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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541 - Chapter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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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1화

강지영은 고준형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가 이토록 갑작스레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고준형이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볼 줄은 더더욱 예상치 못했다.자신을 쳐다보는 고준형의 두 눈에는 혐오감이 서려 있는 듯했다…….강지영은 마치 예리한 칼날에 무참히 베인 것처럼 마음이 쓰라렸다.고준형은 감정을 억누르고 손을 내리며 유소영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부인은 먼저 나가 있으시오.”유소영이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니,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이 온화하고 차분하여 별다른 기색이 엿보이지 않았다.강지영이 차가운 얼굴로 비아냥거렸다.“부인께서 들으면 안 되는 말이라도 있는 건가요?”고준형은 강지영의 말을 무시한 채 오직 유소영을 향해 말했다.“나가서 기다려 주겠소?”유소영은 그를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강지영을 힐끗 쳐다보고,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강지영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었다.“부인께선 오라버니 말씀을 참으로 잘 들으시네요.”고준형의 눈빛은 무심하고 냉담했다.“이곳에 한 달간 갇혀 있는다고 해서 네가 저지른 잘못이 씻겨 나갈 거라 생각하느냐.”강지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이어서 고준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개인적인 감정으로만 보자면, 나는 네 소행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그의 무정한 시선을 마주하며 강지영이 웃음을 터뜨렸다.그 미소의 이면에는 뼈저린 처량함이 깃들어 있었다.“제가 그런 걸 신경 쓸 거라 생각하시나요?”“그 시절 제가 겪었던 일에 비하면 오라버니가 겪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죠.”“부인께서는 무사히 살아 계시지 않나요?”“하지만 제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죠!”“오라버니, 제가 만약 그때의 오라버니처럼 모질었다면 부인께선 진작에…….”강지영의 목소리가 돌연 목이 메어 갈라졌다.그녀의 눈물이 속절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맞아요! 제가 마음이 약했어요. 제게도 아직 양심이란 게 남아 있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할 줄 아니까요. 유소영이 절 구해 주었다는 걸 아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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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강지영은 사실 예전부터 아버지의 죽음이 고준형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유소영이 고준형을 대신해 해명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황성 제일의 재녀라 불렸던 그녀가 어찌 생각지 못했겠는가. 아버지의 죽음은 필연적이었고 애초에 만회할 여지조차 없었으며, 조담이 간청해 얻어낸 면사조서도 그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는 것을 말이다.그러나 이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아버지가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고준형에게 자신을 처형해 달라고 간청했을 때, 강지영은 그 모든 것을 듣고 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그녀는 고준형이 아버지에게 미안해할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 기억은 자신에 의해 의도적으로 억눌려졌다.강지영은 오히려 이를 위해 변명거리를 찾았다.모두 고준형이 무능하여 아버지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그런 선택을 하도록 만든 것이라고.그래서 그녀는 고준형이 이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자신에게 보상하도록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강지영이 육황자에게 간 것 역시 이런 마음이 섞여 있었다. 고준형, 바로 그가 자신을 벼랑 끝까지 몰아넣고 이 지경에 이르게 했다는 걸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고준형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육황자가 저를 해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으며,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다……할 수만 있다면, 강지영은 정말이지 유소영이 자신의 기억상실증을 고쳐주지 않았기를 바랐다.