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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의 형님의 모든 챕터: 챕터 531 - 챕터 540

600 챕터

제531화

고준형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운 측비의 죽음은 외숙께서 자초한 일입니다. 죄를 지었으니 마땅한 벌을 받아야지요. 초왕께 넘길 테니 남은 이야기는 초왕께 직접 하십시오.”“안 돼! 이럴 순 없다! 준형아, 난 네 외숙이지 않느냐!”영성은 자신의 친조카가 이토록 모질게 굴 줄은 꿈에도 몰랐다.관아로 보내진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터였다.그러나 초왕의 손에 넘겨진다면 죽음뿐이었다.“초왕은 운이의 복수를 한답시고 날 죽일 게다!”영성은 당장이라도 고준형 앞에 무릎을 꿇을 기세였다.고준형의 눈빛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끌고 가라.”영성이 다급히 고준형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전부 다 말하마! 날 살려다오…… 준형아, 넌 날 구해주어야 한다! 네 외조모와 어미를 봐서라도 이 목숨만은 살려다오!”“게다가 날 초왕에게 넘기는 것 역시 형벌을 남용하는 짓이 아니냐!”그제야 고준형이 호위들에게 물러나라고 눈짓했다.……후작부.같은 시각, 유소영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잠귀가 밝은 편이라 웬만한 인기척에는 금방 깰 수 있었다.목덜미에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자, 그녀는 비몽사몽간에 손을 들어 휘저었다.그런데 무언가 손에 툭 채는 것이 있었다.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번쩍 눈을 떴다.눈앞에는 세자가 침상 곁에 앉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목에 무언가를 발라주고 있었다.“깼소?” 고준형이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약을 발라주던 참이오.”유소영은 곧장 몸을 일으켰다. “세자? 어찌 돌아오셨습니까?”이 야심한 밤에 돌아오시다니?고준형은 들고 있던 고약을 머리맡의 작은 장 위에 내려놓았다.“영성의 일을 처리하고 오는 길에 잠시 들렀소.”“일은 어찌 되었습니까?” 유소영이 물었다.고준형이 차분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했다.“사람을 시켜 그를 멀리 떠나보냈소. 유씨 가문과 부인의 오라버니에 관한 일을 발설하지 않기로 약조했소.”유소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세자가 어떻게 그 일을 해결했는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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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유소영은 눈을 딱 감고 결심했다.어차피 처음 입을 맞추는 것도 아니었으니.그녀는 턱을 치켜들고는 재빨리 고준형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이러면, 크흠. 된 거지요?”고준형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되었소.”그는 행여나 그녀가 진심으로 화를 낼까 싶어 적당한 선에서 기분 좋게 물러났다.그러고는 영성이 자백한 전말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영성이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서신 한 통을 받았는데, 육황자를 상대하는 일을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하오.”“그래서 황성으로 돌아와 운 측비를 이용해 육황자의 문란한 행각을 폭로하려 한 것이오.”“그렇게 되면 육황자는 태자 자리에 오를 수 없게 될 테니 말이오.”유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육황자가 그저 다른 여인들을 희롱한 것이라면 폐하께서도 너그럽게 처분하실 수 있었겠지만, 자신의 친숙부의 여인을 건드린 것은 명백히 인륜을 저버린 짓이었다.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육황자는 태자 자리를 넘볼 수 없게 될 터였다.고준형이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현재 태자 자리를 다툼에 있어 초왕은 어느 황자의 편에도 서지 않고 있소. 그러나 초왕이 누군가를 반대하고 나선다면, 이는 매우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오. 조정의 관원들 역시 그 기류를 타고 움직일 테니 말이오.”유소영이 물었다. “그럼 운 측비는 대체 어떻게 죽은 것인가요?”“영성은 운 측비를 데리고 나온 뒤 배를 마련했소. 겉으로는 물길을 통해 남쪽으로 도피시켜 주는 척했지만, 실은 배 안에 미리 사람들을 심어두었지. 운 측비에게 육황자의 죄상을 적도록 강요하고, 육황자를 고발할 증인이 되라고 협박할 속셈이었던 거요.”“그러나 운 측비는 이를 거부했소. 동시에 영성의 진짜 목적을 알아채고는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나머지, 영성을 찌르고 물에 뛰어들어 자결한 것이오.”“그녀가 물에 빠지자마자 배에 있던 사람들이 즉시 구조하려 했으나, 수심이 깊은 데다 야밤이라 수색에 실패하고 말았지.”유소영은 놀라서 물었다.