무것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었다.그러나 지금, 그녀의 처지는 유소영만도 못했다.처음부터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닐까? 선택이 틀렸던 것은 아닐까?그렇게 서둘러 고장훈의 품으로 갈아타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여전히 세자 부인으로 월하각에 머물고 있었을 텐데…….임유정은 생각할수록 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그녀는 억지로 감정을 누르고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방으로 들어갔다.유소영은 탁자 옆에 앉아 온화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동서가 웬일로 여기까지 발걸음을 하셨습니까?”그녀는 억지웃음을 지었다.“형님, 우리 사이에 그간 오해가 많았지요. 내가 이제 안살림을 맡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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