그랬다면 계속 바보처럼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그녀는 이런 비열한 속마음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고준형은 그것들을 낱낱이 파헤치며 마치 제 흉터를 찢어 그 안의 피와 살을 드러내게 하는 것 같았다.그 안에 숨겨져 있던 자존심마저 산산이 부서지고 갈기갈기 찢겼다.그리고 자신과 고준형 사이를 이어주던 유일하게 남아 있던 끈조차도 고준형의 손에 의해 무참히 끊어져 버렸다.지금 이 순간, 강지영은 고준형이 예전에는 자신에게 체면을 세워주었음을 깨달았다.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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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눈부시고 뜨거운 햇살에 유소영은 고개를 돌렸다.“점심은 망강루로 가겠소?”고준형이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유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두 사람은 차례대로 마차에 올랐다.마차 안에서 자리를 잡은 유소영이 고준형에게 물었다.“강 소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역시 육황자에 관한 일인가요?”고준형은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몇 가지 일러두었을 뿐이오.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었소.”유소영은 그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굳이 주의를 줄 필요도 없지 않은가.“사실 강 소저의 힘을 빌려 육황자를 조사해 보려던 참이었습니다. 한창 그 이야기를 하던 중에 세자께서 오신 거예요.”고준형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상관없소. 강지영도 이미 다 알고 있으니, 어찌해야 할지는 스스로 잘 알 것이오. 다만 부인은 앞으로 강지영과 만나는 일을 줄이시오. 그 애가 무언가 알아낸다면 내게 직접 전할 터이니.”유소영이 되물었다. “세자께서는 강 소저가 마지막에 했던 말이 마음에 걸리시나요? 행여 제게 해코지라도 할까 봐 걱정되시는 건가요?”고준형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그렇소.”“그러니 자꾸 나를 걱정시키지 마시오.”유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앞으로는 함부로 강 소저를 만나지 않을게요. 만약 그쪽에서 먼저 저를 찾아오더라도 세자께 먼저 알리…… 읍!”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고준형의 품으로 끌려갔다.삼월의 봄비처럼 부드럽고 끈적한 입맞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눈가에서 뺨으로, 마침내 입술로 이어진 애틋한 입맞춤이 그녀의 숨결을 앗아갔다.이내 온몸에 힘이 풀린 그녀는 주체하지 못하고 아래로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고준형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쳐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뒷목을 감싸 쥐어 달아나지 못하게 막았다…….마차 안의 열기가 속절없이 달아올랐다.안에 있는 두 사람은 마차가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멈춰 섰다는 사실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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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별실 안.유소영이 귀걸이에 대해 물었다.오라버니가 민 대인에게 넘긴 귀걸이는 틀림없이 아주 중요한 증거물일 터였다.그녀는 그 귀걸이의 주인이 운 측비일 것이라고 의심했다.그러나 벙어리 일행에게 조사를 맡겼건만, 관련된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고준형은 정무로 바쁜 와중에도 그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그 귀걸이는 운 측비의 물건이 아니오. 심지어 초왕부 사람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소.”유소영도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바로 되물었다.“그렇다면 혹시…… 육황자부의 물건은 아닐까요?”오라버니의 사건과 연관이 있는 사람은 운 측비를 제외하면 육황자와 이미 죽은 강회산뿐이었다.지금으로서는 그 귀걸이가 육황자부의 물건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고준형은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사람을 시켜 계속 조사해 보겠소.”점심 식사를 마친 뒤, 고준형은 관서로 돌아가야 했다.삼황자의 독약 투입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조정의 정세가 긴박했고, 각 세력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어 고준형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그러나 그는 유소영을 후작부까지 직접 바래다주었고,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발길을 돌렸다.그 무렵.감옥 안.강지영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무너져 내렸던 감정에서 헤어나오자마자 그녀는 아버지의 일부터 떠올렸다.