“그래서 운 측비가 그렇게 익사했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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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이황자는 근심스러운 눈빛으로 고준형을 바라보았다.반면 고준형은 태후의 전교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쳐 든 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신, 태후 마마의 전교를 받들겠습니다.”이황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다소 격양된 어조로 입을 열었다.“고 세자! 자네 너무 무모하지 않은가!”부황께서 이번 암살을 계획하신 것은 각 사람의 속내를 시험하고 살피기 위함이었다.그런데 닷새라니.턱없이 부족한 시간이 아닌가!태후께서 기한을 정하셨으니, 닷새 안에 결과를 내지 못하면 고준형이 문책을 당할 터였다…….고준형은 이황자를 향해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황자 전하, 심려치 마시고 황궁으로 돌아가시지요.”“고 세자!”이황자는 애가 탔다. 그러나 그로서도 도무지 뾰족한 수가 없었다.……이황자가 떠난 뒤, 자객을 조사해야 하는 무거운 짐은 온전히 고준형의 어깨에 얹혀졌다.그는 자신의 천막으로 걸음을 옮겨 탁자 위에 태후의 전교를 내려놓았다. 허공을 향한 그의 시선은 아득하면서도 다소 공허해 보였다.“고 대인!”엽금서가 다짜고짜 휘장을 걷어치우며 안으로 들어왔다.“고 대인, 상서 어른께서는 어찌하여 황궁으로 돌아가신 겁니까?!”엽금서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다급한 기색을 띠었다.고준형은 그를 등진 채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이황자께서는 혐의를 피하셔야 하오.”“그럼 닷새의 기한은 어찌합니까? 듣자 하니 태후께서 전교를 내리시어 닷새 안에 자객을 색출하라 하셨다는데, 당장 아무런 단서도 없지 않습니까. 이는 우리 형부를 곤경에 빠뜨리는 처사입니다!”엽금서는 복잡하게 에둘러 말하는 법 없이 늘 직언을 내뱉는 성정이었다.설령 직속 상관인 고준형 앞이라 해도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놓았다.고준형이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그저 평소처럼 조사를 진행하시오.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책임질 테니.”엽금서는 고준형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체념한 듯 예를 갖추었다.“알겠습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황궁.연봉전.갓 마흔을 넘긴 여인이 평상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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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충용 후작부.유소영은 영성의 일 때문에 대리시에 가는 것을 미루게 되었다.세자의 처리에 따라 영성이 무사히 떠났으니,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오늘 날이 밝자마자 그녀는 일찍 일어나 채비를 마치고 대리시로 향할 준비를 했다.요 며칠 일어난 일들을 아버지에게 알려 미리 대비하시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다.대리시 옥사.유 대감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뭐라고? 육황자라니! 네 오라버니에게 대리 시험을 치르게 한 자가 육황자란 말이냐?”유소영은 아버지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이어서 아버지가 어떤 말을 할지도 알고 있었다.“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육황자는 황제의 친아들인데, 우리가 어찌 감히 맞설 수 있겠느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아가, 내 말을 듣거라. 더 이상 이 일을 파헤치려 하지 마라!”“증거가 있어 사실로 밝혀진다 한들 어쩌겠느냐? 예전에 육황자가 강씨 가문 소저를 해쳤을 때도 그저 근신 처분에 그쳤고, 그마저도 얼마 안 가 풀려나지 않았더냐.”“네 오라버니는…… 에휴! 이 사건으로 육황자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부녀의 처지가 몹시 비참해질 게다!”“육황자뿐만 아니라 폐하께서도 우리를 가만두지 않으실 거다. 어찌 됐든 그들은 한 가족이니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애초에 널 이 일에 끌어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정말 후회되는구나……”유 대감은 거듭 만류했다.그러나 유소영은 이미 굳게 마음먹은 상태였다.부드럽고 온화해 보이던 그녀의 얼굴에 한 점 고집스러운 빛이 서려 있었다.“이왕 시작한 일이니 끝을 봐야 합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역시 망설였고 두려웠습니다.”“그러나 결국엔 이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오라버니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한이 될 것입니다.”“게다가 저희는 이미 진실에 가까워졌고, 이제 몇 걸음만 더 가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 다 된 밥에 재를 빠뜨리고 싶지는 않습니다.”