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영은 이 자의 얼굴이 눈에 익었으나, 어디서 만났는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그 젊은 관원은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제가 여장을 하면 세자 부인께서 알아보시겠습니까?”그의 귀띔에 유소영은 단박에 기억을 떠올렸다.염방을 소탕하던 그날 밤, 여장하고 있던 그 사내였다…….사내가 웃으며 예를 표했다.“성은 엽이요, 이름은 금서라 합니다. 형부에 몸담고 있으며 고 대인 밑에서 일하고 있지요.”유소영은 그의 성이 무엇이고 이름이 무엇인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엽 대인, 수고가 많으십니다.”엽금서는 얼굴에 띤 웃음만큼이나 무던해 보였다.“세자 부인, 방금 전 공주 전하께 하신 말씀, 실은 제가 다 들었습니다. 어찌 그리 배포가 크신지요.”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고준형이 다가왔다.엽금서는 그를 보자마자 다급히 예를 갖추었다.“고 대인!”고준형은 붉은색 관복을 차려입고 있었는데, 새하얀 얼굴에는 어딘가 병색이 짙게 배어 있었다.그가 엽금서에게 지시했다.“가서 일 보거라.”“예!”고준형은 천막의 휘장을 걷어 올리며 유소영에게 들어가라는 눈짓을 했다.내부는 한결 따스했다.고준형이 물었다. “저녁상은 안 가져왔소?”유소영은 그제야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제가…… 급한 일이 생겨 서둘러 오느라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세자, 시장하십니까? 사람을 시켜 좀 사 올까요?”고준형은 온화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석심에게 다녀오라 하겠소.”“이 사냥터에 있는 음식이라곤 죄다 고기뿐이라 참으로 목구멍으로 넘기기 힘들더군. 마침 부인이 왔으니 함께 요기나 좀 하지.”유소영은 그가 이토록 고생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세자께서는 줄곧 사냥터에만 머무르셨습니까?”“그렇소.”고준형은 옷걸이 쪽으로 다가가더니, 익숙하다는 듯 유소영이 보는 앞에서 먼지 묻은 관복을 벗고는 은은한 달빛의 편복으로 갈아입었다.유소영은 그가 겉옷만 갈아입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예전처럼 긴장하여 눈길을 피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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