유소영은 육황자가 부정행위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그렇다면 육황자가 아버지를 모함한 주동자인지 명백히 밝혀내야 했다!오직 고준형만 바라보았던…… 그를 향한 감정은 이제 정말로 깨끗이 지워버려야 했다.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있을 수 없었다. 아버지를 위해 억울함을 풀어드려야 했다!……형부 관서.고준형이 막 돌아오자마자, 엽금서가 공문서를 한가득 안고 다가왔다.“고 대인! 대체 어딜 다녀오신 겁니까! 확인하셔야 할 공문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고준형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상서 대인께서는 관서에 계시오?”“예, 계십니다! 상서 대인께서 직접 삼황자를 심문하셨지만, 삼황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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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형부, 옥사 안.삼황자는 독방에 수감되어 있었다. 그러나 죄수복조차 그의 고귀한 기품을 가리지는 못했다.절망적인 처지에 놓였음에도 그는 여전히 태연자약했다.고준형이 다가와 옥졸에게 감방 문을 열게 했고, 이내 그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삼황자가 고개를 들어 고준형을 쳐다보았다.“오늘은 고 대인 자네가 직접 심문하는 것이오?”고준형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전하께서도 이미 진상을 짐작하고 계시지 않습니까?”삼황자의 안색이 미세하게 굳어지더니, 이내 헛웃음을 흘렸다.“진상이라니? 대체 무슨 진상을 말하는 것이오?”고준형은 평온한 태도를 유지했다.“폐하께서 실제로 의식을 잃으신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께서는 이미 알고 계십니다.”삼황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고준형, 지금 자네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알고나 있는 것이오?”고준형의 눈빛은 서늘했고, 그 모습은 강직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삼황자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추론을 이어갔다.“폐하의 침소에 아무도 시중드는 이가 없었을 리 만무합니다.”“상덕 태감은 필시 폐하의 곁을 지키고 있었을 것입니다.”“그날 밤 그가 자리를 비운 것은, 일부러 자리를 피했거나 전하께서 물러가라 하셨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고려해 볼 때, 신은 후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상덕 태감이 약을 탈 때 전하께서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셨고, 그가 너무 서두른 나머지 그릇 가장자리에 묻은 약가루를 미처 닦아내지 못했던 겁니다. 이를 발견하신 전하께서는 일이 커져 황궁이 발칵 뒤집히는 것을 막고자, 은밀히 금군을 시켜 상덕 태감을 잡아들이게 하셨습니다.”“그때 전각 안에는 전하와 침상에 누워 계신 폐하, 단 두 분뿐이셨지요. 전하께서는 혹여 상덕 태감을 억울하게 할까 염려하여 그릇 가장자리에 남은 약가루를 찍어 무슨 약인지 냄새를 맡아보셨을 겁니다. 신이 듣기로 전하께서는 의서를 두루 읽어 약리에 정통하시다 하니, 그것이 수면에 들게 할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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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충용 후작부.유소영은 오늘 밤 잠을 깊게 이루지 못했다.아민의 상처는 꽤 호전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다음 날.이른 아침부터 아민이 안방으로 찾아왔다.“큰일 났어요, 아씨! 세자께서 감옥에 갇히셨대요!”유소영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며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휘장을 걷어 올리며 밖을 향해 물었다.“세자께서 무슨 일을 저지르셨는데?”멀쩡히 계시던 분이 어찌 투옥되셨단 말인가?아민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방금 석심이 제게 말해 주었어요! 태후께서 세자께 닷새 안에 자객을 잡으라 하셨는데, 세자께서 그리하지 못하셨대요. 게다가 삼황자 전하의 독살 사건도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자, 태후께서 크게 노하시어 일 처리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감옥에서 근신하라는 벌을 내리셨다 합니다.”유소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턱 막혀왔다.태후의 처사는 참으로 이치에 맞지 않았다.닷새라는 시간 동안 어떻게 자객을 조사한단 말인가!……삼황자의 예언이 현실이 되었다.고준형은 하옥되어 형부 옥사에 갇혔다.형부상서를 맡고 있는 이황자가 손을 써서, 그에게 조용하고 깨끗한 독방을 마련해 주었다.그러나 이황자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죄수복을 입은 채 창백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한 고준형을 보자, 이황자는 몹시 안타까웠다.“고 대인, 우선 며칠만 고생하시오. 황조모의 노여움이 가라앉으시면 내가 직접 선처를 구하겠소.”고준형은 태연했으며, 단 한마디도 원망하지 않았다.그는 이황자를 향해 예를 갖추며 말했다.“형부의 일은 황자 전하께 맡깁니다. 