유 대감은 여전히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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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유소영이 즉각 반박했다.“떠날 거면 미련 없이 떠나야 하고, 남을 거면 마음을 다잡고 떠날 생각을 품어선 안 됩니다.”“아버지 말씀대로 아버지가 감옥에 계시는 삼 년 동안 보호를 받기 위해 남는다면, 그건 너무 이기적인 일이에요.”“그건 세자께도 상처를 드리는 일입니다. 제가 일찍 떠난다면, 그분은 새로 아내를 맞이하여 진정으로 평생을 함께할 사람과 백년해로하실 수 있을 거예요.”“삼 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러니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유 대감이 되물었다.“기어이 떠나겠다고 아주 결심을 굳힌 게냐?”유소영은 흠칫 놀랐다.“저는…….”“소영아, 네가 후작부를 떠나려는 것이 무슨 자유를 찾고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함이라지만, 그러나 이 아비가 무능한 탓을 어찌 안 하겠느냐. 지금은 이렇게 감옥에 갇혀 널 지켜주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너 혼자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게 내버려 둘 수 있겠느냐?”“게다가 너는 줄곧 내 보호 아래 자라 바깥세상의 진정으로 잔인한 면을 겪어본 적이 없지 않으냐.”“네가 그리는 세상은 넓겠지만,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단다. 우리 같은 상인들에게 주어진 삶의 터전은 우물 안과 같아서, 그 안에 갇힌 채 영원히 권력의 억압과 타인의 멸시 속에서 살아가야만 해.”“지금은 또 육황자의 일까지 얽혀 있으니, 네가 후작부를 떠나 혼자서 어찌 살아갈지 이 아비는 그저 걱정될 뿐이다.”유소영은 주먹을 살며시 쥐었다.“할 수 있습니다. 평생 아버지의 그늘 아래 살아왔는데, 혼인해서까지 다른 남자에게 의지하며 살 수는 없잖아요……”유 대감의 태도 역시 단호했다.“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마. 네가 내 말을 듣겠다고 했으니 얌전히 있으렴. 더는 딴생각 품지 말고.”“네가 육황자와 척을 지지 않고, 네 오라버니의 사건도 깨끗이 잊겠다고 이 아비에게 약속한다면 모를까.”유소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제게 너무 억지를 부리십니다.”…….유소영은 넋이 나간 채로 대리시를 나섰다.마음속에 불만은 있었지만,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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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유 대감은 탁자 아래에 둔 두 손을 초조하게 비벼 대며 간절한 눈빛으로 고준형을 바라보았다.“참으로…... 염치없는 부탁이 하나 있네.”“앞으로 삼 년만 더 소영이를 거두어 주면 안 되겠나? 내가 감옥에서 나간 뒤에 화리를 해도 늦지 않으니 말일세.”고준형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그의 반응을 살피던 유 대감은 지레 찔려 움찔했다.“곤란한 부탁이란 건 잘 아네. 그러나 안심하게. 삼 년 뒤에는 내가 곧바로 소영이를 데리고 떠나, 후작부에 단 하루도 더 머물게 하지 않겠네!”고준형은 평온한 얼굴로 유 대감을 마주 보았다. 심연처럼 깊은 그 눈동자는 까닭 모를 두려움을 자아냈다.“장인어른께서 부인을 곁에 두라고 극구 설득하실 줄 알았습니다.”유 대감이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어찌 감히 세자에게 폐를 끼치겠나. 내 분수는 내가 잘 안다네. 이 혼사는 본디 우리 유씨 가문의 계산과 자네 은사인 강회산의 유언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자네가 원치 않는 것도 인지상정이지…….”“원치 않는다고 말씀드린 적 없습니다.”고준형이 불쑥 말을 끊자 유 대감은 화들짝 놀랐다.유 대감은 멍하니 술병을 쥔 채, 놀라움과 의혹, 그리고 벅찬 감동이 교차하며 시시각각 표정이 변했다.고준형은 조금의 당황한 기색도 없이 자못 의연하고 솔직한 태도로 유 대감에게 말했다.“제가 혼인을 한 이상, 제 마음속에 부인은 제 아내이자 제 아이의 어머니이며, 무엇보다 제가 마땅히 지켜야 할 사람입니다.”유 대감은 너무나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세자…… 방금 한 말 진심인가? 그럼 자네는…… 화리할 마음이 없다는 겐가?”고준형이 입꼬리를 당겨 자조하듯 웃었다.“첫 혼례는 집안에서 저를 속이고 멋대로 치른 일이었으니, 화리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그러나 이번 혼인은 제 의지로 한 것입니다. 여기서 또 화리를 한다면 어느 규수가 감히 제게 시집을 오려 하겠습니까.”유 대감이 멋쩍게 웃었다.“세자가 참으로 겸손한 소리를 하는구만.”“두 번이나 화리한다 해도 기꺼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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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유소영이 조심스레 떠보며 물었다.“아버지께서…… 무슨 말씀이라도 하셨습니까?”고준형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다 먹고 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지.”그러고는 밀린 공문들을 처리해야 한다며 곧장 서재로 향했다.