부디 살펴 주십시오.”이황자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한창 바쁜 와중에 고준형마저 없으니 그가 감당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불어났다.황조모께서 분란만 더 키우시는 격이었다.그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다행히 황조모께서 분노 끝에 형부를 믿지 못하시겠다며 폐하 피습 사건을 대리시로 이관하셨소. 덕분에 형부의 상하 관원들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지.”이황자의 말이 끝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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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고준형은 가볍게 소리 내어 웃었다.“부인은 내 아내이니 참말을 하나 하겠소.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감옥에 머무는 것이 오히려 훨씬 낫소.”“그러니, 사실 난 그리 나가고 싶지 않소.”유소영은 한순간 놀랐으나, 이내 그 말뜻을 이해했다.바깥은 확실히 평온하지 않았다.황제가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는 와중에 각 세력이 저마다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후계자를 둘러싼 다툼이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였다.“양나라가 이대로 끝나는 건가요…….” 유소영이 무심코 속마음을 내뱉고는, 아차 싶어 재빨리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커다란 눈으로 고준형을 바라보았다.그러나 고준형은 그녀의 불경한 발언을 탓하기는커녕 참을 수 없다는 듯 폭소를 터뜨렸다.그의 눈매는 부드럽게 휘어졌으며, 한 손으로 배를 감싸 쥔 채 허리를 살짝 굽히며 소리 내어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어둡던 감옥 전체가 환하고 맑아지는 듯했다.뭐가 그렇게 웃기단 말인가?유소영은 그가 너무 과장한다고 생각했다.고준형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몹시 온화한 눈빛으로 유소영을 바라보았다.“부인, 밖에서 그렇게 말하면 우리 부부가 이곳에서 나란히 만날 수 있을 거요.”그는 그렇게 말하며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유소영은 방금 자신이 한 말에 대체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나라에는 하루라도 임금이 없어서는 안 되는 법인데, 폐하께 변고가 생겼으니 양나라가 어찌 무사할 수 있겠는가?그녀가 정색하며 말했다.“사실 처음에는 입궁하여 폐하를 진맥할까도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는 참으로 주제넘은 생각이지요. 궁에는 태의도 많고, 제 스승님과 견줄 만한 의술을 지닌 뛰어난 국수들도 계실 텐데, 제가 섣불리 나섰다가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이 될 테니까요.”“지금 폐하께서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셔서 저조차 이토록 걱정인데, 세자께서는 어찌 웃음이 나오시나요?”그녀는 나무라는 눈빛으로 고준형을 흘겨보았다.고준형이 감옥 문으로 다가왔다. “이리 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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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언제부터였을까. 유소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자를 밀어내기가 점점 힘들어졌다.방금 전 세자가 자신의 뺨을 만졌을 때만 해도 그렇다. 예전 같았으면 본능적으로 피하며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마치 익숙해지기라도 한 듯했다.그녀는 세자의 요구에 응하며 그와 친밀한 행동을 나누기도 했다.그러나 이는 대부분 아직 그들이 부부이고, 아내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그녀의 인생은 지금 거대한 갈림길에 직면해 있었다.하나는 이대로 정착하여 세자 부인으로 남은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이 역시 끝이 뻔히 보이는 길이었다.다른 하나는 미지의 길로, 더욱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었다.사실 그녀는 지금껏 자라면서 이렇다 할 곳을 가본 적이 없었다.강주에서 월성으로, 그리고 다시 황성으로 온 것이 전부였다.이것이 그녀가 겪은 세상의 전부였다.사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아버지나 언니처럼 사방을 유람하며 다양한 풍토와 인심을 겪어보기를 늘 소망했었다.그러나 오라버니에게 변고가 생기고 언니가 세상을 떠난 뒤로, 그녀는 매사에 조심스러워졌고 더 강한 힘에 기대야만 했다.그녀는 온갖 애를 써서 신분 상승을 위한 혼인을 했고, 자신의 감정을 팔아넘기는 것조차 개의치 않았다.그녀가 원한 것은 오직 높은 가문의 규수라는 신분뿐이었다.나중에 세자와 혼인할 때도 목적은 다르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세자 부인이라는 자리가 필요했을 뿐, 세자의 감정을 포함해 다른 어떤 것도 원치 않았다.심지어 그녀는 세자에게 몇 번이나 첩을 들이는 것이나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갖는 것도 상관없다고 말했었다.