유소영은 마음이 무거워져 더는 음식이 넘어가지 않았다.그러나 아버지께서 정말 그 일에 대해 말씀하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야만 했다.그리하여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유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서재 안.고준형은 그녀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며 입술 끝을 살짝 끌어올렸다.“뭘 그리 긴장하는 거요.”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 품에서 비단 상자 하나를 꺼내 건넸다.“열어 보시오, 마음에 드는지.”유소영은 건성으로 상자를 열었다.진주가 박힌 복숭아꽃 비녀였다.무척이나 아름다웠다.“이건 능연각 물건이 아닌 듯합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고준형을 바라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그가 제게 선물을 줄 때면 늘 남 좋은 일은 시키지 않으려 본인 점포 물건만 고집했기 때문이다.고준형이 그 비녀를 집어 들었다. “내가 직접 도안을 그려 은밀히 장인에게 부탁해 만든 것이오.”그 말인즉슨, 능연각은 물론이고 다른 점포에서도 살 수 없는 물건이라는 뜻이었다.유소영은 무척 놀랐다.“세자께 이런 재주도 있으셨습니까?”“부인이 싫어하지 않으니 다행이오.”말을 마치고 고준형은 손수 그녀의 머리에 비녀를 꽂아 주었다.유소영의 목이 순간 뻣뻣하게 굳었고, 감히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의 손길이 끝날 때까지 꼼짝 않고 기다리던 그녀가 이윽고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제 아버지께서…… 대체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고준형은 그녀의 잔머리를 다듬어 주었다. 손길은 부드러우면서도 묘하게 무심한 구석이 있었다.“장인어른께서 여러 말씀을 하셨소.”“여러 말씀이요?”“음. 아버님께서는 걱정이 되셨는지, 부인을 후작부에서 삼 년만 더 머물게 해달라 하시더군. 감옥에서 나오시면 그때 부인을 데리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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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신, 태후 마마를 뵙습니다.”고준형이 두 손을 맞잡고 예를 갖추어 인사했다.태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가 삼황자를 잠시 근신 처분하였다.”“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네게 맡기마.”“다른 사람이라면 도통 믿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행여나 죄를 덮어씌우는 짓을 벌일까 두렵구나.”그렇게 말하며 태후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사황자를 쳐다보았다.사황자는 황조모의 말에 뼈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황조모님,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셋째 형님이 부황의 탕약에 손을 대고 있었습니다! 저는 억울한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닙니다!”사황자는 무공이 무척 뛰어났다. 그러나 성격이 너무 조급하여, 심지어는 포악하다고 할 정도였다.그는 삼황자의 수상한 낌새를 알아채자마자, 두말할 것 없이 곧장 삼황자에게 주먹을 날렸던 것이다.오늘 이곳에 태후가 계시지 않았더라면 사황자는 삼황자를 그리 쉽게 놔주지 않았을 것이다.태후는 우아하면서도 위엄이 넘쳤다.“예의범절도 모르는 녀석 같으니! 내가 말하고 있는데 어디 감히 끼어드는 게냐?”사황자는 분한 기색을 내비치면서도 고개를 푹 숙였다.“황조모님, 용서해 주십시오.”태후는 다시 고준형에게 당부의 말을 이었다.“물증이라고 하는 것은 탁자 위에 놓인 저 탕약이다. 가서 확인해 보거라. 삼황자 역시 사람을 시켜 감시하고 있으니, 네가 언제든 사람들을 데리고 가 수색해도 좋다.”고준형이 어명을 받들었다.“명 받들겠습니다.”……충용 후작부.유소영은 이리저리 뒤척이며 도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세자가 선물한 비녀는 화장대 위에 고이 놓여 있었다.그러나 마치 뇌리에 깊이 새겨지기라도 한 듯, 그 비녀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도무지 떠나질 않았다.세자가 했던 말들까지도 덩달아 떨쳐낼 수가 없었다.그녀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마음이 붕 뜬 채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세자는 이곳에 남아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그 말은 참으로 사람의 마음을 한껏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다.자칫 혼자만의 헛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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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형부.삼황자는 심문을 받는 내내 폐하를 독살하려 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암살 사건이 자신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더더욱 완강히 부인했다.조담이 고준형을 찾아와 그에게 물었다.“그 약, 정말 삼황자의 저택에서 찾아낸 것이오?”“그렇소.”“자네는 이 일이 아주 기이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누가 독을 쓴 뒤에 그 약을 그대로 남겨둔단 말이오? 상식적으로 진작에 없애버렸어야 마땅하지 않소?”조담은 고준형의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을 보며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말했다. “자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요!”대체 툭 터놓고 말하지 못할 게 무엇이란 말인가!고준형이 평온한 어조로 대답했다. “이따가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는 중이었소.”정오가 다 되었으니 과연 점심을 먹을 때가 되긴 했다.그러나 이 상황에 내뱉기에는 너무도 뜬금없는 소리였다.조담이 미간을 찌푸렸다.“한 끼 안 먹는다고 죽지 않소.”그때, 이황자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이황자는 그저 폐하의 암살 사건에 관여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엄연한 형부상서였기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많았다.그가 지금 이곳에 온 것은 삼황자의 사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함이었다.“고 세자, 어젯밤 심문은 어찌 되었소?”이황자를 마주한 고준형의 태도는 한결 온화하고 겸손해졌다.“한 시진 전에 일차 심문이 끝났으나, 삼황자께서는 자백하지 않으셨습니다.”이황자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셋째는 어릴 적부터 총명했소. 만약 누군가를 해치려 했다면 이토록 어리석은 방법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내 생각에 그는 누군가에게 모함을 당했을 가능성이 농후하오.”고준형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조담이 입을 열었다. “관건은 사황자께 있습니다. 사황자께서 친히 보셨다고 하니, 만약 삼황자께서 약을 쓰지 않으셨다면 이는 사황자께서 그를 모함하신 것이 아니겠습니까?”이황자는 고개를 저었다.“넷째의 인품은 내가 믿고 있소.”“그가 평소 셋째와 사이가 좋지 않다 하나 어찌 되었든 피를 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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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진정한 부부가 되자니…….유소영은 어찌할 바를 몰라 등줄기가 뻣뻣하게 굳은 채 숨을 죽였다.고준형의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억눌린 듯 언제든 쏟아져 내릴 폭포수 같은 그 쉰 목소리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실려 있어, 글자 하나하나가 그녀의 심장을 두드렸다.“시도해 보아야만 우리에게 맞는지, 계속하고 싶은지 알 수 있지 않겠소.”“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부인이 내게 그런 기회를 준 적이 없는 것 같소.”“그러니 이는 내게 너무 불공평하오.”유소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애써 평정심을 되찾았다.사실 지금 그녀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도무지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 감촉은 무척이나 따스하면서도 단단했다.“무엇을 시도해 보자는 말씀이신지요?”유소영이 진심으로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녀가 이해하는 진정한 부부란 부부의 연을 맺는 것, 즉 잠자리를 의미했다.그러나 그런 일을 어찌 함부로 시도해 본단 말인가?그녀는 세자가 분명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고준형이 온화한 어조로 설명했다.“나를 언제든 버리고 갈 수 있는 스쳐 지나가는 객이 아니라, 진짜 남편으로 여겨 달라는 뜻이오.”유소영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지금껏 해온 것이 바로 그런 일이 아니었던가? 언제 세자를 남편으로 대하지 않았지?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마음속에서 세자는 이미 남편이나 다름없었다.사실, 고준형 또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지 못했다.그러니 어찌 남을 이해시킬 수 있겠는가.그는 그저 유소영이 진심을 다해 자신에게 마음을 써 보기를 바랐다.고준형은 알쏭달쏭한 말만 남긴 채 안방을 나섰다.홀로 남겨진 유소영은 소용돌이에 빠진 듯 오랫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다.…….삼황자가 약을 탔다는 일에 유소영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육황자 쪽이었다.그러나 최근 황제가 자객의 습격을 받은 이후로, 세자의 온 신경은 자객을 잡는 데 쏠려 있었다.게다가 이제는 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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