그러나 지금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남녀 간의 감정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그때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듯 너무도 순진했다는 것을.자신의 마음을 포함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이다.그러나 이제 마음이 제멋대로 움직이니, 심경 또한 자연히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어쩌면 겉으로는 상인의 딸이라는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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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유소영은 그 문서를 주워 들며 무심한 척 재빨리 훑어보았다.부정행위라는 네 글자를 본 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계속 읽어 내려가려 할 때, 엽금서가 소리 내어 물었다.“세자 부인, 무슨 일이십니까?”유소영은 깜짝 놀라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문서를 그에게 건넸다.“아닙니다.”엽금서는 날카로운 눈썰미로 유소영의 안색을 살폈다.“세자 부인, 이 문서에 꽤 신경을 쓰시는 것 같군요.”유소영은 눈을 들어 엽금서의 시선과 마주쳤고, 부정하지 않았다.“예. 육황자 전하께 전과가 있다니 좀 놀랐습니다.”엽금서는 예사로운 일이라는 듯 대꾸했다.“그게 뭐 대수라고요. 육황자 전하뿐만 아니라 장공주 전하 같은 분들도 다 있는걸요.”“황실 자제들의 전과는 모두 대리시에 보관되어 있습니다.”“이번에 대리시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기록실에 불이 났지 뭡니까. 그래서 많은 문서를 임시로 형부 쪽으로 옮겨와 저희가 보관을 책임지고 있지요.”말을 마치자 그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더니, 엿듣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유소영에게 선심 쓰듯 귀띔해 주었다.“사실, 전 그들이 무슨 꿍꿍이인지 압니다.”“그들은 일부러 불을 낸 겁니다.”“생각해 보십시오. 요즘 황자 전하들께서 태자 자리를 두고 다투시느라 온갖 수단을 동원해 서로의 약점을 찾으려 혈안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약점이 가장 많은 곳이 어디겠습니까? 당연히 대리시지요!”“대리시는 분란에 휘말리기 싫으니, 이 황실 자제들의 전과가 뜨거운 감자처럼 느껴져 얼른 던져버리고 싶었던 겁니다.”엽금서의 말은 무척 일리가 있었다.그러나 유소영은 그 말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녀의 신경은 온통 육황자의 문서에 쏠려 있었다.부정행위라니…….설마 육황자에게 과거 시험 부정행위의 전력이 있었단 말인가?그녀는 어떻게든 진상을 확인하고 싶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엽금서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엽 대인, 방금 이 문서…….”그녀가 운만 뗐을 뿐인데도, 엽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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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유소영은 이리저리 생각해보았다. 진경송을 조사해야 했지만, 엽금서 역시 조금 더 경계할 필요가 있었다.그녀는 아민에게 당부했다.“내친김에 엽 대인의 신분과 배경도 좀 조사해 봐.”“네, 아씨!”형부.엽금서는 문서를 한가득 품에 안고 기록실로 들어갔다.안에서 문서를 정리하던 관원이 웃으며 말했다.“엽 대인, 수고가 많소. 본디 내 소임인데, 공교롭게도 요 며칠 몸이 좋지 않아서 말이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구려.”엽금서는 퍽 열성적인 태도로 문서를 내려놓았다.“우리는 동료인데 서로 돕는 건 당연하오. 그 몸으론 사다리를 오르내리기도 힘들 텐데. 어차피 난 별로 할 일도 없으니, 내친김에 이 문서들을 전부 정리해 드리리다!”그 관원이 황급히 말했다.“나야 바라마지않는 일이지만, 이는 규율에 어긋난다오.”“대인에게 심부름을 부탁한 것만으로도 이미 규정을 어긴 셈이지 않소. 상서 대인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고 대인마저 옥사에 갇힌 상황이 아니었다면, 나도 감히 대인에게 이 일을 대신 맡길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요.”“어쨌든 이 문서들은 모두 기밀이라 아무나 열람하게 둘 순 없소. 엽 대인이 믿을 만한 이가 아니었다면 이리 부탁하지도 않았을 거요.”엽금서는 그 옆에 주저앉아 물을 한 잔 따랐다.“그거야 당연하오! 우리 사이에 날 못 믿는단 말이오?”그는 고개를 젖혀 물을 벌컥벌컥 마신 뒤 찻잔을 내려놓았다. “아유! 바깥이 하도 정신없이 돌아가서, 원래는 여기서 좀 농땡이를 칠까 했더니 아무래도 안 되겠군. 알았소, 일 보시오. 난 이만 가 보리다!”“알겠소! 조만간 내가 술 한잔 대접하겠소!”“됐소! 하루 종일 이 기록실에만 박혀 있으니 옥살이나 다름없을 텐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겠소.”엽금서는 시원시원하게 돌아서며, 관원을 등진 채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남겼다.문이 닫히자, 기록실은 다시 평소처럼 엄숙하고 은밀한 기운을 되찾았다.문밖.엽금서는 두 손을 뒤통수에 깍지 낀 채, 휘파람을 불며 경쾌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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